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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seller Author Interview: 마크 레빈슨 저자

단순한 ‘박스’가 역사를 바꿨다. 컨테이너의 표준화, 혁신의 표준이 됐다

조진서 |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이 꼭 보기에 멋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컨테이너 박스의 사용과 같은 사소해 보이는 개선이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거나 세계화라는 글로벌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 빌 게이츠는 최초로 컴퓨터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컨테이너의 아버지 말콤 맥린 역시 컨테이너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두 사람은 세계를 바꾸어놓는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방식의 혁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표준화를 통해 실현했기 때문이다.

- 혁신 경제에 있어 정부는 도움이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한다. 정부의 규제와 보수성은 혁신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혁신 기술을 표준화하고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하는 데엔 정부의 힘이 필요하다.

 

매년 11,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블랙 프라이데이가 찾아오면 한국의 알뜰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을 하느라 바빠진다. 한국산 제품도 미국에서 사서 다시 한국으로 수입해 들어오는 것이 더 쌀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안다. 의류와 전자제품, 아동용품뿐 아니라 가구와 자동차 같은 무거운 제품들도 해외에서 구입해 배송 받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최근 한 국내 해운사는 미국부터 한국까지 책상은 9만 원, 3인용 소파는 30만 원 정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용달차 한 대 부르는 값이나 큰 차이가 없다. 심지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선 한국까지 배송비가 무료인 경우도 많다.

 

해상 운송이 이렇게까지 저렴해진데는 1970년대 국제 표준화가 이뤄지면서 급속도로 보급된 컨테이너 박스의 공이 절대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길이 약 12미터(40피트)짜리 컨테이너박스 약 2000만 개가 물건의 운송과 보관에 쓰이고 있다. 석유와 가스처럼 특수 선박이 필요한 원자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모든 상품 화물이 컨테이너 박스에 담긴 채 바다를 따라, 철도와 도로를 따라 운송된다.

 

컨테이너 박스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놓았는지 상세하게 기록하고 분석한 책이 있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마크 레빈슨이 쓴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1 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13년부터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2

 

 

저자 레빈슨은 책에서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컨테이너 박스처럼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변화도 누적되면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서플라이체인의 각 단계에서 운송비가 10%씩만 절감돼도 이 효과가 누적되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차이가 된다. 사소한 개선이 기업과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거나 세계화라는 글로벌 현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컨테이너가 없던 시절, 해상 운송비의 약 절반은 인건비였다. 선박에 제각각 다른 모양과 무게를 가진 화물들을 실으려면 항구 노동자 수백 명이 달라붙어도 최소한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소요됐다. 그만큼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해운이었다. 화물의 분실과 파손도 잦았다. 태평양을 건너는 비용보다 항구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비용이 더 많이 들곤 했다. 운송비 때문에 한국 같은 후진국뿐 아니라 미국 같은 선진국들도 대부분의 공산품 소비를 자국 내에서 해결했다.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품목은 커피원두나 위스키, 생고무 같은 특산품이나 원자재 정도였다. 자국에서 생산 가능한 물건은 자국에서 조달하는 게 당연했다.

 

1970년대 이후 상황이 변했다. 미국의 해운 사업가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 주창해 보급한 컨테이너 박스 덕분에 육상 및 해상 운송비가 떨어졌다. 선박은 점차 커졌고 항구의 크기도 덩달아 커졌다. 대형 크레인들이 항구에 설치되면서 배가 항구에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항구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해운사의 인건비 지출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었다. 오늘날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은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데 선원은 고작 10∼20명이다. 항구에서 하역 작업도 워낙 빠르게 이뤄져 선원들이 쉴 시간이 없다고 불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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