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of Pitfalls
편집자주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함정(pitfall)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역설(paradox)이라 하기도 합니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고 소득과 환경수준이 비례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대표적인 함정들을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소개합니다.
기업에 정말 필요한 혁신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개만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까?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혁신과 마케팅을 꼽았다. 우선,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 성장 엔진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혁신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제품을 고객에게 잘 판매하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또한 중요하다. 엄밀하게 보면 구태의연한 마케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므로 마케팅 자체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결국 경영 활동 중에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혁신은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요구된다. 기술 혁신, 신제품 혁신, 프로세스 혁신, 조직 혁신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 중에 남과 차별화되는 기술 혁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렵게 나온 기술이 고객을 오히려 당황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고객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새로운 기술이 당장 별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고객이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의 저주
기술 혁신이 가져올 혜택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고객의 행동 변화를 얼마나 요구하는지에 따라 신기술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적으면서 커다란 행동 변화를 요구해 익숙함과의 결별을 강요한다면 고객이 신기술을 외면해서 쪽박(sure failures) 신세가 되고 만다. 혁신적인 신상품 상당수가 시장에서 실패를 맛보는데 이것이 ‘혁신의 저주(curse of innovation)’다. 우리가 지금도 쓰고 있는 쿼티(QWERTY) 키보드 대신에 알파벳 배열이 달라진 드보락 키보드가 1982년에 나왔는데 결국 정착에 실패했다. 타자 속도가 약간 빨라지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타이핑 습관 변화를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혁신의 혜택은 크고 행동 변화 요구가 적다면 대박(smash hits)이 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혁신의 축복이 내려지는 것이다. 또 고객에게 변화 요구가 적으면 혁신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런대로 잘나가는 제품(easy sells)이 될 수 있다. 반면에 혁신이 아무리 획기적이더라도 고객의 변화 요구가 매우 높다면 곧장 신기술이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장기전(long hauls)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혁신의 크기와 고객의 행동변화 요구 수준 관점에서 네 가지 상황으로 나눠 혁신의 성과를 설명한 사람은 존 구어빌(John Gourville)인데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 하더라도 고객이 혁신에 대해 저항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능적 장벽과 심리적 장벽이 있는데 기능적 장벽에는 가치 장벽, 사용 장벽, 위험 장벽 등 세 가지가 있다. 혁신제품의 성능, 효과, 가격이 고객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치 장벽이고 고객의 행동 변화를 요구할 때 발생하는 것이 사용 장벽이다. 또 혁신을 수용하려고 할 때 고객이 느끼는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위험이 위험 장벽이다.
디지센트(Digiscent)사는 PC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아이스멜(iSmell)이라는 제품을 2000년에 출시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처음에는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향기에 대한 고객의 욕구가 그리 크지 않았고 인조 향기를 맡으면 신체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특정 제품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사용을 꺼리는 심리적 장벽도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처음 나왔을 때 가정 주부들은 사용하기를 꺼려 했다. 사용하기가 너무 편한 인스턴트 커피를 남편과 가족에게 타주면 자신이 너무 게으르다는 인상을 다른 사람에게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 때에는 기능적 혜택뿐만 아니라 고객의 수용 심리까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혁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 기존 사업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사업을 부정하고 무너뜨리면서 정말로 혁신적 기술로 새롭게 성공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존속적 혁신은 기업의 단기 매출을 올려주므로 단기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길게 보았을 때는 기업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왜냐하면 과감하리만큼 혁신적인 다른 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상품으로 무장하고 등장해 자사 기업의 매출을 급감시키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은 파괴적 혁신 기술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과감하게 새 기술을 채택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파괴적 혁신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보다 한발 앞서 나아가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잠재적 욕구를 단번에 해결해주는 파괴적 혁신이라면 대성공을 거둔다. 길게 보고 용기가 있는 기업이라면 파괴적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일찍이 강조한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였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상품을 만들어 파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취나드는 그 전에 취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 회사를 설립해 등반 장비를 만들었다. 자신이 위대한 암벽등반가이기도 했던 이본 취나드는 암벽등반을 하다 보면 암벽에 피통(piton)1 을 계속 박아야만 하고 그렇게 되면 암벽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대체 장비를 찾던 과정에서 박았다 뺐다 하는 게 아니라 조였다 폈다 하는 알루미늄 쐐기인 초크(Chocks)를 소량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피통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대체 용품인 초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사실 기존 제품인 피통을 아예 부정하고 신제품 초크를 도입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본 취나드는 과감하게 결정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 회사는 ‘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경경영을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잘못했으면 파괴적 혁신의 함정에 빠져들 수도 있었지만 신제품의 품질에 하자가 없고 환경보호라는 명분이 암벽 등반가에게 잘 먹혔기 때문에 혁신의 축복이 될 수 있었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