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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king the Hidden Market

신발 밑창으로 최고 인조잔디를? 쓸모없는 쓰레기,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김종현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그동안 쓸모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던 폐품, 폐물, 폐공간, 무가품 등도 잘 이용하면 사업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필드터프라는 회사는 버려지는 나이키 신발 밑창을 원료로 고급 인공잔디를 만들어 판매한다. 이 회사의 인조잔디는 탄성력이 뛰어나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해주고, 수명도 길어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축구연맹(FIFA)과 미국미식축구선수협의회(NFL)로부터 국제공인 인증을 받아 전 세계 주요 경기장의 바닥재로 쓰이고 있다. 땅에 매립되면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는 신발 밑창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편집자주

김종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가 숨은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을 소개합니다. 생각을 1%만 바꾸면 죽은 시장은 물론 사양산업에서도 숨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폐교를 와이너리로 바꿔 50배 성장한 와인코리아, 맥카페로 1년 만에 뛰어난 성장을 보인 맥도날드, 생활맞춤전략으로 12억 명의 무슬림의 마음을 뒤흔든 LG전자의 메카폰 등 풍부한 국내외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다룹니다. 성장의 돌파구가 될 신사업을 찾는 분들께 유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은 말 그대로 쓸모가 없는 물건을 의미한다. 하지만 버려진 물건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결합하면 무용지물이 유용한 자원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용한 물건이 유용한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즉 무용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버려진 물건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치나 그것을 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줄 아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에 관한 지식 습득이나 관련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무용자원의 종류에는 폐품(廢品), 폐물(廢物), 폐공간(廢空間), 무가품(無價品) 등이 있다. 폐품은 인류가 인공적으로 만들었거나 재배해 사용하다 그 효용가치가 소멸한 것을 말하고, 폐물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비식용 작물, 생명체의 분뇨, , , 물 등을 의미한다. 폐공간은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나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어져버린 건물이나 폐광 등의 공간을 말한다. 무가품은 경제적 가치는 있으나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용자원은 부가, 환원, 조합, 변환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된다. 무용자원 중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다. 이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해 자원화한다면 얼마든지 드넓은 히든마켓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용자원을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부가. 이는 무용자원에 다른 유용자원을 첨가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중고용품에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가 적용되면서 고부가 제품으로 탄생하는에코 패션(Eco-fashion)’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뉴욕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Imitaion of Christ)’ 2000년대 초반 여러 중고 매장에서 구입한 의류에다 새로운 디자인과 액세서리로 리폼한 의상으로 패션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브랜드는 기존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새로운 콘셉트로 명품 반열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환원은 특별한 조작과정을 거쳐 무용자원을 무용자원이 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표적 고분자물질인 플라스틱을 주원료인 석유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가정과 공장에서 버려진 각종 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반응로에서 녹인 뒤 냉각하면 검은 빛깔의 혼합유와 가연성 가스인 LPG가 추출된다. 이 혼합유를 정제하면 휘발유와 경유가 되는데 이렇게 폐플라스틱 100 t을 재활용할 경우 약 80 t 정도의 경유와 휘발유가 생산된다.

 

세 번째로조합은 무용자원만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프라이타크(Freitag)’ 1993년에 첫선을 보인 뒤 독특한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는 버려진 물건들을 가지고 패션용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화물차 덮개용 천막을 가방 몸체로, 차량용 안전벨트를 가방 끈으로 사용한다. 가방 가장자리에는 자전거 바퀴의 튜브를 재활용한 것을 덧대기도 한다. 프라이타크는 폐품으로 만든 가방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마지막으로변환은 무용자원이 갖고 있는 물성을 화학적 또는 물리적으로 다른 형태로 바꿔 유용자원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화학업체인에너지 포커스(Energy Focus)’는 오래되거나 변질돼 먹을 수 없게 된 캔디를 원료로 에탄올을 추출한다. 수거한 캔디를 자체 개발한 이스트와 혼합하면 발효과정을 거쳐 에탄올이 생성되는데 이는 캔디 자체를 재활용하기보다는 캔디가 갖고 있는 성분을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다른 성분으로 변환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럼 폐품, 폐물, 폐공간, 무가품 등의 무용자원이 성공적으로 유용화된 사례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영국 해군은 퇴역전함을

침몰시켜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다이빙 장소와 해초와

물고기들에게는 천적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서식처를 제공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① 폐품 활용하기

일본의 아사히맥주는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전량 자원으로 재활용하는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배출되는 각종 부산물과 폐기물 중 맥주를 발효시킨 후 배출되는 맥아 껍질은 자체 공장에서 양질의 사료로 재가공한다. 단순 발효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고, 영양분도 풍부해서 가축 사료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맥주의 발효 및 숙성과정에서 쓰고 남은 효모는 식품 조미료의 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필드터프(Field Turf)라는 회사는 나이키로부터 매년 버려지는 신발을 공급받아 폐신발 밑창을 원료로 고급 인공잔디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인조잔디는 탄성이 뛰어나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해주고 수명도 길어 구매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세계축구연맹(FIFA)과 미국미식축구선수협의회(NFL)로부터도 국제공인 인증을 받아 전 세계 주요 경기장의 바닥재로 쓰이고 있다. 땅에 매립되면 환경을 오염시킬 수도 있는 신발 밑창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회사는 저렴하게 원자재를 조달하고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여러모로 이득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폐품을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창출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알루미늄이 수분과 닿아 녹이 슬 때는 미량의 열이 발생한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맥주캔, 자동차휠과 같은 폐알루미늄을 활용해 난방을 할 수 있는 폐알루미늄 재활용 기술이 개발됐다. 알루미늄 가루를 철, 구리, 니켈 등과 같은 금속과 섞으면 높은 열량이 발생한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한 폐알루미늄 보일러 1대는 20㎏ 정도의 알루미늄으로 1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난방과 온수를 공급할 수 있다. 또한 폐알루미늄은 물과 만나면 열과 함께 수소도 발생시킨다. 알루미늄 1㎏당 약 100g의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를 연료전지차에 주입하면 약 7∼10㎞를 주행할 수 있다. 현재 연료전지 보급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화석자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단위당 수소를 얻는 비용이 더 높다는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방법보다 20∼30% 정도 저렴하게 수소를 추출할 수 있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폐알루미늄을 재생할 수 있어 환경오염도 줄일 수가 있다.

 

② 폐물 활용하기

한여름에 아스팔트 도로 위를 쳐다보면 뜨거운 열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스팔트가 태양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아스팔트의 특성을 활용해 발전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기업이 있다. 네덜란드의 건설업체인움스 아벤혼 홀딩(Ooms Avenhorn Holding)’이다. 이 회사는 도로와 주차장의 아스팔트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에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움스의 난방 시스템은 원래 도로 유지비용을 절감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물이 아스팔트 아래 설치된 파이프망을 따라 순환하면서 낮에 도로의 열을 흡수해 가열되고, 이렇게 가열된 물이 20도 정도의 일정 온도를 유지해 날씨가 추워지더라도 도로가 결빙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또한 파이프가 매립된 아스팔트 인근 건물에 온수 순환설비를 구축하면 그 건물의 주민은 기존 난방비의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온수를 끌어다 쓸 수 있다. 이러한 발전 방식은 난방비용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도 대폭 줄여준다.

 

먹지 못하게 된 식용작물을 연료로 재활용한 사례도 있다. 제때 팔지 못해 폐처분해야 할 바나나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호주 정부는 특정 박테리아를 사용해 대량의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농작물 재고 처리와 청정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호주 특산물인 마카다미아, 파인애플, 키위, 살구로도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지만 바나나를 활용하는 공법이 수율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축산 분뇨 역시 막대한 배출량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처리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워 지금까지는 주로 바다에 매립했다. 그러나 축산 분뇨를 태워 난방을 할 수 있는 건조탄화기술이 개발되면서 분뇨 1 t에서 약 10만㎉ 이상의 열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건조탄화기술은 분뇨의 고형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체 연료로 탄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축산 분뇨가 바다에 버려졌지만 국제 규약에 따라 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되면서 축산 분뇨를 효과적으로 처리해주는 분뇨처리 시장이 향후 매우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의 분뇨도 발전에 활용되고 있다. 영국 런던중앙박물관은 구내 화장실에서 발생한 인분을 이용한 메탄가스 발전설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300만 명에 달해 이들의 배설물을 활용하면 박물관 운영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자체 발전으로 충당할 수 있고 오물 처리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③ 폐공간 활용하기

런던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헤이온 와이(Hay-On-Wye)’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광산촌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세월이 흘러 탄광업이 사양화되면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산간벽지의 폐광촌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 폐광에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라는 청년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진귀한 책을 파는 중고책방을 열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마을은 전형적인 산간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헌책방과 골동품점이 즐비하게 자리 잡아 아이들 책에서부터 어른들을 위한 책까지 약 100만 종의 책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곳을 나만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로 만드는 것 또한 즐겁고 흥분되며 의미 있는 사업일 것이다.

 

일본의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 사이에 위치한 나오시마섬(直島)은 한때 인구가 너무 적어 무인도 같은 버려진 섬이었다. 이곳을 일본의 출판회사인베네세(Benesse)’가 주민들과 함께예술의 섬으로 변신시켰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민가를 작품 전시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남들이 마다하는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해 확보한 정부 지원금으로 섬을 되살렸다. 베네세는 나오시마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고 주변 섬들에도 문화공간을 마련함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해상 미술관을 건설했다. 이렇게 주변 섬들을 연계해 다양한 예술작품 전시회와 공연을 꾸준히 개최한 결과,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곳이 한 해 30만 명을 넘어서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예술 명소로 탈바꿈했다.

 

영국 해군은 퇴역전함을 침몰시켜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다이빙 장소를, 해초와 물고기들에게는 천적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서식처를 제공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영국 해군은 영국 해안 남부 콘월(Cornwall) 36년 된 군함스킬라호를 침몰시켰다. 이 지역은 수심이 20m 정도이고 해안에서 800m 정도 떨어져 있어 스쿠버다이빙의 최적지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생생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로서의 조건을 갖췄다. 해군은 길이 113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배 내부에 물고기들이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고 수중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혔다. 수중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과학자들이 수중생물의 생태연구를 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이고 있다. 평범한 바닷가 마을에 불과했던 이 지역은 수중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다이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리면서 훌륭한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④ 무가품 활용하기

일본 도쿄에서는 시제품을 공짜로 나눠주는샘플랩(Sample Lab)’이라는 매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기업이 약간의 광고비만 부담하면 실제 시제품을 써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시제품을 거리에서 배포하는 기존 방식은 비용은 적게 든다. 하지만 소비자의 실제 사용 여부와 실제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반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도무료 샘플사이트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료 샘플사이트가 발전해스커(試客, 샘플 시용 고객)’라는 새로운 고객층도 형성됐다. 무료 샘플사이트는 화장품, 서적, 일용품 등 인터넷 구매가 용이한 제품들을 주로 취급한다. 무가품은 어차피 무료로 제공하는 제품인데 이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입비를 받고, 그들로부터 정확한 사용 후기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조명기구업체인오스람(Osram)’은 인도의 몇 개 지역에서 소형 형광등을 빈곤층 가정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후진국 국민들에게 문명의 이기를 선물한다는 공익사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또 다른 부가수익을 창출하려는 새로운 환경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 형광등은 기존 백열전구에 비해 전기를 훨씬 덜 소모해 해당 지역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준다. 오스람은 절감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줄여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면 이것을 다른 기업에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럽의 백색가전 기업인보시 지멘스(Bosche Siemens)’도 브라질의 한 전력회사와 제휴해 빈민들에게 고효율의 신형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주고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구형 냉장고를 수거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형광등과 마찬가지로 신형 냉장고를 사용할 때 절감되는 전기 사용량과 구형 냉장고의 수소불화탄소 냉매 처리분으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꾀하면 언뜻 손해만 볼 것 같은 사업에서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버려지는 물건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는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시간, 공간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무용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주변에서 버려지는 물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발상의 로직은 바로 이 버려지는 무용자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시각적 또는 비시각적 무용자원을 판별한 후에는 각각의 무용자원들이 가진 잠재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폐목은 목재로써의 효용은 없지만 태우면 발열이 가능하고, 가루를 내 톱밥으로 만들면 강화목재로 재가공할 수도 있으며, 미생물을 투입해 발효시키면 바이오에탄올을 추출할 수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효용이 없지만 변용이 될 수 있는 특징들이 존재한다. 바짝 말리면 훌륭한 동물 사료가 될 수 있고, 적당히 썩히면 농작물의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탄수화물을 발효시키면 바이오에탄올을 얻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기법을 활용해 무용자원의 잠재가치를 재발견할 수도 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란 원래 소프트웨어공학에서 기존에 만들어진 절차를 거꾸로 밟아 올라가 시스템의 개발 코드나 설계명세서를 도출해내는 기법을 말한다. 지금은 완성된 제품을 조립의 역순으로 분해해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기법으로 개념이 확대돼 쓰인다. 폐품이 만들어진 단계를 역으로 추적해 나가다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효용을 발견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의 제조공정을 역으로 추적하면 투입된 원재료를 알아낼 수 있고, 이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석유를 뽑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완성된 상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도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활용하면 잠재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 무용자원을 활용해 히든마켓을 창출하는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그 쓸모없는 물건들을 처리해야 하는 주체 모두에게 유용한 신사업이 될 것이다.

 

김종현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교수 synclare@skku.ac.kr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MIS) 석사학위를,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산업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초빙 교수로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새로운 업의 발견> <히든마켓>을 저술했다.

  • 김종현 김종현 | - (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
    - 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강사
    - 미국 캔자스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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