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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치전략

여론 나빠지면, 처벌 강화되고…CEO, 위기 오기전에 선제대응해라

이왕휘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좁게는대관업무’ ‘대정부 활동으로도 불리는 기업의 정치전략은 정치 체제와 국가의 능력에 따라 달라져야 하고 산업별로 여론의 신뢰수준이 어떠한지, 혹은 해당 산업에 어떤 이슈가 존재하는지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이 국가와 산업 수준에서 다양성을 이해했다면 신뢰구축 방안 점검과 구축을 체계화해 실행하고 기업 내 대관업무(대정부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담시켜야 한다. 이 두 가지 제언이 실제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market for profit’만큼이나 ‘market for virtue’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CEO의 역량과 의지가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연아(한성대 산업공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사례 1

올해 317일 미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성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행사1 에서 주류회사인 기네스, 하이네켄, 새뮤얼애덤스는 동성애자 단체로부터 요청을 하나 받았다. 이 행사의 상징색인 녹색 대신에 무지개색으로 치장해달라는 요구였다. 이 회사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더 나아가 동성애자들의 행진을 불허해 동성애자 혐오론 논란이 발생한 뉴욕과 보스턴 행사에 대해서는 후원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사례 2

미국 전역에 12000곳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는 작년 9월 고객들에게 총기를 매장에 가져오지 말라는 광고를 했다. 이 때문에 곧장 미국 내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적 쟁점들 중의 하나인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공식적으로 매장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스타벅스는 이 논란 이후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페이스북도 올해 3월 페이스북을 통한 총기 거래에 대해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례 3

CVS는 지난 2월 약 7600여 개의 편의점에서 10월부터 담배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기준 1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상품인 담배에 대한 이런자발적 판금조치는 미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 달 후 28개 주 법무장관들이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 세이프웨이, 월그린, 크로거, 라이트 에이드에 CVS처럼 담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심화·확대되고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국적인 조직과 지명도를 가진 대기업은 정치사회적 논란을 피해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노동조건, 환경 오염, 탈세 등과 같이 기업의 잘못으로 야기된 문제들을 중심으로 논쟁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직접적·명시적 관련이 없는 쟁점들에 대해서도 기업들은공식적 입장을 요구받는다. 입장을 표명한 뒤에도 해당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여론도 고조된다. 물론 정부, 정당,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국제기구와 같은 이해관계자들은 주식을 소유하지도 않고 이사회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권한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전 경영자는 이런 요구들의 대부분을 경영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불필요하거나 불편한 간섭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지배구조와 경영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시가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런 활동들이 당장은 심각하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기업의 평판은 물론 존폐까지 결정할 정도로 중요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경영자들- 특히 다국적 기업 -이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이해관계자, 외부관계자들의 활동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존대관업무혹은대정부 업무라는 영역에 한정돼 있던 기업의정치전략범위를 더 폭넓게 만들면서 다른 비시장 전략과의 동시적 실행 혹은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1. 국가 특성별 정치전략 살펴보기

정치전략의 범위가 대관업무를 넘어 사회적 책임 이행과 우호적 여론 형성활동 등으로 넓어진 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기업이 정치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은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 당국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의회와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의회/정부-기업 관계는 정치체제의 성격과 정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논리는 생각보다 쉽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정부보다 의회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정부에 집중해야 하는 권위주의 체제와 달리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의회와 정부를 동시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에서 채택된 의원내각제에서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에서도 규제를 입법화하는 의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분석의 한 축에체제를 놨다면 다른 한 축에는 국가의 강도를 둘 수 있다. 효율적인 관료제를 확립한 강성 국가는 그렇지 않은 연성 국가에 비해 규제를 더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권위주의 국가와 강성 국가를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강성 국가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존재할 수 있으며 반대로 권위주의 체제에도 연성 국가가 나타날 수 있다. 최고 권력자 가족과 그 측근에 주요한 권한이 집중된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심각한 부패 문제 때문에 정책 결정과 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생각해 둬야 한다.

 

1 이익집단의 정치활동 전략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 전략 위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통 민주제하에서의 정치전략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롭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최고 권력자의 정책선호와 이해관계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정부와 의회 이외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단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관계자들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요구 역시 차이가 크고 때로는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치전략을 수립할 때는 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론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다원성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 1>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방법들이 구사되고 있다. 직접적 전략은 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와 의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개별 기업 차원보다는 업계 차원에서 정부와 의회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 전략은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설득하는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간접적 전략은 직접적 전략에 비해 그 효과가 덜 가시적이고 덜 신속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평판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정치 전략은 단순히대관 업무혹은대정부/의회 업무가 아닌 말 그대로 공공정치 영역과 사적정치 영역을 아우르는 전략이 된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간접적 전략은 클릭티비즘(clicktivism)이다. 단어에서 바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듯이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한 언론 및 동원 전략이다. 실제로 점점 더 많은 시민단체들과 소비자단체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통해 기업에 다양한 요구와 압력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같은 스타 경영자들이 트위터에 글과 사진을 적극적으로 올려 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과도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동원 전략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분명하지도, 집중돼 있지도 않다는 점에서 경영자에게는 전통적 전략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트위터에 통신장애를 해명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던 모 통신회사의 트위팅은 성의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더 나아가 올린 글이나 사진의 내용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해석돼 설화 또는 필화를 겪을 수도 있다. 최근 내정된 모 공기업 사장은 과거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 문제돼 국회에서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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