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자의 부실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면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란 주주를 대신해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 인해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통제장치를 갖추고 이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극대화려는 연구 영역이다. 가장 대표적인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는 분산된 소유구조와 전문경영자에 의한 강력한 지배를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이런 지배구조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국가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국제 기업지배구조는 보통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미국 및 영국의 시장중심적인 메커니즘(market-oriented mechanism)과 독일이나 일본의 관계중심적인 메커니즘(relationship-oriented mechanism)이 그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자본시장이나 경영권시장이 잘 발달돼 있다. 따라서 이사회에 의한 내부 통제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 통상 지배구조를 논할 때 소유구조가 분산돼있다는 점을 기본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분산된 구조는 미국과 영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 다른 지역에서는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holder)가 존재하는 집중화한 구조가 훨씬 일반적이다. 경제대국인 독일이나 일본에서조차 시장 메커니즘보다는 이해당사자 간 관계에 기초한 통제 시스템이 형성돼있다. 즉 독일에서는 종업원과 은행이 경영 통제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계열기업의 상호 주식소유에 기초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경제 환경이 글로벌화하면서 각국간 기업 조직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다양성’과 ‘통합성’이라는 두 축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다양성이란 각국이 처한 제도적 환경이 상이해 지배구조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설명한다. 반면 통합성이란 글로벌화 등으로 여러 나라의 기업지배구조가 통합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관점이다.
국제기업지배구조의 다양성
기업지배구조가 국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그 나라의 제도적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 환경이란 법률 시스템이나 시장 메커니즘, 문화 등과 같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환경 요소로서, 인간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전체적으로 의미한다. 최근 새 정부가 규제개혁이나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제도적 환경을 개혁해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조직구조도 제도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지배구조란 그 사회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 논문에서는 각 나라별로 주주를 보호하는 법률체계가 얼마나 잘 갖춰졌는가에 따라 기업지배구조가 다른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주를 보호하는 법체계가 잘 갖춰진 경우, 소액주주들이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발달하게 된다. 이런 제도적 환경과 기업지배구조의 관계에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존재하는데, 이는 특정 제도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은 한번 형성되면 관성이 생겨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적 환경에 초점을 맞춰보면 경영자, 자본제공자, 종업원이라는 세 이해관계자의 상호작용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의 특성이 형성된다. 개별 국가의 제도적 환경은 이 세 집단의 성격에 영향을 끼쳐 각기 다른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한다. 우선 국가별 재산권 관련 법체계나 금융 시스템이 서로 다르므로 자본 제공자에도 차이가 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재산권을 강하게 보호하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이 활성화돼 시장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했다. 반면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은행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또 경영자 교육 과정의 특성에 따라 지배구조도 차이를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재무적 지식을 비롯한 광범위한 지식을 경영자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기술적 훈련에 좀 더 치중하는 독일에 비해 권위주의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노조의 형태, 노동시장의 개방성과 같은 조건들도 종업원의 경영 참여 수준에 영향을 끼쳐 지배구조의 차이를 유발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노동자의 경영 참여 수준이 낮은 반면,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종업원의 경영참여 수준이 높다.
국제 기업지배구조의 통합성
최근 많은 나라에서 지배구조의 개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 국제적으로 기업지배구조 통합성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미국식 지배구조를 도입했다. 이사회 및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영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제도적 압력에 순응해 국제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채택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