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a Brand Aura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두 번째 정도(正道)는 ‘자신만의 브랜드 페르소나를 키워라’다. ‘페르소나’란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이유를 연구하는 발달심리학에서 유래했다. 브랜드 페르소나는 심리학 용어를 브랜드 맥락에 그대로 옮겨와 적용한 것으로 개성보다 더 강한 성격의 용어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브랜드 개성’이라는 좀 더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공급 초과와 저성장 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힘이 바로 개성이다.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유전학자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는 최근 저서 <개성의 힘>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가능성은 개성이며 인간은 개성적인 삶을 추구해 획일주의에 평생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개성 구축의 의미는 ‘도자무적(挑者無敵)’이라는 사자성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도전하는 자에게는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로 강력한 브랜드 개성을 구축할 수 있어야만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강력한 개성을 가진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려면 단순 벤치마킹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자는 이제 한국의 대표 글로벌 기업들과 중견기업들도 벤치마킹 수준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구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세계 3대 브랜드 평가전문기관으로 분류되는 영국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데이비드 헤이도 지난 30년간 급성장한 글로벌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회사들이 아니라 강력한 브랜드 개성을 구축한 회사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강력한 기업 개성은 개성 있는 CEO의 공헌이 크다고 분석했다. 재미와 창의성-버진(Virgin)의 리처드 브랜손 회장, 지친 영혼의 안식처-반얀트리 리조트 그룹의 허광핑 회장, 박지성을 끔찍하게 사랑하며 QPR 구단주이기도 한 에어아시아의 페르난데스 회장 등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CEO들이야말로 강력한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충성을 부르는 브랜드 개성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란 ‘브랜드에 부여된 인간적 특성’을 말한다. 개성은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브랜드 매력을 끌어올리며 서비스를 향상시킨다.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며 일류 브랜드만 가질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의 원천이 되고 특정 브랜드만의 색깔, 즉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말보로와 버지니아슬림, 이 두 종류의 브랜드 담배는 무엇이 다른가? 흔히 ‘말보로’라고 하면 터프하고 강인한 남성을, ‘버지니아슬림’이라고 하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여성을 떠올린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인 것처럼 인간적인 특성을 부여하곤 한다. 21세기 브랜드는 사람처럼 현대적이거나 젊고 세련됐다거나 터프하다는 식의 개성을 가진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충성과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하려면 우리 브랜드만 갖고 있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 개성을 갖게 되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애착이 증폭되면서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자아동일시가 일어난다. ‘자아동일시’란 소비자가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특정 브랜드 개성과 동일하게 느끼는 현상이다. 자아동일시는 관계 만족도를 가져오며 이후 브랜드 충성과 몰입이 발생한다.
브랜드 개성이 고객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에 영향을 미칠 때 중간 변수로 고객과 브랜드의 자아동일시 과정을 거친다는 주장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학계에서 검증된 공식이다.
브랜드 충성도는 선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구매하거나 단골고객이 되려는 심층적인 몰입상태다. 브랜드 스위칭(brand switching)을 목표로 하는 타사의 마케팅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전 브랜드를 재구매하려는 경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Keller, 2003). 소비자는 브랜드와의 관계가 만족스럽다고 평가할 때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감이 증가할수록 무드 동화효과(mood-based assimilation)가 발생한다. 이는 구매 확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특정 브랜드에 대한 ‘관계 만족도’가 높아지면 재구매와 활발한 구전행위 등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충성도’를 발생시킨다. 브랜드 개성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페르소나 마케팅’이라고 한다. 소비시장이 점점 더 개인화하고 자기 충족적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브랜드만의 독특한 개성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페르소나 마케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 개성 5차원
자신의 브랜드 개성이 무엇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 개성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회사 또는 우리 제품의 브랜드 개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개성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브랜드 개성을 확인하는 방법론은 제니퍼 아커가 제안한 ‘빅5 모델’이다. 과거에는 브랜드 개성을 측정하기 위해 인간 개성의 ‘빅5’ 척도인 동의성(agreeableness), 외향성(extrovert), 양심성(conscientiousness), 문화(culture), 부정적 상황에서의 참을성(neuroticism)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니퍼 아커(Jennifer Aaker, 1997)의 개성 차원 연구 이후에는 그녀의 브랜드 개성 5차원이 학계와 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 그녀는 요인 분석을 통해 모든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브랜드 개성 5차원을 개발했다. 브랜드 개성 5차원은 진실성(sincerity), 흥미(excitement), 능력(competence), 세련됨(sophistication), 활동성(ruggedness)이다. 이들 5요인은 회사와 제품, 서비스의 브랜드 개성에도 모두 관련된 특성(traits)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과 서비스 산업에도 일반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를 통해 그 유효성이 검증된 바 있다.
상징적 또는 자아 표현적 기능을 수행하는 브랜드 개성은 실용주의적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속성들과 그 의미나 해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실용주의적 기능에서는 리바이스(Levi’s) 청바지는 ‘질기다’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는 문화나 개인차에 별로 영향받지 않기 때문에 문화 간 또는 계층 간 다양성이 없다. 그러나 상징적 의미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는 ‘독립성’ ‘강인함’ ‘남성다움’ 등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개인마다 니즈와 자기관념(self-view)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상징적 기능은 개인과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강인함’이나 ‘남성다움’을 표현하고 싶은 니즈가 강한 소비자는 리바이스 브랜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패션’이나 ‘여성스러움’ 등을 추구하는 소비자는 ‘게스(Guess)’ 등 다른 브랜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컬러와 숫자를 통한 브랜드 개성 강화
브랜드 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컬러와 숫자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난에 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 수상개화(樹上開花)는 나무 위에 꽃이 핀다는 의미로 꽃을 피워 상대방을 유혹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브랜드가 하나의 큰 나무라고 가정한다면 그 위에 꽃을 얹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한다면 강력한 브랜드 개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컬러와 브랜드 개성
미국의 유명한 컬러테라피스트 케만쿠사는 어떤 제품에 대한 첫인상의 60% 이상은 컬러가 결정한다고 했다. 시각이 오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 컬러는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요소이자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결정적 매개체가 된다. 따라서 브랜드의 시각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컬러다. 컬러와 브랜드의 관계에서 몇 가지 필수로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우선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BI와 CI는 물론 각종 프로모션에 사용되는 모든 컬러는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가 특정 컬러와 해당 브랜드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일성은 브랜드에 대한 잔상효과를 강하게 남긴다. 컬러의 세계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색상 수는 예상외로 소수에 한정된다. 일정 브랜드와 컬러를 연결할 때 겹치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런 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다. 최근 원색이 아닌 파스텔톤 컬러가 많이 사용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이미 다른 브랜드와 연계돼 있는 색을 피해 나만의 고유색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것이므로 그만큼 위험이 크다. 두 번째 방법은 메인 컬러와 보조 컬러를 선정하는 혼합 방식으로 컬러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두 가지 컬러가 경쟁자들과 일치할 확률은 낮으므로 차별성을 강화하고 단색이 주는 단조로움을 피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컬러를 이용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면 컬러의 특징을 잘 살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다섯 가지 색상을 살펴보자. 우선 빨간색(red)은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의 유니폼이나 코카콜라 등의 색으로 강한 이미지를 갖는다. 빨간색은 식욕을 자극하는 색으로 알려져 외식업계 또는 식품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 코카콜라의 빨간색은 비수기인 겨울에 매출액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산타클로스에게 빨간색 옷을 입히고 검정색 콜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줘서 코카콜라의 빨간색을 각인시켰다.
두 번째 색상은 최근 그린 소비자, 웰빙, 지속가능경영이 이슈화되면서 많이 사용되는 초록색(Green)이다. 초록색은 안전, 중립, 평화, 자연친화적, 미래지향 등을 의미한다. 또한 눈에 가장 편안함을 주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는 초기에 커피색을 사용했으나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는 환경 경영을 지향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초록색으로 브랜드 컬러를 변경했고 바리스타들에게도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게 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의 대표주자인 네이버 역시 평화와 중립을 지키며 안정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녹색을 컬러로 삼았다. 이어 깨끗하고 바른 인터넷 사용을 권장하고 친환경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녹색을 기업 전체의 이미지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 번째 색상은 블루(Blue)다. 블루가 상징하는 것은 원래 우울함이었지만 현재는 첨단, IT 분야에서 신뢰감 있고 미래 지향적인 컬러로 많이 쓰인다. 삼성전자를 생각하면 로고와 함께 삼성 블루라는 색상이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파란색을 통해 소비자에게 역동성과 혁신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또한 파란색은 깊고 푸른 바다, 맑은 하늘을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맑고 순수함, 행복과 신뢰를 상징한다. 특히 성스러움과 희망이라는 메시지와 연결되는데 그 유래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신부가 결혼식 하객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터키석으로 비둘기를 만들어 선물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티파니의 창업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 Tiffany)는 이 스토리에 착안해 파란색을 브랜드 컬러로 선택하고 티파니 블루라는 색을 만들어냈다. 티파니는 오늘날 ‘결혼의 대명사’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네 번째, 보라(Purple)는 예술과 신비로움의 대명사다. 일반적으로 고급스러움과 신비한 느낌을 갖고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많이 사용된다. 고대부터 가장 귀한 염료의 색상으로 왕족과 귀족 등 소수에게만 허용된 권력과 품격의 색상이기도 했다. 이 점에 착안해 현대카드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카드 서비스에 ‘퍼플’ 색을 덧입혀 귀족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안나수이는 보라색이 지닌 희소성을 테마로 하고 보라색 포장이나 박스를 비롯해 홈페이지마저 보라색으로 만들어 고귀함과 예술성, 신비로움 등을 자극하고 있다. 역시 뚜렷한 컬러 정체성의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은 검정(Black)이다. 이 색은 도시적이며 모던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세련과 고급스러움, 부유함을 상징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많은 CEO나 부호들이 검은색 세단을 선호한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검은색 옷, 검은색 상자 등 검은색을 통해 자사 이미지를 구축했다. 샤넬 역시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를 통해 모던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었다. 샤넬의 창시자 코코샤넬은 “블랙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색으로 완벽하게 아름다운 색이다”라는 말로 검은색을 표현했다. 특별한 날이면 항상 검은색 옷을 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샤넬은 매장 인테리어에도 검은색을 사용했고 검은색 핸드백과 드레스, 각종 소품 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고 명품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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