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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 & Business

스타벅스는 왜 비트코인 거래소에 투자할까

김지윤 | 283호 (2019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타벅스는 언뜻 보면 커피 사업과 무관한 것 같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관심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디지털 화폐 행보’를 시작했다. 전 세계 스타벅스 이용자들이 스타벅스 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이 환율 변동이나 각국 중앙은행 시스템을 거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에 스타벅스가 주요 투자자 중 하나로 나선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스타벅스는 이미 모바일 핀테크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편집자주
한때 ‘투기’나 ‘사기’ 정도로 취급받던 암호화폐와 그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다시 경영계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IT 전문 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하고 최근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에서 현장 취재와 연구를 하고 있는 김지윤 기자가 ‘Blockchain & Business’를 연재합니다.



비트코인과 스타벅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선 훗날 스타벅스가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2018년 8월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에 투자해 공식 파트너가 됐기 때문이다. (백트는 이 같은 투자를 기반으로 2019년 9월 개장했다.)

2019년 3월 이 루머가 퍼져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친 적도 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진화에 나섰다.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실물을 결제수단으로 받는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지만 백트와의 파트너십 체결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향후 디지털 자산을 미국 달러로 바꿔 결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백트와 함께 논의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스타벅스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타벅스 앱은 이미 비대면 주문 ‘사이렌 오더’부터 전자 쿠폰 관리, 모바일 자동 충전까지 전자상거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으로 보유한 예치금 규모가 2016년 이미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를 돌파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이사는 2018년 초부터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전 세계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여러 통화를 하나의 디지털 자산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꿈을 꾸는 셈이다. 이미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이 존재하니 그다음 단계는 스타벅스만의 ‘가상경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뉴욕 금융청의 인가를 받은 백트는 스타벅스가 이 분야를 탐험하는 데 알맞은 파트너로 여겨진다. 코인거래소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매매하는 곳이자 이를 큰 규모로 보관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자산 유동성과 관련 노하우를 통해 코인거래소가 디지털 화폐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키우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벅스,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 블록체인

스타벅스와 비트코인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간 스타벅스가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 기업은 비트코인이 화폐로 자리매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 기술이 가져오는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했다. 그 근간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술도 이미 맛보기에 들어갔다. 백트와의 파트너십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다.

2018년 1분기 실적 보고에서 슐츠 이사는 비트코인, 디지털 화폐 일반을 모두 언급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오늘날이든, 훗날이든 화폐가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회사와 소비자 행동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몇몇 합법적인, 신뢰할 만한 디지털 화폐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이 소비자 앱을 통해 굉장한 디지털 화폐를 선보이는 데 이바지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같은 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슐츠 이사는 “블록체인 기술이 스타벅스 앱이 자리 잡고 통합될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후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인 백트와의 파트너십 소식이 전해졌다.

슐츠 이사가 언급했던 ‘소비자 행동’은 모바일 간편 결제에 익숙해진 사용자 경험(UX)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위챗페이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 개인 간(P2P) 무료 송금 앱 젤러, 아프리카 주요 통신사 간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엠페사와 함께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가 소비자의 지갑, 정책 입안자의 문을 두드린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는 실제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용 블록체인 애저(Azure)를 활용해 커피콩 원산지, 유통 이력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빌드 콘퍼런스에서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스타벅스의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자사의 사업부 간 협업을 높게 평가한다”며 “스타벅스가 전통적인 커피 회사를 넘어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개발자를 영입 중”이라고 전했다.

백트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이다. 백트 투자 발표 당시 스타벅스 측은 “소비자와 기관이 글로벌 네트워크 단위에서 디지털 자산을 매매하고, 보관하거나 소비하도록 통합적인 플랫폼을 만들고자 스타벅스는 플래그십(주력) 소매업체로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MS 등과 함께 이 새로운 회사에 협업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화폐의 개념, 블록체인을 시범적으로 다뤄 그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스타벅스가 여타 테크 기업처럼 소비자 측면에서 이득을 주고,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창출하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할 때 더불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슐츠 이사의 발언은 이 기업의 미래가 ‘IT 공룡’임을 짐작하게 한다.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 백트가 뭐길래

스타벅스의 ‘디지털 화폐 행보’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 투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요 커피 브랜드로서 이례적으로 비칠 수 있으나 핀테크 승부수로 손색이 없는 선택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화폐 관련 리스크를 파트너에게 일임하면서도 이로부터 구축할 수 있는 지급·결제 사업 기회를 놓치진 않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백트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2019년 9월23일 첫선을 보인 비트코인 선물거래소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거래소(ICE)가 2018년 개발에 나서 화제가 됐고, 이미 설명한 대로 스타벅스는 물론이고 MS의 벤처캐피털 M12, 보스턴컨설팅그룹, 암호화폐 상업은행 갤럭시디지털, 크립토펀드 판테라캐피털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1억8250만 달러(한화 약 2100억 원)를 투자받았다.

비트코인 현물을 기반으로 선물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CFTC와 뉴욕 금융청의 승인을 받았다는 것도 백트의 강점으로 꼽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같은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품은 현금 결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실제로 선물 만기일에 비트코인이 아니라 거래에 따른 현금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반면 백트는 청산소 내에서 선물거래가 마무리될 때 비트코인 실물이 오가는 방식을 취한다.

현물인수도 방식이기 때문에 백트는 규제 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며 출시일을 10개월가량 미뤄야 했다. 올 하반기 출시를 통해 기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보관소, 거래 플랫폼 수준의 비트코인 거래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아담 화이트 백트 최고운영책임자는 “대부분 현물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형성되고 있지만 곧 선물시장으로 그 자리가 옮겨질 것”이라며 “결국 양 끝단(end-to-end) 규제 시장에서 가격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규제 승인, 현물 기반 비트코인 거래소는 전자상거래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백트를 통해 비트코인이 유명한 투자 대안이 되는 게 급선무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적인, 제대로 규제받는 시장으로 커피나 항공권 등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백트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타벅스 제휴 및 페이먼트 부문 부사장인 마리아 스미스도 “주요 소매업체로서 스타벅스는 소비자가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스타벅스에서 쓰기 위해 미국 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신뢰할 수 있는, 규제받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1500만 명이 넘는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에게 모바일 간편 결제(페이)를 제공한 선두주자로서 고객을 위한 결제 옵션을 확장하기 위한 혁신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트 플랫폼 개발에 협업할 뿐 아니라 결제 앱도 염두에 뒀다는 뜻이었다. 올해 6월 백트는 구글페이 제품 전략을 담당했던 크리스 피터슨을 영입해 이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백트뿐 아니라 기존 코인거래소들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전자상거래 방면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올해 비자(VISA)와 손잡고 코인 직불카드 ‘코인베이스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 빗썸, 코인원도 각각 암호화폐 포인트 결제(빗썸캐시) 및 송금(크로스) 중개업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코인을 사고파는 거래소로 시작해 암호화폐 위탁 업체, 송금 및 결제 중개인, 즉 ‘크립토은행’이 되려는 모양새다.

스타벅스는 인지도나 신뢰도 측면에서 백트를 디지털 화폐 거래 플랫폼으로 활용하려 한다. 기존 은행과 카드사가 법정화폐를 다루는 파트너라면 백트는 비트코인을 실물을 거래하고 관리해주는 파트너 격이다. “비트코인을 직접 받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스타벅스의 공식 입장의 이면에는 이런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스타벅스는 이미 모바일 핀테크 기업

스타벅스가 백트를 통해 디지털 화폐를 활용하게 된다면 주 무대는 ‘스타벅스 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은 이미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서 스타벅스를 핀테크 분야로 이끄는 주요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결제망을 유지하는 비용까지 디지털 화폐로 흡수한다면 말 그대로 ‘스타벅스 이코노미’도 상상해볼 수 있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내 스타벅스 모바일 페이 사용자 수는 2340만 명이었다. 구글페이, 삼성페이의 2배 이상 규모다. 2016년 시장 조사 업체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도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모바일 앱에 예치된 현금 보유량이 1조 원을 훌쩍 넘는다고 진단했다. 웬만한 지방 은행보다 현금을 많이 가진 ‘스타벅스 은행’의 면모다.

실제로 스타벅스 앱은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2019년 2월 버즈피드 보도에 따르면 당시 스타벅스 앱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자 트위터상에선 “역사의 암흑기 때처럼 사이렌오더가 아닌 카운터에서 주문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매장에서 줄을 기다려 커피를 사야 한다니 말도 안 된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스타벅스 프리퀀시(전자 쿠폰)를 모으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신메뉴만 사주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대개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는 목적이다. ‘남은 프리퀀시를 앱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도 종종 받는다. 2014년 5월부터 이미 로열티 프로그램, QR코드 결제, 모바일 금액 충전 모델이 도입됐다. 스타벅스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전 세계에서 쓰이는 이 앱의 성장세는 스타벅스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겼다. 이 리서치센터는 “스타벅스의 경우 전 세계 75개국에 매장을 둔 만큼 여러 통화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각 지역의 금융규제와 환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쓰는 선불카드를 타 국가에서 충전하거나 사용하지 못해 불편해지는 상황이다.

이때 여러 중개자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결제 망을 디지털 화폐, 블록체인으로 간소화한다면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은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을 모르더라도 어디서든 스타벅스 앱을 통해 커피를 사거나 선불카드를 충전할 수 있다. 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은 백트 앱, 백트 청산소에서 도맡는다. 스타벅스는 대문의 역할을 하게 된다.

모바일 앱 내에 더 많은 돈이 돌기 시작한다면 스타벅스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사용자가 어느 시간대, 어디 지점에서, 어떤 커피를 주로 마시는지에 대한 데이터에서 시작해 어떤 스타벅스 굿즈를 좋아하는지, 어떤 광고에 자주 반응하는지,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라이프스타일 앱으로 거듭나는 시나리오다.



2018년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금융심포지엄 연사로 나선 미셸 웨이츠 스타벅스 마케팅 부사장도 “젊은 세대는 차, 집과 같은 큰 자산을 사는 데 좌절을 겪고 있다”며 “자연히 작은 선물인 e기프트로 관심이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도의 전자 쿠폰 시장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에 달한다”며 “향후 5년 내에 아시아 국가의 31%가 현금 없는 사회로 바뀔 것”이라고 짚었다. 소액 결제 강자인 스타벅스의 결제 시스템이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전자상거래에 녹아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업계 일각에선 사용자 경험이나 금융 규제 측면에서 스타벅스가 디지털 자산 트렌드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본인 예치금으로 은행 업무를 보거나, 해외 여행지에서 환전하거나, 여행경비를 지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의 발걸음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전자상거래 기반으로 흡수하는 타이밍을 재는 것에 가깝다.



디지털 자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청사진이 있나요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행보는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한국의 기업과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까. 블록체인 업계에서 백트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진입한 거래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했다는 점에서 어느 대기업보다 현재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다. 국내 은행들도 속속 디지털 자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지금, 전자지갑 개발과 디지털 자산 수탁업무를 이어온 전문 기업들과 함께 디지털 자산을 어떤 성격으로 간주해 사업을 구상할지 연구할 시점이다.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디지털 자산을 결제 수단 중 하나로 먼저 받아들이는 초석을 다지고 있다. 직접 비트코인을 보관하기보단 백트라는 제도권 파트너를 통하는 식이다.

이후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스타벅스가 비트코인 결제를 통해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그림이다. 스타벅스 앱 내에서 돈이 순환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으로 페이스북 주도하는 리브라 프로젝트를 떠올릴 수 있다. 특정 담보자산, 가격 기준을 마련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위치를 넘볼 수 있게 된다. 이때 암호화폐는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니라 포인트 제도의 성격을 띠게 된다.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SK그룹의 OK캐쉬백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암호화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2018년 여름에 진행된 사업 계획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OK캐쉬백이 리브라와 유사한 형태로 계획됐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비트코인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포괄하는 방향이다. 원화와 같은 법정화폐를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금융 서비스를 시작으로 디지털 금융까지 넘보는 방식이다. 2019년 4월 금융위원회 금융 규제 샌드박스 중에는 스타벅스에서 원화나 외화를 찾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물망에 올랐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 오프라인 매장은 금융 사업을 펼치는 데도 굉장한 강점이다.

예치금 규모, 전자 쿠폰으로 인해 이미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한 스타벅스가 그 연장선에서 금융 사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토스, 카카오뱅크의 라이벌은 기존 은행권 앱이 아니라 스타벅스처럼 핀테크로 확장할 수 있는 IT 공룡에 가깝다. 백트에 투자할 정도로 비트코인에 열려 있는 스타벅스가 어떤 금융앱이 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국내 은행들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스터디를 이어가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보관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의료 정보, 신용 정보 등 마이데이터(My Data)를 관리하는 종합 디지털 자산보관소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아톰릭스라는 블록체인 전문 기업과 함께 디지털 자산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산용 전자지갑, 보관 및 관리 전문 기업이 적잖다.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은 빗고(BitGo), 국내 전문 개발사인 헥슬란트나 비트베리가 그 예다.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수탁(커스터디)이나 여러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는 데 필수적인 전자지갑 앱을 개발하는 역할이다. 앞으로 디지털 화폐를 담은 청사진을 그릴 때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들이다.

헥슬란트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 노드 운영사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대규모 고객에게 원활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지갑, 수탁을 모두 갖춘 네트워크 노드(컴퓨터)에서 비즈니스가 꽃핀다는 의미다. 환전 및 운영 수익 관리사, 노드 사모펀드 운영자 등 새로운 일자리로 대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자산을 당장 결제 수단으로, 혹은 신사업 기회로 활용하긴 어렵다. 관련 규제가 미비하고 새로운 기술 분야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가 기본적으로 플랫폼 성격이 강한 탓도 있다.

그럼에도 시중 은행, 블록체인 전문 기술 회사들은 스케치에 돌입했다. 각자 디지털 자산 중 어떤 지점에 방점을 찍을지, 그로부터 어떤 분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할지 밑그림을 그렸다가 지우길 반복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백트도 당장 비트코인 결제를 적용하기보단 흐름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백트는 규제 당국과 1년 가까이 머리를 맞대 비트코인 파생상품부터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기술을 좋은 도구로 만드는 데 반걸음 앞서갔다는 소리다. 한국에서도 ‘비트코인=투기’라는 인식을 넘어 디지털 자산을 정의하기 시작하면 어떨까. 국내에선 청사진을 거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DBR mini box : “스벅코인 육성을 위한 탐색전” 해석도

역설적으로 스타벅스는 줄곧 비트코인과는 거리를 뒀다. 비트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하긴 어려울 것이고, 그런 비트코인을 현시점에서 결제수단으로 채택하는 모험을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스타벅스가 비트코인에 대해 학습한 후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고 점치는 이유기도 하다.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처리하는 블록체인은 가장 고전적인 형태다. 1MB에 해당하는 거래 데이터가 꽉 차면 네트워크 관리자들이 마무리 작업에 돌입한다. 이 마무리 작업을 먼저 수행하는 쪽이 그다음 분기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새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얻는다. 프로그램상 약 10분에 하나의 블록을 처리하도록 설정돼 있다.

이 마무리 작업 이후에도 거래 내역은 완전히 적립된 게 아니다. 여러 관리자가 하나의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최악의 경우 앞선 거래 내역을 뒤집으려는 관리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6개 분기(블록)까지 마무리 작업을 거친 후에 거래 내역이 확정됐다고 간주한다. 이마저도 ‘확률적으로 뒤집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에 가깝다.

이후 블록체인도 여러 변화를 거쳤다. 거래 데이터뿐 아니라 프로그램 코드도 기록하는 이더리움부터 선출된 대표 관리자를 통해 네트워크 처리 속도나 규모를 늘리는 형태, 재빠른 투표를 통해 6개 분기를 축적하지 않고도 바로 블록을 확정하는 합의 구조 등이 개발됐다.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소규모 거래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용도의 네트워크도 등장했다.

아직 블록체인 실험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스타벅스가 여타 암호화폐에 천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업들은 특정 자산을 담보로 삼아 가격 기준을 정해두는 스테이블코인, 허가형 블록체인에 관심을 둔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떠올릴 수 있다.

『비트코인 제국주의』의 저자 한중섭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가 백트에 투자해 파트너십으로 들어간 것도 단순히 비트코인 결제를 위함보단 최전선에서 이 분야의 정보를 들을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스타벅스의 자세는 백트를 통해 비트코인이나 ‘스벅코인’의 가능성을 일단 살펴보자는 ‘스텔스 모드’에 가까운 셈이다.

필자소개 김지윤 블록인프레스 기자 jinny.kim@blockinpress.com
필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학사를 거쳐 YTN 디지털국 콘텐츠 제작자(CP), IT 매체 아웃스탠딩 기자로 재직했다. 현재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블록인프레스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분산형 플랫폼, 디지털 화폐, 데이터마켓을 비롯한 ‘분산경제(deconomy)’를 취재,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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