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북클럽

‘종이+전자책’에 큐레이팅의 조화! 웅진의 마케팅 더해지자, 책이 팔렸다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출시 14개월 만에 회원 수 20만 명을 돌파한 아동 회원제 독서·학습 프로그램웅진북클럽의 성공 요인

1) 입체적인 가격정책: 매월 회비를 내는 멤버십 형태를 통해 소비자 가격 저항을 없앰. 도서 판매원에게는 할부 계약으로 종이책을 팔 때와 마찬가지의 성과로 인정해 영업 활동에 동기를 부여.

2) 오픈 플랫폼 전략: 인세 계약, 대량 구매 등으로 140여 개 출판사의 콘텐츠를 확보. 사교육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의구심을 줄이고 서비스 신뢰도를 높임.

3) 큐레이션 서비스: 미리 설정된 나이/학년에 맞춰 매주 자동으로 독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부모의 편의성을 제고.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15 11, 아동 도서/학습지 업체인 웅진씽크빅은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 전 분기 대비 18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주가 역시 연초 7000원대에서 11월 말 현재 약 1만 원으로 30%가량 올랐다. 2015년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좋아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다. 모기업인 웅진홀딩스의 재무적 압박1 , 거기에 어린이 인구의 감소와 출판계 불황까지 겹쳐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웅진씽크빅이다. 쌀쌀했던 분위기를 한 방에 역전시킨 건 2014 8월 출시한 회원제 독서·학습 프로그램웅진북클럽이다.

 

 

 

웅진북클럽은 회비( 4∼12만 원선)를 내면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가 전자책으로 쓸 수 있는갤랙시탭태블릿을 주고, 낸 돈만큼의포인트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2년 이상 약정 계약을 맺으면 태블릿은 기본으로 준다. 포인트로는 웅진이 보유한 7000여 종 이상의 전자책과 학습지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종이책으로 배송 받을 수도 있다.2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자책부터 종이책까지 선택의 범위가 넓고 태블릿PC까지 얻을 수 있으니 매력적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이 서비스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4개월 만인 2015 10월 회원 수가 20만 명을 훌쩍 넘어가며 쾌속 성장하고 있다. 아동용 전자책 시장에선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 상복도 터졌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22회 대한민국 멀티미디어 기술대상, 브랜드가치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주관하는 ‘2015년 교육브랜드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 한 해 한국의 수많은 어린이와 부모를 사로잡은 웅진북클럽의 성공 요인을 자세히 살펴본다.

 

사업 재편

 

웅진씽크빅은 웅진그룹의 모체다. 1970년대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방문 판매로 돈을 모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980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 가정용 학습 테이프 교재를 판매하다가 1983년 웅진출판으로 사명을 바꾸고 유아 및 어린이용 도서 시장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대상 전집물은 해외 콘텐츠를 번역하거나 심지어 무단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 회장은한국인의 얼굴과 한국의 자연을 담은 책을 내자는 생각으로 한국 최초의 국내 개발 어린이 전집인어린이마을을 출간했다. 36권 콘텐츠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3년간 8억 원이라는, 당시 기준으로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1997년 절판될 때까지 25 3 700만여 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450억 원 규모의 매출이었다.3

 

웅진출판은 도서 사업과 병행해 학습지 사업도 진행했다. 1986년에 첫 정기구독 학습지웅진 아이큐를 냈으며 이는 1995년에웅진 씽크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인터넷 교육사업, 학원사업 등으로 확장을 꾀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웅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투자 부문은 웅진홀딩스로, 사업 부문은 웅진씽크빅으로 분리됐다. 웅진씽크빅이 파주 출판문화단지에 신사옥을 짓고 이사한 것도 이 즈음이다.

  

 

웅진씽크빅 매출은 2009년에 약 82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런데 학원 사업, 교과서 사업, 방과 후 교육 사업 등 너무 많은 사업으로 가지를 치다보니 부실이 쌓이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떨어졌다. 2012년엔 모기업인 웅진홀딩스가 건설, 태양광 등 사업 확장의 여파로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컨설턴트 출신 서영택 대표가 2012년 봄 취임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오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친 그는 적자를 내던 사업을 걷어냈다. 그리고 4개 핵심 사업부로 회사를 재편했다.( 1)

 

 

 

35년간 산처럼 쌓이기만 하고 활용성은 떨어지던 아동용 도서와 학습지 콘텐츠들도 다시 정비했다. 장부상 무형자산으로 약 1400억 원이나 잡혀 있던 엄청난 분량의 콘텐츠 중 상당량을 폐기처분하고 600억 원가량만 남겼다.

 

이렇게 전열을 재정비했으니 이젠 다시 돈을 벌 일만 남았다. 먼저 사업부별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모색했다. 주력 사업인 교육문화사업부(학습지)는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웅진·대교·교원구몬·재능교육 등 4’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성숙기 시장이었다. 또 미래교육사업부(전집 도서)와 단행본 사업본부는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발달, 콘텐츠의 희귀성 감소로 인해 매출이 정체 혹은 하락 추세였다. 책과 인터넷 콘텐츠가 너무 흔해지다보니 큰돈을 주고 아동용 전집을 사는 부모들이 줄어들었다. 뭔가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술 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웅진의 강점은 35년간 축적한 방대한 교육 콘텐츠, 전국에 촘촘히 뻗어 있는 영업망,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웅진이라는 브랜드였다. 학습지와 도서를 함께 다룬다는 것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매력적인 패키지로 포장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도서와 학습지 영업망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라고 서 대표는 생각했다.

 

디지털 서비스 개발에 대한 두려움도 적었다. 웅진은 이미 300여 종의 앱을 개발한 적이 있을 정도로 디지털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업계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큰 이익은 보지 못했다. “앱 마켓은 신작만 팔리고 구작은 지속 가능성이 없었다. 또 종이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부모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는 지불 의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서 대표의 회상이다.

 

‘프로젝트 M’프로젝트 K’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구하다가 태블릿PC를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3 8, 먼저 미래교육사업부(전집 도서)에서프로젝트 M’이라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R&D를 담당하는 장윤선 상무를 비롯해 서너 명이 모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자책 콘텐츠를 왜 하나씩 따로 팔아야 하는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했다. 연령대별로 봐야 할 책들이 일종의 커리큘럼 같은 형태로 정해져 있고, 한 제품을 사기 시작하면 로열티가 생겨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책을 세트로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장 상무의 말이다.

 

 

파일럿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2013 10, 아이리버로부터 태블릿 1000개를 구입해서 그 안에 웅진의 전자책 파일을 넣었다. 이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도서 콘텐츠가 대부분 디지털 형태로 준비돼 있기에 두 달 만에 준비가 가능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M 태스크포스는 회사 인근 파주 운정신도시를 타깃으로 정했다. 지역 영업조직이 태블릿을 들고 아이 엄마들을 찾아 나섰다.4

 

시제품의 가격은 월 99000원으로 상당히 높게 책정됐다. 기존에 웅진이 보유하고 있던 전자책 이외에 다른 콘텐츠는 없었다. 그런데도 시제품을 본 운정신도시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고무된 웅진은 곧바로 정식 버전 기획에 들어갔다.

 

 

 

웅진북클럽의 성공 전략

 

1) 입체적인 가격정책: 종이책과 전자책의 절묘한 패키징

 

 

정식 버전에서 달라진 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파일럿 제품처럼 전자책만 태블릿에 넣어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종이책과 함께 묶어 제공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년간 매월 4만 원씩, 96만 원어치의 약정 계약을 맺으면 30만 원어치의포인트를 지급한다. 119000원의 하이엔드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총액 약 285만 원) 포인트는 250만 원어치를 받는다. 이 포인트로는 종이책이나 유료 온라인 콘텐츠를 살 수 있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약정 할인과 비슷하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아이들용 전집 도서를 사려면 큰돈이 들었는데 북클럽에는 매달 서비스 이용료를 내는 것이라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약정제/멤버십 가격 구조는 소비자뿐 아니라 판매원의 입장도 고려해서 설계된 것이었다. 웅진의 미래교육사업부에는 전국 각지에 3000명 가까운 판매원이 있다. 이들은 모두 개인사업자다. 전집 판매량에 따라 커미션을 받는 이들 입장에서는 값싼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 매출이 떨어지면 큰 타격이다. 따라서 웅진은 마치 휴대전화를 파는 이동통신 대리점처럼 태블릿을 2년 이상 약정 계약으로 파는 것처럼 보이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매출을 잡을 때는 태블릿은 기본으로 지급하고 실제 매출은 종이책이나 전자책 등 유료 포인트가 사용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 했다. 즉 태블릿은 1회성 비용으로 처리했다. 실제 매출은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해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살 때마다 일어나는 것으로 계산했다. 고객 입장에선 목돈을 쓰지 않고도 비싼 종이책에 태블릿까지 받아볼 수 있으니 좋고, 판매원 입장에선 종이책을 팔 때와 마찬가지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니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회사는 매출이 늘어나 좋다.

 

더불어 이런 사업 구조는 정부가 2013년부터 실시한 도서정가제를 피해갈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보통 부모들은 수십만 원씩 하는 어린이 도서 전집을 구매할 때 판매원들에게 할인을 요구한다. 그러면 개인사업자인 판매원이 재량껏 할인해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의 확장을 막고 동네 서점을 살린다는 이유로 정부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서 출판사가 마음대로 할인을 해줄 수 없게 됐다. 이는 전체 출판 산업을 위축시켰다. 하지만 웅진북클럽은 도서 판매가 아니라 태블릿이라는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회원제 콘텐츠의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라는 규제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2) 오픈 플랫폼 전략

정식 버전에는 웅진의 자체 콘텐츠뿐 아니라 타 출판사의 도서들도 포함돼 있다. 기왕 하는 것, 제대로 된오픈 플랫폼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타 출판사들이 순순히 들어 줄 리는 없었지만 웅진은 끈질기게 다방면으로 설득했다.

 

핵심은 협상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윈윈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집 도서를 파는 작은 출판사의 경우 2000세트를 선구매해 줄 테니 대신 e북 콘텐츠는 덤으로 달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작은 출판사에 그만한 물량은 몇 년 동안 팔았던 규모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다. 그 밖에도 정액을 요구하는 출판사, 인세를 요구하는 출판사 등 다양한 경우가 있었고 웅진은 웬만하면 이런 요구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약 140여 개 출판사의 아동용 콘텐츠를 확보했다

 

 

 

 

3) 큐레이션으로 편의성 강화

회원제 북클럽, 그리고 오픈 플랫폼이라는 상품 설계도 획기적이긴 했지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경쟁사에서도 따라 하지 말란 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고민 끝에 웅진은 자사의 개발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해큐레이션을 핵심 경쟁력으로 포지셔닝했다.

 

140여 개 출판사를 통해 확보한 7000여 종이나 되는 책들을 단순히 스캔해서 태블릿에 넣어놓고 어린이가 알아서 찾아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먼저 보여준 다음에 흥미가 생기면 더 읽어보라고 권하는 식을 택했다. “아이들을 보면 20∼30% 정도는 책을 좋아하고 잘 읽지만 나머지 70% 정도는 책을 안 읽는다. 이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재밌게 읽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서 대표의 말

이다.

 

처음 북클럽에 가입하면 부모는 아이의 연령과 학년을 입력한다. 그러면 그때부터 자동으로 그 나이에 맞는투데이콘텐츠가 매주 업데이트된다. 이 연령 시스템은 부모가 직접 자기 아이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어준다. 아이 혼자서도 자기에게 맞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태블릿 한 대로 다른 연령대 여러 명의 아이가 돌려보는 것을 일정 부분 방지할 수 있어서 회사의 매출 누수도 줄였다.

 

서 대표는온라인 쇼핑사이트 쿠팡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제공하는 연령별 큐레이션 서비스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G마켓과 옥션 같은 전통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상품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해놓고 판매하지만소셜 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매일 몇 개에서 몇 십 개 정도의 제품을 선정한 후 그것들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고 할인을 해주면서 구매를 유도한다. 또 뉴욕 MoMA는 일반인들에게 난해하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현대미술 작품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 대표는 MoMA에 대해 소개한 언론 기사를 직원들에게 보여주며 이런 방향의 개발을 독려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투데이화면이다. (그림 2) 태블릿을 켜면 가장 먼저 뜨는 홈 화면이다. 어린이는 자기 나이에 맞게 매주 다양한 테마의 투데이 화면을 받아보는데 카드 형태로 돼 있는 각 아이템을 클릭하면 매주 테마에 맞는 도서 혹은 학습지 콘텐츠로 연결된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 보고나면 연관돼 있는 다른 콘텐츠로 연결되기도 한다

 

 

매출 성장

 

2014 2, 장윤선 상무와 원자희 팀장, 민미경 팀장 등 북클럽 서비스를 기획하고 콘텐츠를 개발한 연구개발(R&D)팀 멤버들이 전 사원을 사옥 로비에 모아놓고 시연회를 열었다. 많은 동료들이저런 게 가능하냐며 깜짝 놀랐다.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14 8월 정식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시장이 먼저 뜨겁게 반응했다. 첫 달 약 8000, 두 달 만에 15000명의 회원을 끌어들였다.(그림 5) 

 

 

서 대표는 시장 반응을 보자마자 기세를 살리기 위해 추가 투자를 결정하고 35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중 150억 원이 갤럭시탭 태블릿을 사는 데 들어갔다. 웅진은 단번에 삼성전자 태블릿의 가장 소중한 법인 고객이 됐다. 나머지 자금은 마케팅 등에 썼다. 탤런트 김희선이 출연하는 북클럽 광고를 제작해 TV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고 대형마트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매장에도 상담원을 배치했다.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지만 역시 영업의 핵심은 웅진의 허리에 해당하는 영업사원들이었다. 위축되는 아동용 출판 시장에서 고전하다 모처럼만에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몸으로 느낀 미래교육사업부(전집 부문) 영업직원들은 신이 나서 돌아다녔다. 2014 4분기 영업이익은 55억 원으로 3년 만에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2015 2월엔 회원 수 4, 4월에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다시 반년 만에 20만 명을 달성했다. 북클럽 성공에 힘입어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2014 3분기 2.7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5 3분기엔 3.79%까지 올랐다.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매출이 올라가자 회사는 북클럽 사업을 도서에서 학습지로 확장했다. 2015 10월 론칭된 학습지 서비스북클럽 스터디는 태블릿의 기능을 더욱 잘 살렸다. 선생님이 학생 다수와 실시간 화상채팅을 하며 학습 지도를 하거나 바로바로 학습지를 채점해줄 수 있다.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방문을 결합하면 선생님들이 집집마다 이동하느라 낭비됐던 시간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아이들 역시 또래 친구들과 같이 수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꾸준히 서비스 업데이트가 이어졌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그림이나 글로 독후감을 작성해서나만의 독서일기를 저장하는 서비스, 그림책에 색칠을 하는 서비스, 문제를 풀고 나서 기념으로 셀카를 찍어 저장하는 서비스 등이 추가됐다.

 

북클럽의 성공 뒤에는 웅진이 오랜 기간 쌓아놓은 개발 역량과 방문 판매 역량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거기에 기름을 부은 건 경영자 서 대표의 업무 방식이다. 일반적인 한국 기업에서 경영자는 대개 직원들이 가져오는 아이디어를 듣고 나서 가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서 대표는 거꾸로 본인이 여기저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져와 담당자에게 될지, 안 될지 여부를 물어보는 스타일이라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인터넷에서 화상채팅 서비스아프리카를 틀어놓고 여러 명이 함께 공부하는 공방(공부방송)’을 보고 와서 직원들에게우리 북클럽에도 저런 기능을 넣으면 안 될까라고 물었던 예가 대표적이다. 서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 원래부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또 관련 업계에 인맥이 두터워서 북클럽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매일같이 제안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향후 전략

 

웅진씽크빅은 북클럽을 통해 도서 판매를 회원제 서비스로 바꿨고 안정적인 매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 번 매출이 일어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회원 계약 기간 동안 매월 회원비가 들어오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수년 먹을거리는 마련해 놓은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남아 있다.

 

우선 디지털 기기에 대한 부모들과 전문가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가다. 전자파로 인한 우려, 시력 저하, 인터넷 중독 등 여러 가지 건강 관련 이슈는 무시하기 어렵다. 서 대표는 장기적으로 게임이나 만화처럼놀기콘텐츠에게도 플랫폼을 열어주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디지털 중독, 전자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런 걱정을 덜기 위해 그는 종이책과의 판매 연계를 계속 강화해나가는 한편 오디오북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앞서 소개했듯이 웅진씽크빅은 4개 사업 부문이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북클럽 서비스 출시 이후 북클럽의 콘텐츠 개발(R&D) 비용만큼은 전사적으로 나눠서 부담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은 사업 부문별로 따로 집계한다. , 판매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북클럽(도서 위주)’북클럽 스터디(학습지 위주)’로 매출이 나뉘어 잡힌다. 미래교육사업부에 소속된 영업사원들(개인사업자)과 교육문화사업부에 소속된 학습지 교사들(특수계약직)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당장 일원화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제품 라인업이북클럽북클럽 스터디로 나뉘어 두 개의 사업부가 같은 태블릿을 놓고 각각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내부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줄여나가고 여러 제품과 서비스의크로스셀링(교차판매)’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계획이다.

 

2016년도 사업 전망은 전반적으로 밝다. 2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매달 약정 회비를 지불해주고 있으며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회사 측은 여기서 나아가 북클럽 플랫폼을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우선 고려하고 있는 대상은 아이에게 한국식 교육을 해주고 싶어 하는 해외 동포들이다. 장기적으로 해외 업체들과 제휴하는 현지화도 고려 중이라고 김정현 경영기획실장은 말한다. 2015 10월엔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웅진북클럽 전용 부스도 설치했다. 한국 업체로서 이번 박람회에서 단독 부스를 차린 것은 웅진이 유일했다.

 

 

DBR Mini Box

 

 

교육학적으로 본 웅진북클럽의 성공요인

웅진북클럽의 성공은 경영전략 측면뿐 아니라 교육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 부모의 교육열, 그리고 그 교육열이 발현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1) 한국 부모가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을 이해한큐레이션

부모가 자녀 교육에 참여하는 방식에는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유럽계 가족은 학교일에 부모가 참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시아계 가족은 학교와 가정을 엄격히 분리한다. 즉 유럽계 미국인들은 학교일에 참여함으로써 아이 교육에 대한 부모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방과 후 가정에서 학습지도를 하거나 학원수강 등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통해 부모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부모들은 어떨까. 유아기 어린이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i 에 따르면 한국의 부모들은 가정에서 아이의 학습을 직접 지도하거나,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며, 학교나 유치원 행사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교육에 참여한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닌 부모가 직접 자녀 교육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또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춰 학습지도를 하는 과정이 항상 편안하지는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웅진북클럽의 가장 큰 경쟁력인큐레이션기능은 자녀 교육(특히 독서영역)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매주 제공되는 주제별 독서자료(태블릿 초기화면인투데이’)는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2) 공교육을 닮은 사교육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자녀의 성취를 바라는 부모의 욕구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자녀의 흥미나 욕구, 발달 수준 등의 개인 차를 무시하고 학업성취도 등의 성과에만 급급해 부모의 교육열이 발산되면 단순한 반복학습이나 과도한 선행학습 등으로 인해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잃고 좌절감을 경험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런 방식의 사교육에 대해 양면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뒤처질까 두렵고, 사교육을 시키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두렵다. 반면 독서를 통한 학습은 자연스럽게 아동의 인지발달과 정서발달, 창의력 발달을 촉진하며 부작용은 거의 없다. 많은 학부모들이 그래서 독서교육을 선호하고, 공교육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또래와 비교되는 공교육 현장(학교)에서 인정받을 만한 성취를 보이기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사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웅진북클럽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사교육이면서도 공교육에서 강조하는 독서교육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부모들에게 비교적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연령별 발달 수준에 따라 교육과정이 구분돼 있으며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주제와 연관되는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큐레이션해주기 때문이다.

 

3) 오픈 플랫폼을 통한 신뢰 확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지니고 있어도 제작과 제공 주체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기관이면 학부모들은 의구심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 또한 전자책의 보급과 교과서의 디지털화 등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며종이책만이 독서의 유일한 대상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웅진북클럽은 종이책과 디지털 자료와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인정하며 종이책도 함께 보급하는 전략을 택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웅진은 다른 회사와 비교해 우위를 점할 만큼의 교육과 독서 콘텐츠를 바탕으로 타 회사의 콘텐츠까지 포함시키는오픈 플랫폼을 만들어놓았다. 이것이 사교육 업체에 대한 학부모의 의심을 줄이고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디지털 자료로 가득 차 있고, 요즘 아이들은 종이로 된 책보다 디지털 자료를 더 많이 접한다. 과감하게 오픈 플랫폼을 자처하며 등장한 웅진북클럽이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서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이유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송명숙 송원대 유아교육과 교수 mssong99@hanmail.net

 

송명숙 교수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동가족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송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송원어린이집 원장, 한국부모교육학회 이사, 열린부모교육학회 이사, 광주가정법원 상담위원, 광주광역시 유치원 평가위원 등을 겸임했다. 송원대 유아교육과는 지난 38년간 1만여 명의 유아교사를 배출한 광주 지역 대표 교사 교육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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