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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디자인 전략

직관적 비주얼로 고객 두뇌를 장악하라

김효기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디자인’이라는 말을 듣고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고 떠올린다면 수주 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서 디자인은 단순히 문서를 잘 꾸미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안 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 쉬플리 한국지사(www.shipleywins.co.kr)가 제안 디자인 전략을 연재합니다.

 

Visual(비주얼)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Visual을 떠올린다. 그만큼 디자인에서 Visual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간과하게 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남용과 오용이 많다. 제안디자인에서는 이런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심각한 수준의 결과물도 꽤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흔히 알고 있는 Visual의 세 가지 주요 특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점검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Visual을 시각적 자료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지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서는 Text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쉬운 전달을 위해 Visual이라는 영문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1.Visual은 효과적이다?

 

먼저 ‘Visual은 효과적이다라고 알고 있다. 과연 그런가?

 

사람들에게 <그림 1> 중 왼쪽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무엇이 떠오르는가를 물어보면아름답다’ ‘우아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미소등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다음으로 오른쪽의 그림을 보여줬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스마일한 가지의 대답을 한다. 둘 다 미소를 전달하기 위한 동일한 의도를 가진 Visual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왼쪽의 이미지는 더 매력적인 Visual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매력이 핵심 메시지인미소를 전달하는 것에서 많은 혼선을 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제안서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메시지와 상관없는 시각적 요소를 넣음으로써 메시지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디자인 첫 수업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아직 기억하다. “점 하나로 모든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 되기 때문에 점을 선으로 만들고 선을 면으로 만들며 디자인 요소를 계속 더하는 것이다.” 이 말은 지난 원고(DBR 137)에서 언급한 미니멀리즘의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최소한의 요소로 탈락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제안 디자인에서 미니멀리즘을 재정의했는데최소한의 요소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소한의 요소를 사용할수록 메시지 혼선의 여지가 줄기 때문이다. 점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선으로 한다면, 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면으로 한다면 요소가 추가되는 만큼 발생하는 메시지 혼선의 여지를 상쇄하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없다면 왜곡의 위험이 생긴다. Visual은 무조건 효과적인 것이 아니다. 과유불급. 적절하게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2.Visual은 강하다?

 

Visual은 강하다? 무엇과 비교해서 강한가? 텍스트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렇지는 않다. 텍스트가 강한 부분이 있고 Visual이 강한 부분이 있다.

 

텍스트는 청중을 생각(상상)의 주체로 만들지만 Visual은 주입시킨다. 즉 텍스트는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Visual은 즉각적으로 주입시키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그들은 행복했다는 텍스트를 접했을 때 자신의 경험과 가치 등을 바탕으로 행복의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행복한 이미지를 보여줄 경우 청중은 생각하기보다는 그 이미지를 바로 흡수한다. (그림 2, 3)

 

Visual의 강력한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특징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 , 직관적인 Visual을 사용해야 청중에게 메시지를 주입시키기에 강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Visual이 직관적이지 않을 때 청중은 Visual을 통해 화자의 주장이나 생각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메커니즘이 돌아가게 된다. 청중을 생각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주입시키기에 강한 Visual의 특징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Visual은 직관적일 때 강하다. 직관적일 때 즉각적인 공감이나 설득에 강하다.

 

<그림 4>의 왼쪽 이미지는 하수처리장 사업의 표지디자인이다. 디자이너는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하수처리사업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부분이 맑아지는 Visual을 사용했다. (모래시계는 정화의 개념보다 시간의 개념을 상징하기 때문에 메타포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방법은 적합하지 않다. 왜냐하면 보는 사람에게 검은 것이 정화돼 맑게 바뀌는 것을 나타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상의 설명은 본문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할지는 몰라도 즉각적인 느낌의 전달이 중요한 표지, 간지 등의 콘셉트 페이지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그림 4> 오른쪽의 이미지처럼 고객에게 시원하고 맑은 물의 이미지를 통해 하수처리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청정한 인상을 주입시키는 것이 더 강력하다.

 

<그림 5>는 향수, 화장품 관련 사업의 슬라이드 디자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향수, 화장품에 대해 오감을 통한 고객 경험이 디자인에 반영되기를 원했다. 그렇다면 오감에 해당하는 눈, , , , 손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직관적인 것인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오감의 통로를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뿐이다. 직관적인 것은 고객이 직접 보고, 냄새 맡고, 듣고, 맛보고, 만지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시각적인 한계 내에서 이것을 최대한 전달하는 것이 직관적인 것이다. 오른쪽은 같은 사업에서 패키지디자인이다. 고객이 경험할 인상적인 터치감을 다이내믹한 컬러와 형태로 표현했다. 이런 표현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터치를 통한 경험이 전달되는 것이다.

 

 

직접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의 차이에 대해 부연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직관은 판단, 추론 등의사유 없이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이고직접은 중간의매개물 없이 바로인지하는 것이다. <그림 6>에서 해바라기는 직접적인 것이고 기름의 윤기는 직관적인 것이다. 전철은 직접적인 것이고 속도감은 직관적인 것이다. 직접적인 것이 Fact라면 직접에 직관을 더하는 것은 Fact Message를 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철이라는 Fact에 ‘속도감’이라는,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넣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것과 직관적인 것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제안 디자인에서 전달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3.Visual은 오래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Visual은 오래 기억된다는 인식에 대해 살펴보자. 텍스트만 사용했을 때보다 Visual을 함께 사용했을 때 기억 시간이 더 길어지는 비교그래프는 Visual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원리 또한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사과라는 단어보다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맛있어 보이는사과 이미지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훨씬 오래 기억을 할 것이다. (그림 7)

 

<그림 8>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림 7>을 본 후에는 사과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지만 <그림 8>에서는 사과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없다. 심지어 여러 과일 중 사과를 인식조차 못할 수도 있다. 모든 과일을 Visual로 강조해 어느 하나도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과일이 아니라사과라면 사과만을 차별화해야 한다. Visual은 무조건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강조 부분만 사용해야 오래 기억된다.

 

Text 중심의 슬라이드에서 차별화는 Visual이 된다. 그렇다면 Visual로 대부분의 슬라이드가 채워지는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강조하고 싶은 Visual만 차별화해야 한다. 파란 사과를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면파란 사과만 강조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강조하고 싶은 특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선 예에서 강조하고 싶은 특징은 사과의 컬러다. 그렇다면 단지 사과가 아닌파란색이라는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머지 부분의 컬러를 없애거나 나머지 부분의 컬러를 다르게 해서파란부분만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림 9)

 

정리하자면 Visual은 무조건 효과적이고 강하고 오래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며, 강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이어야 하며, 오래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는 강조부분만 사용해야 한다. 쉬운 예를 들면서 설명하니 당연한 말 같지만 제안 분야에서는 전문 디자이너조차 이 기본에 어긋나는 결과물들을 쏟아내는 경우가 숱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자가 강의에서 매우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전제만 충실히 지키더라도 한국의 제안 디자인은 훨씬 더 메시지 전달에 탁월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Visual 사용에 대한 실제 사례와 개선안 등은 연재 후반부의 Visualization 세션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김효기 쉬플리코리아 디자인센터 팀장 kelly@shipleywi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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