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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강연·대담

기술 혁신에 30을 투자한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5 이상 투자해야

조진서 | 240호 (2018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의 기업 경쟁은 누가 더 나은 제품, 더 나은 기술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그려서 우리 회사의 현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를 확인하라.
2. 아마존, 네스프레소, 이케아, 닌텐도 Wii 등 다른 산업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참조해 이를 우리 사업에 적용할 방법을 찾아라.
3. 소수의 혁신 아이디어에 큰 투자를 하지 말고 다수의 혁신 아이디어를 조금씩 시험하고 시장의 반응을 측정해 가면서 그 수를 줄여나가라. 100개 던져야 4개 홈런이 나온다.
4. 기술 혁신에 30만큼 투자한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적어도 5만큼 투자해야 한다. 기술역량이 떨어져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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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기업 설계하기
- 알렉산더 오스터왈더 강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기업가다. 강연이나 강의보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이 체계적으로 비즈니스를 재발명, 재창조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내는 데 쓴다. 오늘도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기업들은 흔히 ‘터키(칠면조) 현상’을 겪는다. 칠면조에게 삶은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칠면조는 모른다. 누군가 다른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을. 이것이 기업에 전하는 교훈이다. 인생이 너무 활황세이고, 사업이 너무 잘나가고, 너무 성공해서 좋다는 순간이야말로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하는 때다. 그렇지 않으면 칠면조처럼 된다. 블랙베리는 어땠는가? 최고의 핸드폰 기업이었는데 재혁신을 하지 않아서 한순간 망해버렸다. 제약, 식품,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신속하게 변화해야 한다. 성공하고 있는 동안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유효기간이 만료돼가고 있다. 냉장고 안의 요구르트와 같다. 요구르트의 장점은 유효기간이 표시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 유효기간이 끝날지 모른다. 그게 바로 우리가 왜 성공했을 때도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다.

몇몇 기업은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아마존이 탁월한 사례다. 아마존은 혁신문화를 가지고 있다. 전자상거래(e-commerce) 기업이었던 아마존은 혁신문화를 통해 IT 인프라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왔다. 이는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과 굉장히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 회사는 끊임없이 혁신했고 새로운 탐험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렇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등장시킬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바다. 탐험의 일부는 실패다. 실패해야 탐험이 가능하다. 선두주자가 되고 실질적으로 변신하려면 많은 실패를 수용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실패는 큰 실패가 아니다. 체계적으로 계획된, 그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실패다.

칠면조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를 보겠다. 첫째, 리더십의 문제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 모델의 이해 문제다.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은 20세기의 이야기다. 오늘날은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지 간략하게 다루고자 한다. 네슬레, 삼성, KIA 같은 대기업들이 이미 성숙한 비즈니스 모델에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더하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미래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작은 정원을 직접 디자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기업에서 혁신이 어려운 이유

리더십의 문제부터 얘기해보자. CEO들이 겪고 있는 고민 3가지가 있다. 숫자로 보여드리겠다.

첫째로, 전 세계 약 74%의 CEO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파괴, 와해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IBM과 HP를 붕괴시킨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오직 6%만이 자신들의 혁신 성과에 만족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의 혁신 프로세스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선도기업들이 출시하는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 10개 중 7개가 실패작이 된다. 주변을 살펴봐라. 10명 중 7명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중 3분의 1만이 진짜 고객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혁신 프로세스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다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다. 현재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계속 개선하고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명해야 한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판매와 성장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성공 가능성이 증명되지 않았으며 실험 중에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명은 정보가 부족한 환경에서 이뤄진다. 이런 초기 단계에서는 판매 예측과 성장에 대한 예상을 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이 기존의 비즈니스를 개선할 때는 성과 예측과 함께 비즈니스 플랜을 짠다. 그리고 그 예측이 얼마나 맞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이때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경우에는 상세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아직 증명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예측이 의미가 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작은 실험을 여러 번 수행하는 것이다. 작은 실험들의 연속으로부터 배울 점이 나온다. 실험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계속해서 개선하고 또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히 다른 생각, 규칙, 조직구조를 요구한다. 당신은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는 두 종류의 게임을 동시에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혁신이 어려운 이유다.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것을 잘한다. 한국에 있는 많은 기업도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하고 관리하는 데는 세계 일등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들의 유효기간이 끝나간다는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가 요구된다. 기업의 자원이 실행보다는 발명과 탐색에 집중돼야 한다. 이것은 다른 매트릭스, 다른 문화,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하나의 지붕 아래 여러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혁신가가 돼야 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실행을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할 필요도 없다.

혁신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효율성 혁신(efficiency innovation)이다. 효율성 혁신은 프로세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지속을 위한(sustaining) 혁신이다. 지속을 위한 혁신은 새로운 모델로 기존 모델을 대체하는 것이다. 오래된 차를 새 차로 바꾸고, 오래된 휴대폰을 새 휴대폰으로 바꿔야만 남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존웹서비스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기업들이 소수 존재한다.

위대한 기업은 이렇게 아마존처럼 넓은 스펙트럼에서 활동한다. 반면 사라지는 기업들은 기존에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기만 한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도 물론 개선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이들은 ‘신기술이 혁신이야’라고 말하지만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R&D 예산을 늘려도 충분하지 않다. 성장 측면에서 진정한 차이를 만들려면 기술의 혁신을 새로운 가치 제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포장해야 한다. 꼭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산업에서 모방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두 가지 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세 번째 혁신인 경영의 혁신(management innovation)과 새로운 기업문화다. 굉장히 어려운 이유다. 왜냐하면 기업을 통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모든 대기업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잘하는 작은 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

네스프레소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이제 비즈니스 모델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알아보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소개해보겠다.

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은 9개의 기본 블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 1) 하지만 이 9개의 블록을 그냥 나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구조화되기 전 캔버스에 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라고 부른다. 즉,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맵을 만들고, 논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고 발명하는 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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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블록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고객 세그먼트는 당신이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과 조직을 일컫는다. 여기엔 단순 유저와 비용을 내는 고객 모두를 포함한다. 각 세그먼트는 특정한 가치제안을 가진다. 이는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번들(bundle)이다. 채널은 당신이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접점을 의미한다. 고객 관계는 당신과 고객의 관계를 말한다. 수익원은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가격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가치를 확보(capture)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나타내야 한다.

여기까지 그린 다음, 가치를 창출, 전달, 확보하는 인프라를 설명해야 한다. 핵심 자원은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뺄 수 없는 자산을 말하며, 핵심 활동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핵심 파트너십은 당신 혼자 핵심 자원을 확보하고 핵심 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때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이다. 이렇게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 인프라를 이해했다면 비용 구조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이용하면 당신의 전체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의 맵으로 그려볼 수 있다. 이는 기업 경영진은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써볼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아주 간단하게 펼쳐볼 수 있는 도구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좋은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명해야 할지까지 측정 가능하게 한다. 단번에 해답을 주진 않겠지만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오늘날은 정해져 있는 답이 없다. 우리가 해답을 만들어야 한다. 정답을 디자인할 때 이런 도구가 필요하다.

구글을 보면 이것이 트렌드처럼 전 세계로 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스타트업 운동으로 시작해서 큰 글로벌 기업들을 하나씩 정복해왔다. 나와 함께 일하는 고객사 중 이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은 마스터카드다. 그들은 신용카드라는 제품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제품과 그 기능을 넘어 고객의 가치와 그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고민한다. 이렇듯 오늘날의 기업은 기술의 혁신도 해야 하지만 그 기술 혁신을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해야 한다.

네스프레소의 예를 들어보자. 네스프레소는 네슬레의 자회사이며 운이 좋게도 기술 혁신보다 더 멋진 비즈니스 모델로 그 자리까지 가게 된 좋은 예시다. 네슬레는 원래 B2B로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이다. 이제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그 기본은 기술 혁신이었다. 바로 커피머신과 알루미늄 캡슐이다. 캡슐을 머신에 넣으면 멋진 에스프레소가 한 잔 나온다.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이것이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인지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네스프레소는 처음엔 유통채널을 통해 커피머신을 가정과 사무실용으로 팔았다. 수익원은 제품 판매였으며 그 돈은 파트너사, 즉 기계 제조업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그들이 캡슐을 어떻게 팔았는지다. 여기서 진짜 수익이 발생한다.

네스프레소는 캡슐을 팔 때 소매 업체들을 통하지 않고 그들만의 캡슐 유통채널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우편 주문과 콜센터를 활용했다. 그 후 인터넷으로 넘어와 Nespresso.com을 만들어서 거기서 캡슐을 팔았다. 그다음으로는 네스프레소 매장을 전 세계에 열었다. 오직 직판매만 했다. 이 캡슐판매에서 되풀이되는(recurring) 이익이 발생했다. 고객이 한 번이라도 네스프레소 제품을 사용하면 그 고객은 ‘네스프레소클럽’의 일부가 되며 오랜 시간 캡슐을 이용하게 된다. 네스프레소 외에 그 누구도 그 기계를 위한 캡슐을 생산할 수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커피 공급업자를 네스프레소의 소비자로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해보자. 모바일 기기 비즈니스나 자동차 비즈니스도 이렇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왜 안 하는 걸까? 왜냐하면 그걸 해본 전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스프레소가 와해시키기 전까지는 커피산업에도 그런 전통이 없었다.

네스프레소는 네스프레소를 이용해 커피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그들의 첫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성공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 비즈니스는 에릭 파브르(Eric Favre)라는 엔지니어가 발명했는데 그는 적절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네슬레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인 영업사원을 통한 판매였다. 즉, B2B 판매였다. 이 회사는 B2B 판매에 익숙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새로운 CEO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왔다. 결국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제품이 아니었다. 같은 제품이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달랐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네스프레소의 캡슐 특허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 이제는 외부 업자들도 캡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네슬레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야 했다. 또 한 번 변신해야만 했다. 네슬레는 이런 압박 아래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포트폴리오를 들고왔다. 돌체구스토(Dolce Gusto)와 같이 머신의 형태는 비슷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어냈다. 고급 잎차와 VertuoLine이라는 모델도 내놓았다.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이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그려보자. 나눠드린 캔버스와 스티커를 이용해 테슬라 모델S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라.

테슬라자동차는 마틴 에버하드(Martin Eberhard)라는 사람이 처음 생각했고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그 사업을 인수했다. 여기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가치제안 측면에서 보면 테슬라자동차는 소프트웨어처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외부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되는 것만으로도 더 빨라질 수 있고 배터리 수명이 길어질 수도 있다. 미국, 아시아, 유럽에는 무료 충전소도 있고, 미국에는 더 빠른 유료 충전소도 있다. 또한 테슬라는 쇼핑몰에서 직접 차를 판매한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딜러를 통해야만 하는 미국 시장에서 이는 시장 와해적(disruption)인 시도다. 그들은 직접 차를 제조하며 기가팩토리라고 불리는 배터리 공장도 만들었다. 또한 다른 자동차 기업들에 파워트레인(모터 등 핵심 동력장치)을 라이선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제 옆에 앉은 사람과 2명씩 짝을 지어서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을 캔버스에 그려보라. 가장 먼저 정답을 내는 팀에게 스위스 초콜릿을 드리겠다.

(이후 약 10분 간 청중은 2인1조로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실습을 진행했다.)

계속 진행해보겠다. 첫 번째 포인트는 비교적 쉽다. 테슬라는 직접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동차를 판매한다. 이때 이들의 매력포인트는 강력한 브랜드이다. 개인적이고, 감성적이며, 직접적인 관계를 이룬다. 그다음, 수익원은 차량 판매에서 나온다. 여기까지는 쉽다. 설마 여기까지도 맞추지 못한 분이 있는가? 그런 분은 6개월 안에 하시는 사업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 두 번째 파트를 보겠다. 무료 충전이 고객을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가치 제안이다. 왜냐하면 무료 충전소가 고객과의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충전소 간의 네트워크는 테슬라가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채널이다. 그러나 무료이기 때문에 수익 구조는 없다. 이제 가장 중요한 자산인 핵심 자원이 있다. 공장, 브랜드, 네트워크가 여기에 해당한다. 핵심 활동은 시장으로의 유입이다. 한쪽에서는 혁신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제조와 판매, 브랜딩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B2C 부분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테슬라의 사업 초기에는 B2B 관계도 있었다. 몇몇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교류하며 B2B 영업조직을 통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팔았다. 이 관계는 훨씬 덜 감성적이며 굉장히 비즈니스적이다. 이것으로 수익을 냈다. 초반에는 이런 부분이 있었으나 현재는 테슬라가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 부분을 없앴다. 여기까지 다 맞춘 사람 있나? 한 명도 없다니, 나는 여러분의 나라와 여러분의 산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웃음).

이제 간략하게 다루고 싶은 부분은 어떻게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되는가다. 여러분이 모두 알다시피 테슬라는 무명 브랜드에서 굉장히 빠르게 인지도를 얻었다. 그리고 자동차 시장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와해시켰다. 테슬라는 다른 전기차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브랜드처럼 성능과 디자인이 뛰어난 일반 차 기업과 경쟁한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들이 처음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미친 소리처럼 들리지만 테슬라는 1주일 만에 30만 대의 차를 예약 판매했다. 30만 명의 사람들이 자동차가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예약금을 걸고 선판매에 응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결과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았다. “아직 우리는 공장이 없기 때문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받은 대출금으로 공장을 지었다. 이것은 더 이상 기술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는 점을 말해준다. 다른 모든 자동차 제조업자들은 차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고민하지만 테슬라는 그 반대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1만 대씩 만들던 생산라인에서 이제 40만 대, 50만 대를 만들어야 하는 처지다. 그러니 이들 역시 아직 완전히 성공 궤도에 올랐다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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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플랜을 버려라. 작은 시험부터 시작하라.

이번엔 내가 최근에 발표한 가치제안 캔버스(value proposition canvas)를 소개하겠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특정한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왜 그런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테슬라와 반대되는 예시인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가 있다.

베터플레이스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전기차 기업이었다. 그들은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 충전이라고 했다. 만약 배터리 교체소에서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멋지지 않나? 베터플레이스는 멋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자금을 마련하고,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했지만 파산했다. 약 8억5000만 달러의 손실이었다. 굉장히 큰 실패다. 이런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한 금융 대기업 CEO가 말했다. “우리 역시 이런 실패를 경험해봤다. 멋진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고, 아름다운 스프레드시트를 만들고, 완벽한 숫자들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큰 비즈니스 플랜이 큰 실패를 가져온다. 오늘날 비즈니스 플랜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누군가 벤처캐피털이나 기업의 높은 층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를 생각해보자. 그는 아마도 비즈니스 플랜을 설명하면서 우상향의 부드러운 매출 예측 곡선을 보여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건 단지 실행의 문제다”라고 주장하며 일종의 판타지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은 실행의 문제가 아니다. 혁신은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까지 선형적인 구조로 진행되지 않는다. 혁신은 혼돈의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고객이 당신의 제품이 별로라고 하면 혁신은 후퇴한다. 이를 파악해내고 대책을 마련하면 다시 살아난다. 네스프레소가 운이 좋게 살아나서 수십억 달러 사업을 세운 것을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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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발전시켜나갈 때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점이 있다. 그 아이디어가 실제로 성공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면 그건 이미 혁신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이를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한국 문화에서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극도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혁신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비즈니스 플랜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과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위험과 불확실성을 가장 낮출 수 있을까? 먼저 굉장히 작은 실험을 실행하면 된다. 그렇다면 가능한 작은 실험은 무엇이 있을까? 베터플레이스의 경우, 건물 밖으로 나가서 잠재 고객에게 그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처음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실패다. 거기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위험과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많은 프로토타입을 생각해낼 것이다. 여전히 당신은 틀릴 테지만 리스크는 줄었다. 기본적으로 작은 투자로 시작해서 조금씩 투자를 늘려가면서 확신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혁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혁신과 관련해서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말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요즘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이렇게 말한다.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면 실패할 확률 또한 그만큼 높다고. 만일 누군가에게 큰돈을 주면 그 돈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판타지를 실행에 옮기려 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실험부터 하라고 한다면 그들은 먼저 그들이 갖고 있는 가정을 테스트해볼 것이다.

다시 테슬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2003년, 테슬라는 그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전기차를 소비자들이 살 것인지 확실할 수 없었다. 테슬라의 기본 가정은 ‘운전자들이 럭셔리 고성능 전기차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가정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테슬라 사람들은 고성능 럭셔리 전기차의 콘셉트를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이런 차를 사겠느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실험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사겠다’고 대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순응하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경우는 ‘예’라고 대답하는 경향이 강할 것이다. 여기 더 나은 방법이 있다. 테슬라는 작동이 안 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실존하는 휘발유 구동 스포츠카인 로터스 엘리스(Lotus Elise)를 구입해서는 그 안에 있는 모든 부품을 뺀 후 가짜 전기차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5000달러 선금을 걸고 이 차를 선주문하겠냐고 물어봤다. 만약 선금을 걸었다면 진정성 있게 이 게임에 참여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객들이 이 제품을 살 것이라는 것에 대한 증거다.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실험이다. 베터플레이스가 이렇게 했더라면 그들은 8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이걸 하지 않아서 수많은 현금을 순식간에 태워버린다. 기업인들은 증거가 없어도 파워포인트나 엑셀에서 보기 좋게 정리된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한다. 우리의 목표는 증거를 가지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증명할 수 있는가이다. 경찰관처럼 증거를 찾아야 한다. 오늘 내가 소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라는 도구에 우리가 넣은 것이 맞는지는 모른다. 이것은 가설일 뿐이며 가설은 검증이 필요하다.

IDEO는 이런 검증 도구를 제안했다. 당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의 호감도(desirability), 타당성(viability), 실행가능성(feasibility)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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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는 ‘고객이 사겠는가’에 대한 것이다. 타당성은 ‘우리가 지출하는 비용보다 수익이 더 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실행가능성은 ‘우리가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많은 기업은 실행가능성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이건 성공과의 연관성이 가장 낮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만든다면 그저 많은 돈을 낭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출시되는 10개 제품 중 7개가 실패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겠다. 당신이 무언가를 발명할 때는 먼저 그것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작은 투자로부터 점점 확대해 나가면서 근거를 확보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다. 더 많은 근거를 확보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짐을 알 수 있다.

사내 비즈니스 실리콘밸리를 만들어라

아날로그 필름기업 코닥을 기억하는가? 코닥은 오랫동안 리스크가 낮은 비즈니스를 했다. 그러다가 디지털 사진이 나오면서 코닥의 사업은 사망에 이르렀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 비즈니스의 사망 위험은 얼마나 높은가?

21세기에서 살아남고 싶은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꾸준히 개선하는 동시에 회사 내부에 미니 실리콘밸리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R&D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R&D를 말하는 것이다.

먼저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부터 보자. 비즈니스 모델을 잘 관리하면 파괴적 혁신으로부터 사업을 보호하거나 성장시킬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회사인 네슬레는 우유, 음료수, 커피 등 기존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중 몇 개의 사업에서 변화가 생겼다. 2016 연간사업보고서를 보면 초콜릿 사업의 경우 미국과 유럽시장 진입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생기면서 위험해졌다. 설탕 함량이 높은 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네슬레는 이런 사업을 유지할지, 중단할지, 대체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건강과학 분야를 선정해서 키우고 있다. 이것이 네슬레가 갖고 있는 성숙시장 비즈니스다. 이런 부분은 포트폴리오로서 관리하면 된다. 이걸 잘하는 기업은 많다. 이걸 위한 기업구조도 잘 확립돼 있다. COO, CFO, CTO 등의 직책이 있으며, 필립 코틀러 교수가 오늘 말했듯이 CMO(chief marketing officer)라는 직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신이 다음 10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신성장동력에 대한 포트폴리오다. 이것은 현재의 업무 방식과는 아주 다를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하고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는 기대 수익이 높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망 위험도 높을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증해야 할까? 얼마나 많은 근거가 필요한가? 단순히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계획만 갖고 있다면 굉장히 위험하다. 테슬라처럼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증명을 해서, 혁신에 따르는 위험도 점점 줄여야 한다. 네슬레의 사례를 다시 보자. 네스프레소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증명된 것은 기술밖에 없었다. 즉 커피머신과 캡슐뿐이었다.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도 작용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네스프레소는 우선 작은 기업들과의 B2B 사업으로 리스크를 줄여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회사를 거의 파산으로 몰아갈 뻔했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들은 네스프레소보다 10배는 더 빨리 실험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네스프레소의 CEO가 교체되며 새 CEO가 B2C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다. 이것이 효과가 있다는 게 파악되자 그들은 대규모로 이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부분이 아이디어 포트폴리오를 실행 포트폴리오로 연결하는 지점이다.

이렇게 해서 네스프레소는 큰 수익을 냈다. 그러나 특허 문제가 남아 있었다. 곧 캡슐의 특허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이다. 이제 다른 기업들도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쓸 수 있는 캡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와해된 것이다. 그래서 네슬레는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내놓았다. B2B, B2C, 직접 판매, 매스마켓, 같은 기술, 다른 기술 등 수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왔다. 각각의 아이디어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확보되면 투자를 통해 성숙된 시장으로 이끌어갔다.


최근에 네슬레는 스타벅스의 스타트업 버전이라 불리는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을 인수했다. 왜 네슬레 같은 대기업이 이 스타트업을 인수해야 했을까? 왜냐하면 네슬레는 블루보틀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코틀러 교수의 말을 기억하자. 왜 대기업들은 스타벅스를 만들지 못할까? 왜냐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은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명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네슬레가 스타벅스나 블루보틀 같은 비즈니스를 직접 만들지 않고 외부에서 인수한 이유다.

전 세계 많은 기업에서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기존 사업 모델의 포트폴리오 관리는 잘한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포트폴리오 생성이나 실험은 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굉장히 다른 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기업에는 CEO만큼 힘이 있는 ‘최고창업가(chief entrepreneur)’가 있어야 한다. 그는 회사의 ‘최고벤처캐피털리스트(chief venture capitalist)’나 ‘(최고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돼서 자신만의 스태프를 운영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벤처캐피털이라 하더라도 성공할 만한 기업만 척척 골라낼 수는 없다. 통계를 보면 초기 투자 10곳 중 7곳은 실패한다. 약 4분의 1만이 1배에서 5배까지의 이익을 가져온다. 그리고 100개 중 약 4개만이 높은 이익을 가져온다. 이른바 ‘유니콘’이 된다. 기존 기업에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기업 역시 처음부터 ‘위너’를 뽑을 수 없다는 것이다. 100개의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게 투자하고 계속 실험하도록 해라. 그리고 성공의 근거를 보여주면 투자를 늘려라. 100개 아이디어 중 4개만이 살아남고 그 4개가 홈런을 칠 것이다. 많은 기업은 위너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데이터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100개 아이디어에 작게 투자를 하지 않으면 체계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운에만 맡기다가는 베터플레이스처럼 큰 실패로 많은 자금을 잃을 것이다.

아마존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아마존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도 많이 발명했다. 결국 홈런을 칠 4개의 비즈니스를 뽑기 위해서는 우선 100개의 비즈니스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실패를 많이 겪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가장 싸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고 성공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의 기업은 기존 사업의 실행도 잘하는 동시에 ‘최고창업가’ 아래서 혁신을 관리하는 능력도 뛰어난 곳이다. 벤처캐피털처럼 투자하지 않는 기업, 실험과 실패를 하지 않는 기업은 다음 10년, 20년 이내에 사라질 위험을 스스로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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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얼 교수
오늘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의 강연을 들으며 내 나름대로 요약을 해봤다. 특히 세 가지 키워드를 생각해 봤다.

첫째는 도구(tool)다. 오스터왈더 박사는 제대로 된 도구를 가질 때 우리가 가진 아이디어가 얼마나 잘 실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두 번째는 그 도구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계속해서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 포트폴리오로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늘 강의의 제목이 ‘How to Build Invincible Company(강력한(패배하지 않는) 기업 설계하기)’였다. 그 말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스터왈더가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강연을 귀담아들은 사람이라면 그가 조직 문화를 얼마나 강조했는지를 캐치했을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강연의 주제였던 것 같다.

오스터왈더 작업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이다. 그 핵심은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심플’이다. 이 캔버스는 하나의 종이에 그려진 간단한 프레임워크다. 두꺼운 비즈니스 플랜을 짜는 것과는 다르게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는 비주얼하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을 여러 가지 말, 복잡한 숫자로 표현하면 서로에게 전달이 잘 안 되지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굉장히 강력한 아이콘과 굉장히 강력한 비주얼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이해를 돕는다. 세 번째는 굉장히 유연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해 보이는 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폭넓게 많은 아이디어를 한꺼번에 담아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한 툴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보면 블루오션 전략에서 나오는 ERRC 프레임워크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에 적용 가능하다. 그리고 ‘소비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은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많이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것 역시 이 모델 안에 담을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와 오스터왈더의 프레임워크는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처음 이 모델을 접하면 당황스럽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9개 박스가 다 똑같은 중요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가.

오스터왈더
처음 이 모델을 써본다면 이 박스들을 다 채우려 할 필요는 없다. 우리 채널이 뭐지? 우리 제품이 뭐지? 우리 고객이 누구지?라며 체크리스트처럼 이 박스를 다 채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네스프레소 기계의 예를 생각해보자. 각각의 박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스 안에 있는 여러 블록들이 어떤 독특한 스토리를 자아내는가가 중요하다. 이 독특한 스토리 덕분에 네스프레소가 커피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엎었다. 좀 더 나은 스토리를 만들어서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의 박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만약 여러분이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지에 주력한다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순하게 기술, 제품의 혁신으로는 경쟁하거나 생존하지 못한다. 살아 있기에도 벅차다. 어떤 고객이 나쁜 상품을 기대하겠는가. 좋은 상품뿐만 아니라 좋은 스토리도 중요하다. 닌텐도, 네스프레소, 이케아처럼 무언가 특별한 스토리를 줘야 다른 상품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닌텐도 게임을 해본 적 있는가. 닌텐도 Wii는 기술적인 수준은 낮았다. 어떤 하드코어 게이머가 닌텐도 Wii를 가지고 놀겠는가. 이것은 캐주얼 게이머를 위해 만들어졌다. 닌텐도는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닌 다른 고객 세그먼트를 위해 새로운 가치 제안을 했고 결국 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기술이 떨어져도 비즈니스 모델만 훌륭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럼 이제 캔버스의 어느 블록에서 시작하는 게 효과적인지 생각해보자. 혁신은 모든 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위대한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면 거기에서 출발할 수도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고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멍청한 소리다. 또 아마존 예를 들어 미안하지만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에서 잘했던 것은 이익 창출 능력이 아니었다. IT 인프라가 좋았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만약 맥킨지라면? 컨설팅은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그런 측면에서부터 혁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어디서부터 혁신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어느 곳에서든, 얼마든지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

한 가지만 더 말하겠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그 자체만으로는 좀 더 나은 비즈니스 플랜에 불과하다. 정말 필요한 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세스다. 누군가 나에게 수술용 도구를 준다고 해서 내가 심장 전문의처럼 외과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없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있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단순하고 위험한 지식만 던져준 것이다.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김한얼 교수
당신은 꼭 고객이나 가치제안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9개 블록 전체가 조화롭게 움직이면서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설명한 네스프레소 사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롭다. 네슬레는 네스프레소 시스템을 가지고 혁신의 아이콘이 됐지만 20년 전을 돌이켜보면 상황은 아주 달랐다. 이 회사는 커피 기술을 100년간 지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같은 새로운 기업에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의 조롱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네슬레가 스타벅스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커피머신에 대한 장악력, 원두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와서 스타벅스에 밀렸던 영토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과거에 눈부신 발전을 해온 한국 기업들이 제품중심적 마인드에서 탈피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이제 몇 가지 사례를 더 부탁한다. 지금까지 사례들은 대부분 B2C였다. B2B 사업에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면 알려줄 수 있는가.

오스터왈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쓰는 B2B 사업 사례로 고어텍스를 만드는 고어(Gore)를 들 수 있다. 고어는 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스키복, 신발에 쓰이는 소재도 만들지만 자동차와 비행기의 케이블에 쓰이는 소재이기도 하다. B2B이자 B2C 회사다. 고어에 처음 이 모델을 소개하면서 일곱 개 정도의 비즈니스 유닛과 논의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우리가 비즈니스 리더인데 바깥에 나가 고객과 직접 얘기하란 말이냐?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해야 하는데 혁신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말하더라. 그런데 고위급 리더 한 명이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들의 역할이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당신들의 역할인가?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당신들의 역할인가?’

이 얘기가 전환점이 돼 고어의 리더들도 이젠 내가 얘기했던 것과 같은 일들을 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무리 경험이 많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건물 밖으로 나가서 고객과 대화를 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고객과 함께 초기부터 테스트한다. 이런 활동이 이제 그 회사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게 됐다.

또 다른 예로 힐티(Hilti)가 있다. 힐티는 전통적으로 전동 드릴과 같은 기계 공구를 만드는 제조 회사다. 주로 건축업자들이 사용하는 공구를 만든다. 영업인력을 투입해 공구를 판매하고 거기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했다. 여러분이 힐티사의 최고경영자라면, 이렇게 단순한 비즈니스를 어떻게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산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전동 드릴을 새롭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미 성숙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힐티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개선했을까? 여러분이라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재편하겠는가? 옆자리 분들과 상의해보라.

건설회사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건설 현장에서 적시에 필요한 공구가 있어야 일을 한다는 것이다. 공구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 현장 업무가 중단된다. 망치가 빠지거나 드릴이 빠지면, 현장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힐티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됐다. ‘힐티 플릿(Hilti Fleet)’ 관리다. 이것은 힐티가 건설회사 측에 모든 공구를 임대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건설회사 입장에선 그때그때 굳이 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똑같은 영업사원을 통해 대규모의, 장기적인 계약을 체결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건설회사는 공구를 임대하고, 힐티는 공구를 관리하되 망가진 공구는 추가 비용 없이 교체해준다. 이렇게 하면 건설회사 CEO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가치다. 비용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 하나의 트릭이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일까? 힐티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나?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단순하게 공구만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대의 차량을 관리해야 한다. 공구들을 직접 트럭에 싣고 건설현장으로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했던 일을 힐티가 대신 하는 것이다. 판매에서 임대로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달라졌다. 단,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 와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덧붙이는 형태다. 현재 이 회사의 수입 60%가 힐티 프릿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비즈니스 모델은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처럼 유효기간이 다 되면 망가진다. 하지만 힐티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다.

혁신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많이 그려봐야 하고 시도해봐야 한다. 많은 캔버스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래서 단순한 도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고객이 원하는 가치제안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이라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한얼 교수
이번에는 참석자들의 질문을 소개하겠다. 지환 님의 질문으로, 나 역시 묻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얘기했던 많은 내용이 사실은 당신의 프레임워크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사례를 이 틀을 통해 설명한 것이다. 사실 우리가 궁금한 건 이런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실제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는 사례다.

오스터왈더
어떤 기업이 나의 프레임워크를 썼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면 너무 오만하게 들릴 것 같다. 사업이 성공하려면 수많은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하고, 이 도구의 사용은 그 수많은 일 중 일부에 불과하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좋은 가치제안을 하고, 실행을 제대로 해야 한다. 나의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커다란 성공을 내지 못한 사례로는 앞서 말한 고어(Gore)가 있다. 나는 도구와 프로세스만 제공한다. 기업이 나의 프레임워크를 쓰면 아이디어의 실험에 돈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는 있지만 홈런을 칠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가 없다.

몇몇 기업은 이 프레임워크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유럽의 제약업체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내가 말했듯이 ‘승자를 미리 고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어쩔 수 없이 여러 아이디어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자하고, 30개 팀을 구성해 팀별로 시험을 해보게 했다. 그중 10개 팀만이 다음 단계까지 갈 수 있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3단계에는 2개 팀만 남았다. 나는 이것을 ‘미터드 펀딩(metered funding)’이라고 부른다. 이 팀들은 제약업계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새로운 약물을 발명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샷 치료약’이라는 게 있다. 주사 한 방으로 병을 낫게 만든다는 치료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제품은 개발하는 데 수십억 달러가 든다. 완성된 원샷 치료약의 가격을 기존 방식으로 매긴다면 100만 달러, 200만 달러가 될 것이다. 물론 의약품 시장을 규제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가격을 수용할 수 없다. 따라서 제약사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치료약에 대한 가격을 적절하게 매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고 있다.

또 다른 기업으로는 콜게이트-팜올리브가 있다. 어떤 혁신인지는 아직 말할 수 없으나 아마도 2018년에 출시될 것이다. 강연에서 얘기했던 마스터카드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 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마스터카드는 이 도구를 통해서 혁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 간에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지금껏 하던 일들도 더 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얼 교수
이번엔 이자현 님의 질문이다. 9개의 박스를 채워야 하는데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면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가.

오스터왈더
간단한 문제다. 로저 페더러는 어떻게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됐을까? 연습이다. 새로운 도구를 얻는다 해서 하루아침에 훌륭한 심장외과의나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되지는 않는다. 가장 간단한 훈련은 여러분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스케칭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하면 페더러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 테니스 선수가 될 수 있다. 왜 네스프레소, 이케아, 페이스북, 기아자동차가 성공했는지 탐구해보라. 또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내 산업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왜 모바일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네스프레소와 같은 회원제 구독(subscription) 모델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할까? 누구도 아직까지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 경쟁에서 다른 기업을 이기려면 다른 산업으로부터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와야 한다. 한국에는 세계적인 기술과 제품혁신 능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한국에서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이 새로운 기회다. 처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한국 기업은 다른 모든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아마존이 그것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다.

김한얼 교수
좋은 지적이다. 나 역시 기업체의 임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귀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냐’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반응은 침묵이다. 어떻게 그런 걸 물을 수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제품 만들어서 좋은 가격에 팔아서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갑자기 뚱딴지같이 비즈니스 모델을 물어보느냐’라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다. 여러분도 한번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곰곰이 잘 생각해보고, 다른 산업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연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 질문이다. 당신은 모바일기기 산업에서 왜 구독 모델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큰 조직 안에서는 아이디어가 많아도 조직문화, 평가체계, 보상체계, 개개인의 커리어에 대한 보장과 같은 이유 때문에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조직도상으로는 혁신을 하는 사업부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분도 다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천으로 옮기기 전에 장애물을 제거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오스터왈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먼저 경영진의 두려움을 없앨 필요가 있다. 기존의 핵심 사업이 회사의 최우선 순위라는 것을 명백하게 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우선순위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해서 고위경영진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 할 일은, 혁신이 비싸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다는 얘기는 혁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세 가지의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걸어버릴 때 위험하고 리스크가 큰 것이다. 그럴 땐 단순한 실험을 통해 증거를 수집해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한국이나 대기업의 문화에서는 어렵겠지만 고위경영진이 뭐라고 생각하거나 얘기하든 그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 고위경영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사업을 해왔다. 자신이 관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익숙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와 현재지 미래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래이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의견이 아니라 증거다. 팩트를 시장에서 거둬 경영진에게 보여주면 된다. 항상 증거가 의견을 이긴다(Evidence trumps opinions).

예를 들어보자. 여러분이 콜게이트 치약회사에서 일하며 이를 하얗게 만드는 미백제품을 시장에 내고자 한다. 먼저 이 제품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재고객과 인터뷰를 할 때 ‘이 제품 마음에 드세요? 사실 건가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살 것 같아요”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운동 열심히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서는 안 된다. 팩트를 물어야 한다. 여기서 팩트는 ‘마지막으로 치과에서 미백 케어를 받아본 적이 언제인가요? 미백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것은 언제인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을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경영진에게 돌아가서 증거로 제시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경영진도 설득될 것이다.

김한얼 교수
마지막으로 어려운 질문이 있다. 만약 우리가 새로 만들어 낸 비즈니스 모델이 현재 사업을 침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코닥의 경우 디지털 사진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은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기존의 필름 비즈니스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현재 많은 CEO들이 고민하고 있을 문제다.

오스터왈더
‘코닥 모멘트(Kodak Moment)’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이 기업은 직원이 13만 명이나 됐지만 사업을 접어야 했다. 기술면에서는 굉장히 혁신적이었다. 디지털카메라를 코닥이 개발했다. 실제로 많이 팔기도 했다. 하지만 코닥이 실패한 것은 충분하게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위경영진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했다. 유형자산도 많았다. 아날로그 필름 공장에 많은 자본이 투자돼 있었다. 코닥의 임원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야 하며, 이것이 죽어가는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늘날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업의 경우, 기술 혁신은 이 게임의 절반에만 영향을 미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코닥 모멘트가 찾아올 것이고, 블록버스터(Blockbuster) 같은 기업이 될 것이다. 닌텐도 Wii를 생각하라. 거의 시장에 출시하지 못할 만큼의 뒤떨어지는 기술이었지만 비즈니스 모델로 경쟁자를 물리쳤다. 질 낮은 기술로 우월한 수익을 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반드시 기술에 기반할 필요가 없다. 기술이 기반할 수는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술 혁신을 하더라도 꼭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 혁신을 위해 30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면 적어도 5억 달러 정도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강연자 소개

알렉산더 오스터왈더(Alexander Osterwalder)는 스위스 로잔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경영정보시스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연구하며 강연과 컨설팅, 교육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예스 피그누어와 공저한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에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제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대담자 소개

김한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홍익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 연구 분야는 혁신 전략 및 신사업 개발 전략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경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강연 녹취록은 문소연(가톨릭대 경영학과) 씨가 작성했습니다.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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