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문명은 살아남고 번영했지만 외부의 도전을 무시하거나 회피한 문명은 쇠퇴했다는 것이다. 토인비의 이론을 산업과 기업의 역사로 대입해보면 도전은 혁신이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모든 산업은 혁신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왔고, 혁신을 주도한 기업은 리더로 떠올랐다. 반면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혹은 더디게 받아들인 기업들은 산업 내 주도권을 잃고 말았다.
결국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혁신을 얼마나 주도할 수 있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을 받아들이고 주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혁신을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혁신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가 혁신적인 운송 수단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말은 먹이만 잘 먹여주면 된다. 고장날 염려도 없다. 더 빨리 달린다. 구입 가격 역시 더 쌌다. 반면 자동차는 그 자체로도 비쌌지만 연료비도 부담이었다. 주유소도 새로 지어야 했다. 수시로 고장이 날 수 있기에 운전기술도 배우고, 정비 기술도 익혀야 했다. 한마디로 기존 마차에 비하면 번거롭기 짝이 없는 교통수단이었다.
자동차처럼 혁신 가능성이 평가절하되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시간이 흐르면 혁신의 가능성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산업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혁신의 등장을 막는 경우, 그리고 기존의 법과 제도가 새로운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다.
본인의 집을 여행객에게 공유하는 서비스인 에어비앤비 역시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 세계 각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선 일반인의 거주지 공유라는 발상은 혁신적이지만 3만4000개에 달하는 세계 각 도시별 법규를 살피다 보면 관련 법규가 없거나 애매한 상태로 혼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규 이슈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글로벌 사업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다.
에어비앤비를 창업한 이후 지난 8년의 역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단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나가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였다. 에어비앤비가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숙박시설 부족 현상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는지, 지역 주민들에게는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꾸준히 알려왔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게는 얼마나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지 등을 알리면서 차별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 일부 도시에는 정부와 협력해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전히 많은 도전이 남아 있지만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법과 제도 내에서 숙박 공유를 받아들이기 위한 움직임도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성공은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혁신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혁신이 전 세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수많은 노력들을 끊임없이 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과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변화를 요구할 만한 자격을 갖췄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한다. 혁신기업의 과제는 분명하다. 자신이 속한 산업이, 그리고 그 사회가 새로운 도전에 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기 앞서 우리 사회를 위해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사장
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사장은 액센츄어 컨설턴트, EMC 사업개발 매니저, 구글코리아 SMB 사업부문 상무 등을 역임하며 경영 전략 개발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연세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및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 카네기멜론대에서 전자상거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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