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디자인 전략
편집자주
‘디자인’이라는 말을 듣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고 떠올린다면 수주 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서 디자인은 단순히 문서를 잘 꾸미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안 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 쉬플리 한국지사(www.shipleywins.co.kr)가 제안 디자인 전략을 연재합니다.
앞서 연재한 글에서 필자는 디자인이 꾸미기가 아닌 ‘메시지(Message) 전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실무에서 이것을 적용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꾸미는 디자인을 하면 아무 문제 없을 일을 메시지 전달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다 보면 어이없는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바로 전달할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한국의 제안은 메시지가 아닌 정보(Information) 위주의 콘텐츠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를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제안 담당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메시지란 무엇이며, 제안에서 왜 중요하며, 어떻게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필자가 진행하는 디자인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메시지가 없는 제안에 대한 문제의식만 가지고 가도 하루를 쏟을 가치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부분은 제안 실무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1.Message 이해
먼저 Information(정보)과 Message(메시지)의 차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 익숙한 한 장면이 있다. (그림 1) ‘치킨’이라는 동일한 콘텐츠(Contents)를 접해도 대상에 따라 ‘먹어야지’ 또는 ‘먹지 말아야지’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은 칼로리, 가격, 맛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치중해 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같은 내용도 대상의 상황과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이 의미가 메시지다. 만약 전달하는 사람이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하지 않으면 상대는 나름의 메시지를 스스로 만들게 된다.
제안에서 그 대상은 평가자이며 제안하는 사람은 평가자에게 원하는 반응이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로 평가자가 나름의 해석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의도하는 반응을 반드시 끌어내야만 한다. 메시지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림 2>에서 치킨을 주문하게 만드는 것이 의도라면 부정적 반응이 예상되는 경우는 그것을 상쇄할 만한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메시지를 받는 대상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조리 방식이나 영양가 등 칼로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킬 만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가격 면에서 경쟁자에 비해 불리할 경우 비싼 만큼 차별화된 특징을 강조하거나 프리미엄 브랜드화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약점을 역이용하는 메시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상대로부터 원하는 반응과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메시지의 역할이자 중요성이다. 치킨을 팔 때 다이어트하는 대상을 설득하듯이 제안에서는 부정적인 평가자를 설득하는 것이 메시지다.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게 만들듯이 불리해 보이는 솔루션을 오히려 ‘Winning shot(결정타)’으로 바꾸는 것이 메시지다. 앞선 <그림 1>과 <그림 2>를 보며 느꼈겠지만 제안 사업도 마케팅의 제품홍보와 ‘설득’이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인한 비슷한 접근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전체 콘셉트(Concept)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정보가 포함된 제안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2.Message 전제
제안에서 Message를 만들기 전에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두 가지 전제를 짚고 넘어간다.
앞서 예를 든 문장인 ‘오늘 투썸에서 만난 사람 금사빠’라는 말을 젊은 딸이 나이 든 아버지 앞에서 했다고 가정하면 <그림 6>과 같은 결과가 예상된다. ‘오늘 만난 사람’이라는 것은 어려움 없이 전달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썸플레이스’라는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의 줄임말인 ‘투썸’은 마치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영어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된다. 금세 사랑에 빠지게 만들 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의 ‘금사빠’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금’과 ‘사빠’라는 언어에 대한 기존 인식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씨름과 연관되기 쉽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매우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 정도로 왜곡해 인식하기 십상이다.
<그림 7>은 실제 제안에서 전달자와 상대의 관점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간극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을 최소로 하면서까지 인력에 투자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차트에서 높은 인건비 부분을 강조했다. 여기서 인건비 비율이 높다는 점은 쉽게 전달이 된다. 하지만 당사의 이윤을 적게 남긴다는 것은 특별한 장치를 하지 않는 한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윤은 제안사의 관심이지 상대의 초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는 오히려 자신의 입에 들어갈 식재료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윤을 적게 남기고 전문인력에 투자’라는 의도가 ‘식재료 투자는 적고 직원들 월급은 많이’라는 식으로 왜곡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달자와 상대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그림 8>은 그 고민의 결과를 보여주는 예다. 이윤과 인건비의 비율을 업계 평균과 비교하는 방법을 통해 왜곡의 부분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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