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경영 찾기

중요한 건 ‘최고’가 아닌 ‘최적’의 가치

271호 (2019년 4월 Issue 2)

양평역에서 수서역까지 환승 한 번 포함해 전철로 한 시간 반, 수서역에서 울산역까지 고속철로 두 시간. 그런데 울산역이 도심에서 멀어 이것까지 감안하면 총 다섯 시간에 육박하는 이동시간. 사는 곳이 양평이라 울산 출장은 늘 그렇게 다녔습니다. 비행기를 타도 공항까지의 이동과 항공 수속 등을 감안하면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고속버스도 있습니다. 양평에서 서울고속터미널까지 한 시간 반, 울산까지 네 시간이니 역시 다섯 시간을 넘어갑니다. 물론 비용은 비행기, 고속철, 고속버스 순으로 저렴해집니다. 그러다 발견한 또 다른 대안. 양평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갈아탈 일 없이 한 번에 쭉 가는 루트입니다. 고속철이 아닌 무궁화호라 소요시간은 근 여섯 시간. 대신 태화강역은 도심에 있으니 울산 내 이동도 간편한데다 비용은 여타 교통편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네 가지 교통수단 중 울산 출장에 있어 최고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이번 글의 골자입니다.

흔히들 경영을 전쟁에 비유합니다. 자고로 시장이란, 적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전쟁에서의 승자는 단 하나입니다. 그러니 적을 무찌르는 데 혈안입니다. 하지만 경영에서 이야기하는 경쟁은 경쟁자를 물리치는 게 아닙니다.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겁니다. 적만 때려눕히면 승리할 수 있는 전쟁과 달리 기업 경영은 다원적이고 다층적입니다. 적을 이긴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라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고객이란 사람들도 십인십색입니다. 같은 백팩이지만 누구는 ‘이스트팩’을 좋아하고, 누구는 ‘잔스포츠’를 사랑합니다.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지만 ‘유니클로’의 실용성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라’의 패션 감성을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는 빨라서 좋아하고, 누구는 저렴해서 좋아합니다. 심지어 느려서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크루즈 유람선이 그렇습니다. 판타지와 로망을 만끽하려 탄 배이니 쏜살같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안 되는 겁니다. 75억 명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니즈를 가진 게 고객입니다. 이러니 획일적 기준에 따른 최고의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 아닙니다. 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적확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이기는 겁니다.

어느 항공사가 경쟁사를 압도하기 위해 무료 기내식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객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경쟁사들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너도 나도 앞다퉈 무료 기내식을 도입합니다. 고객 감흥은 자연스레 떨어집니다. 비용은 더 들어갔음에도 고객의 충성도는 올라갈 줄 모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요? ‘최고’를 지향하는 경쟁은 이처럼 소모적입니다. 승자가 없는 제로섬게임일 뿐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요컨대, 양평에서 울산으로의 이동수단에 ‘최고’의 선택은 없습니다. ‘최적’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시간이 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비행기를 고를 테고,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 당기는 사람이라면 고속버스를 택할 겁니다. 환승을 번거롭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무궁화호를 선택할 것이고, 적절한 가성비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고속철이 정답입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기준으로 저마다의 선택을 할 겁니다. 게다가 같은 사람의 선택도 매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상황은 다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그 선택 또한 매번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전략’을 생각합니다. 전략은 경쟁에 직면한 조직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방법입니다.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경쟁자보다 더 나아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경쟁자와는 다른 나만의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모방은 비용효율성이 가장 떨어지는 경쟁방식입니다. 1등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제대로 된 경쟁전략은 남과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겁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나의 링에서 나의 룰로 싸워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TV 속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던지는, ‘캐릭터가 겹친다’는 푸념입니다. 나만의 독창적 캐릭터가 희석된다는 얘기입니다. 차별화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경쟁은 ‘이기고 지고’의 스포츠와 다릅니다. ‘좋아하거나 안 좋아하거나’의 문화예술을 닮은 게 경쟁입니다.

정리합니다. ‘평균적인 고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가는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깁니다. 중요한 건 ‘최고’가 아니라 ‘최적’의 가치입니다. 모방이 아니라 차별화를 위한 혁신이, 그래서 관건입니다. 나만의 고유한 가치로 빚어내는 고객행복! 전략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필자소개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4호 The Centennial Strategy 2020년 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