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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라, 그러나 한계를 정해라

데이비드 실버맨(David Silverman) | 10호 (2008년 6월 Issue 1)
트렁크 속에 뭐가 있습니까?” 앳된 얼굴의 경찰이 물어왔다.
책이 좀 들어있습니다.”
 
경찰은 우리 회사 자금관리 이사인 리치를 밖으로 불러내 몸을 수색한 다음 경찰차로 데려갔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황량한 옥수수 밭 그 어디에도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농부들이 우리를 본다 해도 아무런 상관은 없었다. 나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경찰을 붙들고, 우리가 좀 전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 인생 최악의 날에 하지도 않은 교통 위반을 이유로 텅 빈 고속도로 이차선 도로 한쪽에 붙들려 꼼짝도 못하고 있노라니 싸울 기력조차 없었다.
 
경찰관은 내 가방에 마약을 하기 위한 도구가 들어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내 가방 속에는 그날 오전 해고한 직원 명단이 들어있었다. 마닐라에서는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지만 그날 하루 동안 클라린다와 애틀랜틱에서 마흔 명을 해고했다. 볼티모어, 세인트폴, 시러큐스에서도 몇 명을 내보냈다. 단 하루 동안 전체 직원의 20% 가량을 해고한 것이었다.
 
서류 가방 속에는 댄의 변호사가 보내온 서한도 들어있었다. 한때 같이 클라린다를 꾸려나갔던 댄은 한 달 전에 자신을 해고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을 해왔다. 댄의 변호사는 편지에서 댄을 다시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수십 명의 직원을 해고한 마당에 댄을 다시 고용하라는 편지를 보니 우습기까지 했다. 우리 회사가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피어슨(Pearson), 하코트(Harcourt), 톰슨(Thomson)을 비롯한 일부 대형 출판사들과 수십 년 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 상황뿐 아니라 마닐라에 있는 해외 사업부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마닐라의 1인당 연간 인건비는 인도에 비해 세 배나 많은 6000달러 수준이다.
 
돈을 벌어 회사를 상장(上場)하겠다는 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두려움과 좌절감만 남았다. 2년 전, 댄과 함께 재정난을 겪고 있던 클라린다 컴퍼니를 인수한 다음 회생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첫 한 해 동안 매출이 30%나 증가했고 클라린다는 당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윤을 얻었다. 다음 해에는 성장이 정체되었다. 이제 댄도 없는 마당에, 나는 홀로 사장 자리에 앉게 되었다. 리치의 말대로 클라린다는 좀처럼 빠져 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져버렸다.
 
많은 직원들을 해고한 덕에 묘안을 생각해낼 시간을 좀 벌긴 했다. 하지만 과연 묘안이라는 게 있긴 할까? 회사도 살리고 내 커리어도 살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백미러를 통해 경찰관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어대는 리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동차에서, 회사에서, 아이오와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클라린다를 살리기 위해 개인 신용을 담보로 200만 달러의 대출을 얻지 않았거나 대출을 못 갚는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집이 은행으로 넘어가지만 않는다면 정말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
 
벗어나야 한다
자동차로 돌아온 리치에게 애초에 클라린다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했다며 사과 했다. 구렁텅이에 빠진 이 조그만 회사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하게 지내온 20년 지기인 리치의 MBA 학위, CPA 자격증, 언스트 앤 영(Ernst & Young)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모두 빛을 잃게 된 것이다.
 
리치는 회사를 살리고 싶은 건지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건지 물어왔다.
관둘 거야. 난 벗어나고 싶어.”
그래, 그럼 우선 대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보자. 회사를 팔면 어떨까?”
리치, 고객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려야 할 것 같아. 레드 본즈는 이미 해고사태에 관한 소식을 들었을지도 몰라.”
 
몇 주 전 출판사인 리드 엘세비어(Reed Elsevier)와의 파트너 관계가 끝이 나는 바람에 레드가 쥐고 있는 300만 달러가 우리 회사 전체 수익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되었다. 엘세비어가 보내온 편지에는 “미국 업체 세 군데와만 일을 하고 나머지 일은 인도의 새로운 협력업체에 맡길 겁니다. 클라린다는 아쉽게도 4위에 머물렀습니다”고 적혀있었다. 4위에 머문 업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갑자기 1200만 달러에 달하던 매출이 900만 달러로 줄어든 것이었다. TPC의 재키가 300만 달러어치의 일을 주고 있었고 IPC 프린트(IPC Print)에서 100만 달러어치의 일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맥그로힐(McGraw-Hill), 옥스퍼드대학(Oxford University), 톰슨(Thomson)등 여러 출판사에서 나머지 200만 달러어치의 일을 주었다. 모든 고객들이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다음 학년도에 어떤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우리 회사가 살아날 수도 있고, 회사의 몰락과 함께 내가 파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레드한테 전화했다고 하지 않았어, 데이비드?”
전화를 하긴 했는데 자리에 없었어. 재키 디도 없었어. 음성 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끊었어.”
자동차는 주간 고속도로 80번 방향으로 질주했고 나는 창문을 내리고 손끝을 스쳐가는 따뜻한 공기를 느꼈다.
 
고객이 요구할 때는 나는 언제나 고객이 원하는 곳에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는 어떨까?”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얘기할거야?”
사실대로 얘기해야지. 댄은 이미 해고됐고, 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뭐라고 얘기하겠다는 거야? 댄의 음주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는 거야? 데이비드, 내가 아는 변호사와 먼저 얘기를 해 봐.”

왜 고객에게 전화하는가?
오마하에 있는 호텔방에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다는 리치의 친구인 잭에게 전화를 걸어 클라린다의 상황을 설명했다.
 
잭은 왜 고객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지를 물어왔다.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 봅시다. 무엇 때문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나는 잭에게 우리 회사의 피어슨 담당 영업대표인 맥스웬슨이 피어슨의 생산담당 부사장인 레드 본즈나 다른 구매담당자들에게 이미 정보를 흘렸을 거라고 설명해줬다. 20여 년 동안 피어슨 교육서적 부서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 오고 있는 맥스웬슨은 피어슨 이외의 그 어떤 고객에게도 전화하지 않는 대신 새로 온 영업담당자 베스가 피어슨의 그 어떤 부서와도 일하지 못하게 훼방을 놓았다.
 
그 사람이 피어슨 구매 담당자들에게 어떤 얘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많은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은 틀림없이 얘기했을 테고, 어쩌면 댄이 술주정뱅이였다는 사실도 얘기했겠지요.”
그래요. 그럼 그 사람들이 사장이 아닌 맥스웬슨의 입을 통해 그런 소식을 들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연 그 사람들은 당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설명해 주기를 바랄까요? 제가 당신이라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걸 설명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일단 사장이 입을 열면, 그 소문은 사실이 되어버립니다.”
 
잭은 오랫동안 변호사로 일해 온 때문인지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세인트폴에 있는 피어슨 전담 편집 직원들도 피어슨 측에 얘기를 흘릴 겁니다. 그리고 TPC 말입니다. 제가 경찰한테 붙들려 꼼짝 못하는 동안 애틀랜틱 공장에서 온 직원들이 샌안토니오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했을 겁니다.”
선택권은 사장님께 있습니다. 앞으로 사장님이 내릴 결정은 직원들보다 사장님께 더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클라린다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도 어떤 정보를 공개할지, 어떻게 공개할지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많은 회사가 공식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고 보류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보를 공개했을 때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왜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려는 겁니까?”
 
잭의 말을 듣고서 내가 되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겁니까? 고객들이 궁금해하도록 그냥 두라는 겁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되죠.”
하지만 고객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정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객들이 경쟁업체로 떠나버릴지도 모르잖아요.”
댄의 음주습관이나 해외의 경쟁업체 때문에 거래처를 잃게 된 사실,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소식을 모두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다른 업체로 떠나버리겠죠.”
 
그게 우리가 갖고 있는 전부인가?
저녁 식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리치는 식사 대신 위스키와 얼음을 주문했다.
 
솔직하게 얘기해 보게. 클라린다가 자네가 원하는 거야?”
클라린다를 정상궤도로 돌려놓고 경쟁업체를 사들이고 회사를 상장하는 것 말인가? 아니, 그건 댄의 꿈이었지. 나는 댄의 꿈에 동승했을 뿐이네. 댄이 없으면, 클라린다는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직장에 불과해.”
다행이네. 그럼, 최근에 매각된 업체에 대해 얘기를 해보게.”
인도 회사인 부커스가 링컨과 ABC를 인수했지.”
얼마에 거래된 거야?”
“1년치 매출.”
그 업체들은 매출을 어떻게 예측했어?”
그냥 추측할 수밖에 없었지. 이 업계에선 정확히 얼마만큼의 일을 주겠다고 보증하는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없어.”
리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다음해의 수익을 예측하는 것뿐이란 말이야?”라고 물어왔다.
그렇지.”

모든 사실을 말해버려라
방으로 돌아와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꿈속에 나타난 댄은 몇 년 전 볼티모어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데이비드, 자네는 지금 큰 문제에 직면했네. 바로 자네가 직접 고객들에게 전화를 해야 하니까.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게. 고객들에게 모든 얘기를 솔직하게 해야 하네. 레드는 자네가 사실을 인정하기를 바라네. 그리고 자네는 레드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가.”
어떤 도움?”
우리가 가꿔온 클라린다를 악마 같은 경쟁업체 중 하나에게 팔아넘기든, 그렇지 않든, 자네는 레드로부터 사업상의 약속을 받아내야 하지 않는가. 클라린다가 망하지 않게 하려면 레드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 엘세비어가 떠난 자리를 메우려면 피어슨으로부터 더 많은 일을 따 내야 하지 않는가. 자네는 맥스웬슨을 해고해도 좋다는 레드의 허락이 필요한 거야.”
맥스웬슨을 해고하라고? 이미 많은 사람들을 해고했는데, 직원을 또 해고해야 한다고?”
물론이야. 리치가 얘기한 것처럼 맥스웬슨은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직원이야. 맥스웬슨이 받아먹는 커미션이 피어슨과의 거래를 통해서 얻는 이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건가?”
 
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맥스웬슨을 해고하려면 레드의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레드와 맥스웬슨은 수십 년 동안 친하게 지내왔지. 하지만 어쩌면 자네가 날 버린 것처럼 레드도 오랜 친구를 버릴 채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자네도 보드카 몇 모금 마셨다는 이유로 별 고민도 없이 오랜 친구를 내치지 않았는가.”
 
가까스로 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꿈속에서조차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고객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우리가 맡고 있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 발주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도 직원들을 해고해야겠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 댄의 말을 따랐다가 실패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꿈속에 나타난 댄을 믿어도 되는 걸까? 지난 몇 년 동안, 고객들은 댄이 그 누구보다 이 업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떤 댄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걸까? 꿈속에 나타난 댄, 혹은 술주정뱅이 댄?
 
리치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이나 재정문제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지만, 본인도 인정했듯이 영업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잭은 가장 합리적인 의견을 제안했지만 회사가 돌아가는 실상은 잘 알지 못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음성 사서함을 확인했더니 두 개의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직원 해고가 있을 거라는 소식을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레드의 메시지였고 다른 하나는 다음 주 월요일에 샌안토니오로 오라는 재키 디의 메시지였다.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비행기가 라구아디아 공항에 착륙하지 않고 영원히 상공을 맴돌지 않는 한 전화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뿐이다.

클라린다의 사장은 회사가 처한 어려움과 관련해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일러주어야 할까? 네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자. 실제로 클라린다 컴퍼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bailusout.case.hbr.org.에서 그 결과를 살펴보기 바란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은 우리 회사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 클라린다도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짐 마쉬는 런던에 위치한 통신업체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Cable & Wireless)의 유럽, 아시아, 미국 지역 CEO이다.
 
최근에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생각해볼 때, 클라린다의 사장에게 회사의 상황을 고객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것을 권하고 싶다. 2006년 4월,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에 들어와 지금의 자리에 앉았을 당시, 클라린다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회사도 상황이 비슷했다. 우리 부서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고객 서비스 상태가 좋지 않았을뿐더러 현금도 부족했다. 이전에 회사의 운영을 맡았던 경영팀은 회사의 재정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고,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도 우리 회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는 고객 및 동료들에게 이런 문제를 알리기 위해 확실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알리는 동시에 구체적인 이정표를 담은 로드맵을 제시했고 그 로드맵에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변화의 방향 및 고객 및 동료들이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사실 상황을 알리는 것 그 자체보다 변화의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회장과 나는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들고 전 세계에 있는 주요 고객들을 직접 찾아나섰다. 개인적으로 직접 고객을 찾아나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객들은 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우리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우리의 눈을 쳐다보고, 우리를 신뢰하여, 약속한 변화를 이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주는 것이 중요했다. 중요한 고객들을 만나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전화를 걸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중역 중 한 명을 뽑아 100명의 최상위 고객을 매 분기마다 한 분 한 분 만나고 필요힌 일을 도와줄 것을 지시했다. 모든 고객이 이런 종류의 잦은 만남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열린 대화 경로를 만들어두니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후에 고객들이 당사의 ‘열린 운영 방식’을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과 (대부분의 고객은 당사의 운영 방식을 ‘참신하다’고 표현했다) 거짓 없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고객이 회사의 처지를 이해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과거의 실수로 인해 회사에 대한 고객의 믿음이 줄어들긴 했지만 고객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우리 회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고객의 진심어린 마음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얻을 수 있었다. 단, 우리가 고객에게 그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다만 고객에게 능력을 증명해 보일 기회를 한 번 더 줄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려줄 것인가’ 하는 질문은 항상 존재한다. 가령 클라린다의 사장 데이비드의 경우 회사를 팔고 싶다는 얘기를 고객에게 해야 할까? 우리 회사의 경우,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의 일부인 우리 부서의 재정 상태를 고객에게 알린다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고객들에게 믿음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중역들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 하나까지도 모두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업과 관련된 확정되지 않은 결과까지 모두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기꺼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나서자 우리가 처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감정적인 동조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고객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에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모든 정보를 알리기 시작한 지 2년이 좀 더 흐른 지금, 우리는 계획대로 성과를 얻어내고 있으며, 회사의 주가가 올라갔고 고객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투명하게 모든 것을 알리기로 한 결정이 주효했다. 클라린다도 모든 것을 털어놔야 한다.

데이비드는 어서 정신을 차리고 매입 의사가 있는 업체에서 관심을 가질 만큼 매력적인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릭 리커슨(rick@pinecreekpartners.com)은 사모투자회사 파인 크릭 파트너스(Pine Creek Partners)의 사장이자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매각하라: 회사에서 손을 털고, 돈도 벌고,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 아마콤, 2006> (원제: Sell Your Business Your Way: Getting Out, Getting Rich, and Getting on with Your Life)의 저자이다.
 
데이비드는 클라린다의 고객들과 대화를 나눌 때 필요 이상 많은 것을 알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해고 소식은 아직 업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차피 곧 알려질 테니 해고와 관련한 사항은 공개하는 것이 좋다. 데이비드는 피어슨의 구매담당 레드 본즈에게 해고에 관한 소식을 좀 더 일찍 전해주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리드 엘세비어와의 거래가 중단되는 바람에 해고를 하게 되었다는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 그 이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굳이 떠벌릴 필요가 없으며 피어슨과의 거래를 지속하는 것이 클라린다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댄의 음주 문제에 관해서나, 댄과 관련된 소송에 대해서는 알려줄 필요가 없다. 다만, 상대가 물어온다면 비용절감 차원에서 댄을 해고한 것으로 설명하면 된다. 회사를 팔고 싶은 속마음을 내보이거나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거나 장기 거래를 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는 인상을 주는 행동은 금물이다.
 
흔치 않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고객을 만나 회사 매각 계획을 알려주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가령 인수 의사를 갖고 있는 업체가 효율적인 운영방식이나 고객과의 공정한 거래로 정평이 나 있어서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라면 매각 계획을 알려주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어쩌면 고객들이 경쟁업체와도 직접 비즈니스 관계를 갖고 있다면 경쟁업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회사를 매각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매입에 관심 있는 업체를 찾아내거나 입찰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들은 고객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 만큼 고객에게 현 상황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거래가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기 전, 즉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가 거의 마무리되고 계약서 서명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르기 전에는 회사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 서명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 “인수업체가 추가로 자본을 투자할 것이고, 자본 투자는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인수업체의 해외 영업부서가 운영비용을 절감할 것이다”라는 등의 근거를 바탕으로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매각 소식을 알리면 된다. 고객에게 매각 사실을 알리고 나면 인수업체가 실사과정의 일환으로 고객의 얘기를 듣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매각 사실을 알리고 나면 경쟁업체 쪽으로 고객들이 몰려갈 수도 있고 경쟁업체들에게 매각 소식을 악용할 기회를 주게 된다. 가령 경쟁업체들이 고객에게 “이건 비밀인데, 새 소유주가 돈에 눈이 먼 사람이라고 합니다. 돈을 너무 많이 차입한 상태여서 고객 서비스 부문에 곧 문제가 생길 겁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곧 큰일이 날 겁니다”고 일러주며 매각에 관한 나쁜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경쟁업체들이 회사 매각을 절망의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객에게 어떤 얘기를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데이비드는 클라린다를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클라린다를 위한 내 조언은 어서 기운을 차리고 회사로 바로 돌아가 사업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아 구매자가 마음에 들 만한 상태로 바꾸어 놓으라는 것이다.
 
물론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가격을 앞세운 해외 업체의 공략으로 인해 업계가 사양길을 걷고 있으며 사업 수익의 25%를 차지하는 고객을 잃었고, 개인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얻는 바람에 200만 달러라는 빚을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피어슨과 같은 몇몇 훌륭한 고객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클라린다의 경쟁업체는 일 년치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이는 곧 클라린다를 매각한다면 900만 달러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으며 매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 업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데이비드는 결코 당황할 필요가 없다. 고객과의 관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환상적인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배가하고 클라린다의 현재 수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몇몇 고객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서야 한다. 이럴 경우, 인수업체들이 보기에 한층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수의사를 가진 업체가 나타나더라도 일 년 정도 더 운영할 수도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끔찍한 시간을 보낸 탓에 무조건 벗어나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완전히 방향을 잃고서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은 실수일 수도 있다.

고객에게 모든 상황을 알려 고객에게서 신뢰를 얻게 된다 하더라도 잠재적인 인수업체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리처드 차킨(Richard_charkin@bloomsbury.com)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해리 포터를 출판한 런던 소재 출판업체 블룸스버리 퍼블리싱(Bloomsbury Publishing)의 중역이며 학술서적, 무역서적, 네이처(Nature) 등의 학술 잡지를 출판하는 업체인 맥밀란의 CEO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 사례의 주인공인 데이비드가 클라린다가 직면한 모든 문제 및 회사를 매각할 계획을 고객에게 알리는 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것과도 같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 또한 실수가 될 수 있다. 업계가 좁은 만큼, 데이비드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은 금방 들통이 날 것이다. 데이비드는 사실을 모두 알려주지도 않고 거짓말을 하지도 않는 선에서 태도를 정리해야 한다.
 
댄이 등장한 꿈은 악몽일 수도 있겠지만 한때 사업 파트너인 댄의 조언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고객에게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자비를 요구하면 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변호사인 잭이 지적한 바와 같이 데이비드에게는 고객들이 영업사원들에게서 전해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확인해 줘야 할 의무가 없다. 고객들이 아무리 충성스럽다 하더라도 그 고객은 우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및 상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클라린다의 고객이고,(맥밀란에 있을 당시 바로 그런 상황에 몰린 적이 있다) 클라린다가 망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회사를 살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대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릴 것 이다.
 
뿐만 아니라 데이비드의 호소가 고객의 의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여 계속해서 클라린다에 발주를 하겠다는 비공식적인 약속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인수업체로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클라린다의 고객이 클라린다의 상황을 좋게 설명한다면 인수업체는 무언가 예기치 못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즉 클라린다 측으로부터 회사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업계를 통합하겠다는 클라린다의 전략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것으로 보이는 댄이 이미 회사를 떠난 상황임을 감안해볼 때,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데이비드의 결정만이 유일하게 분별 있는 생각이라고 여겨진다. 회사를 매각하려면 데이비드는 고객들에게 회사의 미래에 관한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소유주가 그 비전을 실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가령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다. “직원들을 해고하긴 했지만 클라린다는 계속해서 성장할 겁니다. 국내에서 경쟁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도에서 파트너를 물색하여 필리핀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겁니다. 이런 야망을 실현하려면 재투자가 필요합니다.”(엄밀하게 말해서, 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재투자의 한 형태다.) “클라린다의 주식에 관심이 있으십니까?”(고객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이런 제의가 양사의 파트너 관계에 대한 저희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으셨을 겁니다.”(운이 좋다면 이런 자신감을 보일 경우 상대로부터 보답을 받을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발주를 하겠다고 고객들이 약속을 하건 그렇지 않건, 클라린다를 매입할 업체를 찾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 맥밀란과 같은 출판업체들의 자회사를 포함한 인도의 식자업체들이 미국의 식자업체들을 인수해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미국 업체를 인수하면 미국에 있는 고객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고 미국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팀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미국업체는 피인수 대상으로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영업담당자 및 미국 고객들과의 관계가 무한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맥스웬슨이 회사에 벌어다 주는 수익에 맞먹는 수준의 커미션을 받아 챙긴다면, 맥스웬슨을 해고하는 것이 옳다. 뿐만 아니라 이 사항에 대해서는 피어슨의 구매담당 중역인 레드 본즈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레드와 맥스웬슨이 서로 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드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바로 피어슨에 있는 자신의 상사다. 맥스웬슨이 과도한 커미션을 챙긴다면 결국 클라린다와 피어슨이 그 돈을 함께 부담하게 된다. 데이비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레드와 솔직하게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와 대인신뢰를 혼동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킴벌리 D. 엘바흐(kdelsbach@ucdavis.edu) 교수는 대인인지 분야의 전문가다. 엘바흐 교수는 MBA 1학년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 행동 수업 시간에 클라린다 사례가 담겨 있는 데이비드의 저서 <식자공>을 교재로 활용해 오고 있다.
 
데이비드는 클라린다를 경영하는 동안 정직이라는 덕목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항상 데이비드를 정직하게만 대한 것은 아니었고 데이비드는 그런 상황에 넌덜머리가 났지만 여전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데이비드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이타주의가 좋은 점은 고객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고객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신뢰를 혼동하는 흔하디흔한 실수를 범하고 있다. 데이비드는 고객에게서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란 상대에게 필요로 하는 재화를 제공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라면, 클라린다에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에 해당한다.
 
데이비드는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를 대인신뢰와 혼동하는 듯하다. 대인신뢰란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상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도 언젠가는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경우에는 클라린다의 경영진이 고객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그 진심이 미래의 또 다른 거래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을 뜻한다.
 
사업관계에도 대인신뢰가 존재하지만,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대인신뢰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클라린다의 영업대표인 맥스웬슨은 피어슨의 생산 담당 부사장인 레드 본즈와 20여 년에 걸쳐 대인신뢰를 형성해 왔다. 몇 차례의 전화통화나 및 한 차례의 만남을 통해 대인신뢰를 형성하려고 하면 상대에게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를 형성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을 얘기할 건지, 어떻게 얘기할 건지를 결정할 때 데이비드는 좀 더 전략적으로 굴 필요가 있다. 필자는 연구를 통해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선 데이비드의 메시지는 단순해야 한다. 둘째, 데이비드의 메시지를 통해 데이비드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메시지에 이성적인 의사결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클라린다의 상황을 알릴 때에 데이비드는 식자업계의 상황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얼마 전 큰 고객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과 기타 사업상의 난관에 대해서는 설명해야 한다. 특히 고객들이 소문을 통해 들었을 법한 얘기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는 고객들에게 이런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미국 직원들을 내보내는 등 합리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가령 고객에게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희 회사는 현재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해 해외 근무 인력을 늘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핵심 인재들, 즉 클라린다의 지식 기반에서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교과서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 머물게 할 계획입니다.”
 
만일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신뢰 형성을 원한다면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고객에게 일러주지 않아도 된다. 고객에게 어려운 상황에 대해 알려주면 장기적으로 대인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고객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의 경우,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클라린다의 능력과 무관한 댄의 음주 습관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고객 및 잠재적인 인수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클라린다라는 회사의 가치와 직원들의 능력이고, 회사를 팔겠다는 데이비드의 결정은 클라린다라는 회사보다는 개인적인 재정 상황과 관련된 것인 만큼 고객들에게 회사를 팔겠다는 계획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데이비드 실버맨(dsagman@yahoo.com)은 난국에 처한 식자업체를 살리기 위한 자신의 사투를 그린 <식자공: 미국의 마지막 식자공 혹은 나는 어떻게 400만 달러를 벌고 또 잃었는가, 소프트 스컬 프레스, 2007>(원제: Typo: The Last American Typesetter or How I made and Lost 4 Million Dollars)를 집필했다. 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을 뼈대로 이번 사례를 구성해 보았다. 실버맨은 현재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상담해 주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음악가가 음악 활동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 업체 잼시드(Jamseed)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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