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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연세대 공동기획: 벤카트라만 보스턴대 교수 특강 지상중계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분석 통해 새 비즈니스 개발을

이미영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연세대 경영대학과 공동으로 7월28일 연세대 경영대학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벤캇 벤카트라만(Venkat Venkatraman)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를 초청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한 강연을 개최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한 탁월한 연구 업적을 제시해온 벤카트라만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합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최원일(연세대 경영대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경영계의 핵심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DBR과 연세대 경영대학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분야의 세계적 거장 벤캇 벤카트라만(Venkat Venkatraman) 보스턴대 경영학과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가졌다. 그는 저서 <디지털 매트릭스(Digital Matrix)>와 탁월한 학술 연구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거장급 연구자다. 벤카트리만 교수의 특강 내용을 요약한다.



2007 vs 2017, 10년 새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07년과 2017년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 10대 기업을 비교하면 비즈니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느낄 수 있다.

2007년 상위 10대 기업에는 정유회사 4곳과 은행 2곳이 포함됐다. 반면 2017년에는 엑슨모빌만이 10위를 기록했을 뿐 그 외 애플 등 디지털 기업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2007년 상위 10대 기업 중 2017년에도 포함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슨모빌 두 기업뿐이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9개 기업의 2017년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해보면 2조5642억 달러에서 1조6888억 달러로 약 34% 하락했다. 이는 가치 창출의 원천이 물리적 자산의 효율적 운영에서 디지털 자산의 활용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2017년 상위 10대 기업 중 디지털 기업의 성장 속도를 보면 더욱 놀랍다. 애플, 구글, 아마존의 시가총액 합은 2007년 2545억 달러였으나 현재는 이에 7배가 넘는 1조8442억 달러에 달한다. 심지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는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500대 기업에도 없었는데 불과 10년 만에 현재와 같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인 기하급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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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AI, 빅데이터, IoT가 아니다!

인터넷을 시작으로 1990년대부터 경영활동에 정보기술(IT)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중심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경영활동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많은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수립한 후 이를 실행할 때 어떻게 IT 기능을 활용할지를 고민했다. 결국 기능적인 측면에서 IT가 활용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디지털 기술은 경영의 중심부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급부상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O2O 기업들은 ‘디지털화(Digitalisation)’를 통해 성장했다. 상품 디자인, 개발, 운송 등 일반적인 마케팅 과정에서도 디지털화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디지털화 없는 우리의 일상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단순한 인터넷 검색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 우버 등 디지털화된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전략에도 디지털화는 중심적인 요소가 됐다.

4차 산업혁명도 이러한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데이터’다. 물론 그전에도 데이터는 중요했다. 최근에 데이터의 쓰임이 더 중요해진 것은 데이터 수집이 보다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적절하게 분석해 경영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산업혁명 시대의 원천이 석유와 전력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에너지원의 역할을, 데이터 분석이 전력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빅데이터, AI, IoT 등 개별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다.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분석해 경영전략에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는 것, 그리고 그 분석과정에서 이와 같은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과정 전반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컴퓨터 성능이 꾸준히 향상되면서 데이터 처리 비용이 낮아지고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빨라지고 양은 폭증하고 있다. 마이크로칩 성능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으며 네트워크 구축 비용은 하락하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실현을 가능케 했다.

이런 변화 양상을 처음으로 설명한 것이 무어(Moore)의 법칙이다. 1965년 인텔의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Gordon Moore)의 예언이 바탕이 됐다. 마이크로칩의 집적도가 약 2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법칙이다. 이에 따라 컴퓨팅 성능은 꾸준히 향상되는 반면 가격은 점차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멧캘프(Metcalfe)의 법칙은 1980년 이더넷(Ethernet) 발명자이자 3Com 창업자 로버트 멧캘프가 처음 주장한 개념이다.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은 직선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따라 증가한다. 한마디로 ‘연결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밴드위드(Bandwidth)의 법칙은 일정한 시간 동안 전송 가능한 데이터의 최대용량을 뜻한다. 그러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앞둔 현재, 대역폭의 증가는 단순한 속도의 증가가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안정성 강화 등 과거에 불가능했던 비즈니스 영역의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 전략은 크게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경영활동의 방향을 정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르다.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고, 그 미래의 상품과 서비스의 결합, 즉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먼저 예측하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

‘디지털화’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에서도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최근 <포천(Fortune)>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경영자의 94%가 지난 5년의 변화보다 향후 5년의 변화의 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디지털화’를 꼽았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기업들은 게임의 규칙도 모른 채 경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의 성공이 앞으로의 성공을 담보해 줄 수도 없다. 지난 성공 요소를 분석해 봤자 이는 미래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이 과정이 성공의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랙베리, 노키아, 코닥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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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물다… 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의 탄생


피터 드러커는 “자동차산업은 모든 산업의 어머니”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는 자동차산업을 면밀히 분석하면 미래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최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가 개발됐다. 이는 단순히 자동차 기술 개발로 그치지 않았다. 운송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동차라는 상품이 아니라 운송 서비스, 운송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영환경은 크게 3가지 성격을 갖는다. 첫째,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다. 구글이 최근 가정용 온도 조절기를 제조하는 ‘네스트’를 인수했다. 네스트는 이후 자동 화재경보장치도 개발했다. 이 내부는 하나의 컴퓨터와 비슷하다. 이 상품들은 구글의 플랫폼 안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다른 업체들도 온도조절기로서는 완전한 기능이 장착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구글의 플랫폼 안으로 들어온 네스트와 경쟁해야 한다. 결국 플랫폼 안에 편입된 상품과 홀로서기 한 상품의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속도’다. 이들은 규모와 범위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페이스북, 애플 모두 1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서비스 적용 범위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애플사는 단순히 스마트폰만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헬스케어 산업에도 진출했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면서 성장한 아마존은 최근 ‘아마존고’라는 무인 편의점을 내놓기도 했다. 무서운 확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성장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들로 확장되는 것일까? 놀랍게도 이 안에도 ‘데이터’가 숨어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어냈다. 관련성이 전혀 없는 사업들이 데이터로 연결된 것이다. 이 부분은 결코 전통적인 기업 분석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재무적 투자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기 어렵다. 인적자원과 디지털 자원을 수집해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영향력의 확대를 통해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 최근 미디어시장에는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요 ‘플레이어’가 뒤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방송, 영화사 등이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유튜브가 가장 큰 방송국의 역할을 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량을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29%로 1위, 유튜브가 12%로 2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페이스북 순이다. 하지만 방송국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기준으로 시청률을 조사한다. 게임의 룰이 바뀌었는 데도 말이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등장했을 때 자신의 경쟁상대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본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넷플릭스는 AI를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시청자들의 콘텐츠 취향과 수요를 파악한다. 넷플릭스의 현재 가치는 90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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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매트릭스, 산업의 경계마저 허물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은 3×3 매트릭스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 매트릭스는 시장참여자의 형태와 혁신의 과정을 각각 3가지로 분류했다. 시장참여자는 전통 제조기업, 스타트업, 디지털 거대 기업으로 나눴다. 혁신의 과정은 일단 무수한 실험단계를 거친 후(Innovation) 여기서 살아남은 소수의 비즈니스 모델은 비즈니스의 본질을 바꾼다(Disruption).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널리 확산돼 산업 전체로 영향을 끼쳐 산업 자체를 바꿀 수 있다(Transformation). 모든 혁신의 주체들은 혁신을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러나 어떤 주체든 그 혁신을 이뤄내고 비즈니스를 넘어 하나의 산업을 바꾸게 되면, 그 산업은 그 주체가 만들어 놓은 ‘게임의 룰’ 속에서 경쟁한다. 그 주체가 전통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디지털 자이언트든 말이다.

우버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우버는 택시를 대체할 수 있는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이로 인해 택시 서비스 업체와의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우버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면서 우버의 비즈니스는 운송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만약 이 자율주행차 서비스로 운송산업 전체를 뒤바꿀 수 있다면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든, 구글과 같은 디지털 거대 기업이든 우버가 만들어 놓은 산업의 틀 아래서 경쟁하게 된다. 근본적인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결국 이는 모든 기업들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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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상품’으론 역부족…플랫폼 구축을 위한 고민 필요한 때

한국 기업들은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하루빨리 인지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핸드폰을 예로 들어보자. 삼성의 스마트폰은 이제 전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가장 좋은 핸드폰을 만들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누가 가졌는지 질문해보자. 결국 수집된 데이터의 주인은 삼성이 아닌 안드로이드 개발사 구글이다. 따라서 삼성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으면 삼성의 스마트폰은 다른 산업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마존을 통한 서비스를 이용하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든 그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는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업체에 어떠한 돈도 지불하지 않는다. 부가가치를 창출해 사업이 보다 확장성을 갖추기 위해선 상품 이외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아마존이 최근 스피커 ‘에코(ECO)’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AI 기능이 탑재된 에코 자체를 판매해서는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 아마존이 주목하는 것은 에코에서 수집할 수 있는 고객의 데이터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고객의 취향이나 생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이 분석은 아마존의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진다. 최근 아마존이 특허를 낸 게 있는데 ‘예측 배송’이다. 이는 고객들의 패턴을 분석해 고객들이 주문할 상품을 미리 물류창고에 배송하는 것이다.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배달해 차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스마트폰 판매를 통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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