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강남 호텔 커피가 4500원, 점심 9000원? 입지+서비스, 차별화로 승부하다

170호 (2015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략, 마케팅, 혁신

 

 

서울의 호텔산업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시장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한 신용평가기관은 2017년까지 객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마냥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는 산업이라는 점에서는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다시차별화라는 화두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다. 월급쟁이에서 호텔 CEO로 거듭난 우희명 머큐어 앰배서더호텔 소도베 대표는 월급쟁이 눈높이에 맞춘 미니 바 가격책정, 커피숍과 레스토랑의 가격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호텔 사업에 진출한 A그룹의 경우 프로젝트를 맡았던 팀이 모든 관련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막판까지도공략할 포인트를 찾지 못하다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주변 외국인 근무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성공의 토대를 닦았다. 빅데이터, GIS 분석, 시장조사 등은 결국 모두 도구일 뿐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행동을 관찰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관점을 바꿔보는 것. 바로 그곳에 차별화의 답이 있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한 직장인, 특급 호텔로 퇴직하다

 

호텔 커피는 너무 비싸다. 출장을 다닐 때면 더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호텔 커피숍은 한산한 곳이 많았다. 호텔에는 밥값도 비싸다. 건설사에 근무할 때였다. 출장비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오늘 따라 신문기사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텔에 관한 기사다. 서울의 호텔 숙박료가 세계 3위란다. 너무 비싸 해외 관광객이 서울 관광을 외면한다는 내용이다.

 

퇴직은 너무 빨리 다가온다. 벌써 쉰이다. 지금 회사에서만 20년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가 외국 투자사의 손에 넘어갔다. 퇴직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껏 열심히 일해왔는데 그걸로 나머지 인생을 헤쳐갈 수는 없을까? 신문기사가 하나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호텔에 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일본의 비즈니스호텔을 모델로 정했다. 도쿄와 오사카를 포함해 일본 대도시의 호텔들을 방문했다. 수수한 시설에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뉴욕의 호텔들을 방문하고 생각을 싹 바꿨다. 중저가지만 감각적인 디자인과 안락함을 선사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호텔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 무조건 일본만 따라갈 수는 없다.

 

결심을 마냥 미룰 수 없었다. 호텔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새로 만들 호텔의 개념도 정했다. 호텔의 성패 여부는 입지에서 좌우된다. 강남 부동산업체들에 구체적으로 부탁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에 대지면적 1320여㎡( 400)짜리 땅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했다. 2007년 한불화장품 15층짜리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 고심 끝에 건물을 허물고 층고를 3m로 줄여 지상 21, 지하 7, 288실 규모의 특2급 비즈니스 호텔을 짓기로 했다.

 

건설사에서 현장소장을 맡으면서부터 건설 계획을 터득했다. 부동산 시장 전체를 숲처럼 보려고 노력했다. “월급쟁이라도 자신의 일을 능동적으로 하면 그것이 자산이 된다고 믿어왔다.1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었다. 건설업계에서 쌓아온 소중한 인연들이 위기를 건너게 해줬다. 그러나 인연에만 기댈 수는 없었다. 차별화된 경영이 필요했다. 강남 테헤란로는 호텔의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호텔 커피값 4500: 월급쟁이 기준에서 생각하다

 

특급호텔의 커피값은 세금 포함 1만 원가량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주인공인 호텔 CEO 우희명은주변 직장인들에게 너무 비싸다며 가격을 내리게 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역삼역에 인접한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소더베 호텔 1층에는 카페 라운지가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은 4500원이다. 카페라떼와 카페모카는 5500원이다. 아이스 음료 가격도 같다. 주변 커피전문점에 맞췄다. 아니, 주변 직장인의 눈높이에 맞췄다.

 

객실 미니 바에서 파는 캔맥주는 2500, 레스토랑 점심메뉴는 후식을 포함해 9000원이다. 강남권의 다른 특급호텔 대부분이 2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인근 직장인들이 즐기기에는 너무 가격이 비싸다. 객실 손님들이 아예 미니 바나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것을 뛰어넘으려 했다. ‘월급쟁이의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싶었다.

 

 

 

 

 

 

2012년에 호텔 문을 열었다.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은 프랑스 호텔 체인 아코르(Accor) 계열 브랜드 중 하나로 비즈니스급 이비스보다 등급이 높은 특2급 호텔이다. ‘객실에 집중하되 식음료는 문턱을 낮춰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자 CEO의 경영철학을 반영했다.2  “역삼역 주변에만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만도 수십여 개에 이른다. 이들에 호텔 객실 손님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가격을 낮춰 제공하고 있다.”

 

서울은 지금 비즈니스 호텔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에는 신규 허가를 받은 비즈니스호텔이 170개가량 대기하고 있다. 특히 관광객을 겨냥한 비즈니스호텔이 속속 늘고 있다. 머큐어 강남 호텔은 처음부터 차별화를 고집했다. 비즈니스맨을 겨냥해 객실·레스토랑·미팅룸을 디자인했다. 서울 강남에 직장이나 거래처를 둔 외국인이 몰렸고 개장한 지 6개월 만에 객실가동률 90%를 기록했다.

 

우희명 대표는 강조한다. “호텔의 경쟁력은 첫 번째 위치, 두 번째 서비스다. 입지는 서울 강남 한복판, 역삼역 바로 옆이다. 이곳은 GS·포스코 같은 대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가 많아 외국인 출장객이 많다. 정통 비즈니스호텔이라는 방향을 정하고 모든 기준을 이에 맞췄다.”3 다만 관광객 수요도 일부 반영하기로 했다. 객실의 75%는 비즈니스맨에게 맞추고 25%는 관광객에게 맞춰 상호 보완하도록 했다. 퇴직 후 10년 만이다. 나이 예순둘에 새로운 시작이다.

 

서울의 호텔 전쟁

 

비즈니스호텔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원래 업무상 출장(business trip)을 위한 비즈니스맨의 수요를 겨냥해 부대시설을 최소화한 호텔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최근에는 저렴한 숙박료에 매력을 느낀 관광여행객의 이용이 증가하며 기존 특급호텔과 차별화된 특2등급에서 1등급류의 호텔을 지칭하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1969년 서울에 최초로 특급호텔이 들어섰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서울에는 76개 특급호텔이 영업 중이다. 객실은 모두 22724개다. <지도 1>은 서울시에 있는 모든 특급호텔의 위치에 객실규모를 반영한 분포도다. 서울의 특급호텔 시장은 강북 도심과 강남 테헤란로에 몰려 있다. <지도 2> 2013∼2014년에 신규로 진입한 특급호텔 18 4874객실의 분포를 보여준다. 외국 관광객이 몰리는 강북 도심지역인 종로구와 중구에만 9개의 특급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의 호텔산업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2014년 한 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1400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610만 명을 기록했다. 외래 관광객 시장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으로도 개선되고 있다. 마이스(MICE)4  , 의료관광, 크루즈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의 실적도 좋아졌다. 2014년 연간 관광 수입도 미화 약 167억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부는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신용보증기금에서 15000억 원의 호텔 설립자금을 풀어 부족한 관광호텔의 수요에 대응하려 한다. 전체 국가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개별 호텔 보증 한도도 기존 1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자가 관광숙박시설 입지를 확보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5

 

“서울지역 호텔사업에 빨간등이 켜졌다.” 한 신용평가기관의 경고내용이다. 2011년 이후 서울지역에서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호텔은 169, 25213실에 이르며 이 중 건설 중인 호텔이 110, 18592실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객실 수급 전망에 대한 분석 결과 오는 2017년까지 객실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6

 

 

신규 호텔을 성공시켜라

 

경영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기회 속에서 위험을 보고, 위험 속의 기회도 꿰뚫어 봐야 한다. A그룹은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자사 소유 부지에 호텔을 짓기로 결정했다. A그룹은 신규 호텔의 토지와 건물을 계속 소유하고 호텔전문기업에 위탁경영을 맡기기로 했다. A그룹 첫 번째 호텔사업이다. 그룹 내부에 부동산 자회사를 따로 만들어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다. A그룹 보유 부동산 전반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그리기 위해서다.

 

위탁경영이 끝나도 호텔은 남는다. 모든 것을 위탁기업에 맡겨둘 수만 없다. 신규 호텔사업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부동산 자회사에는 A그룹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인재들과 부동산·금융·호텔 분야의 경력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첫 번째 호텔사업부터 호흡을 맞춰가야 한다.

 

 

 

 

 

 

<지도 3>에서 가운데 굵은 검정색으로 구분한 블록에 신규 호텔 대상지가 포함돼 있다. 강남 테헤란로는 이미 기존 호텔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싸움터로 변한 지 오래다. 우선 신규 호텔은 특2급 비즈니스호텔로 객실규모는 200∼300실로 결정했다. 문제는 거의 1만㎡(3000)에 달하는 상업공간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업무밀집지인 강남구 테헤란로에 어떤 상업공간이 적합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신용카드 빅데이터와 GIS 공간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기로 했다. 신용카드 빅데이터팀과 GIS분석팀이 공동분석팀을 구성했다. 신용카드사의 전체 가맹점 중 서울시 강남3구 소속은 87177개였다. 신규 호텔의 상업시설과 관련이 있는 업종만 따로 추려내자 66120개로 줄었다. 여기서 최근 1년 동안 소비된 7492억 원의 결제금액을 분석했다. GIS 분석팀은 신규 호텔 예정지 주변의 주거인구, 사업체, 교통망, 블록별 매출 특징을 분석했다.

 

밍밍한 빅데이터 분석

 

자정을 넘기며 최종 보고일을 맞았다. 시간은 새벽으로 흘러가는데 명확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GIS 빅데이터팀 총괄매니저는 점점 초조해졌다. 최종 보고는 오후 2시에 잡혀 있다. 최소한 오전에 보고서를 끝내야 출력을 맡길 수 있다.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뒤졌지만 인상적인 시사점은 나오질 않았다. 자정을 넘기며 회의는 지리멸렬해졌다. 피곤에 지친 분석팀원 몇은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였다. 회의실 보드판은 온통 글자, 숫자, 다이어그램으로 빼곡했지만 뚜렷한 핵심은 없다. 잠시 넉넉한 휴식시간을 갖기로 했다. 몇은 야식을 사러 나갔다. 몇은 컴퓨터 모니터를 계속 뒤지며 밀린 피로를 떨쳐내려 했다.

 

2급 호텔에서 객실만큼 식음시설(F&B, Food & Beverage)의 매출은 중요하다. 신용카드 가맹점 데이터에서 호텔 적합 업종을 고르기 위해서 4가지 기준을 적용했다. 1) 강남3(강남·서초·송파)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업종이어야 한다. 2) 점포당 매출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종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커야 한다. 3) 2급 호텔에서도 고려할 만한 결제 건별 평균 액수, 즉 건당가가 커야 한다. 4) 특급호텔의 인허가 조건 및 소비자의 인식을 고려해서 호감 업종은 남기고 비호감 업종은 배제하는 것이다.

 

 

 

 

< 1> GIS 빅데이터팀의 1차 분석결과다. <지도 3>에서 소개한신규 호텔 예정블록에서 확인된 소비패턴이다. 가맹점당 평균적으로 매출 규모가 높은 업종은 의료 분야의 내·외과를 선두로 슈퍼마켓이 2위를 차지했다. 보통 슈퍼마켓의 매장 규모는 소형 내·외과 의원에 비해 월등히 크다. 가맹점당 매출 규모는 크지만 호텔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건당 결제액이 작다.

 

숯불을 피우고 냄새를 관리하기 어려운 갈비·삼겹살집도 제외했다. 출장객을 위한 바(Bar)는 고려할 만하지만 나머지 유흥주점은 A그룹에서 허락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일식집과 횟집도 경계가 분명히 엇갈린다. 똑같이 생선을 취급하지만 일식, 초밥, 참치는 호텔에 어울릴 수 있다. 특급호텔의 횟집은 찾는 고객도 운영자도 서로 어색하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신용카드 소비패턴에 근거한 다소 밍밍한 결론을 제안해야 할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관찰, 운명을 바꾸다

 

(John)은 워싱턴을 잊지 못했다. 존은 로키산맥 아래 두메산골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농장일을 도왔다. 스물한 살, 미국의 수도를 방문했다. 수많은 관광객 틈에서 무더위를 견디며 도보로 걸어 다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끊이지 않는 인파를 오랫동안 관찰했다. 존은 자전거 한 대를 빌려 레모네이드, 팝콘, 아이스크림을 싣고 관광인파가 몰린 곳으로 갔다. 순식간에 다 팔렸다.

 

 

 

 

 

존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다 워싱턴을 떠올렸다. 스물일곱에 워싱턴에핫쇼프(Hot Shoppe)’라는 식당을 열었다. <그림 2>의 간판과 유리창을 자세히 보면 작은 글씨로 커피, 샌드위치,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 핫 타말레(Hot Tamales), 루트비어(음료수의 일종)가 적혀 있다. 멕시칸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파는 작은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존이 시작한 레스토랑 체인 제1호점이다.

 

10년이 흘렀다. 핫쇼프는 9개로 늘었다. 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8호점의 매출이 특이했다. 워싱턴에서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9개 체인점 중에서 유독 8호점에서만 포장주문이 밀려들었다. 존은 8호점을 찾아가 손님들을 관찰했다. 대부분 공항으로 가기 전에 식사거리를 봉지에 담거나 아니면 직접 손에 들고 사라지는 것이다. 존은 무릎을 쳤다. 존은 국제공항으로 찾아가 이스턴항공(Estern Air Transport)에 기내식을 제안했다. 오래지 않아 100개가 넘는 공항과 수백 개의 항공노선에 식당과 기내식을 확보하게 됐다.7

 

20년이 더 흘렀다. 존은 워싱턴의 중심지 미의회가 훤히 내려다 보는 언덕에 365객실 규모의 호텔을 건립한다. 존은 쉰일곱의 나이에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 호텔의 이름은 트윈브리지모터호텔(Twin Bridges Motor Hotel)이다. 워싱턴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였다. 미국 최초의 공항호텔이 탄생한다. 물론핫쇼프레스토랑도 호텔 안에 문을 열었다. 그가 사업에 뛰어든 지 30년 만의 일이다.

 

세심한 관찰은 양치기 소년을 글로벌 호텔체인의 경영자로 만들어 줬다. 길거리의 인파건, 장부의 포장매출액이건, 무엇이건 눈여겨볼 일이다.

 

존이 자신의 첫 번째 호텔을 시작한 지 56년이 흘렀다. 그 사이 존은 여든넷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제 아들의 시대에 이르러 전 세계 70개국 18개 하위 브랜드, 3900개 호텔, 종업원 32만 명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8 존의 정식이름은존 윌러드 메리어트(John Willard Marriott)’. 그가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창업자다. 세심한 관찰은 양치기 소년을 글로벌 호텔체인의 경영자로 만들어 줬다. 길거리의 인파건, 장부의 포장매출액이건, 무엇이건 눈여겨볼 일이다.

 

흘려보기와 새겨보기

 

최종 보고 준비는 여전히 핵심을 찾지 못했다. 빅데이터팀 총괄매니저는 잠시 사우나에서 샤워를 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사무실 창 밖은 점점 환해진다. 신입 1년 차와 인턴 한 명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조용조용 소곤거린다. 두 사람의 표정에는 어떤 자신감도 보이질 않는다. 그저 조심스러울 뿐이다. 총괄매니저가 돌아오면 최종 미팅을 하고 결론을 잡아 보고서를 확정하기로 했다.

 

총괄매니저는 마음을 다잡았다. 핵심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것에 대비해야 했다. 최종 보고 방향은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에서 확인된 선호업종과 호텔적합성 두 가지에 근거한다. 그렇게 몇 가지 업종을 추려 혼합형으로 배치하되 비율을 제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제안방향은 특화냐, 혼합이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의 근거가 탄탄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번에는 혼합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사우나에서 나오자 이미 길거리는 훤하다. 총괄매니저가 회의실 문을 열자 분석팀원들의 표정은 밤샌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 프로야구장 덕아웃에서 홈런 타자를 격려하는 분위기 같았다. 건설사 출신의 분석팀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상황보고를 한다. “처음부터 다시 데이터를 하나하나 짚기로 했습니다. 다시 분석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혹시 빠뜨리고 놓친 것들이 있는지 확인작업을 한 거죠. 그래서 팀원들에게 인구, 가구, 기업체, 교통, 소비 등 분야를 정해주고 하나씩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분석팀장은 밝은 표정으로 <지도 4>를 보여줬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위·아래 10개 블록에는 총 30만 명의 기업체 종사자 수가 일하고 있습니다. 다시 데이터를 챙기다가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블록의 전체 종사자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법인 데이터를 GIS에 올려보니 전혀 다른 패턴이 나왔습니다.”

 

블록 ②, ③에서만 57개 외국인 투자법인이 있었다. 일본(21), 미국(10), 프랑스(3), 스웨덴(3), 싱가포르(3), 스위스(2), 네덜란드(2), 대만(2) 등이었다. 2개 블록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37%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토요타, 한국닌텐도, 오릭스캐피탈코리아가 대표적이었다. 그동안은 ②, ③블록에서 일식, 참치, 초밥 가맹점의 매출액이 강남의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지도 4>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위치와 종사자 규모를 반영한 분포도다.

 

신입과 인턴이 쏘아 올린 홈런

 

 

 

 

“근데 이 아이디어는 누가 낸 거죠?” 총괄매니저가 묻자 분석팀장은 신입 1년 차와 미국 유학 중 방학기간 동안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공을 돌렸다. 전체 팀원 중에서 가장 경력도 짧고 분석업무는 아예 해본 적도 없는 인턴, 초짜들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미팅용 대형 모니터에 <그림 3>이 떠올랐다.

 

“일반 기업체의 종사자만 놓고 보면번 블록의 규모가 압도적입니다. ②, ③번 블록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왜소하죠. 외국인 투자기업의 종사자를 보면 ②, ③번 블록은 테헤란로에서 최고입니다. 가장 풍부한 외국인 임직원이 근무하는 곳이고요. 매우 다른 접근을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초짜중의 한 명이 차분차분 설명했다.

 

“정말 두 사람이 이번 프로젝트를 살렸습니다.” 신규 호텔의 최상층 스카이라운지에 그냥 바(Bar)나 일반 레스토랑 정도를 고민하던 밍밍한 제안작업에 돌연 생기가 돌았다. “, 그럼 기본 기능을 제외하고는 일본식이나 웨스턴 F&B로 최대한 특화해 봅시다.” 순식간에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도쿄나 뉴욕의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검증된 아이템과 이미 홍대와 강남지역 등에서 검증된 업종과 서비스 업태도 몇 가지 반영됐다.

 

오후 3. A그룹 부동산 자회사 주요 임직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짧은 시간에 인상적인 제안을 해줘 고맙다는 덕담까지 들었다. 최종 보고회는 발표자

3명만 들어와 달라했다. ‘초짜’ 2명에게 현장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그저 데이터가 많다고, 오래 들여다 본다고 좋은 분석이 나오는 게 아니다. 새롭게 봐야 한다. 데이터를 새롭게 보지 못하고 자신이 익숙한 대로만 보려 한다. 15∼20년 차의 베테랑도 눈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보던 것만 보인다.

 

What Do You Think?

 

 

 

메리어트의 공식 페이스북은 자신의 역사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메리어트가 처음으로 호텔을 개장할 때의 기념사진을 보면 당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가 참석했다. <그림 4> 1957년 기념사진이다. 호텔 입구로비와 레스토랑글자 바로 아래 왼쪽이 창업자 메리어트, 바로 옆이 당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바로 앞두고 있었다. 특별한 친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개장식에 참석했다. 반세기 전의 빛 바랜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없지만 메리어트의 아들이자 현재 메리어트그룹을 이끌고 있는 메리어트 2세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친구 메리어트와 사냥을 나섰다. 사냥터는 워싱턴에서 가까운 버지니아의 농장이었다. 메리어트는 자신의 아들 메리어트 2세를 데리고 갔다. 사냥이 시작되고 갑자기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잠시 추위를 피해 오두막으로 들어가 불을 피웠다.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눈발은 그치지 않았다.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메리어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물었다. “나가서 메추리 사냥을 계속 강행할까요? 아니면 장작 옆에서 시간을 보낼까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바로 옆에 있던 22살인 메리어트 2세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은 당황했다. 세계 초강대국 대통령이 초면의 청년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 생각으로는 모닥불 옆에 좀 더 있는 게 좋겠는데요….” 아이젠하워는 청년의 의견을 따랐다.

 

메리어트 2세는 그날 리더십에 관해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다. “회사의 임원들과 매니저들에게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네 단어가 무엇인지 말해줍니다. What do you think? 바로 곁에 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듣고 배우라고 말해줍니다.” 메리어트 가문의 경영철학 중의 하나가 고객과 임직원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9

 

예순을 넘겨 새로운 호텔사업을 시작한 우희명 대표는 메리어트 창업자를 떠올리게 한다. 우희명 대표는 출장이 잦은 회사원들의 고충을 잊지 않았다. 메리어트는 워싱턴의 관광객들에게 음료와 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공항으로 가는 식당에서 기내식의 영감을 얻어 거대한 기회를 포착했다. 다시 공항에서 호텔 수요를 읽어냈다. 기회를 감지하는 관찰의 힘을 잘 보여준다.

 

메리어트 2세는 아버지가 물려준에다 더해 두를 열었다. 경청의 리더십을 얻었다. ‘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궜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우희명 대표의 성공 사례, A그룹 호텔 프로젝트의 성공, 그리고 간간이 등장했던 메리어트 성공 사례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차별화의 중요성이 눈에 띌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 우희명 대표의고객 중심(월급쟁이)’ 사고, 메리어트의 관찰과 경청, 그리고 A그룹 호텔 프로젝트 팀의다른 각도에서 보기를 놓친다면 교훈의 핵심을 놓치는 셈이다.

 

송규봉 대표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