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디자인과 경영

좋은 디자인은 ‘분위기’로 설득한다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문디자인은 상품의 특정 기능이나 모양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의미를 제안하는 창의적인 작업을 의미한다. 여기서 의미란 상품이 소비되고 경험되는 공간의 맥락과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다. 조명을 가구로 승격시킨 아르테미데, 주방을 놀이공간으로 만든 알레시 사례는 디자인이 일상적 경험의 의미를 바꿔놓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블 영화와 디즈니월드는 신화적 혹은 동화적 세계를 창조하고 공감을 얻음으로써 디자인의 영역을 확대한 사례다.


아르테미데, 빛의 ‘의미’를 디자인하다
1972년 이탈리아의 조명기구 업체 아르테미데(Artemide)는 ‘티지오(Tizio)’라는 스탠드 타입의 조명기구를 출시했다. 당시 스탠드 타입 조명기구는 공장에서 작업을 돕기 위해 빛을 비추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고 모양도 투박했다. 반면 티지오는 가느다란 막대기만으로 연결한 날렵한 형태로 집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조명기구가 단순히 빛을 비추는 도구가 아니라 가구로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가구조명’이라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티지오 디자인의 등장 이후 스탠드는 일상생활에서 가구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르테미데의 디자인 혁신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사용자의 기분과 필요에 따라 빛의 색상과 톤을 조절할 수 있는 ‘메타모르포시(Metamorfosi)’라는 상품을 내놓았다. ‘메타모르포시’란 ‘탈바꿈’이라는 뜻으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꿈으로써 사용자의 기분을 바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업무에 지쳐 돌아온 샐러리맨에게는 위로의 분위기를 제공하고,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에게는 낭만의 무드를 연출하는 식으로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공간의 느낌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다. 티지오가 가구조명이었다면 메타모르포시는 ‘공간조명’으로 가구조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이노베이션』의 저자이자 기업전략혁신 프로젝트회사 설립자인 로베르토 베르간티 교수는 아르테미데의 성공 요인을 “의미 창출 디자인을 통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테미테는 조명기구에 가구나 분위기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조명기구의 사용 영역을 공장에서 집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세계적인 조명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베르간티 교수가 얘기한 ‘의미 창출’에서 과연 의미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의미’의 의미에 대한 분석은 경영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다. 디자인 혁신을 하는 데 있어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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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분위기로 설득한다

1. 디자인은 의미의 제안과 설득
우리는 창문 밖에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보면서 비가 온다고 말한다. 또 시원하거나 우울하다, 혹은 상쾌하거나 찝찝하다고 여긴다. 따뜻한 차를 떠올리기도 한다. 비는 화학적으로 H2O이고 투명하며 창문에 떨어지고 심한 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과학적 성분이나 현상으로 비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비를 떠올리는 것은 비가 나에게 준 의미다. 의미는 이처럼 과학적이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가깝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물리적 형태 이전에 자신만의 하나의 의미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나무, 바람, 하늘, 구름 등 풍경 안에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간다. 디자인이란 이러한 의미 세계에 사는 인간에게 새로운 의미들을 인위적으로 제공하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베르간티가 말한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제안한다는 것이다.

의미의 제안은 상품에 담긴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공용 화장실 남성 소변기에 벌레 그림을 그린다거나 소변기 바닥의 턱 받침 모양을 발 모양에 맞춘다거나 하는 것은 남성들을 소변기에 다가가게 만드는 의미 제안 방식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모두 남성들이 소변기를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데 있다. 이처럼 좋은 디자인에는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의미를 제안하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설득은 분위기 조성에서 시작
누군가를 설득할 때 논리적인 설명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논리적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선 설득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 장이 마련돼야 설득을 위한 설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도 이전에는 말하지 못하고 설득이 불가능했던 사건들이 공감의 장이 마련되자 한순간에 들불처럼 범지구적인 운동으로 번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을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분위기’라고 개념화했다. 1

실제로 우리의 일상 경험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항상 어떤 분위기에 놓여 있다. 지루함·기쁨·슬픔·불안·권태·무감각 같은 분위기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없애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에게 분위기는 늘 주변의 상황과 맞물려서 다가오고, 그러한 분위기 안에서 대상을 판단하고 이해한다. 기쁨의 분위기 안에서 빗소리는 음악같이 들리지만 슬픔의 분위기 안에서는 울음처럼 다가온다. 이렇듯 인간이 어떤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상당 부분 자신이 처한 분위기에 의존한다. 분위기란 단순한 감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삶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3. 분위기가 ‘의미’가 되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조명·가구·식기·예술품 등의 사물과 자신이 관계 맺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느낀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따라 행동한다. 이러한 인간의 행동 방식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분위기가 순간순간 변하는 단순한 인간의 감정이기 이전에 우리의 관계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어떤 기분 상태(상황)에서 조명의 빛을 보느냐에 따라 그 조명과 실내에 대한 느낌과 이해가 달라진다. 그래서 조명은 단순하게 빛을 비춰 사물을 보이게 하는 단순한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명은 인간이 마주하고 싶은 분위기를 결정하는 배경의 역할까지 겸한다. 아르테미데의 티지오와 메타모르포시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탈리아 주방용품 전문 기업인 알레시(Alessi)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알레시 주전자 9091과 9093은 물이 끓으면 소리를 내는 분위기를 디자인했다. 물이 끓는다는 ‘신호’를 주전자가 노래한다는 ‘상징’으로 바꿔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2

알레시는 주전자를 물을 끓이는 기능적 도구에서 놀이와 재미의 도구로 다시 디자인했다. 주방 공간을 재미와 놀이의 도구들이 공존하는 분위기의 장소로 바꾼 것이다. 이 상품에 의해 분위기가 전환된 주방은 더 이상 가사와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놀이터, 즉 놀이의 공간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전자 하나로 그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의미를 담은 디자인이 공간을 어떻게 다른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새로운 의미를 제안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 구글 글라스는 사람들에게 기억의 의미를 일상 속에 저장하고 언제든 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를 제안했다. 눈의 허락도 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대상의 정보를 끊임없이 띄워놓는다. 3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기억의 의미를 주변에 저장해 두길 원하지 않았다. 사람의 기억은 어렴풋이 떠올리는 것이지 저장해 꺼내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 글라스는 정작 자신들이 설득하려 했던 기억의 의미와 분위기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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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도, 충격적인 스토리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단지 지나온 시대의 일상을 다시 꺼내 보여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그 시대의 추억과 의미를 제대로 복원시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한 근본적 요인은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살았던 공간에서 경험한 추억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리움과 추억, 즉 ‘향수’는 특별한 설득 작업 없이도 이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단순히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세트장이나 소품을 사용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삐삐·워크맨·88년 서울올림픽·HOT에 열광하는 팬클럽의 모습 등 지금은 경험하기 어려운 당시의 일상을 재현함과 동시에 사람들을 보편적으로 끌어당기는 연애 요소를 더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공감된 상황과 풋풋한 첫사랑과의 결혼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제안한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흘러간 시절에 경험했던 분위기에 설득당할 준비가 돼 있다. 왜냐면 향수의 분위기 안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체험이 이미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경험한 특정 시절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의 정합성과 설득력만 가지고도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향수를 동반한 설득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MCU, 신화 세계를 디자인하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는 사람들에게 현대적 신화 세계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화려한 CG와 액션 등 영화 특유의 재미와 다양한 볼거리를 더했다. 필자는 MCU의 성공 요인으로 신화 세계부터 이어진 인간의 근원적 정서의 분위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캡틴아메리카·아이언맨·블랙팬서 등 각각의 영웅 캐릭터에 부여한 데 주목한다. 이런 영웅 캐릭터에 많은 이가 공감했기 때문에 MCU는 성공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MCU는 마치 신화처럼 영웅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의미와 가치들을 전하고자 했고 사람들이 이에 공감한 것이다.

신화는 인간의 역사 이전부터 존재해온 사유의 근본적인 형식들을 무의식적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신화적 사유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힘을 가진다. 한 예로 여행할 때 신전·사찰 등 신화적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것은 신화가 그 지역의 문화적 분위기를 상징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신화가 반복적으로 영화·게임·소설 등에 사용되는 것은 신화가 가진 사유의 영향력을 반증한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스 신화를 통해 끊임없이 떨어지는 돌을 지고 오르는 부조리한 인간의 삶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조리함에 대한 괴로움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 정신에 대한 찬탄이 존재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는 세상의 환희를 경험했으나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슬픔을 보여준다. 이렇듯 신화는 인간을 넘어선 초월적 세계와 더불어 인간 삶의 흥망·굴곡을 함께 보여준다. 이것이 신화에 담긴 인간 삶의 근본적 분위기다.

MCU의 작품에도 신화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다. 자신들만의 우주관(세계관)이 있고, 그 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영웅들을 탄생시킨다. 영웅들은 각자의 특별한 탄생 이야기가 있으며 서로의 가치와 이해에 따라 대립하기도, 화해하기도 한다. MCU가 만든 영화 ‘캡틴아메리카(시빌워)’는 제모가 가족의 죽음에 복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복수 과정에서 불행히도 블랙팬서라는 영웅의 아버지가 죽게 되고 또 다른 복수로 이어진다. 또 캡틴아메리카와 우정을 나누는 버키가 과거에 아이언맨의 아버지를 살해하는 등 영웅들 간의 복잡하고 비극적인 갈등 구조도 등장한다. 초월적 능력을 가진 영웅 세계에서도 인간 세상 또는 신화 세계와 마찬가지로 비극적 운명이 존재하고, 그런 운명을 피해갈 수 없는 비극적 삶을 암시한다. 영화 속 갈등은 자유·복수·우정·용서라는 인간에게 가장 고전적인 의미를 갖는 가치들이다.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도 인간들의 방식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초월적 능력으로 인해 갈등은 더 복잡해질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일지라도 인간적 가치 충돌을 뛰어넘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갈등을 넘을 수 있는 방식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바로 용서하는 것이다. 블랙팬서는 이 갈등의 시작이 된 제모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블랙팬서는 복수를 포기한다. 오히려 제모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의 자살 시도를 막는다. 그 이유는 영웅들이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변 건물들이 파괴됐고 그 여파로 제모의 가족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피해자였다. 영화는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화해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초월적인 영웅일지라도 자유·복수·우정·용서라는 가치의 테두리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이것은 시지프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이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근본적인 태도와 동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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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월드, 동화 세계를 디자인하다
디즈니월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이 동화 속 캐릭터와 직접 어울려 놀고 사진도 찍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편지를 디즈니에 보내면서 탄생하게 됐다. 자신의 딸들에게도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월트 디즈니는 아이들이 화면에서만 보던 동화 세계를 부모들과 함께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현실에 만들어 냈다. 단순히 가상의 세계를 실제로 구현한 데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꿈꾸던 세계에서 직접 동화를 체험하고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 디즈니월드가 제공한 동화 세계의 분위기는 아이들과 함께한 부모들도 매료되기에 충분히 재밌었다.

디즈니월드의 첫 번째 테마파크인 디즈니 매직 킹덤은 동화 세계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테마파크는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피터팬 등의 동화와 다양한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해 방문객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꾸몄다. 대표적 장소가 신데렐라 성이다. 프린세스의 대관식을 성대하게 열어 동화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또 성 안의 스위트룸과 레스토랑에서는 방문객의 예약과 음식 주문까지도 왕자와 공주에 해당하는 예를 갖춰 받는다. 동화 세계의 분위기를 현실 세계로 확장시킨 것이다. 방문객은 자신이 신데렐라 동화 속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가 된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된다.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돼 다시 방문했을 때 부모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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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디자인하는 인문디자인
사람은 의미가 탑재된 분위기 속에서 산다. 사람이 관여할 수 없는 자연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 끊임없이 생성하고 제안하는 인위적인 분위기도 존재한다. 인위적으로 의미를 생성하고 분위기를 제안하는 것이 바로 인문디자인의 독창적 특성이다. 애플·레고·무인양품·츠타야 같은 기업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4

이들이 만든 분위기는 상품 자체보다는 상품 주변에 있는 사물들 또는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황(상태)에 이미 내재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문디자인은 그 관계와 상황을 재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제안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거쳐 디자인된 상품은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그럼으로써 좋은 의미를 담은, 좋은 상품으로 거듭난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면 먼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러포즈가 제안을 의미한다면 메타모르포시 같은 조명 디자인은 분위기 연출을 의미한다. 이 연출된 분위기 속에서 상대방은 메시지에 설득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게 된다.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프러포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 사회의 화두인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품의 기능 구현과 예쁜 모양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품의 의미 세계와 분위기를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상품화 과정(process)을 따라 한 제품(products)을 만드는 과정 5 에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 인문디자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창의적인 분위기를 제안하고 설득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의미를 제안할 뿐 아니라 그 의미를 설득하기 위한 분위기까지 제안한 디자인을 말한다. 영웅의 희로애락을 그린 영화, 동화를 담은 디즈니월드와 같이 다양한 상품이 녹아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소개
김경묵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원장 formook@naver.com
김경묵은 사단법인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부회장 겸 원장, 인문학공장 대표, 성균관대 초빙교수다. 삼성전자 수석디자이너로 일했다.
민규홍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mikuhon@hanmail.net
민규홍은 사단법인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성균관대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재직 및 동 대학 철학과 박사(수료)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