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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억압하는 단순한 시간觀

김남국 | 253호 (2018년 7월 Issue 2)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됨에 따라 기업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시간 이슈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이 깊지 않아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모든 사람에게 시간이 똑같이 흘러간다는 단순한 양적 개념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달랐습니다. 그는 “상냥한 여성과 두 시간을 보내면 2분처럼 느껴지지만 난로 위에서의 2분은 2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게 상대성 원리다”라고 설명합니다. 시공간의 왜곡 같은 물리적 현상까지 고민이 미치지 않더라도 적어도 사람에게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소박한 통찰조차 한국에서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간을 객관화, 정량화하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서구식 사고, 그것도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아주 최근에 등장한 자본주의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구 사회에서도 크로노스(객관적 시간)와 카이로스(주관적 시간)를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시작되면서 모두에게 같은 시간이 주어지는데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믿음이 서구에 퍼졌습니다. 그래서 식민지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인들에게 명상을 즐기는 인도인들의 생활 방식은 선진화를 가로막는 미개한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깊어지면서 이런 시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현대 서구 사회에서 명상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이름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경영대학원까지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에서 명상의 위력은 자주 드러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명상을 통해 시장에 대한 전혀 새로운 통찰을 얻어 비즈니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위기에 처한 마이크로소프트를 구원한 사티아 나델라는 CEO 취임 후 명상 전문가인 마이클 저베이스 박사와 함께 고위 임원 대상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거대한 조직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획일적인, 그리고 양적인 시간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율성의 훼손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시간에 대해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욕구는 주 52시간 근로제처럼 정량적 규제 체제에서는 억압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의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시간에 대한 통제권이 없는 하급관리직은 통제권을 가진 고위 관료에 비해 3배나 더 자주 아팠다고 합니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대의 경영 환경에서 획일적 통제의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대기업에서는 자신의 근무 시간을 기록하고 주 52시간에 가까워지면 경고를 울리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나의 활동을 매번 기록해야 하고, 누군가가 이를 감시하는 체제에서 창의적 발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시간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경영학 전문가들의 시간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심리학자의 지혜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특히 “노동을 시간의 단위에 의해서 추상화하고 크로노스를 절대화하는 것은 시간마저 경제적 가치로 환원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박영욱 숙명여대 교수의 비판이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제도하에서 종업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에는 또 우리나라 GDP의 40%를 차지하는 공공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경영 평가 과정에서 발굴된 공공기관 우수 경영 사례를 특집 섹션으로 전해드립니다. 실제 경영 평가를 수행한 교수단과 사례의 주인공들이 함께 제작한 이 리포트가 공공분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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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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