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보여주는 SCM의 미래

235호 (2017년 10월 Issue 2)

미래의 혁신을 선도할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하나로 아마존을 주저 없이 꼽습니다. 이유는 바로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즉 자기파괴 전략 때문입니다. 기존 주력사업에 피해를 주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 현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자 원칙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반대로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상식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대시(dash)라는 이름으로 버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제나 화장지처럼 반복 구매가 일어나는 물품을 대상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구매와 배송이 이뤄지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버튼 인터넷은 웹사이트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소중한 자산인 고객 트래픽을 빼앗아가는 전형적인 카니발라이제이션 사업입니다. 더군다나 온라인이나 모바일 사이트로 고객이 로그인하면 할인쿠폰이나 관심 상품 등을 노출시켜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지만 버튼 인터넷은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따라서 버튼 인터넷은 현재의 주력사업은 물론이고 미래 성장 잠재력까지 훼손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서비스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출시되는 게 당연합니다. 아마존이 내놓은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echo)도 “개밥 좀 사 줄래”와 같은 자연어를 인식해 주문, 결제, 배송까지 손쉽게 해결해주는 서비스로 버튼 인터넷과 유사한, 혹은 더 강력한 자기파괴적 사업입니다.

이렇게 카니발라이제이션이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배경에는 고객 가치에 대한 지독한 집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가격(price), 상품 다양성(selection), 구매가능성(availability)은 아마존에서 ‘3위 일체’로 불립니다. 즉, ‘고객들이 낮은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언제라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원칙은 아마존에서 타협의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주력 서비스에 타격을 주더라도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당연히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용인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마존 웨이(The Amazon Way, 존 로스먼 著)’라는 책에는 이런 원칙에 대한 아마존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일화가 등장합니다. 아마존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비해 애플에 아이팟 4000대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부품 문제로 기한 내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 소매점들은 고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환불을 해줍니다. 하지만 이는 3위 일체 원칙에 위배됩니다. 아마존 직원들은 전혀 다른 대응을 했습니다. 미국 전역의 소매 업체를 샅샅이 누비며 아이팟 4000대를 확보해서 고객에게 약속한 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했습니다.

제프 베저스는 나중에 이를 보고받고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애플에 책임이 있으니 피해 금액을 보상받을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군요. 결국 애플이 손해액의 절반 정도를 보상해주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애플이 보상하지 않았어도 똑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는 게 ‘아마존 웨이’ 저자의 분석입니다.

기업 경쟁력의 요체 가운데 하나인 공급사슬관리(SCM)의 미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한 이번 DBR 스페셜 리포트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마존 특집이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에 참여한 대부분 전문가들이 아마존의 전략 속에서 SCM의 미래 모습을 조망했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고객 가치에 대한 강력한 집착은 탁월한 SCM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미래 SCM의 비전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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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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