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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강남스타일

진입장벽 낮춘 ‘말춤’세계를 사로잡다

이방실 | 118호 (201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태용(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2009 1031, 대한민국 음악계에 낭보가 들려왔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의노바디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00’에서 76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2009 6월 노바디 영어 싱글 발표 후 약 4개월 만에 거둔 성과였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핫 100 진입에 성공한 뉴스였기에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원더걸스는 당시 미국의 인기 아이돌 밴드인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 투어 오프닝 공연을 맡아 노바디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멤버 전원이 두 달 간의 투어기간 내내 매일 10시간씩 흔들리는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며 돌아다녔다는 소식에 한때부당 대우논란까지 일 정도였다. 당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원더걸스의 로드 매니저를 자청, 멤버들의 뒷바라지에 몸소 나서며 노바디 홍보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2 913.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싸이의강남스타일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 64위로 진입, 원더걸스의 기록을 깨트렸다. 100 진입 이전까지 그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건 음악 엔터테인먼트 전문 채널인 VH1의 아침 프로그램(823) MTV VMA(Video Music Award) 행사(97), NBC ‘엘렌 드 제너러스 쇼(911)’에 출연한 게 전부였다.

강남스타일의 순위는 그 이후로도 수직 상승, 급기야 2주 뒤인 927일에는 빌보드 차트 2위에 등극했다. 한국인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빌보드 차트 10위 권 내에 진입한 건 1894년 시작된 빌보드 11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단 1주일 만에 빌보드 차트 순위에서 탈락한 것과 달리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노바디와 비교해 강남스타일이 이처럼 단숨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2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환경 변화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우선 지금은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SNS가 활성화돼 있다. 최근 1∼2년 사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에 이르기까지 ‘K(K-POP)’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기본 토양이 갖춰진 덕에 싸이는 글로벌 무대에 진출함에 있어서 원더걸스를 포함해 이전의 한국 가수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남스타일의 인기 원인은 싸이라는 가수 자체의 독특한 캐릭터와 흥겹고 신나는 음악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마케팅의 기본인 4P의 첫 번째 요소인제품(Product)’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변화된 미디어 환경 변화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SNS를 통한 사전 마케팅에 주력한 YG엔터테인먼트의 치밀한 전략이 더해지면서 강남스타일은 메가톤급 폭발력을 더해갈 수 있었다. DBR이 기존 K팝과 차별화된 싸이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SNS 사전 마케팅 통해 확산 모멘텀 창출

현재 음반 미디어 시장이 예전처럼 TV 방송과 아날로그 음반 판매라는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좌우됐다면 지금과 같은싸이 광풍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강남스타일 신드롬은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었다. 이는 2009년 원더걸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환경 변화다.

2009년 당시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의 음반 홍보를 할 때 철저하게아날로그방식을 따랐다. 우선 미국 내 인기 아이돌 그룹의 북미 투어에 동참해 관객들과의 접점을 가능한 넓히려고 노력했다. 순회 공연 중간중간 멤버들은 공연장 밖에서 스피커와 마이크 하나 놓고 팬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고 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홍보하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한다. CD 판매는 일반 CD 매장이 아닌 초등학생들이 잘 가는 의류 매장으로 정했다. 가격대는 디지털 음원과 같은 가격인 1달러로 책정했다. 원더걸스의 주요 팬층을 10대 초중반의 초등학생으로 설정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요약하면, JYP는 온라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프로모션 방식보다는 전통적인 음악 홍보 형태인 아날로그 방식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달랐다. 물론 SNS가 지금처럼 성숙하지 못했던 2년 전엔 JYP의 아날로그적 접근법이 최선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YG SNS의 진화로 인해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소통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게 향후 미디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싸이의 6집 앨범싸이육갑(6)’ 발매 전부터 SNS를 통한 사전 마케팅에 주력했다. 신곡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서였다.

우선 음원 공개 시기는 714일 토요일 자정에서 15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정했다. 이후 D-데이 기준 역순으로 순차적인 사전 마케팅 활동을 기획했다. , 음원 공개 4일 전인 711일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노홍철, 유재석, 현아가 연이어 등장하는 모습을 29초로 짧게 편집한 티저(teaser)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어 712일에는 유재석과 싸이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을 간추려 24초짜리 2차 티저 영상을 배포했다. 싸이만 단독으로 나온 장면이 아니라 유명 스타들과 싸이가 함께 나온 영상 부분만 선별해 티저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후 D-데이 이틀 전인 713일에는 스타들의 응원 멘트를 릴레이 형식으로 편집한 123초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빅뱅, 2NE1 등 싸이와 같은 YG 소속 동료 가수와 티아라, 바비킴, 김장훈 등 타 기획사 소속 가수는 물론, 고현정, 차승원, 하지원, 이경규, 정형돈, 김제동, 박지성 등 연예인부터 스포츠 선수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축하와 격려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드디어 음원 공개 예정일인 715, YG엔터테인먼트는멜론(www.melon.com)’ 등 주요 디지털 음악 사이트에 음원을 공개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싸이의 TV 출연과 2차 응원 멘트 동영상 업로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공개를 동시에 추진했다. 통상 기획사에서 음원 공개 시기와 함께 중시하는 의사결정 사항은 뮤직비디오 공개 타이밍과 TV 음악방송 출연 시기다. 특히 요즘처럼 가수의 음악성뿐 아니라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상황에서는 뮤직비디오 공개 시기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효정 YG엔터테인먼트 M&C(Marketing and Contents)팀 매니저는뮤직비디오 공개 시기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디지털 음원과 함께 공개하기도 하고 음원보다 먼저 알리기도 한다하지만 싸이 6집 앨범의 경우 홍보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같은 날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음원 공개를 한 715, 음악방송인 ‘SBS 인기가요에 싸이를 출연시켰고 같은 날 유튜브에 뮤직비디오와 2차 릴레이 응원 메시지 동영상도 함께 올렸다.

YG엔터테인먼트는 여세를 몰아 UCC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SNS의 급성장으로 인해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미디어 환경하에서는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입소문을 최대한 활용(viral marketing)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YG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의 게시물 공유 서비스에 주목했다. 판은 네티즌들끼리 문화나 뷰티, 여행, 요리 등 다양한 주제물에 대한 게시물들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효정 매니저는판은 카페와 블로그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고 사용자층의 폭도 넓은 편이라며싸이와 판을 합쳐 부르면싸이판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 낼 수 있어서싸이 강남스타일 따라잡고 싸이판 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UCC 콘테스트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UCC 콘테스트 기획 및 준비는 715일 이전부터 시작했지만 실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건 음원 공개 후 4일 뒤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패러디 영상을 만들도록 사용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뮤직비디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노출 시간이 필요하지만 1주일 이상 시간이 흐르면 신선도가 떨어져 UCC 콘테스트의 취지가 퇴색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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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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