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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경쟁력포럼 - 이민화 KAIST 초빙교수 강연 지상중계

거대한 웰니스 플랫폼 의료산업의 미래 좌우한다

이민화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이민화 교수가 산업정책연구원 주최로 5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의료산업경쟁력 포럼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별(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과거 한국 경제를 일으켰던 성장전략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 7년째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머물고 있다. 그 이유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에서 시장선도자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은 영원히 일류국가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더 불편한 진실은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매년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은 정체됐고 조만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저성장 국가 대열에 들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확실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과거 병원들은 두드러지게 뛰어나지 않아도 치명적인 약점만 없다면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병원들도 적어도 한두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특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한 병원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또 다른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웰니스(Wellness)와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스마트 웰니스가 앞으로 한국의 의료경쟁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웰니스는 적극적으로 건강을 지향하는 삶을 지칭하는 말이다. 웰니스 산업은 건강과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 시스템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건강관리 산업과 스포츠산업, 실버산업, 미용산업 등이 포괄된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아바타

 

스마트 혁명은 인류가 현재까지 겪은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였다. 2009년 말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었으나 현재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뒤 많은 IT업체와 기기들이 사라졌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휘청거렸고 일본의 닌텐도가 스마트폰 때문에 어려워졌다. 숱한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체와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앞으로 인간의 아바타가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아바타인 스마트폰을 가질 것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서로 소통할 것이다. 이런 세상을호모 모빌리언스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마트 혁명은 거대한 융합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모인다. 환자가 대형 병원이나 동네의원을 찾으려면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머니 속에 세상이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복지와 관련된 예산과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웰니스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복지 확대와 웰니스 분야가 어떻게 함께 가야 할 것인가. 또 복지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웰니스 분야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은 바로 스마트 기기와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다. 스마트 기기는 인간을 현재보다 한 단계 향상된 수준으로 만들어준다. 인간의 오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빅데이터와 맞물리면서 인간의 두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초지능의 상태로 올라간다. 이런 상태가 소셜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인류가 하나로 융합하는 세상으로 되는 것이다. 스마트 기기가 웰니스 분야와 결합해서 창발적인 진화를 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소규모 사업자와 효율적인 플랫폼이 결합해야

 

스마트 기기와 웰니스 분야가 결합한 스마트 웰니스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다양하고 혁신적인 중소사업자와 거대하고 효율적인 플랫폼이 결합해야 한다. 2002년 유비쿼터스 헬스케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을 때는 네트워크라는 말이 붙여졌다. 네트워크가 붙여진 이유는 이 분야가 단일한 조직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센서 분야의 경우 융합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센서 분야는 이 분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업자가 존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센서 분야는 전문기업이 필요하다. 센서는 분야마다 모두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이 수평의 축으로 모든 분야를 혼자서 엮는 것이 어렵다. 실제 성공한 사례도 없다. 그래서 효율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융합플랫폼 사업에서는 콘텐츠 통합자(aggregato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콘텐츠통합자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자책(e-book)이다. 한국의 전자책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다. 그런데 국내 전자책 시장은 형편이 좋지 않다. 전자책을 전체적으로 아울러서 수집하는 곳이 없다. 모두 여러 플랫폼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사업의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 스마트 웰니스 분야도 비슷하다. 스마트 웰니스 중 한 분야인 스마트 헬스케어의 경우 대기업은 혁신하기 어려워서 이 분야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은 혁신에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규모의 플랫폼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기업 하나가 이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공진화(상호 관계를 통한 진화적 변화). 꽃과 나비는 함께 진화한다. 꽃과 나비가 따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상호작용을 통한 공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 현재까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해서 대체로 경쟁 위주의 사고를 가지게 됐다. 그래서 업체들 사이의 시장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의료와 전자서적 등의 많은 분야에서 시장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규모의 산업이 형성되지 않았다.

 

온라인-오프라인 결합으로 롱테일의 법칙 적용해야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플랫폼 분야에서 온라인 분야와 오프라인 분야를 결합하는 것이다. 플랫폼사업을 시작할 때 오프라인 분야만으로는 사업이 진척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플랫폼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플랫폼의 규모인데 오프라인 분야만으로는 일정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규모가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플랫폼으로 가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을 온라인만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 온라인 분야가 플랫폼을 키우려면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뢰가 필요한데 신뢰는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분야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이 온라인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하려면 결국 오프라인 분야의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분야는 서로 결합해야 한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분야가 서로 결합하면 롱테일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롱테일의 법칙은 80%사소한 다수 20%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이 법칙을 온라인 판매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온라인 서점에 적용하면 1년에 단 몇 권밖에 팔리지 않는흥행성 없는 책의 판매량이 모두 더해지면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커지고 온라인으로 바뀌면 숨은 시장이 발생한다. 그 결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는 살 수 있다.

 

성공 방정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거대한 웰니스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는 각종 서비스가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서비스로는 고령자 서비스와 스트레스 서비스, 뷰티 서비스, 명상 서비스 등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개인의 건강관리를 해줄 수도 있다. 개인의 운동량과 컨디션 조절, 피부관리 등을 하고 인체의 바이오시그널까지 측정하게 될 것이다. 게임과 웰니스 분야가 결합해서 헬스게임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웰니스 분야의 전략은 플랫폼과 응용서비스의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플랫폼과 응용서비스 사이에는 융합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고 융합을 하기 위해선 개방 플랫폼이 필요하다.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이민화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고 KAIST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디슨 회장과 한국벤처기업협회장, 한국의료용구협동조합 이사장과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중소기업청 기업호민관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디지털병원사업수출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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