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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Thinking

물 흐르듯 이야기 만들고,낙서하듯 채워가자

장재영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어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우리는 이미 본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한다. 많은 사람이재미있다고 평가했다면 보러 가겠다는 결정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이다. 이때재미있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부분 영화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설득력 있을 때 재미있다고 느낀다. 스토리가 탄탄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고 영화에 몰입해서 다른 일을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다. 다른 예를 보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동화책을 계속 읽어달라는 통에 똑같은 동화책을 몇 번이고 읽어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는 동화책을 왜 그렇게 읽어달라고 졸랐을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동화책의 내용이 재미있고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이야기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경우다. 이런 예들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을 재미있게 만들고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방이, 또는 보고를 듣는 사람이 내 말을 경청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앞에서 살펴본 4단계까지의 분석을 열심히 수행해서 가설을 검증하고 최종 해결방안을 도출했다면 이런 시사점들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엮어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직장인의 로망이라고 하는좋은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해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지 설명하겠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두괄식

선도 화학회사 물류팀에 근무하는나성실차장은 같이 근무하는 A대리와 B대리에게 같은 업무를 주면서 3일 후까지 완료해 주기를 부탁했다. 3일 후 A대리가 나타나 하는 말이차장님, 제가 어제는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낮에는 와이프가 아파서 정신이 없었고요, 그제는 지독한 몸살에 걸려서어쩌고저쩌고그래서 죄송하게도 맡은 일을 못했습니다.” B대리 역시 나타나 하는 말이차장님, 죄송합니다. 맡은 일을 못했습니다. 제가 어제는 친구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낮에는 와이프가 아파서 정신이 없었고요, 그제는 지독한 몸살에 걸려서어쩌고저쩌고….” 물론 이런 상황이라면 나 차장 입장에서는 둘 다 예쁘게 보일 리 없다. 하지만 B대리가 상대적으로 덜 미울 것이다. 왜 그럴까? B대리가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했기 때문이다. 바쁜 나 차장 입장에서는 A대리의 주절주절 변명을 한참 듣다가 결론을 듣는 것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바쁜 비즈니스맨, 특히 더욱 더 바쁜 윗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때는 기본적으로 두괄식으로 얘기해야 한다. 핵심 메시지부터 던지고 왜 그런지, 또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를 얘기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미괄식에 익숙하다. 두괄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도직입적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해 한다. 하지만 서로 바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핵심을 먼저 얘기하는 것이 기본이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두괄식으로 얘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미괄식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DA항공 IT부서의나잘나대리의 사례를 보자. 나 대리는 현업 부서가 IT 관련 서비스를 요청할 때 대응하는 프로세스의 개선안을 내놨다. 그런데 여객사업부나반대상무가 개선안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 대리는 나반대 상무에게 달려가프로세스를 이렇게 바꾸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래서 좋고요, 저래서 좋고요라며 열변을 토한다. 나 상무는 불쾌하기 그지없다. ‘이 친구, 왜 이렇게 단도직입적이고 무례하지?’ 나 대리가 다르게 커뮤니케이션했다면 어땠을까? “나 상무님, IT 서비스 요청 대응 프로세스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희가 알아보니 XX가 근본 원인이었고 이렇게 개선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개선안을 내놓게 됐습니다. 상무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됐다면 나 상무는 최소한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 난 잘 몰랐는데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고치려고 하는 거였어? 젊은 친구가 열심히 일해 보겠다는데 내가 굳이 반대할 것까지야…’ 나 대리가 미괄식으로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논증 과정이 필요하거나 반대하는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두괄식보다 미괄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상황과 상대를 살펴가면서 보다 효과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피라미드 구조로 스토리텔링의 기반을 잡자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기본은 바바라 민토(Babara Minto)의 역작인 피라미드 구조(Pyramid Structure). 이는 가설을 검증한 후 최종 결과들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다. 피라미드 돌을 쌓는 것처럼 생겨서 피라미드 구조라고 부른다. 피라미드 구조는 기본적으로 두괄식을 구현하는 형태다. 이 일을 왜 하게 됐는지 배경을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주요 질문이 무엇인지 설명한 후 주장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던진다. 핵심 메시지는? 어떻게? 무엇인가?’를 뒷받침하는 근거 또는 세부 내용이 이어지면서 강해진다. 근거 또는 세부 내용은 다시? 어떻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근거 또는 세부 내용에 의해 더 자세하고 탄탄한 논리로 전개된다. 피라미드 돌들이 차곡차곡 모여 가장 뾰족한 부분을 완성하듯 하단의 돌들이 모여 상단의 돌을 설명 또는 뒷받침하며 두괄식을 완성한다.

 

이렇게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은 점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보고받는 입장(Listener)에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논리적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메시지에 동의한다면 세부적인 하단 내용을 굳이 듣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다. 보고하는 입장(Speaker)에서는 자체 검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장을 좀 더 논리적이면서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고 말하려는 바도 명확히 정리할 수 있다.

 

 

이슈트리의 데자뷰?

 

 

피라미드 구조는 2단계 이슈 구조화에서 만들었던 이슈트리(Issue Tree)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이슈트리를 시계 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키면 피라미드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이슈트리나 피라미드 구조는 모두 기본적으로 논리를 구조화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유사한 모양새를 지닌다. 따라서 이슈트리를 구성할 때 염두에 둬야 했던 원칙들이 피라미드 구조를 작성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MECE 원칙을 지켜야 하며 하위 레벨로 내려가면서왜 그렇지?(Why so?)’, 상위 레벨로 올라가면서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지?(So what?)’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피라미드 구조를 활용한 구체적인 예를 보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피라미드 구조의 응용 및 심화(두괄식과 미괄식의 혼용)

피라미드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논리적 글쓰기의 대가 바바라 민토(Babara Minto) <민토 피라미드로 배우는 논리적 글쓰기>에서 다양한 예제를 통해 피라미드 구조를 설명한다. 주로 피라미드 구조의 본질 및 작성법을 제대로 이해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심화 형태를 소개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두괄식이 기본이지만 모든 경우에 두괄식을 사용할 수는 없다. ‘나성실과장이 밤을 새가며 회사에 도움이 될 개선 방안을 마련해나바빠부사장에게 보고했다고 하자. 보고를 처음 받는 나 부사장은 나 과장이 일한 내용은 잘 모르고 처음 보고를 듣는 상황이다. 이럴 때 흔히 하는 착각이 내가 아는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가 하는 말의 의도를 상대방이 100% 알아들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덮어놓고 결론부터 얘기해이렇게 바꿔야 합니다라고 선언해버린다. 나 부사장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 ‘?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미괄식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업무에 많이 활용되는, 현황 분석(As-Is 분석)을 하고 근본 원인을 찾은 후 개선책(To-Be)을 도출하거나 자사 분석을 하고 벤치마킹해서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런 구성 속에서도 각각의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구조(두괄식)를 택한다. 즉 전체적인 구조는 미괄식이지만 하위 항목별로는 두괄식을 택하는 모양이 된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다. 평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두괄식 또는 미괄식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과 사람에 따라 두 가지 방식을 자연스럽게 혼용하듯 피라미드 구조라는 원칙 아래 두괄식과 미괄식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림 3)

 

 

 

생각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라인으로 이야기하라, 보고서부터 만들지 말고

‘나성실’ 과장은 오늘도 자신이 기획한 품질관리 개선안을나바빠상무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지난 1주일간 밤새워 만든 총천연색 보고서를 보여주며 1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뛰어난 개선안이라는 칭찬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잔뜩 갖고 말이다. 설명을 들은 나 상무가 한마디 던진다. “근데 말이야, 나 과장, 다 좋은데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직장 생활을 하며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나 과장이 스토리 라인 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보고서에 집착하며 본인이 말하고 싶은 대로만 말했기 때문이다. 나 상무가 아무리참을 인자를 세 번 그려가며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어 한마디 던진 셈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말을 잘하면서도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되면 어눌해지는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제목에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간단한 문구를 적고(: 품질관리 프로세스 개선, 기대 효과 등) 상대방에게 이 보고서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전부 말로 설명하려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평소 우리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이런 화법을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이건우리가 캠핑을 가야 할 이유. 잘 들어봐. 어쩌고저쩌고. , 다음은 캠핑 장소에 대한 얘기야. 또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제목부터 말해놓고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하는가?

 

평소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고서를 쓰도록 하자.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얘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근거를 탄탄히 뒷받침해 가면서, 앞서 배운 피라미드 구조를 활용해서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다. 스토리 라인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상대방이 머릿속에 갖고 갈 생각(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얘기를 구성하면 된다. 그래야 이해가 쉽고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생각의 흐름을 반영하는 스토리 라인은 어떻게 작성할 수 있을까?

 

피라미드 구조에 기반한 스토리라인으로 이야기하라!

우선 주장하고 싶은, 또는 말하고 싶은 바를 피라미드 구조를 바탕으로 정리해보자. 이렇게 주장하려면 어떤 근거가 있으면 될지, 이렇게 얘기하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위아래로 점검하면서 피라미드를 만들어본다. 탄탄한 피라미드가 만들어졌으면 피라미드 맨 꼭대기부터 한 단계씩 내려오면서 레벨1, 레벨2, 레벨3… 이런 식으로 하위 레벨로 정리해간다. 스토리 라인을 작성할 때는 이슈트리를 만들 때처럼 상위 레벨과 하위 레벨을 구분하면서 레벨링한다. 이 과정은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직접 손으로 쓰는 등의 방식으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보자. 여성들이 많이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 B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점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다. 점포 확장은 많이 했는데 고객들은 서비스가 너무 획일적이라고 불만이 많다. 목동점 점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점포별 주요 고객 특성에 맞게 메뉴와 매장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 점장은 다른 점장들과 주요 임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우선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었다. 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한 후 이를 스토리 라인으로 레벨링해가니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은 바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림 4)

 

이슈트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라인으로 얘기하라

 

 

 

2단계 이슈 구조화에서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생각을 구조화하는 법에 대해 알아봤다. 생각의 흐름에 따른 이슈트리는 힘이 세다. 3단계 가설 수립 및 4단계 분석에서 계속 사용되는 것은 물론 5단계 시사점 도출 및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진가를 더욱 강하게 발휘한다.

 

정성적인 이슈트리는 자연스러운 생각(의식)의 흐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아주 훌륭한 스토리 라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슈트리에 기반을 둔 스토리 라인은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갖는다. 이슈트리는 해결하려는 주요 질문(Key Question)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구조를 지니기 때문에 각 구성 요소에 대한 답을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생활용품 소비재 기업인 A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부서에 근무하는나기여차장은 회사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지속가능경영 활동들을 주요 투자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 차장은 일단 생각의 흐름에 따라 이슈트리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춰 분석을 해나가며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단계에 이르자 나 차장의 고민이 커졌다. 도출한 결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 차장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각의 흐름에 기반을 두고 이슈트리를 작성했던 경험을 살려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레벨1의 질문들에 대해 답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하위 레벨이 있으면 하위 레벨들에 대한 답을 보다 구체적인 내용 또는 근거로 단 후, 레벨2의 질문에 대한 답을 다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논리적이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토리 라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림 5)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이슈트리 순서가 아닌 살짝 변형된 형태로 스토리 라인을 만들 수도 있다. 예컨대 위의 예시에서 듣는 사람이 현황을 대략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심이 크다면 1번에 관련된 내용을 생략하고 2번에 관련된 내용부터 스토리 라인을 짜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이슈트리를 기본으로 스토리 라인이 완성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생각의 흐름이 반영된 레벨1의 간략 버전 이슈트리를 활용하라

보고서를 만들거나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생각의 흐름이 반영된 레벨1만으로 구성된 간략 버전 이슈트리를 만드는 것도 효과가 크다. 상대방이 내 얘기를 들으며 어떤 생각(의식)의 흐름을 보일 것인지 미리 예상해서 그에 맞게 스토리를 구성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식품그룹다랑어 근무하는 인재교육 담당나예뻐과장은전략적 사고교육을 전사 직원에게 실시하면 역량 개발에 좋을 것 같아 이를 기획해 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우선김원양회장님에게 보고하고 그를 설득해야 한다. 나 과장은 김 회장을 설득하기 위한 보고서 작성에 돌입했다. ‘어떻게 해야 회장님이 쉽게 이해하면서 내 제안에 흔쾌히 OK할 수 있을까?’ 나 과장은 김 회장의 머릿속에서 흘러갈 생각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내가 회장님이라면 내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우선 처음 듣는 얘기인 만큼전략적 사고 교육이 뭔데?’라는 생각을 떠올리기 쉽다. 여기에는전략적 사고 교육은 생각하면서 일하는 것을 실습하는 교육이라고 답할 수 있다. 다음은 자동으로그거 하면 뭐가 좋은데?’라는 의문을 떠올릴 것 같다. 그러면 임직원들의 전략적 사고 능력과 업무 역량을 높일 수 있고 생각하면서 일하도록 북돋을 수 있다고 답하면 된다. ‘실제로 그렇게 성과를 낸 사례가 있나?’는 질문도 들을 수 있다. 여기에는 경쟁사 등에서 전략적 사고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생각하며 일하는 문화가 정착된 사례나 선도 기업들에서 이미 검증된 방법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그래?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라고 물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질문에는 단계별로 방법론을 배우면서 단순 강의뿐 아니라 비즈니스 케이스까지 같이 실습하며 생각하는 방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알려드리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그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비용으로 할 생각이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물을 것이다. 그러면 외부에서 검증된 강사를 섭외해 내년 1년 동안 그룹 교육장소인 인재아카데미를 활용해 몇 회에 걸쳐 얼마의 비용으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면 된다. 요약하자면 김 회장이 머릿속에서 떠올릴 생각의 흐름을 예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레벨1 기준의 이슈트리 흐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1. 전략적 사고 교육이라는 것이 뭔데? 2. 그거 하면 뭐가 좋지? 3. 실제 성과 사례가 있나? 4.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5.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비용으로 할 계획이지? 등 생각의 흐름에 답을 주는 순서로 보고서를 구성하면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나 과장은 자신이 기획한 방안에 승인을 얻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레벨로 이뤄진 이슈트리를 만들기 어렵다면 이 같은 간단한 형태로도 충분히 좋은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보고서라는 것이 스트레스, 밤샘, 괴로운 것 등에서 벗어나내가 생각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조력자, 나를 빛나게 하는 것 등으로 변할 수 있다.

 

스토리 라인이 정해지면 어떻게 구현할지 낙서하듯 적어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토리 라인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절대 보고서부터 만들려고 덤비지 말고 스토리 라인을 먼저 만들어라.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 대부분 직장인들이 빨리 작성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한글이든, 워드든, 파워포인트든, 어떻게든 안의 내용을 채우려고 달려들 것이다.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표현해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계가 밤 12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몇 시간 공들인 그래프는 그려 놓고 보니 딱히 흐름에 맞지 않는 것 같고, 어디선가 본 예쁜 오각형 그림을 어떻게든 사용해보려고 했으나 메시지가 4개밖에 없어서 억지로 1개를 더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본문 내용을 채우는 데 목숨 걸지 말고 일단 스토리 라인부터 탄탄하게 다듬어야 한다. 스토리 라인을 정리한 후 헤드라인 메시지를 어떻게 뽑아낼 것인지 고민하면서 종이에 연필로 낙서하듯 그려 보자. 이렇게 생긴 것을 스토리 보드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면 생각이 정리되면서 컴퓨터로 바로 작업하는 것보다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스토리 보드를 만들었으면 이제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면 된다. 보고서를 쓸 때도 반드시생각의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보고서 잘 쓰는 법에 대한 책이나 강의들이 줄곧 강조하는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보고서라는 것은 결국생각의 흐름을 담아낸 보고서다. 생각의 흐름을 반영하면 보고서는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보자.

 

‘크래버’ 사례에서 초기 가설과 달리 10대 이하 소비자층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을 발견한 나열심 과장은 매출 확대를 위해서 이들까지 고객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 과장은 인지도를 높일 방안 도출에 골몰하면서 박거성 사장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질문들이 무엇인지 예상해보고 그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나열심 과장: 10대 이하의 잠재적 고객층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박거성 사장: 그럼 브랜드 인지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습니까?

 

나 과장: 10대 이하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이 최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 사장: 그렇다면 어떤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나 과장: 또밧, 라버, 앵그리바드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자사 제품과의 이미지 적합도와 예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라버와의 제휴가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사장: 그럼 라버 제작사를 만나봐야겠군요. 그런데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나 과장: 차선책으로 앵그리바드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나 과장이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의 흐름을 예상하고 대응하는 식으로 보고서를 준비한 과정은 <그림 6>과 같다.

 

햄버거 체인크래버사례의 시사점 도출 및 커뮤니케이션 예시

 

 

나열심 과장: 보고서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말씀해주신 대로 연습해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길 그리삼 코치: 그럼 나 과장님이 가설을 검증하며 4단계까지 도출한 시사점들을 스토리 라인으로 정리해 볼까요?

 

나 과장: 기본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생각의 흐름을 반영한 이슈트리를 만들고 그것에 기반을 두고 문제를 풀어 왔으니 스토리 라인도 이슈트리를 토대로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레벨1에 해당하는 질문에 답을 적고 관련된 하위 레벨 질문들에도 답을 적어가면 논리적이면서도 풍부한 스토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1→1.1.1→1.1.1.2→1.1.1.3→1.1.2…. 이런 식으로 레벨링을 하면 주장이 명확해지면서 탄탄해질 것 같고요. 이런 식으로 상위 레벨과 하위 레벨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면서 논리를 펼치면 되겠네요.

 

그리삼 코치: 아주 잘하셨습니다. 지금 하신 대로 스토리 라인을 끝까지 완성한 후 스토리 보드를 만들어보고 마지막에 보고서로 구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세요. 그리고 나서 상대방이 머릿속에 가질 생각의 흐름을 생각해서 보고서 전체 구성과 순서를 다듬어주세요. 조금만 익숙해지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5회를 연재하면서 핵심은 하나였다. ‘생각하면서 일하자!’ 전략적 사고 방법론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생각하며 일하기를 구현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다섯 단계를 전부 밟아가며 업무를 하지는 않더라도 배운 개념을 부분적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재 제품 회사 R&D 부서에서는 시장을 이끌기 위한 신제품 개발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슈트리를 작성하고, 이에 맞게 현황을 진단하며 개선점을 찾아갈 수 있다. B2B업체의 마케팅이나 영업 부서에서는 생산성 높은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슈트리를 그려보고 하위 이슈별로 가설을 세워가며 분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현업에서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전략적 사고를 녹여볼 수 있다. 국내 모 기업 영업 담당 과장의 경우 전략적 사고 교육을 받은 후 대표적으로 달라진 모습이 있다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 평소 e메일을 쓸 때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쓰곤 했는데 이제는 상대방의 생각의 흐름을 고려하며 e메일을 쓰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내 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고 본인 메시지의 설득력이 높아진 것 같다고도 했다. 이처럼 생각하며 일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하면서 일하자!

 

 

장재영 J&Investment 이사 jyc0124@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컬럼비아대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했다. A.T.Kearney, Bain&Company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전략과 운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투자와 기업 교육에 전념하고 있으며 전략적 사고,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액션 러닝,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주요 주제다. 두산그룹에서 전략적 사고 과정 개발 및 강의, 대한제강의 임원 및 실무진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문제 해결 Action Learning, 효성그룹에서 전체 임원 대상으로 보고서 작성/프레젠테이션 힐링캠프 및 핵심 인재 대상으로 전략적 문제 해결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화재, 해태제과 등에서 전략적 문제 해결 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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