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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라스베이거스 현장 리포트

올해 ‘디지털 5대 트렌드’에 주목하라

김지현,황태호 | 266호 (2019년 2월 Issue 1)
1월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는 세계 150여 개국에서 4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매년 기세등등하던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 여파로 조금 참석이 줄었지만 전시회의 열기까지 식힐 정도는 아니었다.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 산업 본격화 ▲5G(5세대) 시대 개막 ▲로봇 대중화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율주행 기술 확산 등 2019년을 달굴 키워드에 맞춰 저마다의 키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CES의 주인공 AI, 서비스가 아닌 삶을 혁신한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AI는 마침내 CES의 완벽한 주연 자리를 꿰찼다. AI는 어떻게 설계되는가? AI는 인간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까? CES 2019에서는 AI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답이 쏟아졌다.

개막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 중 활용되는 데이터는 겨우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단순히 확보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내는 게 결국 디지털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지만 지금까지 수집이나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던 ‘딥 데이터(deep data)’의 활용법을 제시했다. 로메티 회장이 소개한 ‘글로벌 고해상 기상예측시스템(GRAF)’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설치한 기상관측소에서 수집된 정보에 머물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공기 센서 등에서까지 정보를 끌어모은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IBM의 AI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된다. 10∼15㎞ 거리 기준으로 6∼12시간마다 예측값을 제공했던 기존 기상예보 모델과 달리 3㎞ 미만 해상도의 정보를 매시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IBM은 또 세계 최초로 인간과 ‘유의미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 ‘스피치 바이 크라우드(Speech by Crowd)’를 선보였다. 이 플랫폼은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인간과 토론을 벌여 화제를 모았던 AI 모델 ‘프로젝트 디베이터(Project Debater)’의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찬반 논쟁이 가능한 주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표출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집한 뒤 자동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구성한다. 디지털 세상 전체가 논리 구조로 이뤄진 점을 감안한다면 AI 디베이터는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를 꺾었던 ‘알파고’ 이상의 충격을 안겨줄 수도 있다.



IBM뿐만이 아니다. CES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전자업체들도 AI로 인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AI 스피커 ‘갤럭시 홈’은 집 안에 있는 모든 가전기기를 제어하는 디지털 집사로 진화했다. 기존 스마트 홈이 음성 명령을 전달해 디지털 기기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면 ‘갤럭시 홈’은 화면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이번 주 날씨를 알려줘”라고 하면 AI 스피커가 줄줄이 날씨를 불러주는 대신 스마트 TV 화면을 통해 한눈에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집 안에서 명상을 할 때는 음성 가이드뿐 아니라 스마트TV가 정확한 동작을 보여줘 시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AI 기술을 활용한 ‘인지노동(cognitive labor)’에서의 해방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대량의 정보 사이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내려야 하는 인지노동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얼마나 자주 세탁기를 돌리는지, 언제 주로 청소를 하는지 등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AI가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고객에게 제안한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AI를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라고 정의했다.

5G, 미래 기술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5G 통신 덕분에 자율주행자동차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원격 진료와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영역은 빠르게 보편화될 겁니다. 5G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꾸고,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주는 셈입니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가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던진 핵심 메시지였다. 베스트베리 CEO는 에릭슨을 거쳐 지난해부터 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통신업계 최고의 ‘구루’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5G를 적용한 무인항공기(드론), 의료 서비스의 미래를 선보였다. 버라이즌 자회사이자 드론 전문 기업인 스카이워드의 머라이어 스콧 CEO는 찬조 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이날 버라이즌이 100만 개의 드론을 5G 네트워크에 연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기술 기업인 메디비스는 5G 기반의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외과 수술을 할 때 개복 범위와 수술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서비스들이 이뤄지려면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할 데이터가 워낙 크다. 또 ‘실시간’ ‘실감’이라는 요소가 워낙 중요해 한순간만 끊겨도 서비스를 현실화할 수가 없다. 4G에 해당하는 롱텀에벌루션(LTE) 통신으로는 구현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5G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0기가비트(Gbps). 기존 LTE 대비 20배 넘게 빠르다. 데이터 송수신 지연 시간은 0.001초가 채 안 된다. 반경 1㎞ 이내의 통신기기를 100만 개까지 동시 연결할 수도 있다. ‘꿈의 통신’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한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5G × 차세대 엔터테인먼트’를 테마로 한 공동 부스를 차려 ‘소셜 VR × 에브리싱’과 ‘홀로박스’ 등 차세대 미디어 기술들을 전시했다. 소셜 VR × 에브리싱은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VR 속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른 참여자와 함께 노래 부르기 등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의 VR 공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홀로박스는 홀로그램과 SKT의 AI 플랫폼 ‘누구’를 결합한 것으로, 관람객이 말을 걸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아바타가 진짜 사람처럼 대화에 응하는 서비스다.

통신용 칩세트 기업들에도 5G는 생존권이 달린 전쟁터다.

현재까지 5G 통신용 모뎀 칩세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인 퀄컴은 ‘더 리얼 5G(The real 5G)’라는 대형 전광판으로 위세를 떨쳤다. 퀄컴은 CES 2019 개막 하루 전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고 자사의 5G 모바일 플랫폼 ‘스냅드래곤 855’와 5G 모뎀 ‘스냅드래곤 X50’이 올해 나올 30여 개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이 밖에도 올해 출시되는 5G 모바일 기기 대부분에 퀄컴의 5G 솔루션을 탑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퀄컴은 전시장 전체를 5G로 꾸미면서도 기술에 대한 과시에는 별 뜻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경쟁사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이런 전시 전략은 “5G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현재 유일한 칩세트 제조사인 퀄컴은 그 맹주”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로 떠올랐다가 미국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중국 화웨이는 ‘5G 부재(不在)’로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화웨이는 LVCC 센트럴홀에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확보했지만 TV, 4G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만 전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5G 통신장비는 없었다. 미국이 자신들을 집중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똑똑해진 로봇, 일상으로 들어오다
175㎝의 키에 팔다리와 손은 물론 손가락까지 사람과 같은 열 개다. ‘그’는 냉장고를 열고 콜라를 꺼내 들더니 두 발로 걸어가 앉아 있는 ‘주인’에게 공손히 콜라를 가져다준다. 잠시 후 외출하려는 주인에게 “저녁에 비가 온답니다. 우산 챙기세요”라는 말과 함께 우산을 건넸다. “집 잘 지키고 있을게요”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7년 차 로봇 기업 유비테크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사람 형태를 본뜬 로봇) ‘워커’의 시연 모습이었다. 무대를 주시하던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CES 2019는 ‘로봇 경연장’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신제품을 쏟아냈다. 대기업들은 전자, 자동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로봇 제품을 들고나왔다. ‘AI·로보틱스’ 존에는 100여 개 로봇 전문 기업이 줄잡아 1000종에 가까운 로봇을 공개했다.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에도 로봇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AI와 5G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 역시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됐다. 유비테크가 지난해 CES에서 첫선을 보인 워커는 당시만 해도 손가락은커녕 팔도 없는 반(半)휴머노이드 로봇에 지나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에 인간의 손동작까지 완벽하게 따라 하게 됐다.

일본 도요타는 자국 통신사 NTT도코모와 협력해 2017년 말 첫선을 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T-HR3’에 5G 통신망을 연결했다. 10㎞ 떨어진 거리에서도 완벽한 조작이 가능한 게 특징.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을 중심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반려 로봇’도 AI를 장착해 더 똑똑해졌다. 일본 스타트업 그루브엑스는 펭귄을 닮은 로봇인 ‘러봇(Lovot)’을 내놨다. 얼굴 인식 기능을 담아 최대 1000명까지 서로 다른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 안거나 만지는 행동도 감지할 수 있어 사람이 러봇에 보이는 태도를 파악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사람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러봇은 다른 행동을 한다. 미국 스타트업 조틱에이아이(Zoetic AI)의 애완용 로봇 ‘키키’는 주인이 슬픈 표정을 지으면 흥을 돋우기 위해 경쾌한 음악을 틀거나 춤을 추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 토룩의 ‘리쿠’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형태로 더 친근감을 준다.

로봇 기업들 중 압도적인 다수는 중국에서 왔다. 전동수 토룩 대표는 “막상 현장에 와 보니 로봇관은 중국의 독무대 같다”고 전했다. 중국의 로봇 스타트업들은 ‘로봇 굴기’를 표방하는 정부가 무상 지원하는 땅을 이용하고 보조금을 받는다. 부품, 공장 등 제조 인프라도 풍부해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제품이 바로 나올 정도라고 한다. 글로벌 업계에서 “이미 저가 시장은 중국에 모두 빼앗기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다만 중국 기업들이 내놓은 로봇들은 유비테크를 비롯한 소수를 빼면 수준이 높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CES가 로봇이 메인테마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예고하는 ‘서막’으로 평가하고 있다.



“혁신은 여전히 진행 중” 끝나지 않은 TV 전쟁
몇 년 전만 해도 TV 업계에는 유행하는 기술이 있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양자를 나노미터 단위로 주입한 반도체 결정)’ 등이 그런 계보다. 하지만 올해는 메이저 업체들이 완전히 다른 차세대 기술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를 지킨 삼성전자는 100인치에 육박하는 초대형 ‘QLED 8K’ TV로 승부수를 던졌다. QLED 8K는 퀀텀닷 기술에 8K(7680×4320) 해상도를 접목했다. 기존 고화질(풀HD) 대비 16배, 초고화질(UHD)보다 4배 많은 3300만 개 이상의 화소를 배열한다. 화면이 커져도 화질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선명하다. OLED에 주력하고 있는 LG전자에 비해 삼성전자가 TV ‘대형화’에 유리한 이유다.

일반 소비자가 주로 접하는 콘텐츠 화질은 현재 2K, 4K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8K TV로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것은 AI 기반 화질 개선 프로세서 덕분이다. 이번 신제품은 업계 최초로 HDMI를 통해 8K 콘텐츠를 전송하는 ‘HDMI 8K 60P’ 규격을 탑재했다. 또 기존 네트워크망을 그대로 이용해도 고화질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만든 고효율 압축 ‘AI 코덱’을 적용했다. 고객들이 집에서 8K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TV 화면의 끝없는 개선은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에 애플과 디즈니, AT&T 등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콘텐츠 업계는 TV 업체와의 동맹을 늘려 가입자 수 확대에 여념이 없다. 콧대 높기로 유명하던 애플도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 TV에 아이튠스 등 자사 콘텐츠 플랫폼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의 히든카드는 세계 최초 ‘롤러블(rollable·둘둘 말 수 있는)’ TV였다. TV를 시청할 때에는 화면을 펼치고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는, 전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다.

평상시에는 고급 오디오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사각 모양 스피커 박스 형태다. 작은 가구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 어디에 놓아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했다. 거실 창문 앞에 두고서 평상시엔 전망을 즐기다가 TV를 볼 때만 펼쳐서 65인치 화면으로 쓸 수 있다. 날씨, 음악, 시계 등을 위젯 형태로만 활용하려면 화면 일부만 남겨놓을 수도 있다. 화면이 완전히 내려간 상태에서는 강력한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다. AI 프로세서 ‘알파9 2세대(α9 Gen 2)’를 탑재해 최적의 화질과 음질을 찾아준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로 이름 붙여진 이 제품은 전시회 개막 후 외신이나 관람객들 사이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포브스는 “더 이상 대형 TV가 거실의 중앙을 차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LG가 이런 경쟁에서는 이긴 것 같다”고 극찬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롤러블 TV를 CES 2019에서 공개된 가장 말도 안 되고 멋진 전자기기로 꼽으면서 “억만장자나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올해 필수 아이템”이라고 추천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영화관’으로 만들어줄 자율주행
CES에 ‘모터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참가가 많아진 건 3∼4년 전부터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올해 CES는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 등의 기술 자체보다는 이들이 그려나갈 미래의 모습에 더 주목했다. 그동안 ‘관념적’이었던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상이 점점 ‘현실화’가 되면서 인간의 삶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현대자동차가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1000만 운전자가 커넥티드(차량 간 연결) 통신으로 연결된 미래’로 요약된다. 커넥티드카 기술은 차와 차를 통신으로 연결해 교통사고 정보나 도로, 날씨, 주변 환경 데이터를 공유한다. 이를 자율주행과 적용하면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성이 훨씬 높아진다.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 가입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차종에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인도, 브라질,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에 빅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커넥티드의 핵심은 통신이지만 결국은 데이터 처리 속도나 분석 능력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아우디 차량 뒷좌석을 3D 영화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동차의 목적성을 이동 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두겠다는 것이다. VR 안경을 끼고 뒷좌석에 앉으면 각종 영화와 게임 화면이 나타난다. 차량이 우회전하면 VR 콘텐츠 속 우주선도 우회전하고, 차량이 속도를 내면 우주선 속도도 빨라진다. 아우디는 글로벌 콘텐츠기업인 월트디즈니와 함께 실내 VR 콘텐츠인 ‘마블 어벤져스: 로켓 레스큐 런’을 제작했다. 자동차가 아니라 우주선 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콘텐츠다.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도 ‘움직이는 영화관’을 표방한 컨셉 카를 선보였다. 소재는 영화 배트맨이다. BMW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5를 개조한 이 컨셉 카는 배트맨의 고향인 고담시를 가상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율주행차가 사람들의 시간 활용 방식을 바꿔줄 것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콘텐츠 기업으로서는 운전자들의 이동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면 거대한 시장이 추가로 생기게 된다. 자율주행 부문에 투자를 아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CES 2019는 지상 위 자율주행에만 머물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또 다른 미래 기술의 등장 덕분이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헬리콥터 제조사인 벨과 함께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 택시 ‘벨 넥서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대형 프로펠러 여섯 개가 달린 헬리콥터 형태로 최다 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한 시간 동안 240㎞를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5년 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BR mini box: ‘세계 최초’ 타이틀 가져간 중국 로욜

지난 수년간 중국 전자업체들의 전략은 ‘카피캣’에서 ‘패스트 팔로어’로 바뀌어왔다. 중국의 현재는 다르다. 기술 추격을 넘어 곳곳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CES 2019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부스 중 하나는 중국 스타트업 ‘로욜’의 전시장이었다. 로욜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등 대기업들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먼저 폴더블폰 ‘플렉스파이’를 출시한 유니콘 기업이다.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여전히 ‘허접한 기술’이라는 비난과 ‘스타트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혁신’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리지만 이 회사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로욜의 부스를 직접 찾기 전까지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반짝 뜬 중국 회사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막연한 생각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바뀌었다. 첫째, 대부분 직원이 미국인인 점, 둘째, 플렉스파이 외에 자체 로봇과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핸드백 등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기술력을 뽐내고 있었다. 홍보담당자인 앤드루 윌은 “로욜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회사다. 본사는 캘리포니아 프레몬트와 중국 선전에서 나눠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욜은 빌 리우 대표 등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 동문인 30대 중국 청년 3명이 2012년 설립했다. 이들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쌓은 모든 기술 역량을 ‘플렉시블’ 부품 개발에 집중했다고 한다.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얇은 0.01㎜ 두께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뒤 1년 만에 약 2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라 여겨진다. 창업 3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다.

창업자 중 한 명인 웨이펑 부사장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쓰고 있는 제품이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플렉스파이를 꺼내 보였다. 플렉스파이는 화면이 바깥쪽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형태의 제품이다. 뒷면 한가운데에 주름이 잡힌 것 같은 모양의 긴 경첩이 달려 있어 화면이 자유롭게 접혔다 펴진다. 반으로 접으면 양복 주머니 안에 들어가는 일반 스마트폰 크기지만 펼쳤을 땐 7.8인치 대화면 태블릿PC로 변신한다. “플렉스파이는 200만 번 넘게 접었다 펼 수 있습니다.” 웨이펑 부사장의 설명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필자소개
김지현 동아일보 기자 jhk85@donga.com 
황태호 동아일보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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