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전략

신바람 경영·속도 경영의 시대는 갔다 ‘창발경영’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라

172호 (2015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과거 한국은 정주영의 현대 신화로 대표되는 신바람 경영시대, 삼성전자의 글로벌 성공으로 대표되는 속도경영 시대를 통해 발전했다. 그러나 현대에선 속도만을 중시하는 경영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쉽다. 강태공의 마음으로 실패를 거듭하고, 투자를 계속하며, 좋은 기회와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다 즉각 대응하는 창발경영이 필요하다. 지난 30여 년을 지배해온 전략이론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원가 우위, 혹은 차별화 포지셔닝을 강조하는 전략이론은 극단적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대 경영환경에선 적용하기 어렵다. 네이버 라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네스프레소 등의 사례에서 창발경영을 배울 수 있다.

 

새로운 성공 DNA를 창달하라

지금까지의 한국식 성공 패러다임은 단연 속도 경영이었다. 한국의 속도 경영은 산업화의 대전제로 출발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하면서부터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단 시일 안에과업을 완수하는 것이 성공의 지상 과제로 등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화도 필요했지만 전 조직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서 온 힘을 한데 모음으로써 속도를 높이는 경영 방식이 필수적이었다. 말하자면 한국 기업의 스피드 역량은 구성원들을 북돋우는 신바람(super-synergy) 경영으로 발휘됐다.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 신화도 이 신바람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 차원의 활동들은 그 범위를 넓혀갔다. ‘가난을 극복하자는 국가적 공감대, 잘살아보세의 정신과 어우러져 국가 차원에서 신바람 에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하지만 신바람 경영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힘을 잃기 시작했다. 민주화, 국내 시장 개방, 국제 경제환경 변화 등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1997 IMF 경제위기를 기회로 산업화의 성공신화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은 새로운 성공신화를 또다시 써내려갔다. 산업화 이후 기운을 잃은 기존 경쟁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정보화의 새로운 기회를 획득했다. 이는융합 경영(convergence management)’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뒷받침됐다.

 

융합 경영은 갑자기 닥쳐온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이론, 관점, 지식, 경험, 노하우 등을 모으고 결합해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융합 경영은 기업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주변으로부터 발굴해 이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이로써 혁신을 이루고 경쟁자와 차별화해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융합 경영은시장 지향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시장의 요구와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외국 제휴선, 협력업체, 전문기관 등 외부 조직들과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펼친다. 이러한 융합 경영 프로세스는 기존 신바람 경영과 상호 보완 또는 상승 작용을 만들어냄으로써 한국식 속도 경영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이렇듯 한국식 속도 경영은 산업화 30(1960∼1980년대)과 정보화 20(1990∼2000년대)을 이어오면서 위기 극복과 고도성장의 핵심 수단이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급격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낮은 경제성장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새로운 혁신 수단이 필요하다는 신호임이 틀림없다.

 

 

 

 

극단적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창발 경영이 필요하다

과거 패러다임의 절정 속에는 미래가 들어 있다. 우리는 주변 곳곳에서 이미 속도 시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주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창발성(emergence) 시대의 주역들이다. 창발성 시대란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진 무경계성(un

boundedness), 가까운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uncertainty),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와 급변사태(crisis) 등이 빚어낸 극단적 불확실성의 경영환경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는 선택과 집중, 계획과 시스템, 신중한 위험관리 등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창발성 속에서 새로운 혁신과 전략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 페이스북, 세계 커피 시장에서 새로운 틈새를 발굴한 네스프레소 등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라인, 카카오톡 같은 SNS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세계로 뻗어 가는 한류 콘텐츠 회사들이 이들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남보다 빨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기존 시장을 뒤집고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미래를 지배한 것이다.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혁신과 전략, 즉 창발 경영(emergence management)은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성공을 일구는 과정이다. 이들은 제일 먼저 뜻과 비전을 우뚝 세운다. 그리고 확고한 실천 의지를 지니고 반복적 투자와 활동을 감행하고 실패와 동거하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해나간다.

 

지난 50년 동안하면 된다(Spirit)’의 신바람 경영, ‘빨리빨리(Speed)’의 융합 경영을 통해 생존과 번영을 이뤄온 한국 기업들은 이제 창발 경영이라는 새로운 혁신과 전략의 과제 앞에 서 있다.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창의적으로 틈새를 찾고 기다리며 기회를 추구(Seek)하려는 경영방식이 미래 성공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끈기와 정성이라는 특유의 성공 DNA를 새롭게 찾아내 창달해야 한다.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창의적으로 틈새를 찾고

기다리며 기회를 추구(Seek)하려는 경영방식이

미래 성공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끈기와 정성이라는

특유의 성공 DNA를 새롭게 찾아내 창달해야 한다.

 

한국식 속도 경영의 비밀과 한계

한국 기업의 속도 경영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1 단계로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진행된 산업화 과정이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열악한 자원기반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신바람 경영이라는 혁신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내수 시장의 기반을 다지고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신바람을 활용해 집단 응집에 기반한 막강한 추진력을 창출해 냈다.

 

신바람 경영의 기본 전제는 공동체적 조직문화와 공정하고 정확한 보상이다. 신바람 경영은 한국인의 정서를 십분 활용한 경영 방식이다. 한국인의 정서는()’이란 한 글자로 표현된다. 즉 조직 구성원 간에 공동체 의식과 따뜻한 인간적 교감이 형성되면 일에 몰두하고 열정을 발휘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한국 전통문화는의 문화로도 불린다. 공동체 의식이 촉발되고이 일어나면 구성원들은 집단의 운명을 자기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집단의 명예가 곧바로 자신의 명예가 된다. 이때신바람이라는 집단적 초능력이 발생한다. 이러한 신바람 경영은 산업화 이래로 한국식 속도 경영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들어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면서 앞서가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화 이후 경쟁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경영혁신에 돌입했다. 이러한 혁신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지켜봤듯이 드라마틱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 비결은 융합 경영이라는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으로부터 나왔다.

 

융합 경영의 기본 전제는스피드로 변화에 대응하라이다. 지식과 정보의 빠른 학습으로 주어진 문제들을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위해, 특히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해 주어진 과제들을 가능한 빠른 속도로 해결해낼 수 있는 수단을 찾았다. 그것은 남이 가지고 있거나 다른 분야에 존재하는 지식과 정보를 결합하고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융합적 접근이었다.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후발주자로서는 아주 적합한 전략이다. 이러한 융합 경영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지식과 노하우들을 결합하고 상호보완적이거나 심지어는 상호 모순되는 요소들을 공존시키고 절충해 새로운 것으로 초월해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패러다임이다. 한국 기업들은 정보화 시대에서 시장과 기술의 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 방법으로 풀어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재빨리 확보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12 1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42.2%로 드디어 애플을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1 또한 현대·기아자동차는 2011 657만 대(현대차 410만 대, 기아차 247만 대)를 생산함으로써 2000년 세계 자동차기업들 중 5위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약진과 함께 기술집약적 중소기업들의 활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6년 기술집약적 벤처기업들의 자본 유입을 돕기 위해 코스닥 시장이 개설되고 1997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벤처기업들이 급성장했다. 현재 정부가 인증한 벤처기업들의 수효는 약 2만 개가 넘는다. 여기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노비즈 기업들이 합세함으로써 약 4만 개가 넘는 혁신형 중소기업군이 형성됐다. 이러한 혁신형 중소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와 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해 기술변화에 재빠른 기술개발력을 선보였다.

 

 

 

속도 경영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의 산물이다. 스피드는 인간 활동에 내재해 있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전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경쟁우위의 원천이 됐다. 시간 자원에 대한 전략적 관리란 단순히 작업능률 향상이라는 미시적 차원만이 아니라 특정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소비하는 총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소비자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실제 소비를 통해 그 욕구가 충족될 때까지의 총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신제품 개발, 제조, 판매, 고객 서비스 등 기업의 가치창출과 관련된 모든 행위들을 대상으로 하며 전사적 관점에서 혁신을 시도한다.2

 

속도 경영의 효과는 최근 미국 경영학계의 연구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적극적인 경쟁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적극적인 경쟁 행동을 취하는 기업일수록 이익률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3 특히 특정 기업의 속도가 빠를수록 경쟁사들의 실적은 나빠진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속도 경영의 효과를 증명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스피드 경쟁의 세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한국 기업들은 경쟁자들이 멈칫할 때 R&D에 계속해서 투자했고 힘든 경쟁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수출을 늘려갔다. 점점 더 넓은 선택 범위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려 했고 브랜드 구축에 힘썼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4 하지만 이러한 성취는 일순간에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 스피드 세계의 논리다. 주변 세계도 그 속도만큼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산업의 경우 이미 2014년부터 그동안 속도 경쟁을 주도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가 같이 뛰고 있으며 인도 등 세계 각지의 토종 기업들도 죽어라 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피로감이 한꺼번에 누적돼 사회 전반적으로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과 자살률, 치솟는 이혼율, 줄어드는 중산층 비중 등을 볼 때, 사회 전반적으로 스피드 경쟁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계속해서 더 빨리 달릴 수 없다는 사실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빨리 달려야 할 때와 시간을 늦추며 결정적 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상대도 빨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느리게 생각할 때와 빠르게 반응할 때를 구분하고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제는 속도 경영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으로서 창발 경영5

우리에게는 속도 경영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혁신과 전략이 필요하다. 창발 경영이 그 대안이다. 창발 경영이란뜻과 비전을 세워 이를 실천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반복적 활동으로 때를 기다리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신바람 경영과 융합 경영에 이은 창발 경영의 기본 전제는끈기와 정성으로 기회를 획득하라이다. 이것은 자신의 뜻과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정한 패턴의 투자와 행동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제안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해내는 혁신 패러다임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 산업 생태계는 지배적인 시장 규칙이나 수요를 거의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불확실성이 지배할 것이다. 창발 경영이란 바로 이러한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극단적 불확실성은 원래 기업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이지만 때로는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이러한 기회들을 발굴해내는 데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발 경영은 속도 경영의 약점과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속도 경영으로 인한 조급증은 수시로 닥쳐올 위기를 헤쳐 나가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남보다 한발 앞서 결단하고 더 빠르게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미래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단적 불확실성 아래서는때가 올 때까지’, 그리고쉬지 않고반복하는 끈기와 정성이 더 중요해 진다.

 

 

 

창발성 시대에는 기회추구력이 핵심역량이다

2010년 이후 창조경제(또는 디지털 경제)로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3세대 혁신 패러다임, 즉 창발 경영이 필요해졌다. 변화의 속도를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변화 그 자체가 돼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해도 기회의 창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시대 상황으로 돌입한 것이다. 3세대 패러다임으로서 창발 경영은 변화하는 미래에 생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을 핵심가치로 한다. 그리고 끈기와 정성으로 기회의 창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기회추구력이 핵심역량이 된다. 이러한 경영방식은 스피드 역량을 강조하는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실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기업들은 2세대 패러다임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천하기 위해 또다시 경영혁신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행히 라인이나 카카오톡, 한류 콘텐츠 같은 성공사례들은 3세대 혁신 패러다임에 소중한 전범(典範)이 되고 있다.

 

< 1>에서 보듯이 한국 기업들은 신바람 경영과 융합 경영으로 지난 50년간 급속 성장을 했으며 지금은 창발 경영이라는 3세대 패러다임을 실험하고 있다. 먼저 성공을 위한 핵심가치로서 1세대에는잘살아보세라는 집단공동체주의와 2세대에는 남보다 앞서는 성과를 지향하는 경쟁적 성장주의를 추구했다. 이에 따라 행동양식에 있어 1세대의 경우하면 된다의 정신과 2세대의 경우 빠른 학습과 속도를 핵심으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가치와 행동양식으로 바꾸어야 할 전환점에 있다. 제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기회의 창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시대적 상황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3세대 패러다임에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 그 자체가 중요한 가치가 된다. 이를 위해 정체성의 확립과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성공을 위한 새로운 핵심역량으로서 기회추구력(Seek)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즉 끈기와 정성을 기반으로이룰 때까지기회를 추구하는 불굴의 의지와 지혜가 성공을 만들어내는 핵심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기존 핵심역량인 추진력과 정보력 위에 기회추구력이라는 새로운 핵심역량을 장착해야 변화하는 미래에서 생존과 번영이 가능할 것이다.

 

‘하면 된다빨리빨리에서이룰 때까지

창발(創發) 또는 창발성(emergence)이라는 단어는 21세기 과학의 핵심 키워드다. 창발은 각각의 구성요소에서는 없는 특성과 행동이 상위 수준이나 전체 구조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 개념은 인체와 우주와 같은 복잡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하게 쓰인다. 예를 들면 세포로 구성된 인체를 가진 인간은 바로 창발성을 통해 의식이 생겨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인간 본연의 특성을 갖게 된다. 세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과 감정을 떠오르게 하며 창조적인 일을 하게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성공(success)이라는 현상도 바로 이 창발의 개념으로 더 잘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21세기에서 성공이란 점점 더 사전 계획과 주도면밀한 디자인에 의해 달성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쟁이 과도해짐에 따라 미리 짜여진 계획들은 곧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성공의 기회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 어느 순간 불현듯 솟아오르는 경향이 강하다.

 

창발 경영의 패러다임에서는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법이 다르다. 세상의 변화는 더 빨리 이뤄지지만 그 변화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니기보다는생존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한다. 그렇다고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빠른 반응과 대응을 잘할 수 있으면서도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혜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여유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한마디로마지막까지 늦출 수 있는역량을 갖춰 최선의 결정을 유도해 내는 데 역점을 둔다.6 새로운 시대에서는 아직 없었던 제품이나 시장을 처음으로 제안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을 요구한다. 이러한 창조적 혁신을 위해서는 무작정 빨리 움직이기보다는 기회의 실체를 신중히 파악해 결정적 순간에 타이밍을 잡아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빨리, 더 싸게, 더 세련되게를 지향하는 효율적 혁신은 점점 더 경쟁력의 핵심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 확립 없이 미래에만 눈길을 두거나 즉시적 대응에 몰두해서는 점점 더 생존이 어려워진다.

 

경제와 관련된 철학도 다르다. 기존 속도 경영 패러다임에서는 자신의 목표를거래에 의한 설득을 통해 달성하려 한다. 즉 타인이나 소비자의 마음을 내 생각에 동의하게 하거나 내 생각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 결과 경쟁에서 이긴 승자는 배려 차원에서 타인에게 베풂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러나 창발 경영 패러다임에서의 경제 철학은 타인과 소비자를 자신과 대등한 관계로 대우하고 그들과 자신의 성공을 대가없이 나눔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여기에는 상대를 진정으로 위할 때 내게도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는 가정이 존재한다. 이 가정은 추구하는 목표가 오직 물질에만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상대를 진정으로 위할수록 당장 물질을 잃거나 양보해야 할 수 있지만 대신에 타인으로부터 마음과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함께하고자 하는 뜻을 공유할 수 있다. 당장 물질을 얻지 못할지라도 정신과 영성의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이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산업과 시장에서 리더가 된다면 한껏 커진 파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성공원리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도 달라진다. ‘하면 된다(Spirit)’빨리빨리(Speed)’가 한국식 속도 경영의 성공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단어였다면 창발 경영에서의 핵심 단어는 무엇인가? 필자는이룰 때까지를 제안한다. 이 단어는 극단적으로 불확실성한 환경에 있는 업종에서 성공비결로 가끔 얘기되고 있지만 앞으로 미래 경영의 핵심 레토릭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석유시추 사업이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터넷 사업 등에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이룰 때까지하는 것이 유일한 성공 노하우일 수 있다.

 

 

 

창발 경영의 성공 논리로서이룰 때까지는 뜻과 의지, 반복, 실패용인, 틈새창출이라는 네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뜻과 의지를 전제로 한다. 의미 없이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다. 둘째, 반복적인 노력과 투자를 진행한다. 언제 그 뜻이나 목표가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제인가 그때를 기다리며 성과에 상관없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 셋째, 실패와 동거한다. 반복적 실천과정 속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을 용인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마련한다. 넷째, 궁극적으로 틈새창출을 통한 기회 획득을 목표로 한다. ‘이룰 때까지의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기회의 발견과 개척에 있다. 자신이 뜻한 곳에서 드디어 새로운 틈새를 발견하고 원하던 기회를 손에 넣음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힐링(healing)에서 히팅(heating)으로

‘이룰 때까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자신감이 있을 수 없으며 뜻과 의지도 세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를 히팅(heating)함으로써 마음과 정신을 무장해야 한다. 이때 히팅이란 꿈과 열정으로 스스로 삶의 에너지를 발열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난방/가열기구에서 쓰이듯이 마음과 정신을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상태로 만들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추구하려는 뜻과 비전을 분명히 하고 스스로 감당할 만한 목표들을 설정하면서 고지를 하나하나씩 점령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가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피드 시대에서는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좌절과 피로의 스트레스를 위로받고 치유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발 경영 패러다임에서는 마음과 정신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함으로써(heating) 스스로 행복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끝없이 반복되는 노력과 투자로 고난이 따라도 그 과정은 불행감이나 스트레스보다는 성숙의 기회와 보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힐링은 좌절과 불안에 지친 사람들에게 평화와 치유를 주는 것 같지만 스피드 경쟁 사회에 존재하는 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뿐 곧바로 문제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감과 위로가 일시적 안정과 위로를 줄 수 있지만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문제는 없어지지 않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남의 것을 학습하고 기존 이념과 가치관을 따라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깨닫고 통찰력을 키우는 시대로 진입했다. 경제 주체들이 스스로 성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자기 내면에서 불현듯 솟아나는 상상력과 지혜의 힘으로 미래를 살도록 격려해야 한다. 모두가힐링족이 아니라 히팅족이 돼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패러다임이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노력에 대한 성과를 미리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성과를 보장받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미래가 점점 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기만 하다. 그들은 급변하는 주위 여건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고 기다려야 하는 삶의 방식을 살아가야 한다. 수많은 시도에 비해 성공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끝까지 살아남음으로써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어떤 여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듦으로써 마지막까지 기회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둘째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도전하는 과정과 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정신적으로 성숙도를 높여갈 수 있다면 성과의 크기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며 도전의 과정이 의롭고 보람을 줄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실천 방법과 사례7

창발 경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창조 경제(또는 디지털 경제)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에서 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본질적 속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강태공 이야기나 우리의 민족적 뿌리 안에 있는 단군 신화 속 웅녀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창발성이 자연현상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듯이 창발 경영과 관련된 철학과 행동양식도 옛날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여씨춘추> <사기>에 등장하는 강태공(본명은 강상)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기다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주나라 문왕을 만난 것은 80세쯤이라고 한다. 그동안 그는 바늘 없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자신을 알아 줄 주군을, 즉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때를 기다렸다. 강태공이 낚시를 한 이유는 물고기가 아니라 자신이 등장할를 잡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는 멋지게 기회를 잡아 활짝 열린 기회의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 이미 준비한 사업계획을 신바람 나게 실행해나갔다. 이와 같은 강태공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창발 경영의 핵심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전과 뜻을 구체적으로 세운다. 강태공은 천하를 평정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었으며 구체적인 비전 실천의 구상까지 미리 가지고 있었다.

 

둘째, 생존하면서이룰 때까지지속적으로 활동을 반복했다. 강태공은 벼슬이나 돈벌이가 아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강가에서 기회(주군)를 만날 때까지 수많은 세월을 강가에서 기다렸다.

 

 

 

 

셋째, 기회의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주나라 문왕을 드디어 만나는 순간 거침없이 자신의 비전과 계획을 설파하고 재빨리 입각해 모든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한편 우리의 단군신화 속 웅녀 이야기는 환웅의 이야기로 시작된다.8 환웅이천왕의 권위를 행사하면서 농경사회를 다스리고 있던 시기에 곰과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이것은 수렵생활을 하고 있던 호랑이 토템족과 곰 토템족이 농경사회로 혁신코자 하는 뜻과 비전을 세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웅녀 이야기에서도 앞의 강태공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창발 경영의 핵심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첫째, 웅녀는 강태공의 경우와 같이 비전과 뜻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농경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사회에 편입되고자(‘인간이 되고자’) 뜻과 비전을 분명히 했다.

 

둘째, 동굴 속에 들어가 생의 모든 것을 거는 절실함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했다. 오직 쑥과 마늘만을 먹고 동굴생활에 정진함으로써 오히려 약속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셋째, 웅녀 역시 강태공과 같이 기회의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인간이 돼서는 기존의 수렵생활과 농경생활의 장점을 융합해 풍요롭고 안정적인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해냈다.

 

강태공과 웅녀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림 1>과 같이 창발 경영의 네 단계 실천 프로세스를 도출할 수 있다.

 

네이버 라인 사례

앞에서와 같은 창발 경영의 프로세스는 21세기 창조형 기업들에서 잘 나타난다. 모바일 플랫폼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라인(Line) 사업의 예를 보자. 2011년 일본에서 시작한라인 2014 10월 현재 세계 230개국에서 56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둠으로써 이제 네이버는 본격적인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은 먼저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2011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전화보다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11 6월 개발을 시작한 지 1개월 반 만에 스마트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LINE 서비스를 등장시켰다. 그 결과 2013년 말 2년 반 만에 사용자 수 3억 명을 돌파해 페이스북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초고속 성장을 했다.

 

이러한 라인의 성공 스토리는 앞에서 제시한 창발 경영의 마지막 단계인기회의 창으로 재빨리 들어가기에 불과하다. 이 단계만 보면 라인 사업은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의 사업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 사업전개 과정 중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라인 사업만 볼 때 2000년부터 시작된, 11년간의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투자한 금액을 대략 환산했을 때 2000년 네이버 재팬 설립으로 인한 투자 및 운영비용 약 2000억 원, 마토메 등 일본 검색 서비스 운영비용 약 2000억 원, 첫눈 검색엔진 인수비용 450억 원이 투여된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라인 사업에 투자된 비용만 어림잡아 4450억 원으로 추산된다.9 창발 경영이란 이런 것이다.

 

 

 

 

 

 

 

라인 사업을 창발 경영 프로세스로 다시 요약하면 <그림 2>와 같다. 먼저 1단계로서,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에서 뜻과 비전을 기반으로 일본 시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실천을 통해 보여줬다. 창업 이듬해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철수 이후에도 곧 바로 재도전했다. 2단계로서, 반응이 없는 일본 검색 시장에도 불구하고 마토메 서비스 등 다양한 지식검색 서비스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3단계로, 절박함이 절정에 이르고 드디어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촉발된 사업기회를 인지하게 된다. 4번째 단계로, 그동안 갈고 닦아온 스피디한 서비스 개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불과 한 달 반 만에 서비스를 일본 시장에 출시하고 재빨리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사례

콘텐츠 산업은 창의성을 지재권화해서 유통하고 소비시킴으로써 가치를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창조 산업이다. 따라서 창의성의 속성상 창발성이 특징적으로 잘 나타나는 산업이다. 따라서 창발 경영이 잘 적용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과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작은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창업부터 이수만 프로듀서의 꿈은 우리 음악의 해외 진출이었다. 1969년 내한 공연을 한 클리프 리처드의 예와 같이 해외 가수들의 국내 공연은 우리 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줬다. 이러한 현실에 가수로서 자존심도 상했고해외에서 우리 문화가 유명해지면 경제도 강해질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꿈꾸었다.

 

이러한 그의 꿈은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창발 경영의 과정을 통해 구체화되고 성숙돼갔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를 감지하면서 H.O.T.의 중국 진출로 비전 실현의 과정을 시작했다. 2000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H.O.T. 공연은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자리였다. 한류라는 말이 이때 만들어졌을 만큼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해 투자한 것이 BoA 프로젝트였다. 3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당시로서는 회사의 운명이 걸린 투자였다. 절박한 상황에서의 투자는 결과적으로 큰 수익이 돼 돌아왔다.

 

일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시스템 수출이라는 비전을 어느 정도 이룬 후 중국 시장 진출과 SM네이션 구축이라는 꿈(창발 경영 1단계)을 실현하기 위한 또 다른 도전과 투자(2단계와 3단계)가 진행됐다. 2004 1월 동방신기 데뷔와 2007 8월 소녀시대 데뷔로 이어졌다. 동방신기는동방의 신이 일어나다는 뜻의 그룹 이름에서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동방신기는 데뷔 즉시 과거 H.O.T.의 인기를 능가하는 수준의 국내 최정상 보이그룹으로 급성장했다. 한편 소녀시대는 국내에서 최정상 여성그룹의 반열에 오른 2009 6,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유튜브 등 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유튜브에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공식 채널을 마련했다. 이 채널을 통해 많은 해외 K-pop 팬들이 에스엠 가수들의 영상을 자발적으로 찾아보고 공유했다. 이에 따라 소녀시대는 유튜브를 통해 미리 형성된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일본 데뷔 시점에서부터한국에서 온 슈퍼스타로 자연스레 포지셔닝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 경제적 성공을 확대하고 뉴미디어를 활용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확보함(4단계)으로써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또다시 비전을 구체화하고 키울 수 있었다. “가장 큰 시장에서 가장 큰 스타가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수만 프로듀서는 2005년 보다 확실하게 중국 시장을 겨냥한 아이돌 그룹을 등장시킨다. 남성 12인조 그룹 슈퍼주니어와 독특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있는 f(x)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두 그룹은 중국인 멤버를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에스엠이 중국인 멤버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중국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궁극적인 목표 시장이라고 꿈꿔왔던 비전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중국인 멤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에스엠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12인조 남성 그룹 EXO 2012년에 데뷔시킨다. EXO는 한국에서의 활동에 집중하는 EXO-K와 중국에서의 활동을 전담하는 EXO-M을 구분하고 한국과 중국에서 거의 동시에 활동을 전개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13 6월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와 리패키지 앨범은 합산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하며 쇠퇴하고 있는 음반시장에서 기록적인 족적을 남겼다. <그림 3>

 

 

 

이와 같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성공 과정에는 창발 경영의 과정들이 핵심적으로 존재했다. 그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회사 전체의 성장 과정을 보면 창발 경영의 4단계 과정이 반복하면서 비전을 성숙시키는 선순환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개별 아티스트들의 성공 과정 속에서도 창발 경영을 찾을 수 있다. 각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비전을 가지고 반복된 준비와 활동으로 어느 시점에서 기회를 잡아 드디어는 성공을 이루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에스엠의 경쟁력 원천인 프로듀싱 시스템에서도 창발 경영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즉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 등 4 단계로 이뤄진 프로듀싱 시스템은 먼저가능성을 가진 인재, 인성이 훌륭한 인재를 발굴한다는 비전과 목표로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캐스팅되면 데뷔시키기 전까지 언어, 연기, , 노래 등 각 파트를 분업화해 가르친다. 짧게는 1∼2, 길게는 6년여까지 이어진다. 아티스트로서 역량이 축적될 때까지 또다시 기다리는 것이다. (창발 경영의 2단계) 드디어 아티스트로서 기회가 발견되면 프로듀싱과 매니지먼트에 들어간다.(창발 경영의 3, 4단계)

 

이처럼 창발 경영의 과정은 기업 전체, 개별 프로젝트, 핵심 시스템 등 전체와 부분에 동시에 나타난다. 마치 프랙탈 구조 같은 모습을 이루며 경영의 전체와 부분, 핵심 관리프로세스 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경영 전반에 걸쳐 창조성을 제고시킨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기업 전체를 봤을 때 <그림 2>와 같이 창발 경영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비전을 구체화하고 성숙시키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창발 경영은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남들이 좋다는 일이나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을 찾아

미래에 도전할 것을 요구한다.

 

기타 사례들

위와 같은 창발 경영의 과정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 콘텐츠인난타나 기업가치 1조 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한태양의 서커스등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그들은해외에서도 통하는 공연 콘텐츠를 만들자”(난타의 경우) 또는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한번 해보자”(태양의 서커스)는 뜻과 비전을 선순환적으로 성숙시켜왔던 것이다. 사실 이와 같은 창발 경영의 사례는 도처에서 관찰할 수 있다. 왜냐 하면 극단적으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공을 일궈낸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창발 경영의 핵심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검색 시장과 모바일 SNS 서비스를 각각 지배하고 있는 네이버 검색과 카카오톡, 전 세계 검색 시장과 온라인 소셜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성공에서 보듯이 불현듯 솟아오른 기회를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하는 과정은 창발 경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또한 개인용 커피머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네스프레소 같은 혁신적 제품과 브랜드의 성공 속에서도 유사한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다.

 

결언

최근 한국 경제에서선발 주자(first mover)가 되지 않고서는 국제 경쟁력을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 화두다. 때마침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창조화를 위한 정책과 입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양적 완화의 종식, 해외발 금융위기, 환율 변동,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수시로 등장하는 위기설에 언제라도 경제적 충격이 가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 상황은 20년 전인 1995년 무렵의 여러 모습을 데자뷰처럼 떠오르게 만든다. 1995년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에 이어 삼풍백화점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때 정부는정보화 촉진 기본법을 통과시키면서 정보화 시대로의 돌입을 공식화했다. 이 당시 신문 등 각종 미디어는 시장 개방화에 맞선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주된 기삿거리로 다뤘다. 한마디로아무런 준비 없이 국내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라도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3년 후 IMF 경제위기라는 쇼크를 맞아 30대 재벌 기업 중 14개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정보화로의 구조 전환에 머뭇거리던 회사들이 줄 도산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지금 한국 경제는 또다시 구조 전환을 논의하고 있고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실 2010년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된 매우 중요한 해로 평가된다. 먼저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해인 2009년보다 9배나 급증했다. 이후 세계 최고 속도로 확산이 이뤄져 거의 전 국민이 디지털 정보망에 연결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구글 트렌드 검색 기준을 보면 2010년 이후 한류 콘텐츠의 관심도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한마디로 창조경제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010년을 계기로 기업 가치가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대표해온 철강, 조선, 화학 등 전통적 제조기업들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산업의 대표 주자인 NHN의 기업 가치가 한국 제조산업의 얼굴격인 포스코(POSCO)를 한때나마 능가하는 등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은 경제 구조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이 갖는 대표적 특징이 바로 창발성이다. 위기든, 기회든 예상할 수 없이 불현듯 일어나는 현상이 일반화된다는 것이다. 창발성 시대에 가장 큰 특징은 역량 축적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노키아, 소니, 파나소닉, 코닥, 필립스, GM 등 세계 최고의 혁신 역량을 가진 초우량기업들이 하루아침에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장면을 수시로 목도하고 있다. 그들은 혁신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변화의 미래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역량 축적의 시대는 가고, 기회추구의 시대가 열렸다

창발 경영은 극단적 불확실성의 환경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기회를 추구하는 혁신 패러다임이다. 수많은 우발적 요인들로부터 발생하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겉으로 봤을 때 운에 기대어 단순히 기회만을 노리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다가오는 기회를 정말기회로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기다릴 줄 아는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창발 경영은 바로 이러한 내면의 능력을 토대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가치를 세상에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창발 경영은 지난 30여 년간 지배해온 전략이론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원가우위 또는 차별화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강조하는 본원적 전략의 틀은 극단적 불확실성의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10 선택과 집중에 의해 가치사슬상 포지셔닝을 아무리 공고히 해도 산업 간 경계가 점점 더 허술해지기 때문에 전혀 다른 영역의 기업으로부터 손쉽게 도전을 받는다. 세계 최고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신생 소프트웨어 업체인 샤오미에게 속절없이 도전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가치 있고, 희소하며, 모방이 불가능한 자원을 확보할 것을 강조하는 자원기반 전략의 틀은 세상의 변화에 비해 그러한 자원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극단적 불확실성 속에서는 상황변화에 적합한 자원의 구축이 쉽지 않다.11 더욱 심각한 것은 급변하는 환경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역량의 가치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창발 경영은 기회추구 전략의 틀을 강조한다. 혼돈에 가까운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하면서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기회를 포착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규칙이나 핵심 프로세스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된다.12

 

원래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도전의 과정이다. 그리고 창발성 시대는 우리에게 좀 더 본질에 가까운 삶을 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때 창발 경영은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남들이 좋다는 일이나 눈앞의 이익에 매달리기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하고 싶고 원하는 일을 찾아 미래에 도전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시대적 전환기 때마다 직면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 온 저력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속도 경영의 경쟁력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래에는 스피드 시대의 성공 논리와는 전혀 다른 성공 패러다임이 지배할 것이다. 힘과 속도를 앞세워 세상과 거래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면서 끈기와 정성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불현듯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두려움 없는 끈기를 가진 웅족(熊族)의 성공 DNA 21세기에 다시 창발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장우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antonio@k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경영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1년로부터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창조경제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1인 창조기업’ ‘창의인재 동반제도등 주요 정책들을 제안했다. <대한민국 강소기업, 스몰 자이언츠> <동반성장> 10여 권의 저서가 있으며 최근에는 <창발경영>을 출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