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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매출 급전 직하. 우유판매 3분의 1 줄어들고 떠먹는 요구르트, 2위서 4위로… 배상면주가도 12% 감소”1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의 경영진은 이 같은 신문기사의 소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해당 회사 경영진은 물론이고 기사를 본 경영자는 누구나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2013년 6월4일 현재, 남양유업의 주가는 약 한 달 전인 5월1일과 비교해 무려 20.06%나 하락했다.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 녹음 파일이 인터넷과 SNS를 타고 퍼진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는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행동의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 것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들 두 기업과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평판의 문제, 더 넓게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평판과 CSR이 기업들의 성과에 어떤 상황하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들의 속성을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영진과 실무자들로 하여금 유사한 문제점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그러한 문제점이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경우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 두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거시적인 환경 요인들과 이 기업들의 특성과 관련된 미시적 요인들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초래됐고 그 충격이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거시적 요인: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먼저 거시적인 환경 요인들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1.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 담론 확산
남양유업 사건이 발생한 2013년 5월은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담론이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기업 윤리라는 주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외 학계, 그리고 언론계의 주요 화두가 됐다. 그 결과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핵심적인 전략적 고려 항목으로서 채택했고 이러한 움직임이 다시 언론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사회와 그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서 확산되고 뿌리내리게 됐다. 필자의 경영전략 수업에서 “기업이 주주 외의 다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주로 30대 중후반 이상인 MBA 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소수의 학생만이 “그렇다”고 답하는 반면 20대 초중반인 학부 학생들의 경우 대다수가 “그렇다”라는 의견을 표명한다. 이러한 추세는 학부 저학년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관찰되는데 세대 차이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상이한 인식은 이 주제가 최근에 급격히 부상한 사회적 화두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아진 때가 없었다는 말이다. 폴 디마지오와 월터 파월 교수는 (DiMaggio and Powell, 1984)는 조직의 생존과 성공은 조직의 경제적인 효율성(economic efficiency)뿐만 아니라 제도적 정당성(institutional legitimacy)에도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신제도주의 이론(new institutionalism)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현재 한국 사회는 ‘책임 있고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경제적인 효율성이 뛰어나더라도 기업의 생존과 성과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단순히 홍보나 이미지 관리를 위한 PR(public relation) 활동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을 표방할수록 그러한 움직임에 진지하게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이 소비자와 기타 사회 구성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은 커진다.디마지오와 파월 교수 역시 어떠한 제도 혹은 행위의 정당성과 성과에 대한 효과성은 그 사회에서 그 제도를 채택하는 다른 개체들의 수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즉, 사회에서 다수가 채택하는 제도일수록, 그 제도가 가지는 정당성이 커지게 되며 그러한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조직은 우수한 성과나 지속적인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책임과 윤리 경영을 향한 경주는 시작됐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경주에서는 반드시 일등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사회는 기업이 절대적으로 윤리적이고 흠결 없는 도덕군자가 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주에서 뒤처지거나 중심 대열에서 두드러지게 이탈하는 기업에는 소비자와 사회가 막대한 벌칙을 부과할 것이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경우 바로 이러한 사회적책임을 향해 가고 있는 기업들의 대열에서 ‘두드러지게’ 이탈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2.2013년 봄 한국 사회 최대 이슈, ‘甲의 횡포’
두 번째 요인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라는 거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이고 다소 포괄적인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라는 대주제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특정한 소주제에 최근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은 바로 이러한 급부상한 사회적 화두와 딱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었으며 이같이 절묘한 타이밍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남양유업 사건을 촉발시킨 문제의 녹취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2013년 5월3일이었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포스코에너지 고위 임원의 대한항공 기내 난동과 롯데백화점 매장 직원의 자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갑의 횡포’라는 화두에 한국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포스코에너지와 롯데백화점 사건의 경우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과 네티즌들의 조직적인 항의 등이 일어날 조짐이 일부 있었으나 아직 ‘갑의 횡포’라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여론이 조성되기 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에너지와 롯데백화점 사건은 갑과 을의 관계라는 주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했으며 그 사건들 이후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갑을 관계에서 갑의 부당한 요구와 을이 겪는 고통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의 횡포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분노는 언론매체 보도의 증가와 함께 점차 그 정도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너무나도 시의 적절하게 ‘갑의 횡포’라는 문제에 딱 들어맞는 교과서적인 예, 바로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해당 사건이 벌어진 것은 3년 전의 일이었으나 대리점주가 이를 인터넷에 공개한 시점은 부당한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배상면주가 사건도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포스코에너지, 롯데백화점, 그리고 남양유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 인식의 정점에서 터진 경우다. 상당히 불운했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약자에 대한 폭넓은 공감을 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상황
2013년 현재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대중들의 해당 사회 문제에 대한 공감도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던 중요한 거시적 환경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남양유업 사례 등이 일반적인 한국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이 사건들의 파급효과가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3년 한국 사회에는 거의 모든 연령층에 걸쳐서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통과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좌절감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약자에 대한 대중의 동정심이 조성됐고 대중은 직장인으로서, 혹은 자영업자로서의 자신의 현실을 대중매체에 보도되는 ‘을’의 비참한 상황에 감정이입함으로써 부당한 ‘갑’의 행동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키우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많은 자영업자들은 ‘갑’을 상대하는 데서 많은 피로와 분노를 겪고 있으며 그에 못지 않게 직장인들도 회사 내외에서 수많은 ‘갑’의 횡포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양유업이라는 강자가 대리점이라는 상대적인 약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한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신을 대리점주의 처지에 투영하고 강자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즉 남양유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노와 폭발적인 반응은 단순히 남양유업이란 기업에 대한 분노가 아닌 우리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의 수많은 강자 혹은 ‘갑’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분노의 표출이었다는 얘기다.
4.모바일 기기와 SNS로 연결된 세상
요즘 지하철을 타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뉴스를 읽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리고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타인과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마지막 거시적 환경요인이 바로 이것이다. 인터넷 포털, 영상공유, 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도래한 이른바 ‘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이라는 환경이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두 회사의 사건 모두 SNS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그 소식이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된 뒤 곧바로 재생산되고 증폭됐다. 세계적으로는 무명가수였던 싸이를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이 바로 유튜브와 SNS의 힘이다. 이러한 인터넷과 모바일 스마트 기기, 그리고 SNS의 엄청난 파급력은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입장에서는 더더욱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2013년 6월4일 시점에서 유튜브에 공개된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파일은 70만 명이 들었다. 2013년 5월3일 최초 공개 이후 평균적으로 하루에 2만3000명이 이 통화 녹음파일을 청취한 셈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의 실로 엄청난 전파력을 입증한다. 또한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기 포털 사이트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신문기사, 댓글, 토론방 등에서 이 문제를 조명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서 수많은 네티즌이 유튜브 동영상을 퍼 나르며 분노에 찬 의견을 표명했다. 게다가 이러한 모든 전파는 PC 사용자만이 아닌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통해서 24시간 계속됐다.
미시적 요인: 기업의 특성과 관련된 측면
거시적인 환경요인 이외에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가 처했던 곤경을 설명하는 미시적인 요인 혹은 기업의 특성에 관련된 측면들은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1.과거의 행적이 만들어내는 차이
기업이 과거에 어떠한 행적을 가지고 있는지가 이러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업의 행동이 초래하는 파급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대한항공 승무원 기내폭행 사건을 생각해 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자체의 경중은 결코 남양유업 사건과 비교해서 사소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서 기업이 입은 타격은 남양유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적도로 적다. 해당 임원이 근무하던 포스코에너지는 비상장 기업으로서 이 사건의 주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모기업인 포스코의 주가 변동 추이를 통해서 그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신문기사들이 해당 임원을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아닌 ‘포스코 임원’으로 표기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해당 인물을 여전히 포스코 임원으로 잘못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이 포스코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사건 발생일인 2013년 4월15일 종가 32만4000원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일상적인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3년 6월4일 현재 오히려 500원(0.15%) 오른 32만4500원에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왜 포스코의 주가와 성과는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일까? 이는 포스코의 과거 행적에서 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포스코는 1968년 설립 이래 한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포항공대 설립 등 그간의 적지 않은 비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기여로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기업이다. 폴 갓프리, 크레이그 메일, 그리고 자레드 한센 교수는 (Godfrey, Merrill, and Hansen, 2009)는 160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업들의 과거의 행적과 그간에 쌓아온 평판에 따라서 그 기업들이 혹시라도 저지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점들이 기업의 성과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짐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환경관리 설비에 미비해 정부로부터 유사한 제재를 받은 경우라도 기존에 환경보호나 기타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여온 (혹은 그렇게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주가의 낙폭이 훨씬 적었다. 갓프리 교수 등에 따르면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기업의 경우 사회적 혹은 윤리적인 문제점이 그 기업에 미치는 손실의 경우 평균적으로 2280만 달러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유사한 문제점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7240만 달러, 즉 세 배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과 최근 포스코와 남양유업의 상반된 사례는 경영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2.소비자의 전환비용이 만들어내는 차이
남양유업 사건으로 해당 회사의 제품을 집기가 찜찜한 소비자는 다른 회사 제품을 고르면 된다. 그런데 포스코의 거래 업체는 과거부터 신뢰를 쌓아온 포스코의 제품을 단지 ‘잘못을 저지른 임원이 있다는 이유’로 안 살 수가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남양유업 등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는 두 번째 미시적 요인, ‘소비자가 직면하는 대안의 문제’ 혹은 ‘전환비용(switching cost)’의 문제다. 앞서 살펴본 포스코에너지나 롯데백화점의 경우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와 비교해서 전환비용의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포스코에너지 및 포스코 계열사들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다른 기업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업 간의 구매관계(B2B relationship)는 오랜 거래 관계와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상호 신뢰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에너지와 관련 계열사의 고객(다른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겠지만 그간 포스코와 구축해온 오랜 거래 관계와 신뢰를 재고할 만한 사안이라고까지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기내 난동이라는 사건은 포스코에너지 및 그 계열사들과 다른 기업 간의 구매-공급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가 공급하는 제품이 다른 대안들(포스코의 경쟁기업들이 생산하는 유사한 제품)보다 우수한 상황에서 이들 고객 기업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굳이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포스코와 소비자들 간에 그동안의 거래 관계에서 수립된 신뢰와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포스코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전환비용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는 어떠한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선택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롯데백화점 역시 대안의 문제나 전환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치와 접근의 용이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백화점 직원의 자살 사건이 소비자로 하여금 더 먼 거리 혹은 더 불편한 위치에 있는 다른 백화점을 기꺼이 이용하는 수고와 비용을 부담하게 할 만큼의 문제로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반면에 남양유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매출 하락은 대형마트나 소매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에 가보면 셀 수 없이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남양의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매우 많은 대안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전환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유와 같은 유제품의 경우 맛이나 품질로 제품을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까? 남양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정도의 품질을 제공하는 다른 브랜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실제로 6월 초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들어 15일까지 남양유업의 우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요구르트 매출은 34.7% 감소한 반면 경쟁사 매일유업은 우유 매출이 32.5%, 요구르트가 4.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2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남양유업의 제품에서 다른 경쟁사의 제품으로 구매를 전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배상면주가의 제품들도 역시 마트의 진열대에서 수많은 경쟁 업체의 유사한 상품(대안)들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주류의 경우 유제품보다는 약간 더 차별화가 가능하고 제품별로 충성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겠으나 역시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전환비용이 아주 크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러한 전환비용과 관련해 애플의 경우를 추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애플의 주요 공급처인 대만의 폭스콘은 자살공장(suicide factory)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폭스콘의 중국 공장은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긴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당 76시간을 근무하며 종종 주말 휴무도 없이 근무하는 데 비해서 월급은 고작 26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3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모두 24명의 직원들이 공장이나 기숙사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이 중 19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4 애플의 경우 뛰어난 기능성뿐만 아니라 시대를 선도한다는 힙(hip)한 제품 이미지를 내세우는 기업이다. 애플의 이러한 멋진 이미지가 애플 제품 구매자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애플 고객들로 하여금 애플 제품의 구매를 주저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매출은 실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도 애플의 고객들이 애플 제품에 대해서 매우 높은 충성도를 보유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이처럼 고객들이 기업과 그 제품에 보이는 충성도는 고객의 입장에서 높은 정서적 전환비용(emotional switching cost)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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