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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유소년 육성부터 월드컵 캠프까지 독일 빅데이터로 축구 지도 바꿨다

송규봉 | 158호 (2014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혁신

막강한 전력과 압도적 실력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독일. 이런 독일도 2000년대 초반에는 유로 대회에서 계속 조별 리그에서 탈락할 정도로 몰락했었다. 클린스만은 워크숍을 열어 코치진과 선수들을 모이게 한 뒤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던졌다. 첫째,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가? 둘째, 세계 축구에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셋째, 국민들은 어떤 플레이를 기대하는가? 마치 경영자가 비전회의에서 던지는 질문 같다. 클린스만은 빠른 축구(fast-paced game), 공격축구(attacking game),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proactive game) 세 가지를 새로운 독일축구의 방향으로 정의했다. 이 방향에 맞춰 추진된 혁신은 대성공을 거뒀다. 독일축구협회와 모든 클럽팀이 한마음이 돼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월드컵, 환호와 충격의 드라마

충격은 챔피언의 탈락으로 시작됐다. 2010년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5-1, 칠레에 2-1로 연패하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월드컵 충격의 드라마는 스페인으로 시작해 브라질로 절정을 이뤘다. 브라질은 독일에 7-1로 무너지고 연달아 네덜란드에 3-0으로 패배했다. ‘영원한 우승후보브라질의 침몰은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반면 꾸준히 세계 최강의 위업을 달성한 독일의 성공은 남미대륙에서 더욱 빛났다.

 

월드컵 16강까지 남미의 열풍은 거셌다. 브라질, 콜롬비아, 우루과이,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가 올랐다. 유럽의 위력도 여전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스위스, 벨기에가 이름을 올렸다. 8강에 남미는 4개국, 유럽도 4개국으로 팽팽하게 맞섰고 4강에도 약속처럼 남미 2개국과 유럽 2개국으로 압축됐다. 독일, 브라질, 네덜란드, 아르헨티나였다.

 

4강 대진표도 남미와 유럽의 대결로 구성됐다. 전통적인 남미와 유럽의 강호들이 서로 맞붙은 대륙 간의 대결구도로 축구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익숙한 구도 속에 충격적인 반전이 숨어 있었다. 세계 최강 4개국이지만 침몰과 비상이 교차했다. 2010년 월드컵 이후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사로 잡혀 세계 축구의 변화에 둔감한 나라와 치열한 혁신으로 거듭난 나라의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브라질의 몰락과 독일의 위업을 중심으로 두 나라 축구협회가 보여준 리더십의 차이를 조망해보려 한다. 특히 독일은 비전, 시스템, 조직운영, 전술 모든 면에서 향후 세계 축구의 새로운 연구모델이 되고 있다. 설령 독일이 준우승에 그쳤을지라도 독일축구협회의 시도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결국 우승하고 말았다. 독일은 축구 중흥을 위한 장기 비전, 빅데이터 분석, 대표팀 운영에서 치밀한 장인정신을 보여줬다. 오늘날 경영현장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국의 몰락-브라질

축구평론가 빌리 마이슬은 1958년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에 대해서 이렇게 썼다. “돌파해온 선수 앞에 거듭 족제비처럼 잽싼 선수들 중 하나가 막아 섰다. 사람들은 기름칠이 잘되고 서로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부품들로 이뤄진 울타리가 철컹 잠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고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는 단추를 눌러서 이 로봇 같은 효율적이면서도 완벽하게 개인화된 수비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인상을 받았다.” 브라질 축구가 최상급에 도달했을 때의 위력을 묘사한 것이다.1 하지만영원한 우승 후보브라질은 이번 월드컵에서 처참하게 몰락했다.

 

10, 브라질이 마지막 두 경기에서 내준 실점 기록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에 10골을 내주고 브라질이 얻은 득점은 단 1점이다. 브라질 축구의 영웅 지코(본명 Arthur Antunes Coimbra)백인 펠레라고 불린다. 일본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지코는 브라질 축구의 몰락이 브라질축구협회(CBF)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브라질축구협회가 최선의 팀을 구축하기보다는 돈벌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국가대표팀에서 많이 뛴 적이 없는 선수를 본선 경기에 여럿 등장시킨다. 월드컵을 통해 몸값을 폭등시켜 월드컵 후 해외에 내다팔 때 엄청난 시세 차익을 노린다는 것이다. 지코는 이를마네킹 효과라고 불렀다. 최상급이 아닌 선수도브라질 국가대표라는 경력을 입혀서 수십 배의 몸값 상승을 얻어간다는 것이다. ‘마네킹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주는 당연히 큰 수익을 얻게 된다. 지코는 브라질 대표팀이 최고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라선수판매 유통망(sales chain)’을 장악한 사업가들의 투기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브라질축구협회 회장은 브라질 대표팀의 중계권을 어떤 방송국에 줄 것인지 결정한다. 공식 후원사도 회장이 결정한다. 회장이 국가대표팀 감독도 결정한다. 어떤 도시에서 월드컵을 치를지도 결정한다. 브라질 대표팀의 예선 경기의 시간마저 애초 오후 8시에서 오후 745분으로 변경을 지시한 적도 있다. 회장을 비판한 방송국의 인기 프로그램 시간과 맞대결을 시키기 위해서였다.2

 

그림 1 2014년 월드컵 준결승전 브라질의 참패 장면

사진: FIFA 홈페이지 © Getty Images

 

브라질축구협회는 히카르도 테세이라(Ricardo Teixeira) 22년 동안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FIFA 회장에서 부패 혐의로 물러난 아벨란제(Joa~o Havelange)의 사위다.3 아벨란제는 1974년부터 1998년까지 24년 동안 FIFA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테세이라는 2013 4월에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명예 회장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4 그의 사위도 뇌물수수 혐의로 물러났다. 후임 회장에는 정치인 출신의 부회장이 임명됐다. 호세 마리아 마린(Jose Maria Marin) 후임 회장은 군사독재 시절 상파울루 주지사를 지낸 바 있다.

 

브라질축구협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브라질 의회에서는 브라질축구협회의 부정부패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조사 담당관들은 공식보고서에 브라질축구협회를범죄와 무정부 상태, 무능력과 거짓으로 똘똘 뭉친 소굴이라고 표현했다. 보고서는 부정부패, 뇌물, 돈세탁, 세금포탈, 납득할 수 없는 비용지출, 횡령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비자금은 정치인들의 선거유세, 마주(馬主)협회, 경찰축구대회 관계자들을 위해 쓰였다.

 

1994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브라질 축구영웅 호마리우(Romario de Souza Faria)는 현재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축구협회를월드컵의 암적 존재라고 규정했다. 2013년 호마리우는 월드컵 예산이 브라질축구협회 회장단을 위한 헬리콥터, 개인용 제트기, 호화생활에 쓰이지 않고 지역축구팀 육성에 쓰이도록 국민운동을 이끌었다. 브라질의 저명한 축구 전문기자 주카 카푸리(Juca Kfouri)브라질 축구는 브라질 국민들의 손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브라질 축구는 전문가와 투명성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브라질 축구의 위대함이 재건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것과 너무 거리가 멀다고 탄식했다.5

 

독일 축구의 전설 파울 브라이트너(Paul Breitner)는 올 4월 브라질을 방문해 브라질 ESPN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오늘날 축구는 기술력, , 전술에 대한 인식을 포함해 여러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당신들(브라질) 2002년 일본에서 마지막 월드컵 우승을 거둔 뒤 잠들어버렸다. 당신들은 잠들어버렸고 주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독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다. 지금 당신들이 할 일이 이것이다. 당신들의 축구가 과거의 축구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냉정한 비판을 던졌다.6

 

혁신의 위업-독일

최근 10번의 월드컵과 UEFA 유로대회에서 독일은 7, 네덜란드는 5 4강에 진출하며 꾸준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특히 독일은 5번 연속 4강에 진출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페인이 3번의 대회를 제패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으나 공교롭게도 나머지 7번의 대회에서는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독일은 꾸준히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지속적인 성과는 뼈아픈 실패에서 시작됐다. 2000년과 2004년 유로대회에서 독일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독일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고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독일축구협회(DFB) 2000년 대회가 끝나자마자 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유소년 축구시스템 확립, 건전한 클럽 활성화, 탄탄한 프로리그 운영에서 찾고자 했다.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클럽은 아예 프로리그에 등록할 수 없도록 강제했다.

 

독일축구협회의 비전은 <그림 2>에 담겨 있다. 366개 지역에 1000명의 전문 코치와 60만의 폭넓은 선수층을 육성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유치원, 학교, 지역 클럽에서부터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11세 이후부터 전문적인 학교기관과 축구팀을 통해 재능 있는 선수들을 육성한다. 그렇게 10년 이상 기른 선수들을 자국 리그인 분데스리가와 국제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한다.

 

현재 독일 국가대표의 주축인 마리오 괴체(1992년생), 메주트 외칠(1988년생), 토마스 뮐러(1989년생), 토니 크로스(1990년생), 안드레 쉬를레(1990년생) 등의 젊은 선수들은 모두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의해 탄생된 스타들이다. 뮌헨, 도르트문트, 샬케04 등 리그 내 전통적인 명문에서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고 실전을 통해 성장했다. 2000년 유로대회에서 독일이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보던 시절, 이 선수들은 10살 남짓의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그림 2독일축구협회(DFB) 유소년 축구 육성정책

 

 

명성과 수익, 경기 수준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국프리미어리그(EPL)에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는 1996 UEFA 유로대회를 끝으로 국제대회에서 4강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의 국적별 선수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영국 선수의 비율은 40%인 데 비해 독일 분데스리가의 독일 선수 비율은 60%. 영국 프리미어 최상위권 축구팀의 외국인 비율은 70%를 넘기고 있다. 최상위팀에서 영국 선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독일축구협회는 영국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일 구단에 세 가지를 강제하고 있다. 첫째, 앞서 언급했듯 유소년 축구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정식 클럽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둘째, 구단을 운영하는 수익에서 티켓 구매 등의 순수 운영 수익이 50%를 넘기도록 하고, 외부 스폰서 비율이 49%를 넘지 않도록 하는 ‘50+1’ 제도를 운영한다. 이미 18개 클럽 중 16개 클럽이 이를 달성하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는 방송 중계료 등 외형적 매출에서는 분데스리가를 앞선다. 하지만 순수 구단 운영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수익은 영국을 앞서고 있다. 이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상위 구단이 해외 자본과 구단주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미국인 글레이저가문, 첼시는 러시아의 아브라모비치, 리버풀은 미국의 존 헨리(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주), 맨체스터 시티는 아랍에미리트의 만수르, 아스날은 미국인 스탄 크론케가 소유하고 있다.

 

외국인 구단주가 방송중계, 마케팅, 해외 선수 영입을 통한 수익 창출에 주된 관심을 갖는 반면 독일의 클럽들은 경기장을 찾는 지역 팬들의 만족도 달성에 초점을 맞춘다. 클럽에서 오랜 기간 육성된 프랜차이즈 스타가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는 과정에 대해 지역팬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구단 운영의 핵심은 클럽에서 키운 선수들을 잘 성장시켜 연고팀의 저변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축구협회의 장기적인 계획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당장 분데스리가의 경제 규모가 이탈리아 세리에 리그를 뛰어넘어 유럽 3위권 빅리그로 등극했다.

 

독일식 장인정신

독일의 장인정신은 유명하다. 독일 정부는 200여 종 분야에서 연간 25000명의 마이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독일 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에서도 장인정신은 두드러진다. 벤츠의 마이바흐는 1920년대 벤츠의 전설적인 기술자였던 빌헤름 마이바흐에서 시작됐다. 모든 공정에 수작업만 고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루에 단 3, 1년에 1000대만 생산하도록 관리하고 있다.7 비싸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 축구의 부흥에도 장인정신이 숨겨져 있다.

 

독일 축구가 세계최강으로 등극하는 데 크게 기여한 세 명의 장인이 있다. 첫 번째 장인은 클린스만이다. 독일 대표팀의 전술적인 체질 개선은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우리나라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클린스만에 의해 기획됐다. 2004년 유로대회에서 무승으로 대회를 마친 직후, 클린스만은 대표팀 바통을 넘겨받았다. 전술적 체질 개선을 위해 요하임 뢰브(당시 수석코치, 현 대표팀 감독)와 끊임없는 토론을 시작했다. e메일, 전화, 미팅 등 시간과 형식에 얽매이지도 않고 수시로 진행됐다. 토론은 제한 없이 모든 코치와 선수에게까지 확대됐다.

 

클린스만은 독일 축구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워크숍을 열어 코치진과 선수들을 모이게 한 뒤, 세 가지 핵심 질문을 던졌다. 첫째, 어떤 플레이를 하고 싶은가? 둘째, 세계 축구에 어떤 팀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셋째, 국민들은 어떤 플레이를 기대하는가? 마치 경영자가 비전회의에서 던지는 질문 같다. 클린스만은 빠른 축구(fast-paced game), 공격축구(attacking game), 경기를 주도하는 축구(proactive game) 세 가지를 새로운 독일 축구의 방향으로 정의했다.8

 

클린스만은 분데스리가 클럽과 축구협회 운영진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독일축구협회는 전폭적으로 대표팀을 지원했다. 1·2부 리그 클럽들에게 대표팀이 지향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대표팀의 주축이 될 21세 이하 대표팀은 성인 대표팀과 같은 방식의 축구를 구사하도록 독려했다.

 

성과는 2년 만에 나타났다. 2006년 월드컵에서 3위의 성적을 냈다. 클린스만이 대표팀을 맡은 2004년부터 대부분의 독일 언론과 축구관계자는 그의 계획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월드컵 직전에 열린 평가전까지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를 지원하던 축구협회 역시 혁신적인 시도보다는 보수적인 태도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새로운 계획이 월드컵 성적으로 입증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2006년 월드컵 이후 수석코치 뢰브가 대표팀 감독직을 승계했다. 2008년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2010년 월드컵과 2012년 유로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며, 독일대표팀은 많은 찬사를 받았다. 2004년 이후 분데스리가 클럽과 유소년 축구교실, 21세 이하 대표팀, 성인 대표팀은 모두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2012-2013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꺾고 결승전에 오른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결승전 역시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독일 축구가 세계를 제패하리라는 예고편이었다.

 

아예 숙소를 새로 지어라

독일 축구 재탄생의 두 번째 숨은 장인은 올리버 비어호프(Oliver Bierhoff). 그는 독일대표팀 단장을 맡고 있다. 8년째 국가대표 선수를 지휘하는 것은 뢰브 감독이지만 경기장 바깥의 업무는 단장(General Manager)의 몫이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독일대표팀 단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대목은 숙소 선정이었다. 독일은 브라질 현지에 별도의 대표팀 전용 숙소와 훈련장을 건설했다.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대표팀이 머문 캄포 바이아(Campo Bahia)는 바닷가 텅 빈 녹지에 아예 새로 지었다.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빠른 현지 적응과 피로회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회기간 동안 경기할 경기장의 온도, 습도, 고도를 고려하고 독일에서 훈련하던 환경까지 생각해 입지를 선택하고 숙소를 디자인했다.

 

<지도 1>을 살펴보면 독일팀의 숙소인 캄포 바이아(Campo Bahia)는 독일이 경기하는 경기장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1차전, 8강전, 4강전, 결승전까지 핵심적인 네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의 한복판에 베이스캠프를 정했다. 치밀한 입지 선정의 한 수를 둔 것이다. 4강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가 모두 해변도시에서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일부러 해변가에 거처를 마련해 브라질 해변도시의 기후, 바람, 햇볕에 적응하도록 배려했다.

 

캄포 바이아는 15000㎡의 부지에 2층짜리 빌라 14채와 64개 주거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식사 공간, 강당, 미디어룸, 탁구대, 산악자전거, 다트 등의 놀이시설도 포함하고 있다. 골키퍼를 위한 전용 훈련장도 따로 갖추고 있다. 독일은 팀정신(team spirit) 고취를 위해 호텔보다는 리조트 구조를 선택했다. “선수단이 호텔에서 방을 배정받게 되면 선수 사이에 단절이 생긴다. 하지만 리조트에서 머무르는 동안에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마주치고 소통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 생활하는 것은팀빌딩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어느 독일 신문은 대표팀의 치밀한 계획을 크게 칭찬했다.9

 

지도 1브라질 현지의 독일대표팀 베이스캠프의 위치와 일정별 경기장 위치

 

빅데이터, 독일 축구의 비밀병기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독일의 현지 베이스캠프에서는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독일축구협회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전문기업 SAP가 단상에 등장했다. 독일 대표팀의 단장을 맡은 올리버 비어호프는 SAP의 홍보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SAP는 독일 축구팀에 빅데이터 분석용 IT 솔루션을 개발해서 제공해왔다. 독일축구협회와 SAP의 공동 프로젝트의 결과물은매치 인사이트(Match Insight)’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2013년부터 독일축구협회와 SAP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독일 대표팀과 잠재적인 경쟁팀의 공격·수비에 관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당연히 월드컵 기간 동안 SAP 빅데이터팀은 브라질 현지에 투입됐고 숙소도 선수들과 똑같은 베이스캠프에 뒀다.10 수시로 감독, 코치, 스태프, 선수들이 분석실을 드나들고 수많은 질문과 토론이 이어지며 개별적인 자문과 다양한 보고서가 제공됐다.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독일 대표팀 단장은오늘날 모든 스포츠팀은 상대팀에 승리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포츠팀이라고 자부한다. 독일축구협회는 독일 대표팀에게 현 단계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기술력을 지원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AP는 우리의 요구에 최적의 대답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11

 

독일 월드컵 승리의 숨은 장인 세 번째 주인공이 바로 빅데이터 분석팀이다. 브라질과의 4강전이 열리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독일 대표팀 코치 한시 플릭(Hansi Flick)이 질문을 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전통적인 유럽의 강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은 모두 남미팀에게 패배했다. 독일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남미팀과 한 번도 경기를 치른 적 없이 곧바로 브라질과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데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나?” 독일 코치의 대답은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는 많은 준비를 했다. 독일의 쾰른대 스포츠학과와 지난 2년 동안 남미 대표팀의 모든 축구 데이터, 선수 정보, 신문 보도를 수집해서 분석했다. 연구진만 50명이 투입됐다. 남미팀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고 심층 분석했다. 그리고 이 모든 데이터와 요약 보고서를 브라질 현지의 베이스캠프에 비치해두고 있다.”

 

그림 3SAP 축구 빅데이터 솔루션 Match Insight 홍보관

사진: SAP 제공

 

열렬한 축구팬들로 구성된 쾰른대 연구팀은 클린스만이 10년 전부터 가동한리서치 프로젝트의 후속판이다.

 

‘리서치 프로젝트의 연구주제는 세밀하다. 압박수비를 펼칠 때 상대 선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좋아하는 공격 루트는 어떠한가? 파울을 하면 어떻게 반응하는가? 경기에 따라 전술을 어떻게 바꾸는가? 슈퍼스타가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가? 네이마르나 메시와 같은 슈퍼스타가 경기에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떤 변화가 있으며 어디에서 약점이 만들어지는가? 분석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행운은 계획의 산물

80년 동안의 뉴욕 양키스 경기결과를 분석한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양키스의 골수 팬이자 경영 컨설턴트였던 랜스 버거는 1921년부터 뉴욕 양키스가 어떤 조건에서 39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 어떻게 26번 우승을 차지했는지 분석했다. 우선, 그는 선수를 슈퍼스타, 스타, 믿음직한 선수, 일반 선수, 불량 선수 5단계로 구분했다. 슈퍼 스타는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선수로 전체 선수들 중에 극소수에 불과하다.

 

뉴욕 양키스 우승 방정식의 선수 구성에 관한 황금비율은 슈퍼 스타 5%, 스타 15%, 믿음직한 선수 70%, 일반 선수 10%, 불량 선수 0%로 구성된다. 양키스는 슈퍼 스타가 없을 때 우승하지 못했다. 슈퍼 스타가 너무 많을 때도 우승하지 못했다. 슈퍼 스타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관리할 뛰어난 감독이 없을 때 우승하지 못했다. 슈퍼 스타가 부상 중일 때 스타 선수들의 뒷받침으로 승리를 확보했다. 그저 그런 일반 선수가 너무 많거나 불량 선수가 주전에 끼어 있을 때도 우승하지 못했다.

 

선수 구성만으로 최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 뉴욕 양키스가 미국 프로야구를 지배해온 배경에는 구단주, 감독, 주장, 슈퍼 스타, 주역 스타, 지원 스태프가 하나의 비전, 하나의 조직, 하나의 문화로 단결하는 그들만의 전통을 확보한 저력이 숨어 있다. 구단부터 선수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고리가 튼튼하게 연결될 때 스포츠팀은 최강의 결과를 확보한다.12 축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나라별 국가축구협회를 구단에 비유하자면 독일은 탁월한 구단주의 역할을 했다. 반면 브라질은 자신들이 가진 놀랍도록 재능 있는 선수, 감독, 코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낸 헬무트 쉔(Helmut Scohn)이 가장 효율적인 팀 빌딩 방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축구가 아닌 다른 분야의 경영자들도 경청할 만하다. ① 질서의 요소-팀이 규율을 갖추고 체계에 따라 경기장에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선수로 채운다. ② 창의의 요소-경이로운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창의적인 개인주의자를 확보한다. ③ 투혼의 요소-언제나 활기를 불어넣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심장을 가진 선수들을 배치한다. ④ 신구의 요소-넓은 시야와 경륜을 갖춘 노장 선수들과 용맹하고 행동력이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장점을 배합한다. ⑤ 심리의 요소-선수들의 배합은 단지 외적인 경기력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13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박용재GIS United 연구원 yongjae.park@gisutd.com

박용재 연구원은 ㈜GIS United에 재직 중이며 연세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다양한 공간정보의 분석과 시각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도시, 건축, 부동산, 공공정책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공저로 <공공정책을 위한 빅데이터 전략지도>가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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