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홈, 스마트빌딩 등 일련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스마트’란 개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쓰임새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물류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소위 ‘스마트 물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신속성(Speed), 시장지향성(Market-oriented), 정확성(Accuracy), 신뢰성(Reliability), 첨단 기술(Technology) 등 소위 ‘SMART’로 요약되는 다섯 가지 개념이 스마트 물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과거 생산자 주도의 B2B 물류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비해 현재 물류 서비스에 요구되는 고객들의 기대 수준은 현격하게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택배 서비스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은 주문한 상품을 얼마나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됐다. 또한 소비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시장지향적인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은 물류기업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신선식품을 가정으로 배달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출현하면서 시장지향적 물류 서비스의 다양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정확성은 물류 서비스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변치 않은 가치 기준이다. 정확한 수량의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물류의 기본이다. 제조기업과 물류기업 간 신뢰 역시 앞으로 더욱 중시될 것이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물류 기능을 제3자 물류에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속하고 시장지향적이며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물류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 바로 첨단 기술이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애널리틱스(analytics)’ 기술과 무인차 및 드론으로 대변되는 ‘로봇공학(robotics)’ 기술은 물류산업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고객 상품을 보관·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실제 물류 현장에 로봇을 도입해 물류 서비스의 무인화를 구현할 수 있다면 물류산업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글로벌 물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마트 물류 구현을 위해 적극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DHL이 추진 중인 ‘물류 디지털 기업 2020(Logistics Digital Enterprise 2020)’ 이니셔티브를 주목해볼 만하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물류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하에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영역에 걸쳐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 시스템, 조직 학습 및 커뮤니케이션 방식, 파트너사와의 협력 관계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디지털화의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DHL은 이산화탄소 감소를 전제로 운송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제시해 많은 고객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안타깝게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전 영역에 걸쳐 적극적인 디지털화에 나서는 글로벌 물류 기업들과 달리 국내 물류 기업들은 여전히 창고관리시스템(WMS), 운송관리시스템(TMS) 중심의 물류 관리에만 집중하는 실정이다. 물론 보관(warehousing)과 운송(distribution)이 물류의 본원적 기능이기 때문에 디지털화의 핵심 타깃이 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진정한 스마트 물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태영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장(부사장)
필자는 KAIST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CJ올리브네트웍스 IT 사업 부문의 그룹 정보 전략실장 및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2년 CJ대한통운 정보전략담당(CIO)을 거쳐 현재 물류 기술, 엔지니어링 및 솔루션 혁신을 전담하는 종합 물류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