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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마이클 포터

승리에 취해 경쟁자 못 보면 망한다

문휘창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지난 93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노키아(Nokia)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까지 14년 동안 연속으로 세계 휴대폰 제왕의 타이틀을 지켜왔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2005년에 61.5%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10년에는 34%를 기록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지속적인 부진을 만회하고자 MS 출신 스티븐 엘롭(Stephen Elop)을 노키아 역사상 첫 외국인 CEO로 영입하고 인원 감축을 비롯해 갖은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실적개선을 보이지 못했고 그 후 3년도 안 되는 사이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어져 버렸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혁신 부족이라기보다는 시장 트렌드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지난 10여 년간 애플보다 약 4배 많은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실제로 애플이 2007년에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하기 3년 전에 노키아는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회사 이익창출의 핵심 부문인 피처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스마트폰 개발을 중지했다. 역사적으로 산업의 메카였던 코닥, 휴렛팩커드(HP), 소니 등도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결국 업계의 선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현재의 실력만 믿고 안주하며 경쟁자와 시장의 발전동향을 무시하다가는 자칫 몰락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논리는 군사전략에서 최고의 고전인 <손자병법> 3편 모공(謀攻)편과 관련이 있는데 이를 통해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또한 손자가 모공편에서 제기한 핵심 군사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 후 이를 포터의 5요소 모델과 연결시켜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교분석을 통해 기업의 경영실무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시해 보겠다.

 

<손자병법> 3(모공편)의 핵심 군사사상: 전승(全勝)사상

 

3편의 제목인 모공(謀攻)은 교묘한 전략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공의 궁극적 목적은 전쟁 비용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손자는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상의 용병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용병법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고 했다. 군사력을 통해 얻은 승리 후에는 적의 저항이 있기 마련이고 이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계속적인 충돌을 하다 보면 적군과 아군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은 쌍방의 피해와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부터 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학계에서는 손자의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군사사상이 전승(全勝)사상으로 알려져 있다. 온전할 전으로서전승완전한 승리를 뜻한다. 즉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킴으로써 아군과 적군이 모두 피해를 보지 않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다는 것은 결코 무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과 직접적인 무력 대결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승사상은 <손자병법> 책 전반의 핵심사상이기도 하다. 손자의 전승사상은 또한 후세 군사전략 연구자들의 군사사상에도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20세기 최고의 군사전략가로 불리는 영국의 리델 하트(Liddell Hart)의 간접접근(Indirect Approach)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전승사상을 근본으로, 손자는 적을 이기는 4가지 수단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적의 공격 의도를 꺾는 벌모(伐謀)가 최상의 용병법이고, 적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벌교(伐交)가 차선이며, 적의 군대를 공격하는 벌병(伐兵)이 그 다음이며, 적의 성을 공격하는 벌성(伐城)이 최하의 용병법이라고 주장했다. 4가지 용병법의 우선순위는 이익 대비 전쟁 비용과 피해 규모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손자가 제시한 4가지 수단중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은 가장 많은 전쟁 비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승리하기도 가장 어렵다.손자는 공격작전을 위해 준비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되고, 또한 공성작전을 수행하다가 병력의 3분의 1을 잃고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다면 공격이 오히려 재앙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득이할 때만 적의 성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모와 벌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적을 굴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튼튼한 경제적 역량과 군사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모와 벌교는 허세가 될 뿐이다. 모공은 벌모와 벌교와 같이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벌병과 벌성과 같이 실제 무력을 사용하는 전투단계에서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손자는 적의 군대를 공격할 때 적군과 아군의 병력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군사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군의 병력이 적의 10배면 포위하고, 5배면 공격하고, 배가 되면 적의 병력을 나누어 공격하고, 적과 병력이 대등하면 능숙하게 적과 싸우고, 적보다 병력이 열세하면 도망가고, 그렇게도 되지 못하면 적을 피해야 한다(十則圍之, 五則攻之, 倍則分之, 敵則能戰之, 少則能逃之, 不若則能避之)고 했다.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이 오랜 승리를 유지할 수 없었던 이유

 

칭기즈칸은 13세기에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히틀러 등 세 사람이 정복한 땅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넓다. 이와 같이 세계의 거의 반을 정복했던 몽고군의 수가 대단히 많았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몽고군의 수는 의외로 아주 적었다. 당시 몽고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서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10만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이 지나간 지역에서 매번 싸워 정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칭기즈칸은 여러 가지 공격전술을 사용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포전략이다.

 

당시 전쟁은 흔히 공포의 심리전으로 활용됐다. 몽고군은 공개적인 고문, 잔혹한 신체절단이나 학살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적의 기를 꺾으려 했다. 몽고군은 한 도시를 정복하면 다른 도시들에 선전단을 보내 몽고군의 잔혹행위를 퍼뜨려 몽고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적군이 스스로 항복하게 만들었다. 칭기즈칸은 또한 이러한 소문은 당시 서기나 학자의 글을 통해 퍼져나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몽고는 고려에 10만 장의 종이를 요구했고 거기에 자신의 업적이나 찬사에 관한 기록보다는 몽고인들의 잔인한 관행들을 적어 유포했다.

 

이러한 공포전략은 수적으로 열세인 몽고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승리를 쟁취하는 데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은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손자의 전승사상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손자의 전승사상은 아군은 물론 적군까지도 온전히 보존하면서 승리를 쟁취하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기즈칸의 공포전략은 필요 이상의 잔혹한 살인행위로 적군을 보존하기보다는 오히려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 적군의 몽고인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군대의 세력이 강할 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세력이 약해지거나 통제가 약해지면 적군의 보복 대상이 되기 쉽다.실제로 몽고군이 무슬림에포로로 잡혔을 때 몽고인의 머리에 못을 박거나 코끼리를 불러 밟아 죽이게 하는 등 잔인하게 보복했다. 또한 몽고군에게 항복한 많은 도시들은 몽고군이 떠난 뒤 오히려 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며 반항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나친 공포전략은 일시적인 승리를 이룰 수 있을지라도 승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모공의 전제조건: 지피지기(知彼知己)

 

모공의 기본 원칙이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전승사상이라면 모공의 전제조건은 지피지기(知彼知己),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다. 지피지기에서()’에 대한 해석은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단순히 적을 가리키지만 넓은 의미에서는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적의 친구, 나의 친구 및 그 외의 주변인 등이 포함된다.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것은 적과 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점과 약점은 단지 물리적 군사력과 같은 보이는 것 외에 의도, 기획, 전략 등 보이지 않는 심리적 측면도 포함된다. 실제로 손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대한 파악을 더욱 강조했다. 물론 후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면 손자가 주장하는 전승을 할 수 있다.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강점을 취하고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적의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적의 강점을 피하고 약점을 집중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전쟁 전 이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다면 적절한 병력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에 배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적의 공격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지피지기를 하면 불필요한 비용과 피해를 피함으로써 비용 대비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손자는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승부는 반반이며, 적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로워진다(知彼知己, 百戰不貽;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貽.)”라고 하였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사례로 든 노키아를 비롯한 산업의 선두기업들이 실패한 것은 바로지피지기에서지피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성공을 이룬 기업들이 자신의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오만함이 도를 넘어 점차 무지함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노키아는 제일 먼저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았다. 당시 피처폰만 가지고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와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고 또한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 1월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했을 때에도 노키아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노키아는지피에서 실패해 결국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완전히 밀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영에서 기업의 이윤 극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쟁자와 기타 관련자들을 포함한 산업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산업의 구조가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는 틀인 포터의 5요소 모델을 손자의 군사전략과 연결하겠다. 보다 구체적으로 연결을 하기 전에 우선 포터의 5요소 모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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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휘창

    문휘창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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