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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 미디어 산업 전략

인터넷의 직격탄 맞은 미디어산업 O2O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이경전 | 184호 (2015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모바일 혁명 이후 주변부로 밀려난 통신사업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위기를 살펴보는 것은 다른 많은 기업들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저전력광대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질 것이고 그 반대편에서는 P2P 기반의 기술과 서비스로 지금까지 쌓인클라우드클라이언트 서버중심 서비스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가 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위기와 기회의 줄 위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떻게 생존할지를 기업가들이 판단해야 한다. 또한 미디어 산업 역시 인터넷에 의해 받은 수많은 영향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아니, 아예 미디어의 개념 자체가 변해 심지어 화장품 기업마저도화장품이 미디어가 되는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IoT 시대, 기업에 지옥으로 가는 문과 천국으로 가는 문은 나란히 붙어 있다.

 

 

모두가 중요하다 떠들고 있지만 실상 딱히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IoT(Internet of Things), 바로 사물인터넷 얘기다. 사물인터넷이 무엇인지 정의할 때에는사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지 않고인터넷이라는 개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인터넷이 전 세계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실현한 것이라면 사물인터넷은 이제 전 세계의 사물들을 (컴퓨터로 만들어) 서로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다. 컴퓨터는 원래 전원이 있고, 칩이 있는 물건이었고, 이것이 통신 장치와 프로토콜을 가지게 돼 연결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원래 전원이 있었던 전자기기(밥솥)나 기계(자동차)는 그것대로, 전원이 없었던 일반 사물들은 새롭게 센서와 배터리, 통신 모듈이 부착되면서 컴퓨터가 되고, 컴퓨터가 된 사물들이 그들 간 또는 인간의 스마트기기와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또한 현재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의 근본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질문하기보다, 즉 기존 인터넷과의 차이점에 주목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통점을 인식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컴퓨터를 서로 연결하는 것으로 출발한 것이 원래 인터넷이라면 이제는 사물 각각이 컴퓨터가 되고 인간 각각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많은 컴퓨터를 지니게 되면서 그 인간을 둘러싼 사물들(간단한 컴퓨터가 된 그 사물들)이 서로 연결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또는 사물인터넷은 ICT 산업과 미디어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 글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라 할 수 있다.

 

1. IoT 혁명, 그 전개양상 예측

 

기존 인터넷은 ICT 분야 가운데 먼저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켰다.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기 시작하면서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컴퓨터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수요가 늘었으며, 산업이 부흥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과 컴퓨터 그 자체를 생산하는 컴퓨터 HW(하드웨어)산업이 발전했고, 이들 컴퓨터를 구동하는 SW(소프트웨어)산업이 같이 발전했다. 이를 사물인터넷에 대입해보면, 사물인터넷 대중화 초기에는 사물을 컴퓨터로 만드는 ICT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즉 아직까지 우리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수많은 ICT 기기들(라즈베리 파이, 아두이노, 인텔의 갈릴레오와 에디슨, 삼성전자의 ARTIK, NFC 태그/카드에뮬레이션/P2P 모듈, iBeacon 모듈, BLE 모듈 및 각종 센서 등)이 사물을 컴퓨터로 만드는 부품 산업에 해당하는데, 이 기기들에 기반해 SW가 구현되고 있다. 이미 완성된 수많은 사물인터넷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은 ICT 분야의 HW/SW산업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기존 제품 산업이었던 HW사업과 SW사업을 서비스화, 클라우드화했다. 기업들은 HW 서버를 구매하는 대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룹웨어 SW 제품을 설치하는 대신 Enterprise Cloud 서비스를 구매한다. 인터넷 대중화 이전에는 설치형 소프트웨어 제품을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SAP,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같은 회사가 각광받았다면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는 야후, 구글, 페이스북, 엔씨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각광을 받게 됐다. 역시나 이러한 클라우드화를 사물인터넷에 대입해보면 사물인터넷은 기존 사물 제품 산업을 클라우드화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사물인터넷은 세상의 모든 사물을 컴퓨터 제품으로 만들고, 그것들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하는 사업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이 단시간에 성장을 하게 되면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한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가 구글과 네이버를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카카오톡과 라인의 메신저 서비스가 이들을 플랫폼으로 만들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이들을 플랫폼으로 만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 기회참고.)

 

 

DBR Mini Box

 

 

 

 

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 기회

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화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낸다. 바로누가 비즈니스로부터 이익을 얻는가의 문제다. 예를 들어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이 4000억 원의 매출을 이뤘다고 하자. 이 게임은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게임이다. 스마트폰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앵그리버드의 매출 덕분에 얼마를 벌었을까? 정답은 0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랫폼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앵그리버드 덕분에 10원도 벌지 못했다. 구글과 애플은 어떠한가? 4000억 원의 30% 1200억 원이 애플과 구글에 돌아간다. 그들의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앵그리버드가 판매되기 때문에 판매당 30%의 수익이 이들 플랫폼 회사에 돌아가는 것이다. 2012년 가을에 한국을 강타한애니팡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애니팡 게임을 하기 위한 하트를 100개 구매하려면 1만 원이다. 내가 구매한 1만 원의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우선 1만 원의 30% 3000원은 역시 플랫폼 회사인 구글과 애플로 흘러들어간다. 이것이 In-App Purchase 비즈니스 모델이다. 나머지 7000원 중에 다시 30% 2100원은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올려놓는 또 하나의 플랫폼인 카카오가 가져간다. 나머지 4900원만이 이 게임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중심축이 옮겨가던 시기에도플랫폼의 진화와 비즈니스화과정에서 초기에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익분할을 고민했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라는 훨씬 더 혁명적인 상황에서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선점과 비즈니스 모델 구축, 그리고 이익배분 구조 형성에 어떻게 개입하고 주도하느냐에 따라 여러 기업의 흥망성쇠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화를 사물인터넷에 또 대입해보면 급속하게 성장하는 어떤 사물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면, 이는 저절로 플랫폼 사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부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회사가 Nest.1 사물인터넷 온도조절기를 갖고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Nest IoT 제품을 엮어내고 있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Nest는 벌써 선풍기 회사 BigAssFans와 연계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BigAssFans SenseMe 기술이 Nest ‘Works with Nest’와 연동되는 것이다. Nest ‘Works with Nest’의 현황을 보면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다. 선풍기는 BigAssFans, 세탁기는 벌써 Whirlpool과 연동되고 있으며,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클러는 Rachio와 연동하고 있다. 스마트 전구는 Hue, 스마트 자물쇠는 Kevo사와 August사의 제품들과 모두 연동되고 있다. 또한 CCTV Dropcam, 전화 자동 응답기는 Ooma Telo사와 연동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Mercedes-Benz Automatic과 연동이 시작됐고, 차고 회사 Chamberlain, 스마트 헬스의 Pebble, Jawbone, 그리고 한국 회사 LG전자와 연동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Nest가 벌써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 업체 Withings 제품과 연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Withings의 수면 활동 측정기 Aura Nest의 온도조절계와 연동한다. Aura의 주인이 잠들기 시작하면 이를 온도조절기에 알리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표준화와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기구와 조직(organization)들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산업 표준에 의해서가 아닌 시장과 플랫폼을 선점한 회사에 의해 표준화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가서비스 인터넷 분야에서 일찍 진출해 성공한 ‘First Hitter’가 시장을 장악한 수없이 많은 사례를 봤듯이 말이다. (Amazon, eBay, Twitter )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Wearable, 몸에 착용하는) 분야에서 한국의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은 매우 늦은 상태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정보 심화에 따른 Lock-In을 노리는 Withings 같은 회사도 있고, 사용자 수 확장에 따른 Lock-In을 노리는 Nest Labs 같은 회사도 있다.

 

현재 각종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과 Handheld (손에 쥐는) 디바이스, 웨어러블 기기, 그리고 센서들이 상호 연동되는 합종연횡 싸움의 초기에 한국 기업은 상당히 느리게 반응하고 있는 상태다. Nest와 같은 ‘Product-Service Systems(PSS)’ 구조에 의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시도되면서 기회를 찾아나가고 있으며 이미 미국 기업들 중엔 큰 구조를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하는 기업과 성장하는 플랫폼에 기대는 참여 기업으로 구분이 나타나면서 시장형성이 이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 싸움의 핵심은플랫폼의 자리. 그리고 그 플랫폼은 급속히 확산될 어떤 서비스에 있다. 사물은 그 서비스를 위한 수단이 될 것이고, 그 서비스의 핵심은 SW가 될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역사가 그래왔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인터넷에서 플랫폼이 발전해 온 역사 그대로를 사물인터넷에서의 플랫폼도 걸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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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전

    이경전klee@khu.ac.kr

    -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 LG전자 미래기술포럼 자문교수
    - 네이버 서비스자문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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