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전략

“꼴찌해서 죄송” LG의 진심, 야구팬을 녹이다

136호 (2013년 9월 Issue 1)

 

 

최근 기업들은 소비자와의감성적 유대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합리성에 호소하던 기존 관행을 넘어 고객의 영혼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통합적 움직임을 보인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특히진정성(authenticity)’이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버즈워드(buzzword)로 떠오르고 있다. 상품을 파는 것이 기본 목적인 기업에 광고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창구다. 광고에서도 당연히 진정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어떤 광고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반면 같은 활동, 같은 얘기를 해도 어떤 광고는 그렇지 못하다. 이 차이는 과연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기업이 진정성을 인정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정성, 새로운 구매기준이 되다

 

로서 리브스(Rosser Reeves)가 마케팅 어휘사전에 USP(Unique Selling Point)를 추가한 이래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은 성공적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위한 비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하고 빠른 정보 교류가 가능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나 상품의 질 혹은 서비스의 차별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고의 제품, 남다른 브랜드를 외치던 마케터들은 브랜드 전략의 대안을 찾아 헤매게 됐고 많은 이들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 쪽으로 시선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비자와 브랜드 간 정서적 유대감 형성을 위한 방법론이 모색됐고 유대감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진정성에 이목이 집중됐다. 오늘날 기업들은 ‘different’를 넘어 ‘authentic’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진정성이라는, 영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RM의 대가 폴 그린버그(Paul Greenberg)는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 진정성과 투명성으로 규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단지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모범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비즈니스 감각(Business Sense)’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이 시대 커뮤니케이션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고 이 혁명은 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 등 모든 조직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인터넷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혁명이다.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에 무한량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친구나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이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조직과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어떤 조직보다도 기업이 이 같은 변화의 정중앙에 서 있다. 그린버그는 21세기에 기업을 차별화시키는 방법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가시성이며 무엇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인 소비자와의 진정성 있는 관계라고 주장한다. 결국 기업이 간절히 바라는 차별화의 핵심은 소비자와의 진정성 있는 관계이며 커뮤니케이션인 셈이다.

 

비즈니스에서 진정성과 투명성을 실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브랜드 혹은 그것을 만든 기업이 진정성을 갖고 있기를 원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진실하지 않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는 없다. 심지어 하버드대의 제임스 H. 길모어(James H. Gilmore) B. J. 파인(Pine) 교수는 오늘날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용성이나 가격, 질이 아니라 상품 혹은 기업의 진정성을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고 지적하면서진정성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쇼핑하며 느끼는 죄의식까지도 상쇄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업이 경쟁사를 멀리 따돌리려면 기술 우위를 내세우며 쫓고 쫓기는 게임에 머무르는 대신 브랜드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일에 매우 심도 있게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진정성은 영속가능성에 대한 기준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 두 가지 자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기 스스로 느끼는 내적 자아와 남들에게 보이는 외적 자아가 그것이다. 개인에게 진정성이란 이 두 가지 자아가 괴리 없이 진솔하게 일치하는 상태다. 기업의 진정성에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기업 차원에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진정성을 규정할 수 있는데 기업의 경제적 산출물 자체의 진정성과 이를 소비자에게 표현하는 기업 활동의 진정성이 그것이다. 기업 산출물의 진정성은 기업이 스스로에게 얼마나 충실한가라는 자기 지향적 관점이며, 기업 활동의 진정성은 기업이 스스로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표현하느냐에 해당하는 타자 지향적 관점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이 일치할 때, 즉 실체와 표현이 일치할 때, 비로소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을 일치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둘 중 하나만 실천할 때가 많다. 가장 불행한 것은 자기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광고 등을 통해 진정성을 표현하려고 할 때다. 소비자가 이 기업 혹은 상품을 경험한 후 기대했던 가치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 기업 혹은 상품에별로다가 아닌거짓이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인식과 다른 실제를 접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실망의 강도는 진정성을 얘기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크다. 기업에진정성의 소구는 해당 비즈니스를 지속하기에 적합하다고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소통과 검증의 과정인 것이다.

 

사례를 통해 진정성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알아보자.

 

 

표현이 실체와 같지 않으면 진정성을 얻지 못한다. 2006년 말, 짐과 로라라는 중산층 부부가 캠핑카를 빌려서 미국 전역의 월마트(Walmart) 매장을 방문해 그곳에서의 경험을 ‘Wal-Marting Across America’라는 블로그에 연재했다. 블로그에 실린 짐과 로라의 월마트 방문 경험담은 매장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월마트를 칭찬하는 말로 가득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이들의 얘기에 대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심지어 <비즈니스위크> <워싱턴포스트> 등 미디어들도 이 공방에 가세했다. 결국 이 사건은 짐과 로라의 발상에서 시작하고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가 협찬하면서 만들어진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로 언론에 오르내리며 회사 이미지가 추락한 월마트가 두 사람의 불순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캠핑카를 비롯한 여행 경비 전체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월마트는 사례비까지 지불해가며 거짓으로 reality blog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후 블로그가 폐쇄됐지만 분개한 소비자들의 성토로 월마트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가짜를 지어내는 진정성 없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오랜 기간 뒤집어쓰고 있어야 했다.

 

 

소통을 닫으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를 알아보자. 세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네슬레에 팜유를 공급하는 회사가 인도네시아의 원시림을 파괴해서 지역 주민의 삶을 해치고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잃어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여러 매체에 게재했다. 그린피스는 오랑우탄 분장을 하고 영국 네슬레 본사 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네슬레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곧이어 그린피스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고 동영상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네슬레는 공식적으로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다만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사람들의 반감에 불이 붙었다. 네슬레 페이스북에는 네슬레를 비난하는 소비자 댓글이 수천 개 넘게 달렸다. 파장이 확산되자 네슬레는 법원에서 가처분 명령을 받아 관련 동영상을 삭제하고 자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부정적인 포스팅과 댓글을 모두 지워버렸다. 영국 <가디언(Guardian)> 등 주요 언론에서 이를 기사화하며 핫이슈로 부상했다. 네슬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증폭됐다. 결국 네슬레는 팜유 공급사를 바꿨지만 소비자에게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진정성이 부족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어야 했다. 수많은 안티 팬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 매출액 감소라는 정성적, 정량적 손실도 함께였다.

 

소통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2008 LG트윈스가 그해 시즌을 마치고 신문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다. 시즌에서는 패배했지만 응원에 감사하며 내년에는 더 열심히 뛰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1등이성원에 감사한다며 성과를 과시하는 유형의 광고는 많았지만 스포츠구단이 부진한 성적에 죄송하다며 광고한 적은 없었다. 제품 하자에 대한 리콜 공고에도 리콜 사실과 형식적인 사과 문구가 전부인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유구무언이라는 말만 남기고 인터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에 실망했던 사람들은 LG트윈스가 신문 전면에 내보낸 사과 광고를 보고 충격과 치유를 경험했다. 열성적으로 응원하던 팬들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에 사람들은 1등의 감사 광고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고 팬심은 더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LG트윈스의 성적이 아닌 진심에 갈채를 보냈다.

 

진심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통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소통은 브랜드를 드러나게 하고 빛나게 한다.

존재 이유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얻는다. 유니레버 브랜드도브(Dove)’의 철학은모든 여성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도브는 이 철학에 맞게 여성들의 자존감(self-esteem)을 찾아주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2004 ‘Real beauty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Beauty Care 상품들의 광고는 대부분 마르고 예쁘고 금발인 백인 모델들이 등장해서이 제품을 사용하면 이 모델처럼 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식이다. 하지만 도브는만들어진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신 여성은 나이를 먹거나 뚱뚱해도, 백인이거나 금발이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진짜 소비자를 내세운 도브의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3년 영국에서 28만 개가 팔렸던 도브 퍼밍로션은 2004년에 23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실현이라는 기업의 핵심가치이자 미션에 충실한 점, 진짜 소비자를 모델로 내세운 점, 사용 후 결과를 과장하지 않았던 점 등이 진솔하게 다가와 소비자의 공감을 유발하고 구매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2006년에도 도브는 화제의 광고 ‘Evolution’ 편을 통해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이 내세우던, 왜곡되거나 인위적인 아름다움 대신 일반적인 여성들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일반 여성들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평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갈 것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한편 도브는 8∼14세 연령대의 수많은 소녀들이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여기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것이도브 자신감 펀드(Dove Self-esteem fund)’. 이 펀드는 소녀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바꾸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쓴다.

 

2013년 칸 광고제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캠페인 중 하나가 도브의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 세계 여성 중 4%만이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이 예쁘지 않다고 여긴다고 한다. 도브는 몽타주 전문가와 함께자신이 말하는 자신의 얼굴타인이 말하는 자신의 얼굴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자기가 스스로를 말로 표현한 몽타주에서는 못생기고 주름지고 우울하게 표현된 얼굴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로 표현한 몽타주에서는 이보다 훨씬 아름답고 밝은 얼굴들이 그려졌다.

 

 

도브는 자신감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여성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도브에 소비자들은 귀를 기울이며 진심으로 화답한다. 무엇보다 도브의 뛰어난 점은 이처럼 진정성 충만한 리얼 뷰티 캠페인을 아주 오랫동안, 처음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이다. 도브는 분명 진정성이 한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도브가 생산하는 제품 및 제공하는 서비스와 맞물려 거대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브랜드 가치와 시대적 코드가 부합할 때 진정성을 얻는다. 저명한 마케팅 그루, 필립 코틀러는 기업의 진정성을 사회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는 고객이 만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기반을 둔 가치,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치를 소비자와 공유하라고 한다. 이렇게 공유하는 과정이 진정성을 토대로 하는 마케팅3.0이다.

 

 

대한항공의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캠페인은 브랜드 진정성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행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취항지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의 풍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광고 캠페인을 주로 펼쳐왔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한항공은 그 여정을 멈추고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소재로 하는 캠페인을 구상했다. 캠페인에 대한 구상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해외 취항지를 소개하는 캠페인을 통해 여행 수요를 늘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제선의 위상을 높이며 항공사 선호도를 꾸준히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을 소재로, 비행기로는 갈 수도 없는 곳을 광고로 만들어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도 소개한다는 것은 얼핏 이치에 맞지 않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항항공은 이를 강행했다. 캠페인을 구상하던 2011년은 한국 방문의 해(2010∼2012)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노력이 전개되던 때였다.

 

이 캠페인은 석 달 동안 총 80편이 제작돼 TV에 방영됐다. 거의 하루에 한 편씩 만들어진 셈이다. 한국의 이름난 명소는 물론 너무 익숙해서 아름다움을 잊고 있던 곳들도 포함됐다. 남사당패의 줄타기나 단청의 의미가 새삼 알려졌고 시장 골목과 떡볶이가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광고가 거듭되고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과 우리나라 국민의 소통 방식이다. 대항항공은 이 광고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직접 대한민국을 돌아볼 수 있도록 참여가변형 플랫폼을 활용했다. 대한항공이 만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대한민국 스토리를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응모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가 제작, 방영됐고 각 편마다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제시된 포맷 안에서 독자적인 광고를 직접 만들어 SNS를 통해 공유했다. 대한항공이 제공한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참여해 장소, 문화, 정서를 나누며 무한대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장이 됐다.

 

이 캠페인의 성공 요인은 시대적, 사회적 코드를 잘 읽어낸 감각과 이에 소비자 스스로 진심 어린 답을 제시하게 한 플랫폼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의 애국심과 소통에 대한 열정, IT강국다운 능력과 한국 방문의 해 및 평창 동계올림픽 등 상황적 요소들이 맞물려 시너지를 낸 것이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대한항공의 마이크로사이트 방문자 수는 27만 명을 넘어섰고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작한 광고는 3000여 편이 넘었다. 그들이 제작한 광고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동안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한국의 곳곳을 보고 느끼고 알게 되면서 자긍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 동네가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더 사랑하게 됐다, 부모님을 뵈러 고향에 가고 싶어 졌다는 등의 소감이 이어졌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대표 항공사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대한항공 브랜드 이미지가 동시에 높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도브나 대한항공처럼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을 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어떤 기업은 각광받고 어떤 기업은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기업이 진정성을 소구할 때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를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부터 소개할 5가지 전략적 가이드는 진정성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지상명령(Business imperative)인 시대에 기업 혹은 브랜드가 광고를 통한 실체와 표현의 일치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진정성을 얻기 위한 방법론이다.

 

기업이 진정성을 획득하기 위한 방법론-5Cs

 

Construct products and services that consumers want: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이 진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라

 

기업 혹은 브랜드가 건네는 말이나 행동을 소비자가 무조건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요, 무지다. 기업은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늘 각성하고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부터가 기업이 진정성 있게 고객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요, 기업의 사업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

 

Correlate business and branding activity: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과 브랜드의 본질이 깊은 연관성을 갖도록 하라.

 

맥도날드가 실시한어린이 비만방지 운동이나 필립모리스의 금연 캠페인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인데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패스트푸드와 담배 회사가 어린이의 건강을 염려하고 담배를 끊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기업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가식적인 활동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부정하는 마케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Choose what is right rather than what is beneficial: 이익이 되는 것을 찾지 말고 올바른 것을 선택하라.

 

당장의 감언이설이 아니라 브랜드가 진짜 가야 할 길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월마트가 만든 ‘Wal-Marting Across America’라는 블로그 사례는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은 길이 아니라면 진정성을 훼손시켜 더 큰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비자의 우호적인 반응을 거짓으로 만들어내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대신 소비자들의 쓴소리를 귀담아 듣고 반성하고 개선하는 쪽에 힘을 기울였다면 그들은 원했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소비자와 공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Communicate with consumers, not selling products: 소비자를 판매의 대상이 아닌 소통의 대상으로 보라.

 

기업이 진정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보기 때문이다. 이윤으로 맺어진 계약 관계라는 생각이 신뢰의 형성을 방해한다. 소비자는 사람이다. 사람은 서로 대화를 해야 감정 교류가 가능하고 친밀감을 느낀다. 기업과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에게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면 소비자도 기업이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Be Consistent in words, actions and attitudes for a long period of time: 기업의 혹은 브랜드의 모든 말과 행동, 태도가 일관성을 갖게 하라.

 

기업은 인내심이 없다. 당장의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도 많다. 담당자가 바뀌기도 하고 조직은 세분화돼 있다. 이곳저곳에서 브랜드에 대한 얘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시간에 따라 바뀐다면, 브랜드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이 진정성 있는 캠페인으로 칭찬받는 것은 그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십여 년간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진정성이라는 평판은 한두 번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해서 잘했을 때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진정성은 소비자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진정성의 추구는 기업의 긴 여정에서 시계(목표)가 아니라 나침반(목적)을 따라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내면과 외면, 실체와 표현의 균열을 포장해 과시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성, 새로운 소통 감성이 되다

 

수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외치는 동안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이 진정으로 자신들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정보를 생산 및 공유하는 미디어들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성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소통의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성은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이자 핵심이다. 이름난 기업이 멋진 제품을 내놓고 화려한 광고로 포장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반대로 아무리 작고 이름 없는 기업이라고 해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위대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화장과 변장의 마케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진정성 마케팅을 펼친다면 소비자는 언제나 그 기업을 선택하는 팬이 될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은 새로운 소통 감성(Communication Sensibility)이다.

 

박애리 HS애드 그룹장 aepark@hsad.co.kr

필자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자동차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다가 인디애나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HS애드에서 브랜드에 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