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떠오른 화두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특히 오늘날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에서 유통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밸류체인의 어떤 한 지점에서 발생한 위험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우리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시기에 기업들이 장착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다이내믹 리질리언스’다. 이 전략은 ▶ 위기에 대한 경계심과 즉각적 대응력, 유연함 덕분에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 ▶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해 운영의 민첩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낸다. 또한 ▶ 블랙 스완, 파괴적 혁신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때에도 경쟁회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적 행보를 가능케 한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저성장’ ‘구조조정’ ‘붕괴’ ‘몰락’ ‘종말’ 등 무시무시한 키워드로 무장한 우울한 예측과 전망들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대 기업의 최우선 목표도 ‘닥치고 생존’으로 몰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큰 사건과 사고는 이제 거의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112009년 전무후무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로 극도로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환경과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키워드들이 회자됐다.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일어나면 큰 충격과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경고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 예측이 가능하다 해도 실제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면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을 뜻하는 ‘그레이 스완(Gray Swan)’. 아무도 거론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분명히 문제를 안고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존재를 가리키는 ‘분홍 코끼리(Pink Elephant 또는 Elephant in the room)’란 키워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발생 가능성도 크고 발생 시 충격과 영향도 매우 크나 무시되거나 방치돼 있는 현상이나 상황을 의미하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s)’라는 용어도 등장하는 등 극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수많은 기업들을 위협하는 큰 파장의 리스크,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닫기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복잡성이 커져 이러한 현상과 상황을 설명하거나 분석하려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더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개인의 생존은 물론 기업 역시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워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사고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유형의 사건이면서 발생 시 파급효과가 엄청난 사건, 즉 판도를 뒤바꾸는 극단적인 사건을 ‘X’22“X 이벤트 대응전략은 복원력, 5R원칙을 지켜라”(http://news.donga.com/3/all/20130226/53301454/1)- 복잡계 과학과 미래연구의 대가 존 캐스티 박사의 ‘X이벤트’ 정의를 재해석해 ‘X를 경영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13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어젠다이기도 한 리질리언스에 대해 존 캐스티 박사는 다음의 5가지 역량으로 구성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①예상치 못한 충격을 흡수하는 견고성(Robustness)을 지녀 혼란을 견디고 사건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음. 이는 칼 와익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제시한 위기 속에서도 신뢰가 높은 고신뢰조직(HRO·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특성과 일치함 ②필수 잉여자원을 마련해 대규모 외부 충격에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비 능력(Redundancy)을 지님 ③창의성과 혁신을 토대로 융통성(Resourcefulness)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즉흥적인 기민함을 발휘함 ④신속하게 상황 파악을 하는 대응력(Response)을 길러 주요 이해관계자 간의 빠른 의사소통과 참여를 이끌어냄 ⑤사건 발생 후 상황 변화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 역량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회복력(Recovery)을 갖춤.닫기 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이러한 X를 무조건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 대응하라는 의미로 ‘X를 경영하라(줄여서 X경영)’라고 명명하고, 특히 극한 비즈니스 환경하에서의 다양한 위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X경영 전략’을 위한 방법론으로 ‘다이내믹 리질리언스(Dynamic Resilience)’를 제안하고자 한다.
외부 충격을 받은 스프링이 강한 반발력으로 원래 상태보다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처럼 사업 중단 또는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를 극복해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거나 또는 위기 이전보다 더 강한 경쟁력을 갖는 역량이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에 ‘다이내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전통적으로 위기대응의 방안으로 제시돼온 회복탄력성을 능가하고 위기 감지력을 극대화하는, 즉 빠른 기업의 감지, 예방, 대응 역량을 강조하고자 한다.
위기를 빠르게 발견하는 감지역량 기르기
사업을 하다 보면 물류 지연, 디지털 통신 중단, 일일 생산량 저하, 특정 작업장에서의 사고 등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다. 이런 사고들은 선적을 지연시키거나,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게 하거나, 생산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리스크나 위기상황은 아니다. 체계가 잘 잡혀 있는 대기업에서는 이런 사건 대응에 능숙하다.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다. 이러한 이벤트는 리스크 담당자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고민한 적 없는, 즉 위험을 살피기 위해 각 기업이 마련한 ‘레이더’에도 포착되지 않는 희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관리자들의 관심사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업들은 리스크 혹은 위기를 관리할 때 발생가능성(probability)과 영향(impact)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요소 못지않게 중요한 세 번째 요소가 있다. 바로 ‘감지가능성(detectability)’이다. 위기의 일부는 사전 모니터링으로 감지 또는 탐지를 할 수 있다. 물론 어떠한 경고나 징후 없이 발생하는 이벤트도 있다. 감지가능성은 시간이라는 차원이 가미되는데 파괴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것을 알게 되는 시점과 실제로 해당 이벤트가 발생하는 시점 사이의 시간으로 정의된다. 이벤트의 탐지 가능성은 양의 수치(+, 발생 전에 탐지), 제로(0, 탐지와 동시에 발생 또는 발생과 동시에 탐지), 음의 수치(-, 발생 후에 알게 되는)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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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기yjongk@kr.ibm.com
IBM Resiliency Services 실장/전문위원
필자는 IBM에서 기업리스크 관리와 리질리언시 서비스를 담당하며 기업에 리스크 관리와 위기경영 컨설팅을 한다. 주요 역서로 <리스크 인텔리전스 :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경영><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와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