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라인프렌즈

연예인 육성하듯 캐릭터를 키웠다. 아시아 비즈니스 아이돌 꿈꾼다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모바일 메신저라인에서 쓰는 이모티콘을 가지고 캐릭터 사업을 시작한 라인프렌즈는 2014 4월부터 현재까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정규 매장 15, 팝업스토어 27곳을 운영할 정도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인프렌즈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공유: 프로젝트에 관련된 직원이 온라인 도구로 업무 상황을 공유한다. 사무실에서 팀장급은 다른 팀과의 원활한 정보 교류를 위해 복도 쪽 자리에 앉는다. 디자인, 구매, 제조, 영업, 마케팅 등 모든 담당자들이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공유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준다.

2) 속도: 서류 결재는 없다. 시제품은 3D프린터로 바로 뽑는다. 대표의 지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업무가 흘러간다. 일단 시도해보고 실패에서 학습하는 것을 권장한다.

3) 협업: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해외 기업과 협업해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다.

4) 연예기획사 모델: 상품 라인업을 관리한다기보다는 걸그룹 같은 연예인들을 매니징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토리텔링과 전체적인 조화를 중요시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의 글로벌 전략은 2012 DBR 115 ‘“동남아 광고판라인이 점령했던데” NHN, 틈새욕구·해외공략 전략 했다.’(임일, 조진서)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요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장 붐비는 매장은 어디일까. 화장품 가게도, 옷가게도 아니다. ‘라인프렌즈스토어다. 3층 규모의 상점 입구에는 약 2.5m 높이의 털 인형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모바일 메신저라인에서 이모티콘1 으로 쓰는 곰돌이 캐릭터다. 인형 주변엔 온갖 외국어가 다 들린다.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 대부분은 10∼30대 젊은 층인데 절반은 외국인이다.

 

 

 

 

라인의 캐릭터 상품은 중국에서도 인기다. 지난 1111일 중국의 쇼핑 명절인 광군제 때 알리바바티몰에서 3시간 만에 15억 원어치의 물품을 팔았다. 캐릭터 상품 부문 1위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상하이의 고급 쇼핑가인 신톈디에도 120평짜리 매장을 운영 중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라인 메신저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은 카카오톡에 밀려 모바일 메신저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아예 2014년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에서 라인 캐릭터 상품 매출은 급성장 중이다. 가로수길 매장은 성수기 월 매출이 10억 원 이상이다. 소비자들은 어디에 나오는, 뭐하는 캐릭터인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이들이 그려진 티셔츠와 그릇, 인형을 구입한다.

  

 

메신저 앱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태어났던 라인 캐릭터, 일명라인 친구들(LINE Friends)’들은 이젠 메신저 없이 자체적인 브랜드로서의 생명력을 키우고 있다. 400여 종 5000가지 이상의 캐릭터 상품들이 아시아 지역 15개 매장과 2개 팝업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다. 누적 방문객은 2200만 명을 넘어섰다. 2015 4분기에만 해도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해 3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었다. 이 캐릭터들을 활용해 펼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캐릭터 사업이 잘되자 라인은 2015 3월 이 부문을 아예 독립법인라인프렌즈로 분사했다(경쟁사 카카오 역시 석 달 후카카오프렌즈를 출범시켰다). 딱딱한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기업들이 라인프렌즈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2

 

라인 친구들의 탄생

 

라인(LINE) 2011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였던 NHN재팬에서 출시한 메신저 서비스다. 그해 봄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한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라인은 이런 수요를 노렸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불과 석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스피디하게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라인 메신저는 한국 시장에서는 먼저 나온 카카오톡에 밀려 한 번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대신 일본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권 시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했다. 서비스 첫해 일본에서 이용자 4500만 명을 확보했다. 다음 해부터는 대만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에도 진출했다. 현재(2015 12월 기준) 글로벌 가입자 수는 8억 명이고 그중 매월 한 번이라도 접속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s) 21000만 명을 조금 넘긴다.

 

캐릭터 사업은 우연히 시작됐다. 메신저 서비스를 처음 준비할 때 일이다. 워낙 서둘러 서비스를 만들다 보니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사진 전송 기능이었다. 수백만, 수천만 명이 쓰는 메신저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 사진 파일을 안정적으로 전송하게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급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이모티콘의 확장이었다. 이모티콘은 사진에 비해 서버에 주는 부하가 훨씬 적다. 기존 PC 메신저에서 쓰던 이모티콘은 ^^, :) 같은 특수문자, 혹은

과 같은 단순한 그림이었다. 라인은 이렇게 얼굴만 덜렁 보여주는 이모티콘이 아니라 상·하반신을 모두 가진 귀여운 캐릭터 모습을 한 이모티콘을 제공한다면 불완전한 사진 전송 기능을 보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던 김성훈 현 라인프렌즈 대표는 이렇게 기억한다. “이용자들이 사진 전송보다 이모티콘들을 더 많이 사용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진짜로 그랬다.” 대신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캐릭터들의 이름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래서캐릭터 이름도 만들어야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붙였다. 곰돌이는 갈색이라서브라운

으로, 하얗고 둥근 캐릭터는 달을 닮았다고(Moon)
으로 정해졌다. 나머지 캐릭터들엔 코니, 제임스, 레너드, 샐리처럼 김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쓰던 영문 이름을 빌렸다. 하루 만에 아홉 개 캐릭터의 이름이 다 정해졌다.

 

그 다음엔 캐릭터들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줄 차례였다. 이것 역시 계획에는 없던 일이다. 캐릭터 이모티콘(라인에서는스티커라 부른다)을 유료로 팔기 시작했는데, 그냥 파는 것보다는 뭔가 재미있는 배경 이야기를 만들어주면 더 잘 팔릴 것 같았다. 그래서 토끼 코니와 곰 브라운이 연애를 하는 설정이 나왔고

, 다른 캐릭터들도 약간씩 이야기의 살을 붙여나갔다. 예를 들어 토끼 코니와 인간 문이 말썽을 피우고 사고를 치면 곰 브라운이 뒷수습을 하는 식이다.

 

 

라인 메신저는 스티커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김성훈 대표와 그의 팀에게 또 다른 미션이 나왔다.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자 이제는 캐릭터를 이용한 오프라인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첨단 인터넷/모바일 기업에서 봉제인형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됐다.

 

처음엔 돈 받고 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메신저 출시 다음 해인 2012년부터 앱을 설치하는 사람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볼펜과 연필, 노트 등의 문구류와 작은 봉제 인형들이었다. 반응이 좋았다. 다른 마케팅 채널보다 프로모션 사은품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았다. 라인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마케터들과 크리에이티브 팀은 모바일 서비스의 특성상 소비자에게 핸드폰 화면만 보여주는 것보다는 실제 물리적 형상을 갖고 있는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홍보에 더 효과적임을 깨달았다.

 

한편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부상하면서 외부로부터 라이선싱 제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라인의 아홉 캐릭터가 등장하는 어린이용 TV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 ‘라인 타운(Line Town)’이라는 이 만화는 총 99화로 제작돼 2013 TV도쿄에서 방영됐다.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라인 캐릭터들을 넣은 티셔츠들을 팔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의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가 에어버스 A320 여객기 한 대를 라인 캐릭터로 래핑하기도 했다. 비용은 항공사가 부담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라인의 인기를 빌려 항공사의 인지도를 높여보겠다는 마케팅이었다.

 

아홉 개의 캐릭터는 대성공이었다. 큰 욕심 없이, 메신저 서비스를 돕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들이 메신저 서비스 자체만큼이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기왕 할 것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선 제품 제작 물량이 많아지다 보니 외부 제작업체에 지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커졌다. 품질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봉제업체들은 대부분 어린이 대상 인형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봉제선이 조금 삐뚤어졌다거나 하는 식의 디테일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라인은 성인들도 쓰는 서비스다. 아이들 눈에는 거슬리지 않는 사소한 결함도 어른들 눈에는 마땅치 않아 보일 수 있다. 또 이런 마케팅/프로모션 물품들은 중요한 사업 파트너나 손님들을 만났을 때, 혹은 사내에서 주는 선물용으로도 사용해야 했으므로 품질과 활용도가 아주 중요했다. 이들은우리가 만드는 제품,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캐릭터 사업을 진지하게 고려하다

 

라인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를 하는 IT 기업이다. 그 안에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파는 팀은 다른 팀들과 성격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사용하는 말부터 차이가 났다. 구매와 제조, 물류, 판매까지 다 맡아서 하다보니 생산단가/금형/물류/통관/임대료 등 IT산업보다 일반 제조업에서 쓰는 용어들이 이 팀에게는 더 익숙해졌다. 시간관념도 달랐다. 모바일 서비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시장 상황이 변하지만 캐릭터 사업은 한번 터를 닦으면 수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미키마우스

, 헬로키티
, 도라에몽 
 등이 그렇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캐릭터 사업 부문을 라인에서 분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나왔다.

 

분사의 결정적인 계기는 2014년 여름 베이징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오픈이었다. 라인은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동아시아 각국을 돌아가며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반 년 정도까지 대도시 요지에 점포를 내고, 방문자가 스마트폰에 라인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인형과 문구 상품들을 10%씩 할인해줬다. 그런데 베이징 스토어 오픈을 1주일 앞둔 7월 말, 중국 정부가 라인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해외 SNS 다수를 차단했다. 테러조직이 정보 교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메신저 앱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으니 프로모션 행사도 의미가 없어졌다. 난감했다.

 

고민하던 캐릭터 팀은그냥 팔자. 그냥 팔아도 될 것 같아라고 의견을 모았다. 메신저 앱에 대한 홍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스토어 문을 열자 정말로 베이징 사람들은 메신저 서비스 중단에 개의치 않고 곰돌이와 토끼 인형들을 샀다. 김 대표는사람들이 원했던 건 라인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고 캐릭터였구나. 라인과 분리해서 사업할 수 있겠다라고 깨달았다.

 

베이징 사람들은 메신저 서비스 중단에 개의치 않고

곰돌이와 토끼 인형들을 샀다.

 

 

2014년 말,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 또 다른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뉴욕 사람들이 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알 턱이 없었지만 와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앱을 써본 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캐릭터 상품 그 자체를, 또 귀여움이 가득한 스토어라는 공간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그는 느꼈다.

 

2015 3, 라인프렌즈는 라인의 자회사로 독립했다. 김 대표는 새 법인의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기존 라인 조직의 크리에이티브 팀도 계속 담당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라인이라는 거대 조직의 보호 속에 숨어 있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는 라인 서비스의 마케팅을 한다는 측면에서, 즉 돈을 쓰는 입장에서 일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직원의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 등 비용 측면까지 고려하면서 독자적인 사업을 해야 했다. 부모님 집에서 용돈 받으며 살다가 독립해서 나오는 셈이었다.3

 

독립 이후 라인프렌즈는 빠르고 과감하게 매장 수를 늘렸다. 2015 3 300평 규모의 가로수길 대형 매장을 열었고, 7월에는 상하이 신톈디와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8월에는 판교와 신촌의 현대백화점에, 9월에는 홍콩과 일본 센다이에 매장을 열었다. 11월에는 이태원 역 맞은편에 6층짜리 건물을 통으로 임대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매장으로, 4층부터 6층까지는 직원 약 120명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쓴다. 직원들이 매장에 내려가 신제품에 대한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려는 전략이다.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

 

캐릭터 사업을 전개하면서 라인프렌즈가 중점적으로 추구한 것 중 하나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이다. 유니클로와 에어아시아처럼 라인프렌즈의 인지도를 자사 제품 판매에 이용하기 위해 라이선싱 제안을 해온 업체는 이미 여러 곳 있었다. 하지만 라인프렌즈는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 품격 높은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른바명품과의 협업은 스토어의 중심을 잡아주는 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자체 제작한 인형과 문구류만으로는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 실제로 가게 안에서는 매출 대부분이 의류나 인형 같은 가볍고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에서 나오지만 소비자를 가게 안까지 유인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는,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컬래버레이션의 시작은 스웨덴의 그릇 제조사인 구스타프베리였다. 1600년대에 창업한 유서 깊은 브랜드다. 이 회사와의 접촉은 안지훈 브랜드 팀장이 담당했다. 안 팀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유학하면서 빈티지 그릇을 모았고 <북유럽 그릇 디자인>이라는 책도 낸 그릇 애호가다. 그의 열정과 전문성 덕분에 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접시 안쪽 바닥에 라인 캐릭터를 조그맣게 그려 넣은 제품이 나왔다. 하루에 50개씩, 1000개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제작 과정에 수작업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중성으로 치면 아마 90% 이상의 소비자들은 모르는 브랜드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정성을 들여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들을 응원하고 같이 작업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안 팀장의 말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법참조.)

  

 

DBR Mini Box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법

라인 메신저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회사의 역사도 짧기 때문에 길게는 수백 년, 짧게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서양의 고급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라인뿐 아니라 많은 아시아 기업이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서구의 유명 브랜드는 아시아의 신흥기업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의 브랜드들은 영어권 인터넷에서는 검색해도 관련 정보를 찾기 힘들다. 현지에 지사를 둔 기업이 아니라면 평판 조회가 어렵다. 국가 신인도도 낮다. 그러니 상대가 서두르면 더욱 수상하게 볼 수밖에 없다.

 

 

라인프렌즈도 초기에는 파트너십을 맺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열 개 브랜드에 제안서를 보내면 아홉 곳에선 답이 없고 한 곳에서이야기나 한번 해보자는 식의 미적지근한 답이 오는 정도였다. 어린이 만화 같은 캐릭터들도 신뢰도 측면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라인프렌즈가 여러 해외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던 방법은 다음과 같다.

 

 

a) 서두르지 않는다

 

참을성이 없는 한국인들은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는 식으로 해외 업체들에 접근하기 쉽다. 일단 제안을 해보고 상대방이 거부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기한다.

 

 

북유럽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안 팀장 등 라인프렌즈 직원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이 친구들은 6개월에서 1년은 걸리겠지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다. 처음 e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할 때부터 미리 작전을 짰다. 거절당해도 실망하지 않았다. 일단 아시아에 라인이라는 기업이 있고 라인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상대방이 천천히 인식하게 되면 성공이라고 봤다.

 

 

b) 3의 지역에서 만나라

 

e메일이나 전화 커뮤니케이션으로 우리 회사를 소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풀릴 때가 많다. 그런데 호의적이지 않은 해외 브랜드에 무작정 찾아갔다가는 콧대 높은 담당자에게 상처만 입기 쉽다. 이럴 때는혹시 아시아에 올 기회가 있니?’라고 묻는다. 주요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자주 방문한다. ‘다음 달에 홍콩에서 회의가 있다라고 대답하면그럼 우리가 그리로 갈 테니 짧은 미팅을 하자라고 제안한다. 백이면 백, 다 수락한다. 출장을 나오면 사람들의 경계심이 풀어지고 남는 시간도 많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쉬워진다.

 

 

c) ‘으로 초대하라

 

서울이나 홍콩, 상하이 등에 있는 라인프렌즈 스토어로 사업 파트너를 초대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게 하면 다들 라인프렌즈의 성장성과 완성도를 인정한다. 김성훈 대표는누군가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게 되면 그 사람의 센스, 평소 생각, 취향 등을 다 볼 수 있다. 스토어와 사무실을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d) 비디오 아카이빙(archiving)을 해라

 

라인프렌즈는 한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놓는다. 특히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제작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찍어서 남겼다. 새로운 협업 파트너를 구할 때 이 제작과정 영상을 보여주면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제품 하나 덜렁 보여주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분사하기 전부터 라인 크리에이티브 팀이 쌓아온 영상 제작 역량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이 제작 영상은 매장과 온라인상에서 판매촉진용으로 쓸 수도 있다. 고객들에게 그 제품을 사야 하는 스토리를 하나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 노트, 왜 이렇게 비싼 거야?’가 아니라이게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야? 이거 되게 사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수 있다.

 

 

구스타프베리 이후, 협업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은우리가 갖고 싶은 제품으로 정해졌다. 가격은 비싸거나, 싸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매장에서 판매 중인 가장 고가의 제품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크리스털 인형이다. 300만 원이 넘는다. 비교적 저렴한 제품으로는 노트 브랜드인 몰스킨 제품도 있다.

 

가장 큰 화제를 낳았던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독일의 필기구 회사 라미와 만든브라운만년필이었다. 이 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1년이 걸렸고, 결국 기존에는 없던 갈색브라운상품이 탄생했다. 시제품을 보던 라인프렌즈 직원들은 여기에 LINE이라는 글자를 각인할까 하다가 그것은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만년필 클립에 끼울 수 있는 곰돌이 얼굴의 실리콘 배지를 만들었다. 캐릭터의 의미를 살리면서 제품의 원형도 해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 만년필은 하루 만에 1만 개 가까이 팔렸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중국의 보따리상이 가로수길 매장에 와 싹쓸이하기도 했다. 결국 1인당 판매 수량을 제한해야 했다.

 

DBR Mini Box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해외 유명 브랜드

● 라미(독일) - 만년필, 수성펜

몰스킨(이탈리아) - 노트

● 아이아이아이(덴마크) -헤드폰

미스터마리아(네덜란드) - 조명

● 라걀롭(프랑스) - 와인

파버카스텔(독일)- 색연필

● 유니클로(일본)- 의류

베어브릭 (일본)- 장난감

● 뮬라(핀란드)- 법랑 식기류

● 구스타프베리 (스웨덴) - 핸드메이드 커피잔

● 북바인더스디자인(스웨덴) - 핸드메이드 노트

 

 

 

 

 

 

 

조직문화

 

라인프렌즈는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손자회사, 모바일 기업인 라인의 자회사다. 따라서 IT 기업의 DNA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디자인과 제조를 중시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IT와 제조, 유통에 콘텐츠 운영까지 어우러지는 종합 비즈니스다. 이 회사는 다음과 같은 문화를 추구한다.

 

(1) 투명성과 공유

 

라인프렌즈는 문서로 보고를 올리고 결재 받는 시스템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무는 라인과 밴드(BAND)라는 네이버의 SNS 툴을 이용해서 담당 직원들 전부가 공유한다.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거의 모바일 공간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하반기 모델을 결정해야 하면 라인이나 밴드에 후보들을 올려놓고 직원들이 투표한다. 그걸 보고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김 대표는 이것이 공감대 형성의 문제라고 봤다. 그는내가 이게 좋으니 이렇게 결정한다고 하는 것보다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반응을 본다.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으면 따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그 일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반대 의견이 많거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으면 그런 일은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가공유하라.

 

이렇게 업무에 SNS를 많이 활용하게 된 까닭은 우선 김 대표가 출장이나 외근으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본인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의사결정에 쓸 수 없으니 대표의 결재나 참견 없이도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저절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썼다고 그는 말한다.

 

공유를 강조하는 문화는 업무 프로세스와도 연관이 있다. 상품 하나를 개발할 때마다 상품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제작 담당자, 물류 전문가, 품질검사 책임자, 마케터, 영업책임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투명하게 업무를 공유하는 게 효율적이다. 상품이 다 완성이 된 다음에 어디선가 반대 의견이 나오면 곤란해진다. 초기 단계부터 실시간으로 모든 관련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렇게 하면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는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모든 사람이 과정을 봤고, 동의했고, 공감대를 얻어서 내린 결정이니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담당자는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안지훈 팀장의 말이다. 특히 디자이너와 비디자이너 직군 간 업무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구매나 재무 담당자가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주기도 한다. 기술적인 코멘트까지는 줄 수 없어도어떻게 더 귀여웠으면 좋겠다는 식의 의견은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본인의 업무인 자재 구매를 할 때 디자인까지 고려하게 된다. 프로젝트마다 정보를 공유하는 책임은 기본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발의하는 실무자에게 있다. 팀장급들은 실무자가 그 책임을 다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사무실 좌석 배치도 효율적인 정보의 공유를 염두에 뒀다. 직원들은 부서별로 모여 앉기보다는 적당히 느슨하게 섞여 앉는다. 같은 팀이 같은 층에는 근무하지만 바로 옆 자리에는 연관 업무를 하는 다른 팀 동료들이 앉는 식이다. 정의선 매니저는팀장과 팀원이 같이 앉아 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업무를 할 때 어떻게 일해야 할지 상상이 안 됐는데 정작 일을 해보니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한다.

 

, 팀장들끼리는 자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한다. 조직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등의 민감한 이슈들은 아무래도 팀장들끼리 마주보고 앉아서 얘기를 해야 쉽게 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기업에선 직급이 높을수록 자리가 안쪽(창가 쪽)으로 들어가지만 라인프렌즈는 창가 자리는커뮤니케이션이 죽은 자리라고 여긴다. 그래서 팀장급은 이동이 편리하고 다른 팀과 교류하기 좋은 복도 쪽, 이른바택배 받는 자리에 앉는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업무를 공유하는 게 효율적이다.

상품이 다 완성이 된 다음에 어디선가 반대 의견이 나오면 곤란해진다.

 

(2) 속도

 

2015 3월 문을 연 가로수길 플래그십 매장을 준비하는 데는 5개월이 걸렸다. 3층 면적을 죄다 고치고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잡는 데 걸린 시간으로는 상당히 짧다. 제품 하나를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다. 자체 기획 상품의 경우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상품 진열까지 3∼4개월 정도면 된다.

 

이런 속도의 비결은 앞서 말한 SNS 도구의 활용 덕이다. 출퇴근 시간은 체크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업무 결정을 내린다. 또 디자이너부터 제조, 영업, 마케팅까지 전 직군이 전 과정에 걸쳐 협업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 예를 들어 인형 하나를 만들 경우 온라인상에서 이야기한 대로 디자이너가 제품 콘셉트를 그려내면4 엔지니어가 바로 3D 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사무실 안에 비치된 3D프린터로 바로 실물 모형을 제작한다.

 

 

 

디자인 작업도 융통성과 점진적 개선에 초점을 뒀다. 해외의 유명 캐릭터 회사들은 까다로운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는 특정 상황에만 등장할 수 있다거나 한 페이지 안에 같은 캐릭터가 몇 회 이상 등장해선 안 된다는 식이다. 라인프렌즈는 이렇게 세세하게 규제하기보다는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괜찮다는 식으로 느슨한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어차피 SNS로 다 공유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빨리 고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물론 자존심 강한 디자이너들은 미완성 단계의 작업물을 남에게 보여주기를 꺼려했다. 그걸 보고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을 내야 하는 사람들도 마음에 부담이 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며 피드백 문화는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워낙 직원들 간에 공유되는 프로젝트의 수가 많고 각각의 프로젝트가 시시각각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혹시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게 되더라도 거기 집착할 수 있는 시간적, 감정적 여유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3) 실패를 겁내지 않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약 3개월 만에 서비스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 이전 4년여 동안 NHN재팬은 수많은 서비스를 출시했고 거기서 대부분 쓴맛을 본 상태였다. 라인이라는 성공 상품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쌓여 탄생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실패를 많이 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조직 차원의 지혜가 싹텄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라인 출시 후에도 마찬가지다.5 라인은 메신저 서비스와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 지도, 금융 결제, 사전 등 100개 이상의 수많은 앱을 만들었고 이들 대부분은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라인 서비스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줬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라인프렌즈로도 이어졌다. “배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해보는 것이고, 해보고 나서 뼈저리게 배우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2014년 말, 제주 신라면세점 안에 야심 차게 냈던 매장은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7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 매장을 기획했던 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면세점은 수수료가 높았을 뿐 아니라 제주도는 쇼핑보다 휴양에 목적을 둔 사람들이 가는 곳이기 때문에 물건을 많이 사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 좋은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매장 입지를 고를 때 도움이 됐다.

 

 

 

시장 전략

 

(1) 타깃은 아시아의 여성 소비자

 

라인프렌즈는아시아의 20∼30대 여성을 핵심 소비자층으로 정의했다. 특히 라미와 몰스킨 등 유명 문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라인프렌즈의 타깃 고객층과 일치한다고 김 대표는 분석한다. 이와 정반대 지점에는서구의 남성을 타깃으로 하는스타워즈프랜차이즈가 있다.

 

김성훈 대표는 서양과 동양 사람들이 선호하는 캐릭터가 다르다고 말한다. 동양에서는아이언맨같은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인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심플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문화가 생겼다. 물론 스타워즈와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대중적이고, 또 어른이 좋아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2) 무국적 캐릭터

 

라인 모바일 메신저는 한국 회사의 일본 자회사가 개발했다. 처음부터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역시 특정 국가의 것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최대한 지역색을 배제한다. 이름을 지을 때도 브라운, 샐리, 코니 등 어느 나라에서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름을 택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제품을 론칭했던 일본이라는 나라의 캐릭터 산업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일본 스타일의 캐릭터는 정말로 잘 만들지 않고서는 현지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건너간 디자이너들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어설프게일본틱한 캐릭터를 개발하느니 그냥 간단하게 이모티콘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디자인을 하자고 접근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일본 외의 시장을 공략할 때 같은 캐릭터를 들고 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둥글고 간결한 형태의 캐릭터들은 봉제인형 같은 3차원 형상의 제품을 만들 때도 큰 도움이 됐다. 예쁘고 멋진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면 캐릭터 상품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향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역시 라인과 마찬가지로카카오프렌즈라는 캐릭터 사업체를 독립시켰다. 코엑스와 롯데월드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매장을 배치하는 것도 두 업체가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카카오톡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 대상의 비즈니스를 한다. 해외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 반면 라인프렌즈는 처음부터 아시아 전역을 공략했고 한국에 매장을 내더라도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을 노린다. 가로수길과 이태원, 명동이 대표적이다. 한국 소비자를 위한 매장이라기보다는아시아 사람들이 가장 잘 모이는 곳에 매장을 낸다는 기준으로 입지를 선정한다. 실제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인 홍콩/마카오/한국/대만/일본에 모두 매장을 냈다. 3년 안에 총 100개 매장을 연다는 목표다.

 

DBR Mini Box

 

 

 

 

 

 

숫자로 보는 라인프렌즈

정규 매장: 15 (한국 9/일본 2/중국 1/대만 2/홍콩 1)

팝업스토어 설치 국가: 11개국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콜롬비아/미국 등)

매장 평균 방문객: 6000/

제품 수: 400여 종 5000여 가지

히트상품: ‘브라운인형 (25만 개)

일 평균 모바일 스티커(이모티콘) 사용: 24억 개

(2015 12월 기준)

 

 

향후 계획

 

라인프렌즈는 향후 3년간 10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 외에도 식음료 사업 및 테마파크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다. 이미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빈스 등과의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현재 본격적인 식음료 사업 진출을 위해 요리사 등 관련 인력도 채용한 상태다. 2016년엔 몇 개의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라인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외부의 캐릭터를 매니징해주는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둘리같은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다. 라인프렌즈의 롤모델은 미국의 디즈니사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나겨울왕국등 자체 제작 콘텐츠 외에도어벤저스를 만든 마블, ‘토이스토리의 픽사, ‘스타워즈의 루카스필름을 차례로 인수해 방대한 캐릭터 라인업을 구축했다. 맥쿼리증권에 따르면 2014년 디즈니의 라이선스를 받은 캐릭터 상품의 총 매출은 약 450억 달러( 50조 원)에 달했고, 이 중 디즈니는 약 6%를 로열티로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성공요인 분석

 

라인프렌즈는 특정 국가를 초월한 아시아에서는 유례가 없을 만큼 성공적인 캐릭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직원이내 돈 내고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협업한다

 

두 개 이상의 브랜드가 협업할 때는 각 브랜드 간의 관련성, 매출 극대화 등 기업의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시된다. 하지만 라인프렌즈는 직원들이내가 직접 돈 내고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를 협업 파트너로 정한다.

 

물론 각 산업에서 독보적인 지지를 받는 회사들과의 협업은 성사되기 어렵다. 하지만 라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기획하기 때문에 나와 선호가 비슷한 시장에서는 초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일관된 협업의 역사를 갖게 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걸맞은 유명 브랜드들로 이뤄진그들만의 리그에 진입할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 관련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식은 분석적 사고를 하는 서양에서보다 종합적 사고를 하는 동양에서 강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Monga and John의 연구에 따르면 모() 브랜드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제품으로 브랜드를 확장(brand extension)하는 경우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우호적이라는 점을 알아냈다.6 연구자들은 모 브랜드로 맥도날드를 선택하고, 여러 가지 신제품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fit)를 설문조사했다. 양파링이나 오믈렛과 같이 일반적으로 맥도날드와 잘 어울린다고 여겨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동서양 소비자들의 반응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그런데 초콜릿이나 면도기처럼 모 브랜드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동양 응답자들이 서양 응답자들에 비해서 잘 맞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아시아의 소비자들은 확장을 꾀하는 브랜드를 평가할 때 제품간의 핏(fit)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해당 브랜드의 평판과 같은 다른 요소들 역시 고려한다는 것이다. 라인프렌즈는 업종을 뛰어넘는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다. 이런 시도가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 포트폴리오 관리회사가 아니라 연예기획사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상품을 개발한 뒤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비슷한 여러 상품을 개발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한다. 이른바상품 라인 관리. 상품 라인 관리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현재 가격대에 더 많은 변화를 끼워 넣어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라인 필링(line filling)’이다.

 

 

 

라인 필링을 구사하는 리스테린

 

두 번째는 현재 가격대보다 더 높거나 더 낮은 가격의 상품을 개발해 라인을 늘리는라인 스트레칭(line stretching)’이다. 상품 라인을 좌우로 끼워가는 사례로는 다양한 향과 맛이 나는 구강 청결제 브랜드 리스테린을 들 수 있다. 상품 라인을 위아래로 늘리는 사례로는 최고급 호텔인 매리어트를 들 수 있다. (왼쪽 그림) 이 회사는 럭셔리 호텔인 JW Marriott부터 저가 호텔인 Towne Place Suites까지 가격대를 상하로 늘렸다.

 

 

 

라인 스트레칭을 구사하는 매리어트

 

그런데 일반 기업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 라인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라인프렌즈는 각 캐릭터를 상품이 아닌 연예인으로 생각한다. 즉 각각의 캐릭터들을 끼워 넣거나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의사결정 대상의 상품으로 보는 대신 계약을 통해 맺어지고 지원을 해야 할 생명체로 대하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매니지먼트 팀의 심상아 매니저는우리는 9명의 캐릭터를 매니징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라고 말한다. 싸이라는 연예인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그를 잘 포장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는 연예기획사가 필요했듯이 라인프렌즈는 라인에 등장하는 9명의 연예인(캐릭터)을 잘 포장해서 그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회사라고 보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모델을 구사하는 라인프렌즈

 

9명의 캐릭터 중에서는 곰돌이브라운이 가장 인기가 많지만 너무 브라운에 치중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기 걸그룹 멤버 한 명이 유난히 인기 있다고 해서 그 한 명만 너무 띄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여럿이 섞여 있는 가운데 각자의 개성이 빛난다고 심 매니저는 설명한다. 또 같은 캐릭터라도 상황과 상품에 따라 다른 옷을 입히고 분장을 시킨다. 마치 배우가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하는 것처럼캐스팅이란 개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상품 라인 관리를 수행하는 일반 기업에서도 단기적으로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예기획사와 같은 방식으로 자사 상품을 관리해 각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고려해봄 직하다.

 

 

3. 계획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한 학습이 중요하다

 

일반 상식에 배치될 것 같지만 실제로귀여움 마케팅은 성인 대상 제품에서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Nenkov and Scott7 201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을 하나 수행했다. 저자들은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과자와 평범한 모양의 과자를 실험 참가자에게 골고루 나눠준 뒤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어린이 전문 과자가게에서 판다고 말했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일반 상점에서 판다고 말했다. 어린이 전문 가게에서 판다고 들은 참가자들은 과자 모양에 개의치 않고 고루 먹었지만 일반 상점에서 판다고 들은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평범한 모양의 과자에 비해 곰돌이 모양의 과자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았다.

 

 

라인프렌즈는 이를 계획이 아니라 학습에서 배웠다.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일정한 사업 계획이 없었다. 라인 서비스가 갑자기 멈춰버린 중국에서도 캐릭터 상품을 그냥 팔아봤고, 라인을 잘 모르는 뉴욕에서도 크리스마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해 봤다. 그리고 반응을 살폈다. 그러면서 어린이용 만화 캐릭터가 아니라 어른이 좋아해도 부끄럽지 않을 심플한 캐릭터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배웠다.

 

이처럼 계획되지 않은 학습은 조직 운영에서도 드러난다. 공식적인 회의를 열거나 프린트 된 문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온라인 도구인 라인과 밴드를 통해서 거의 모든 업무가 이뤄지며, 프로젝트와 연관되는 모든 직원들이 새로운 정보나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갑자기 놀라지 않도록 항상 프로젝트 기획자와 연동돼 있다. 또한 사무실 좌석 배치도 팀장급이택배 받는 자리에 앉고 실무자들이 뒤에 앉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의사소통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덕분에 새로운 생각들이 좀 더 가볍고 편안하게 공유 및 학습될 수 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주재우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University of Toronto Rotm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적 의사결정 심리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마케팅, 신제품 개발, 소비자 행동에 관해서 주로 연구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