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glance 보통 유기농 재배 채소는 인공 화학 비료 등을 쓰지 않고 기른 채소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기농 재배의 의미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스마트팜 시설을 활용한 ‘양액 수경 재배’다. 이 방식의 장점은 흙이 한 줌도 필요 없고 식물 재배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첨단 농업의 홍보관 ‘토마토 월드’ 이준 열사의 한이 서려 있는 네덜란드 덴 하그(헤이그)에서 남서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네덜란드 유리온실 토마토 생산자들의 홍보관이라고 할 수 있는 ‘토마토 월드(Tomato World)’가 있다. 네덜란드는 EU 국가를 통틀어 농산물 수출 1위 국가이고, 종자 수출은 1위와 2위인 프랑스, 미국과 거의 격차 없는 3위에 랭크돼 있는 농업 강국이다. 네덜란드의 파프리카와 토마토, 이를 재배하는 첨단 유리 온실 스마트팜은 네덜란드를 농업 강국으로 이끄는 핵심 역량이다. 네덜란드에서 토마토 산업은 단순 농업이 아니라 기술 집약 시설 및 장비 산업이다. 토마토 월드에는 네덜란드의 첨단 토마토 산업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설과 유능한 해설자들이 있다. 2018년 1월에 방문한 토마토 월드의 온실 밖에는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이 빗물은 순환하며 시설 내 토마토 재배에 활용되고 있다.
토마토 월드에 가면 토마토 재배 과정에 대한 짧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토마토 재배 스마트 팜 시설에 관한 기술적인 부분을 견학할 수도 있다. 또 견학이 끝나면 실제 토마토를 맛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이런 첨단 토마토 재배 시설은 과장을 조금 덧붙이면 반도체 생산 시설과 비슷한 수준의 위생과 데이터 기반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스마트팜에 단 한 줌의 흙도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토마토는 생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영양분이 조정되는 양액(養液)이 흐르는 양액기 속에 뿌리를 담근 채 재배된다. 사실 국내에서 생산돼 유통되는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등 작물의 상당수도 이런 양액 재배를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뛰어난 토마토 재배 제어 기술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맛본 토마토는 더 신선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20여 종이 넘는 토마토를 먹다 보면 네덜란드 농업의 우수성에 살짝 반할 정도다.
그런데 토마토 월드에서의 강의와 견학 프로그램을 곰곰이 살펴보면 네덜란드 토마토 시설 재배의 첨단성이나 우수성, 또한 토마토 자체의 품질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 아니다. 우수성과 품질에 대해 그리 강조하지도 않는다. 이 어마어마한 홍보관이 방문객에게 명확하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 하나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한다’는 점이다. 토마토 월드의 홍보담당자는 야릇한 여운을 남기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지중해가 보이는 농지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면 토마토 1㎏을 생산하는 데 물을 얼마나 써야 하는 줄 아시나요? 무려 60리터를 써야 합니다. 거기에 비닐 온실을 세우면 토마토 1㎏을 생산하는 데 물 30리터가 들지요. 물 소비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네덜란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CO2 및 빗물 순환 첨단 유리온실에서는 토마토 1㎏ 생산에 물을 15리터밖에 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재 개발 중인 최첨단 폐쇄형 유리온실에서는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해 물 4리터로 토마토 1㎏을 생산하는 시대를 열려고 합니다. 우리는 자원을 덜 쓰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토마토를 드시겠습니까?”
문정훈moonj@snu.ac.kr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