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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시장변동성에 당하지 말고 먼저 펀치를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휘트니 존슨(Whitney Johnson) | 277호 (2019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어떻게 하면 변동성의 기습 공격을 당하기 전에 스스로 경력을 파괴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소속 산업이나 회사가 변화에 쉽게 동요할 만한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하라.
2. 변동성의 초기 징후가 포착되면 개인의 전문 지식을 넓히고 새로운 보직을 위해 준비하라.
3. 여러 기업과 산업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기량을 개발하라.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봄 호에 실린 ‘What to Do When Industry Disruption Threatens Your Career’를 번역한 것입니다.


파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산업 내 현재 위치에 안주하는 중견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조직의 붕괴 가능성을 간과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뤄왔다. 이런 기업들이 뒤처지는 이유는 그들의 핵심 역량을 뛰어넘는 경쟁자가 나타나서가 아니다. 한때 그들을 돋보이게 했던 고유한 경쟁력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1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 비극의 조짐이 보인다. 오랫동안 업계를 리드했던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추월당하고 새로운 역량에 투자하는 대신 현상 유지를 고수한다.

업계를 선도했던 기업이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위기에 몰리면 조직의 리더, 관리자, 직원들까지 위협을 받는다. 변동성에 직면한 기업은 새로운 역량을 채택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통찰력이 필요한데 직원들이 위협을 느끼면 문제는 더욱 악화된다. 2 기업은 신규 인력을 고용해 조직의 노하우를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시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인이 재빨리 습득하기는 쉽지 않다. 인적 자본에 관한 이론을 보더라도 새로운 기량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실제로 그 기술을 빠르게 터득하는 경우는 드물다. ::/CN::3::/CN:: 기술은 수년에 걸친 정규 교육과 훈련, 업무 경험을 통해 천천히 축적되기 때문이다. 즉, 학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직의 피라미드를 오르는 관리자들은 암묵적으로 평생 고용이 보장될 것을 기대했다. 이런 기대는 회사에 헌신하고 업무 관련 지식을 축적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직원들은 이런 개인적인 투자 덕분에 직장 내에서의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경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제한됐다. 반면 오늘날에는 기업 임원들이 평생 한 조직에 머무는 경우가 드물다. 산업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경력 관리에 대한 책임은 이제 회사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경력 관리를 위해서는 산업 변동성의 거시적 트렌드가 개인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현재의 보직이 새롭고 지속가능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 신중히 검토하고 그동안 쌓아온 경력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



이 글은 파괴적인 산업이 개인에게 가하는 위협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그런 위협을 완화하는 방법을 제안할 것이다. 이 제안들은 전문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들의 경력을 분석한 필자들의 최근 연구 내용을 토대로 도출됐다. 세부적으로는 필자들이 직접 관찰한 결과, 가전제품 제조, 석유가스, 헬스케어, 교육 분야를 연구한 다른 학자들의 분석 자료, 산업 변동성과 경력 유동성을 다룬 이전 연구 결과 등을 분석했다. (‘연구내용’ 참고.)


DBR mini box :연구내용
본 연구를 뒷받침하는 숫자 및 특징들은 다음과 같은 여러 자료를 통해 도출됐다.
1. 기관투자가들이 매년 발표하는 애널리스트 순위
2. 상위 5개의 임원 헤드헌팅 회사(회사 이름은 비공개)가 보유한 임원 고용 데이터
3. 링크트인(LinkedIn)에 공개된 회원 2000여 명의 개인 이력 정보
4. 경력을 전환한 개인 10명과 진행한 인터뷰
5. 기타 공개 데이터


자신이 속한 산업의 변동성 진단하기

개인이 속한 산업의 변동성은 본인의 경력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업계에 일어나는 변화가 많을수록 현재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가치가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개인이 변화를 꾀하기 전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내가 속한 산업의 변동성은 얼마나 클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상황을 진단하는 일이다.

소속 산업의 변동성은 얼마나 큰가? 평균적으로는 모든 산업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컴퓨스태트(Compustat)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1990년대 초에 S&P500에 오른 기업의 70%는 1990년대 말에도 여전히 명단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자 10년 동안 자리를 보전한 기업의 비중이 60% 이하로 떨어졌다. S&P500 명단의 상위 20%에 속한 기업들도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에는 생존율이 71%에 달했지만 2000년대에는 58%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전반적인 트렌드와 별개로 S&P500 기업의 이탈률은 산업별로 차이가 있다. (그림 1)



시장 변동성이 개인의 경력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는 첫 단계는 관련 산업의 전체적인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이다. 파괴의 기습 공격에 아예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없겠지만 업계의 안정성이 비교적 높다면 그 분야와 관련된 전문성을 더 깊이 파면되고 기술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덜 걱정해도 된다.

일례로 가전제품 제조 분야의 경우 선도 기업 몇 개가 시장의 80%를 지배한다. 4 초기 투자비가 상당히 높아 기존 기업들이 파괴적 시장 진입자들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 구입비, 공장 건설비, 원재료비와 기계 등 생산라인 구축비용, 디자인과 기구 제작에도 큰돈이 투입된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같은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들의 대형 가전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안정성은 인적 자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산업별 직원 이직률을 추적한 2015-2016년 보고서를 보면 내구재 제조기업들은 신규 고용 및 이직률이 가장 낮은 업종에 속했다. 5 따라서 이런 업종에서 경력을 쌓는 사람들은 더 시간을 들여 관련 산업에 대한 전문기술과 지식을 심화해도 된다. 그들의 역량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는 징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좀 더 높은 산업에 속한 사람에게 그런 여유는 사치다. 예를 들어, 전문 서비스 분야는 기업의 생존 측면에서 변동성이 가장 큰 산업이다. 일반 기업들이 산업 파괴적 상황에 처했을 때 이런 전문 서비스 회사에 도움을 많이 요청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비스 회사의 강도 높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고객이 변화에 적응한 다음에는 서비스 수요가 금세 가라앉는다.

예를 하나 들겠다. 특정 지역에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는 대형 소매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장을 기획한다. 이런 소매업체들은 해당 지역의 매출 데이터와 지역 주민의 인구통계 정보를 종합해 현지 취향에 맞는 매장 레이아웃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높인다. 6 하지만 이런 잠재적 기회들을 충분히 탐색할 만한 역량이 회사 내부에 없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전문 지식을 가진 컨설턴트들을 고용하면 회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더 확실한 사업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적절한 트렌드를 적용해서 재빨리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내부 역량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소매업체 입장에서 이는 굉장히 훌륭한 접근법이다. 회사 내부에 분석팀을 만들기 전까지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 역량을 공들여 확보한 컨설턴트와 컨설팅 회사는 어떨까?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할까?

예전에는 기업들이 맥킨지, 베인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유명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데이터 수집, 분석적 문제 해결,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종합적이고 맞춤화된 프로젝트를 장기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업들이 내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보다 즉각적으로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단기 컨설팅 프로젝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트렌드는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부티크 컨설팅 회사들이 성행하는 계기가 됐고, 컨설팅 회사들은 너나없이 고객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맥킨지가 지난 15년간 고객사의 기존 분석 작업을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역량 투자를 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유형의 서비스는 100년 이상 특별한 변화가 없었던 낡은 컨설팅 사업 모델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7

한때는 일류 컨설팅 회사 직원이 파트너 자리에 오르려면 고객사와 장기적이고 폭넓은 자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야 고객의 구체적인 어젠다 설정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컨설턴트들은 국소적인 분야에 한해서도 분석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즉각적으로 측정 가능한 결과를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컨설팅 회사 관리자들이 이런 린(Lean) 방식의 가벼운 관계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력한 고객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따르고 파트너로 선정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컨설팅 파트너로 성공하는 데 있어 서비스 제공 방식의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조건이 됐다.

이렇게 혁신이 강조되면서 맥킨지 같은 회사들은 이미 인적 자원을 다양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원래 컨설팅 회사들은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인력을 채용해 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서비스, 데이터 분석, 디지털 서비스같이 상호 보완적 역량을 가진 인재들도 고용하는 추세다. 8 심지어는 이런 상호 보완을 위해 회사 전체를 인수할 때도 있다. 일례로, 맥킨지는 2015년에 제품과 산업디자인에 특화된 루나(Lunar)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런 변화는 컨설팅 업계 직원들이 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직면하고 있는 경력 관리 측면의 기회와 위협을 보여준다. 9

변동성은 어떻게 파악할까? 자신이 속한 산업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면 다음은 변동성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업계에서 벌어지는 역동적 변화가 개인에게 기회가 될지, 위협이 될지 판단할 수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발생하는 변동성의 일부는 산업 간 상호작용이 커지면서 발생한다. 미국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의 투입-산출 데이터로 산업 간 무역 흐름을 분석해 보면 전반적인 경제 활동에서 어떤 두 산업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평균 단계 수는 1998년 70개에서 2008년에는 64개로 줄었다. 10 상호연결성이 커졌다는 것은 개인들이 소속 산업 안에서 발생하는 충격뿐 아니라 다른 연관 산업에서 일어나는 변동성에도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높기로 유명한 석유가스 산업을 생각해 보자. 최근 몇 년간 유가는 사상 최고치와 최저치 사이를 횡보하며 고용 불안정을 초래했다. 1990년대에는 17%였던 석유가스 산업의 임원 이직률은 2000년대에 50%로 급증했다. 또 2015년 이래로 북미 지역의 정유회사 200개 이상이 파산 신청을 했다. 11

떨어진 유가의 파급력은 석유화학 분야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됐다. 유가 하락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 연료는 석유의 대체재이자 식량 생산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옥수수 에탄올의 주요 대안이었다. 그러나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는 7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고,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도 떨어졌다. 12 풍력과 태양력 같은 그린 테크놀로지도 석유 가격이 높아야 유용한 대체재로 제구실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린 에너지 생산자에게 변동성은 산업 내 경쟁으로 인해 촉발되기보다는 산업 밖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은 시장 니즈가 바뀌었을 때 더 적절한 기술을 가진 인재를 고용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시장 선호도가 바뀌거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생각만큼 빨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직원 개개인이 직면하는 리스크의 정도는 시장 변동성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필자들은 한 글로벌 서치펌에서 200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이직한 임원 2034명의 연봉 데이터를 입수했다. 임원들은 다양한 지역, 산업, 경력, 직무에 속해 있었다. 해당 업계에서 일한 근속 연수를 누적 인적 자본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한 결과, 인적 자본 이익률은 그 산업의 변동성과 관련이 있었다. 해당 산업의 선도 기업들이 업계 경쟁으로 인해 높은 변동성을 겪는 경우, 업계에서 일한 근속 연수가 길수록 이직하는 임원의 연봉이 4% 더 높아졌다. 반면에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에서는 경력이 많아도 그에 상응하는 연봉 인상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산업 내부에서 변동성이 발생했을 때 인적 자본의 가치 하락은 기업 가치의 손상 수준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산업 변동성이 높을수록 인력 확보 경쟁은 심화되기 때문에 그 산업에 특화된 역량을 열심히 연마한 개인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외부에서 촉발된 변동성은 개인과 기업 모두에 비슷한 리스크를 준다. 그린 에너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더 저렴한 대체 에너지가 나타나면 그들의 가치는 당연히 침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우 소속 산업에 특화된 역량이 경쟁 기업들, 즉 석유자원을 사용하는 에너지 기업들 입장에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에 속한 개인들도 기업과 똑같은 위협을 받게 된다. 앞서 이직 임원들의 연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른 산업과 연관성이 적은 분야에 종사한 임원들은 업계 근속 연수에 따른 추가 연봉 인상률이 3.8%였다. 하지만 산업 통합률이 높아 외부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되는 분야에 속한 사람들은 경력이 연봉 인상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개인이 파괴 선점하기

안정적인 산업에 안착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며, 본인이 몸담는 동안 업계가 안정적일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개인의 경력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산업 변동성의 초기 징후를 찾아내고, 현재 직장에서 그런 변화에 앞장서고, 개인의 기량을 원하는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을 탐색하고,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이동성이 높은 기량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직장에서 변동성의 조기 징후를 찾고 펀치를 날려라. 어떤 산업에 불어닥친 변동성이 외부에서 기인했든, 내부에서 기인했든 개인이 현재 회사에서 경력 파괴를 주도한다면 앞으로 닥칠 충격들을 막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무방비로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부터 두 가지 사례를 보여주겠다.

먼저 켄의 사례를 보자. 그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투자은행 리서치 부문에서 텔레콤 산업을 담당하는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다. 투자 은행의 주요 고객들은 기업이나 연기금, 개인투자자들 대신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다. 기관투자가가 어떤 주식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자료가 유용하다고 인정하면 그 기관은 해당 투자은행을 통해 주식 거래를 수행하게 된다. 즉, 투자은행이 기관투자가를 위한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애널리스트가 은행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수록 기관투자가가 브로커 은행을 통해 진행하는 투자 규모도 커진다.

2001년에 켄은 닷컴 붐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여겼고 이제 텔레콤 대신 다른 분야를 맡고 싶다고 회사에 말했다. 투자은행에서 애널리스트가 담당 분야를 바꾸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고 성공 확률도 적었다. 회사 경영진은 처음에 주저했지만 2002년 초반 켄의 보직을 항공 및 지상 운송 부문으로 변경했고 그가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공간을 제공했다.

해당 시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켄의 결정이 지혜로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들은 금융 전문 잡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가 매년 주식 애널리스트들의 효용성을 순위로 평가하는 전미리서치팀(All-American Research Team)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봤다. 13 어떤 산업에서 순위에 오른 애널리스트 숫자의 눈에 띄는 변화는 그 분야의 건전성과 변동성의 지표인 동시에 그 분야 인재들이 처한 잠재적 리스크를 나타낸다. 필자들은 분야별로 산업 파괴의 신호가 될 만한 큰 변화들을 살펴보면서 순위에 포함된 애널리스트의 2000년과 2010년 데이터를 비교했다. 수상 애널리스트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고 반복 수상자 수가 가장 낮았던 두 분야가 바로 텔레콤 서비스와 IT 기기였다. 텔레콤 서비스 분야를 분석해 보니 순위에 오른 애널리스트 수가 72%나 감소했고 반복 수상자 수는 6%가 채 안 됐다. 업계 안팎에서 발생한 산업 변동성 때문이었다. 텔레콤 서비스는 닷컴 버블이 가라앉고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휘청대기 시작했고, 특히 전 세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 가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 사이트에 있는 콘텐츠와 주식 애널리스트 랭킹 조사 결과에 포함된 의견을 분석해 보니 2000년대에 최고 주가를 기록했던 텔레콤 회사 대부분이 2010년 이전에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파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텔레콤 기업들이 붕괴되면서 관련 분야를 담당하는 주식 애널리스트들도 피해를 입었다. 켄과 고용주가 그의 담당 분야를 바꾼 것은 분명 현명한 판단이었다.

물론 켄과 같은 경력 전환은 변화를 겪는 개인에게나, 그가 속한 회사에나 도전이 될 수 있다. 직무 전환자는 새로운 학습 곡선을 겪어야 하며, 이는 기존에 가진 재능을 버리고 인내심을 시험하는 과정이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보통 능력이 아주 뛰어난 직원이 리스크를 기꺼이 회사와 나누려 할 때만 이런 변화를 감행한다. 켄은 필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담당 산업을 변경하면서 경제를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켄의 직무 전환은 투자은행에 장기적으로 분명 가치를 창출했다.



두 번째 사례는 월스트리트의 또 다른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는 데이비드의 이야기다. 그는 켄보다는 약한 변화를 겪었다. 은행에서 헬스케어 기술 분야를 맡고 있던 데이비드는 2002년 제약 분야로 담당 영역을 좁혔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도전도 하고 시가총액이 훨씬 높은 분야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투자은행도 당시 그 자리의 적임자를 가능하면 내부에서 찾고 있던 참이었다. 회사는 데이비드가 새로운 담당 분야와 관련된 복잡한 지식을 배우는 동안 지원 활동을 하며 보직 전환을 도왔다.

데이비드는 제약 분야의 학습 곡선이 매우 가팔랐고 실패 위험도 있었지만 ‘지적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데이비드가 언급했던 “2002부터 2009년까지 제약산업에 불어닥친 엄청난 사업 부진”과 기대보다 훨씬 더 컸던 산업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보직 전환은 결과적으로 개인에게나 회사에 도움이 됐다. 데이비드는 헬스케어 산업이라는 동종 분야 안에서 보직을 변경했으므로 기존 지식은 물론 회사에서 입증된 실적과 능력도 이용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수천 명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명단에서 켄과 데이비드는 담당 분야 최상위에 올라 있었다. 이들은 담당 산업을 바꾼 후에도 최고 순위에 오르는 데 성공한 극소수 애널리스트들에 속했다. 켄은 텔레콤 분야 애널리스트 가운데 2위였는데 항공과 지상운송 분야로 이동한 후에도 2위를 차지했다. 데이비드는 헬스케어 기술 분야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제약 담당으로 보직 변경 후에는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렇게 최고의 성과를 이룬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자기 주도적이고 선제적인 경력 파괴가 있어야 본질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켄과 데이비드는 같은 직장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은 후에도 충분히 최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직무 전환자들이 소속 산업의 변동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더 극적인 변화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

개인의 기량을 동종 업계 다른 기업에서 활용하라. 변동성에 따른 경력 이동을 꼭 자발적으로 주도하지 않더라도 같은 분야에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의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한때 6대 대형 회계법인 중 하나였지만 2001년 엔론 사태가 터지면서 급격히 축소됐다. 그런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서앤더슨의 많은 특A급 직원들은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회사에 무사히 안착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회계 서비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엔론 사태로 인해 보고해야 할 추가 자료들이 생겨서 회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더 커졌다. 아서앤더슨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직원들은 경쟁사였던 회계법인에 둥지를 트기도 했고, 더 작은 회사로 옮겨 회계 일을 계속하기도 했다. 14 실제로 회계사무소들의 개별 생존율은 높지 않았지만 회계 산업의 전반적 고용률은 높았다. 회사가 문 닫아 직장을 잃은 직원들도 개인이 가진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생존 기업에 흡수될 수 있다는 의미다. 15

이번에는 브리짓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현재 건강보험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있는 그녀는 정량적 재무 분석과 헬스케어라는 두 분야에 걸쳐 직무 역량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조합이면 분명히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제너럴리스트로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브리짓은 산업 변동성이 자주 발생하는 의료서비스 기관과 의료보험회사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조직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래 처방약을 유통하는 회사에서 관리직을 맡고 있었는데 경영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경영진이 여러 가지 인수 전략을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죠.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또 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겐 헬스케어사업의 재무 분석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었고 그 정도면 헬스케어 컨설팅이나 보험회사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브리짓이 다니는 대형 의료보험 회사는 의약품을 유통하는 대형 소매 체인과 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기업 인수로 인한 불확실성에 또 한 번 직면한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회사에서 여러 자리를 거치면서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지식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만 쓸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직원으로서 개인의 가치가 단지 한 회사에만 묶여 있다고 여긴다면 위험한 일입니다. 조직 개편으로 직장 생활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잘못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옵션이 있다고 편안하게 생각하면 현재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관리자적 시각을 갖게 됩니다.”

산업 전반에서 당신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하라. 월스트리트에 있는 기업들은 특정 산업과 기업에 특화된 지식을 가진 애널리스트도 많이 고용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지식을 가진 애널리스트들도 찾아 나선다. 규제 동향, 중소기업, 양적 노하우, 포트폴리오 관리, 경제, 회계 분야의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들을 말한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애널리스트 순위를 보면 이 6개 분야 중 5개에서는 2000년 대비 2010년에 직원 보유율이 적어도 25% 더 높았다. 회계 분야만 25% 선을 넘지 못했다. 또한 6개 분야 중 4개는 순위에 오른 애널리스트의 수가 증가했다. 16

이런 유형의 애널리스트들이 산업 변동성에 면역력을 갖게 되는 이유는 그들의 전문성이 서로 연관되지 않은 일련의 다양한 기업에 폭넓게 수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경제와 포트폴리오 관리에 전문성을 둔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지식을 통화 시장부터 전력 회사까지 여러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다. 거시경제 동향이 가리키는 것들을 이해하고 최신 정량조사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도 이런 능력에 포함된다. 응용 회계 분야에 박식한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산업에서든 관련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센옉이라는 애널리스트는 2009년부터 회계 분야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등급평가 회사 6곳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재무 실적에 따라 기업 등급을 평가하는 전문성을 갖고 있고 이런 능력은 다른 산업에서도 리스크가 높은 투자를 판별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17

제너럴리스트에 속하는 애널리스트들이 가진 이런 기술들이 고유하다고 인식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특정 산업에 관한 전문 지식을 깊이 있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애널리스트만큼 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반적 지식들은 서로 연관되지 않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산업 변동성의 변덕 아래서 더 강한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방법이 모두에게 적합하지는 않겠지만 파괴 세력에 맞서 개인의 위기를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옵션은 될 수 있다. 창의성과 재교육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다.

여러 산업을 아울러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이런 원칙이 전문 서비스 분야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미셸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공립 초등학교에서 6년간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교사란 직업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미셸은 결국 자신의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교사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학교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교육 분야로 이직에 성공했다. 그녀는 현재 지역 은행에서 솔루션 기반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설계하는 교육 담당자로 일한다. 미셸은 원래 자신의 사업가적 재능을 발휘하고 싶었는데 새로운 직무는 그런 바람에 딱 맞고 관련 경력을 발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애초에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현재 저는 창의성과 혁신을 도모하는 환경에서 동료들을 가르치고 훈련할 수 있게 됐어요.”

산업 변동성은 종종 기업의 생존을 논할 때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하지만 변동성은 그런 산업에 종사하는 임원과 관리자 모두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 즉, 산업 변동성을 인지하고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현명한 경력 관리의 핵심이 된다. 조직의 강점에 안주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는 개인도 마찬가지다. 승리에 취해 있으면 늘 위험이 따른다.

분명한 동기가 생겼다면 자신이 속한 산업의 변동성을 진단한 다음 그런 변동성이 업계 안팎의 어떤 힘에 의해 발생했는지 직접 분석해 보라. 그다음 할 일은 당연히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속한 업계나 회사 내부에서 작은 변화를 꾀할 것인지, 아니면 분야 자체를 변경할 것인지는 변동성에 대한 진단 결과, 개인의 경력 목표, 그리고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산업 변동성은 회사가 걱정해야 할 문제이며 개인이 주도적으로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은 너무 순진한 태도다. 일단 해야 할 일은 개인이 속한 산업과 직장에 현재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조만간 발생할 것 같은 변동성을 폭넓은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이 작업에 착수할 것을 권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담당하는 리처드 P. 채프먼(Richard P. Chapman) 후원 교수이자 HBS 젠더 이니셔티브(HBS Gender Initiative)의 협력 교수로 마이클 슬린드(Michael Slind)와 함께 『Talk』를 집필했다. 휘트니 존슨(Whitney Johnson)은 베스트셀러인 『Build an A-Team』과 『Disrupt Yourself』의 저자로 8년간 기관투자가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애널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에릭 린(Eric Lin)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행동과학과 리더십을 담당하는 조교수로 인적 자본과 인재 관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301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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