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티볼리
Article at a Glance
티볼리 성공 요인 ① ‘자동차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변화 : 과거 엔지니어가 주도하는 신차 개발 방식에서 탈피, 소비자 중심의 신차 개발을 위해 시장 분석 기능 강화. 신차 개발과 관련한 소비자 좌담회에 부서와 직급을 막론한 50∼60명의 임직원이 참석. 젊은 층이 선호하는 신차를 개발한다는 명확한 목표하에 신차 평가단도 20∼30대 사원들 위주로 재편. 그 결과 심플하고 세련된 외관에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라는 신차 개발의 방향 조기 설정. ② ‘SUV 명가(名家)’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가장 쌍용차스럽지 ‘않은’ 신차 개발 : 안전하고 튼튼한 차를 만든다는 쌍용차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기존 쌍용차가 가지고 있던 남성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벗어던짐. 그 결과 ‘SUV의 명가’라는 브랜드 자산 위에 가장 쌍용차스럽지 않은 신차 개발에 성공. ③ 후발자 우위(latecomer advantage) 적극 활용 : 한국GM ‘트랙스’, 르노삼성 ‘QM3’ 등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에 대해 분석, ‘생애 첫 SUV’라는 티볼리만의 콘셉트를 도출. SUV에 대한 지식을 갖춘 고객군이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20∼30대를 공략함으로써 ‘가솔린 SUV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징크스마저 깨뜨리는 데 성공. 그 결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시장을 선도하는 카테고리 리더로 자리매김.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쌍용자동차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SUV(Sports Utility Vehicle)의 명가(名家)’라는 인식이다.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업체로선 드물게 SUV를 주축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우리나라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인 ‘코란도(Korando)’나 지금은 단종된 ‘무쏘(Musso)’가 쌍용차의 대표적 SUV 브랜드다. 2000년대 초반 쌍용차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코란도와 무쏘 덕택이었다.
SUV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소비자들이 쌍용차에 대해 갖는 이미지도 뿌리가 깊다. ‘강력한 파워’ ‘탁월한 내구성’ ‘튼튼한 차’라는 인식과 함께 ‘딱딱하고 각진 디자인’ ‘마초(macho)적이고 거친 이미지’라는 고정관념이 함께 존재한다. 물론 쌍용차는 SUV 차종 내에선 나름대로 유려한 디자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려 애썼다. 4륜 구동에 벤츠 엔진을 탑재하며 국내에 ‘럭셔리 SUV’ 붐을 일으켰던 무쏘는 1993년 출시 당시 부드러운 곡선과 직선의 조화를 추구해 눈길을 끌었다. 1996년 선보인 뉴코란도 역시 ‘각진’ 디자인 일변도였던 SUV에 둥글둥글한 볼륨감을 입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코란도든, 무쏘든 기본적으로 SUV다. 세단에 비하면 제아무리 유려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한들 투박하고 남성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 TV 광고만 놓고 보더라도 쌍용차는 한결같이 강인하고 단단한 ‘남성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쪽으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구성해 왔다. SUV 차량이 황량한 사막이나 거친 산길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식의 광고가 주를 이뤘다.
티볼리(Tivoli)는 이런 면에서 SUV의 명가라는 쌍용차의 전통을 계승했으면서도 전혀 쌍용차스럽지 않은 디자인의 SUV다. 각지고 무겁고 단단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30대 젊은 층들이 공감할 만큼 세련된 외관에 여성들도 선호할 만한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많다. 단적인 예로 총 7가지 외부 컬러 중 5가지 색상을 ‘투톤(two-tone, 차체와 지붕 색상을 서로 다른 컬러로 구성)’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차량 뒷면은 ‘Tivoli’라는 브랜드 명을 제외하고는 어떤 트림(trim, TX, VX, LX 등의 등급 표시) 표시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2015년 1월 출시 후 티볼리는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총 3만9809대가 팔렸다. 수출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누적 판매 대수는 5만 대가 넘는다. 현재 티볼리와 경쟁하는 동급(배기량 1400∼1600㏄) 차량은 2013년 2월 출시된 한국GM ‘트랙스(Trax)’와 그해 12월 시장에 선보인 르노삼성 ‘QM3’다. 모두 티볼리보다 1∼2년 먼저 출시된 차량들이다. 하지만 현재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티볼리다. 신영식 쌍용차 마케팅본부장은 “트랙스, QM3, 티볼리 3개 차종 판매량만 놓고 봤을 때 현재 티볼리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형 SUV 시장의 카테고리 리더로 등극한 티볼리의 성공 요인을 DBR이 분석했다.
마힌드라 인수 후 첫 신차 개발 프로젝트 ‘X-100’
티볼리는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2011년 3월 쌍용차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독자 개발해 내놓은 신차다. 외환위기 당시 쌍용그룹이 붕괴하면서 쌍용차는 그동안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중국 상하이자동차 등 경영권이 여기저기 넘어가며 시련을 겪었으나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4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티볼리다.
쌍용차 역사상 최초로 내놓는 소형 SUV인 티볼리는 184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문을 연 도심 속 테마파크인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s)’1 의 이름을 딴 차량이다. 티볼리 개발은 마힌드라의 인수가 결정되기 전인 2010년 초부터 ‘X-1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당시 국내 SUV 시장은 현대자동차 ‘투싼(Tucson)’, 기아자동차 ‘스포티지(Sportage)’ 같은 준중형 SUV나 현대차 ‘싼타페(Santafe)’, 기아차 ‘쏘렌토(Sorento)’ 같은 중형 SUV가 대세였다. 원래 SUV가 스포츠나 각종 레저 활동에 적합하게끔 설계된 차량이고, 비포장 도로 같은 거칠고 험한 길도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통념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SUV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최소한 준중형급 이상’은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쌍용차 경영진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봤을 때 국내 SUV 시장에 머지않아 소형 SUV 붐이 일 것을 예견했다. 당시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에서 일고 있던 다운사이징(downsizing, 소형화) 트렌드가 SUV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은 말 그대로 차량을 작고 가볍게 만드는 걸 뜻한다. 이때 사이즈는 줄이지만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엔진 다운사이징’은 엔진을 작게 만드는 동시에 배기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추는 기술을 말한다. 신영식 본부장은 “전통적으로 소형차에 대한 수요가 크고 환경 규제 수위가 높은 유럽 시장을 분석한 결과 다운사이징이 향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핵심 트렌드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티볼리는 이 같은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앞서 내다보고 개발한 쌍용차의 야심작”이라고 설명했다.더욱이 쌍용차는 SUV 전문 회사인 만큼 사이즈 및 용도별로 제품의 풀 라인업(full line-up)을 갖춘다는 측면에서도 소형 차종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금이 처음으로 집행되며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향후 총 3500억 원이 투입될 티볼리 개발의 시작이었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