SR2.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 : 디지털 시대 경쟁력 확보 ‘5F’ 전략

안에선 안 보인다, 조직을 벗어나라
외부와 협업으로 새 생태계 만들어야

288호 (2020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혁신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조직 내부에 갇혀 기존에 해오던 비즈니스 전략과 실행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조직을 벗어나 사고하는 방법을 깨우쳐야 한다. 그 방법은 5F(Focus, Fast, Flexibility, Friendly, Fun)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 Focus - 기업들은 기업이 서비스를 하는 이유, 제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을 세워야 한다.
2. Fast -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조직 밖으로 나와서 시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확보해야 한다.
3. Flexibility -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 내부의 사일로를 없애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4. Friendly - 단순히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에 집중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조직 밖의 관점에서 자사 제품과 서비스가 어떠한 생태계에 놓여 있는지 살피고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5. Fun - 직원들이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조직 밖에서 사고해야 하는 이유

현재 우리는 엄청난 디지털 파괴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과거에 쌓아온 경험과 성공 전략을 그대로 믿고 있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이전보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외부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지식과 노하우를 고수한다. 이른바 외부와 차단되는 요새를 갖춘 성(城)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다. 밖을 한번 보라. 전 세계 많은 산업과 시장에서 엄청난 ‘파괴’가 일상화되고 있다. 매일매일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놀람(Surprise)이 ‘뉴노멀’이 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경제,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도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기술들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기존에 기성세대가 쌓아 올린 성이 무너지고 있다. 그 성을 지을 때 적용했던 기성세대의 사고방식도 공격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빗대 새로운 공식이 하나 만들어졌다. 새로운 변화에 놀라움을 느끼는 평균 시간(MTBS, Mean Time Between Surprises)이 이를 토대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시간보다도 짧아졌다. 다시 말하면, 기업들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평균 시간(MTMD, Mean Time Making Decision)이 매우 짧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계의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검색 회사 혹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업체이자 은행이며, 로켓을 발사해 은하계를 탐사하려는 회사가 됐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산업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최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아닌 전통 산업에 속한 회사들 중 일부도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주로 약을 팔던 미국 소매 업체 CVS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편의점처럼 제조된 약만 파는 회사였다. 그런데 최근 의료진을 확보해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건강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체에 불과했던 CVS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하면서 병원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냉장고 제조사 하이얼은 식품 판매와 소비를 둘러싼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냉장고를 통해 고객의 식품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식품관리회사를 지향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고객이 주로 사용하는 식재료가 떨어지면 알아서 주문해 배달까지 완료한다. 이처럼 하이얼은 냉장고 제조업체에서 식재료 관리회사로 변모했다. 더 나아가, 세탁기를 통해 고객의 옷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의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조직 밖에서 사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조직을 벗어나 생각해보고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는다. 사실 이런 변화는 기존 비즈니스가 디지털과 관련이 있는 분야든, 그렇지 않든 상관이 없다.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회사가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회사를 지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부만 바라보고 자신이 이뤄놓은 것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절대 변화할 수 없다. 현상을 유지하는 데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조직 안에 갇혀 미미한 변화들만 시도한다. 웹사이트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을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소용이 없다. 불도그가 립스틱을 바른다고 아름다운 여자로 보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혁신가가 돼야 한다.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조직 밖에서 사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구성 요소부터 살펴보자. 우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왜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둘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단, 외부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셋째, 창업가정신이다. 리더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이런 정신을 키워야 한다. 넷째,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신을 위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이 구성 요소는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5F(Focus, Fast,Flexibility, Friendly, Fun)로 설명해보겠다.


목적의식을 갖고 집중하라 - Focus

기업들은 기업이 서비스를 하는 이유, 제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을 세워야 한다.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력이다. 즉, 사용자의 삶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는지가 첫 번째다. 예를 들어, 하이얼이 냉장고를 통해 식자재 생태계를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필요한 식품을 구입하고 저장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다. 사용자의 삶을 개선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하이얼은 더 많은 냉장고를 팔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목적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P&G다. 목적(Purpose), 가치(Value), 원칙(Principle), 즉 PVP에 입각해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분명한 PVP를 세우고 시장 내에서 놀라울 만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수 패킷(Water Purifi cation Packet)이다. P&G는 2004년부터 ‘2020년까지 한 시간마다 1명의 삶을 구하자’라는 구호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기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의 경우 오염된 물을 마셔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다.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P&G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신흥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 오염된 물에 분말로 만든 알약을 넣으면 깨끗한 물로 정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견해 인수했다. 이 정화제만 넣으면 20분 만에 오염된 물이 깨끗한 물로 변했다. 작은 알약처럼 제작된 정수 패킷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저개발국가 소매업체에서 판매됐다.

그런데 결과는 P&G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생각보다 재무적인 이익이 나지 않았다. 이들 국가에서 정화제가 치약, 비누와 같이 생필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한 날이거나 기념하고자 하는 날 한 번씩 하는 ‘사치재’로 인식했다. 학교에서 오염된 물이 초래하는 위험을 교육받은 학생들이 가정으로 돌아가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한다고 부모님을 설득한 것으론 시장을 확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회사는 결정을 해야 했다. 재무적 이익이 나지 않는 이 제품을 계속 팔아야 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결국 P&G는 재무적 이익을 포기하고 이 정수 패킷을 계속해서 팔기로 했다. 사회적 이익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의 가치를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도 미국 정부, UN과 함께 이 제품을 무료 혹은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P&G는 이 밖에도 이와 유사한 활동으로 사회적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합치된 사회적 혁신을 이룬 예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은 P&G 브랜드의 기저귀를 많이 사용한다. P&G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는 목적으로 활동한 결과다. 사실 아프리카는 영유아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 영유아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기저귀 시장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P&G는 아프리카 부모들이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에 돌입했다. 이동 병원을 만들어 보건 담당자들과 함께 각 지역 부모가 영유아들의 건강을 진단하게 하고 임신한 여성이 적절한 시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면서 기저귀도 무료로 나눠줬다. 이런 경험을 한 산모들은 자연스레 P&G 기저귀를 선택하게 됐다. 회사가 세운 비전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시장이 확대된 셈이다.

이 사례가 디지털화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글로벌화 속도는 급진적으로 빨라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먼 곳에서 생산된 글로벌 제품을 손쉽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모순적인 상황이 생겨났다. 자신의 상황, 자신의 지역을 잘 알고 이해하는 제품에 대한 선호가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간파하기 위해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목적을 세우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라 - Fast

한 스타트업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때다.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매우 유익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이때 함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창업자는 10만, 100만 유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0만 유저를 빠르게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게 관건인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건물 밖으로 나와서 직접 살펴보고,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코닥이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보유했음에도 조직 안의 생각에 갇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것을 상기해보라. 코닥은 뉴욕 본사에 안주한 채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외면했다.

조직 밖으로 나와서 성공한 사례도 분명 있다. 존 테이솜(John Taysom)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로이터의 혁신가였다. 그는 2000년대 초 첫 인터넷 붐이 일었을 당시 디지털 플랫폼을 회사에 적용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로이터가 제공하는 경제 속보나 정보 제공을 대체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테이솜은 로이터가 보유한 고급 정보, 데이터에 대한 경쟁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테이솜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무엇이 우리를 파괴할 것인가. 어떤 회사가 우리의 비즈니스를 위협할 것인가. 이 기술과 회사가 우리를 망하게 하기 전에 어떻게 우리의 파트너로 끌어들일 것인가.

로이터는 자사의 내부 연구개발 투자에 앞서 외부 기업에 의뢰해 소규모 기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런데 로이터의 제안요구서를 보면 향후 기업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신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먼저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로이터를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테이솜은 그들을 위협하는 기술과 회사가 나온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독단적인 결정 때문에 회사에서 거의 해고를 당할 뻔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실리콘밸리를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는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교수,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 사업가들을 만나며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 보다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 가는 실리콘밸리의 프로세스도 로이터에 적용했다. 이후 ‘그린하우스 펀드 테이솜’을 만들어 로이터가 야후를 비롯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게끔 도왔고,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과 투자처를 물색하는 로이터의 고객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 결과 로이터는 다양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고, 이는 로이터가 디지털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테이솜은 줄곧 “당신을 누가 파산시킬 것인지 생각하고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에 항상 대비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대응과 민첩함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를 갖추기 위한 시간과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회사 내 사일로를 제거하라 - Flexibility

새로운 시장,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선 조직도 재구성해야 한다. 하나의 부서나 하나의 팀으론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과제에 필요한 인재, 부서가 모여 융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자원과 인재를 언제든 조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조직 내부뿐만이 아니다. 조직 외부와의 유연한 협업도 매우 중요하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로 돌아가자. 이때 통신회사인 버라이즌은 매우 당황했다. 한 임원이 아이폰을 들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버라이즌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보유한 기술을 살폈다. 바로 안드로이드 기술이었다. 버라이즌은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행보를 택했다. 우선 순차적으로 이뤄졌던 개발 프로세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바꿨다. 기술 개발과 관련된 부서와 인재들을 한데 모아 융합팀을 구성했다. 매우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보유한 버라이즌에서 이례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구축해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했다. 이 중엔 삼성도 있다. 삼성은 버라이즌과 협업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빠르게 개발했고 곧 애플의 강력한 경쟁사가 됐다.

신한은행도 유연함을 보여준 사례다.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조흥은행의 조직원들은 자사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해 인수합병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직원 3500명이 길에 나와 머리를 삭발하고 시위를 했을 정도다. 신한은행은 인수합병을 포기하는 대신 조흥은행 노조와 유연한 합의를 체결하고 점진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두 회사의 관련 부서 사람을 불러모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3년 동안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별도로 운영됐다. 이러한 전력으로 조직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구축됐고, 서로의 장점이 더해져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서로의 경계를 넘어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했다.


건물 밖 파트너십에 주목하라 - Friendly

디지털 세계에서는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P&G를 상기해보라.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비영리집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파트너십은 단순한 협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이얼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핵심적인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하이얼의 바이오메디컬 사업부는 최근 U-Blood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이얼은 혈액을 보관할 수 있는 의료용 냉장고를 제조해 혈액은행 관리의 효율성은 물론 병원 환자 치료의 신속함을 높였다. 이 냉장고는 사물인터넷(IoT)과 무선 인식 전자태그(RFID)에 적용해 혈액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수술실, 입원실, 구급차 등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에 혈액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혈액은행의 중앙관리시스템을 분산시스템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환자가 필요한 시간, 공간에 필요한 혈액을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병원 내 수술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환자와 혈액과 관련한 데이터를 AI에 적용해 부가가치 서비스도 창출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하이얼은 냉장고를 만드는 단순 제조회사에서 의료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 회사로 거듭났다. 건물 밖에서 생각한 덕분이다. 의료 냉장고가 포함된 전체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자사 제품에 적용해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직원들이 일에 재미를 느끼게 하라 - Fun

어떤 혁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인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조직원들이 매일 회사에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글로벌한 현상이다.

조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다. 조직원들도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갖춰야 한다. 자신이 회사를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동기부여를 위해선 ‘3M’이 필요하다. 첫 번째 M은 Mastery, 즉 숙련이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과제를 자신의 역량으로 해냈을 때 뿌듯함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M은 Membership, 소속감을 갖는 것이다. 자신이 회사라는 커뮤니티에 소속됐다고 느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조직원들이 온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양한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회사에 올 때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게 된다.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회사에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한 브라질 은행은 직원들이 ‘진짜’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다양성의 날’을 만들었다. 이날만큼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에 따라 옷을 입고 올 수 있다. 인종, 성, 성적 지향을 넘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회사가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직원들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다.

세 번째 M은 Meaning, 즉 의미다. 198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면 일의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친구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회사에서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혁신은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다

혁신하기 위해 조직이 조직 밖의 관점에서 사고하기 위해 갖춰야 할 5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그런데 사실 이 요소를 갖추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것에 비유한다. 다음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 말이다. 거친 도로를 건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정말 이 도로에서 차로 달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낙타가 오아시스까지 도달하기 위해 건조함과 뜨거움을 견뎌야 하는 것처럼 혁신을 위한 과정도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즉각적으로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나의 이름을 따서 ‘캔터의 법칙’을 만들었는데 ‘모든 것은 변화의 도중에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막이나 거친 도로와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하던 일이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을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때 포기해선 안 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많은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해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획득하길 원한다. 인내심이 없는 기업들은 자신이 투자한 스타트업이 일정 시간이 지나도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그런데 인내심을 가지면 그 실패에 숨겨진 엄청난 성공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를 제공하는 슬랙(Slack)이 그 예다. 슬랙은 원래 다중플레이어들이 함께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을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시장에서 큰 반응이 없었다. 그러던 중 슬랙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의 핵심이 게임이 아닌 다른 기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사용자들끼리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메신저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슬랙은 비디오 게임 대신 협업 툴 개발에 전념해 성공했다. 이렇듯 현 상황을 인내하면서 조직 밖에서 사고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자신만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