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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문제들’ 해결은 못해도 관리는 가능하다

존 C. 카밀러스(John C. Camillus) | 10호 (2008년 6월 Issue 1)
나는 지난 15년간 고위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전략 수립에 대해 연구해 왔다. 내가 연구한 기업 중 상당수는 매우 정교한 프로세스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거시 경제 예측을 바탕으로 매년 하향식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이런 부류의 기업들은 거대한 고객 데이터의 분석 잦은 기획 회의 개최 역량 모델링 리얼 옵션(real option) 분석 등과 같은 테크닉을 활용해 전략을 수립한다. 이런 접근법은 고객 지향적이고, 자사의 역량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기업들이 전략을 빨리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접근법도 여전히 문제점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전략 수립 과정에 복잡한 문제를 빠뜨리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으며 계속 복잡해지는 환경을 반영한 모델을 개발하지 못한다. 그 결과 현대 전략-기획 프로세스는 기업들이 직면한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데이터를 추가로 수집하고, 이슈를 명확히 규명하거나 문제를 세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기획과 관련해 그들이 사용하는 테크닉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만들지 못한다. 또 이 과정에 제안된 해결 방안의 실행에는 상당한 정치적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나는 많은 전략적 이슈들이 단지 어렵거나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약한(wicked)’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약하다’는 어려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호스트 W.J. 리텔 교수와 멜빈 M. 웨버 교수에 따르면 고약한 이슈들은 전통적인 프로세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문제와 차이가 난다. 이 두 교수는 UC 버클리의 디자인, 도시계획학과 교수로 1973년 ‘Policy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약한 문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고약한 문제는 무수히 많은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설명하기 어려우며, 정답이 없다. 환경 파괴, 테러리즘, 가난 등이 고약한 문제의 전형적인 예다. 고약한 문제는 ‘어렵지만 일상적인 문제(hard but ordinary problems)’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어렵지만 일상적인 문제’는 표준화한 테크닉을 사용해 한정된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를 의미한다. 전통적 프로세스는 고약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해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공공 정책,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설계 등과 같은 분야에서 피터 드그레이스, 레슬리 휴렛 스탈, 제프 콘클린 등과 같은 전문가들은 고약한 문제를 발견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드그레이스와 스탈은 ‘고약한 문제, 적합한 솔루션: 현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패러다임 목록’(1990)을 저술했고, 콘클린은 ‘고약한 문제의 개념 공유하기’(2006)를 저술했다. 특히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강력한 개념을 잘 활용했지만 기업 전략 분야에서는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기업들은 전략적 사안들이 ‘고약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고약한 문제는 무엇인가?
고약한 문제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리텔과 웨버에 따르면 고약한 문제의 특징은 10가지로 압축된다.(표 ‘고약한 문제의 10가지 특징’ 참조) 주의할 것은 제시하는 기준이 고약한 정도를 결정하는 테스트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이 기준을 활용해 문제가 고약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식견을 가질 수 있다.
 
조직이 계속적인 변화를 추구하거나 전례 없는 도전을 해야 할 때 종종 고약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약한 문제는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한다. 이해관계자들 간에 합의되지 않을수록 더 고약한 문제가 된다. 사실 고약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복잡성은 문제를 다루기에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모든 문제가 고약한 것은 아니다. 혼란, 불일치, 미발전(lack of progress) 등은 고약한 문제로 변할 수 있다는 암시를 하는 것이다.
 
내 컨설팅 경험에 비춰보면 전략에 관련한 이슈에서 다섯 가지 특징이 존재할 때 경영진은 그들에게 고약한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다음 주요 기준을 나열하고 이를 활용해 오늘날 월마트가 당면한 성장 과제가 얼마나 고약한 문제인지 설명하겠다.
 
고약한 문제는 다른 가치와 우선순위를 갖고 이해관계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월마트가 더 빠른 성장을 추구할수록, 많은 이해관계자가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월마트를 지켜본다. 이때의 이해관계자로는 직원, 노동조합, 주주, 투자자, 채권자, 제조업자, 합작 투자 파트너, 미국 정부, 월마트 지점이 있는 다른 국가들, 고객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정부기구(NGO), 상품을 수입하는 특정 국가들이 근거리에서 월마트를 지켜본다. 월마트의 이해관계자들은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회사의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다. 각 집단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기업의 선택과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샘 월튼이 아칸서스주 로저스에서 월마트를 세운 1962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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