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M연구회
편집자주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도하는 PRiSM(Practice & Research in Strategic Management) 연구회가 DBR을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합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략 연구회인 PRiSM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면면을 상세히 분석, 경영진에게 통찰과 혜안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왜 기업은 때때로 실패할 확률이 높아 보이는 특정 전략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마치 전략에 중독된 것과 같은 이런 행태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암초로 작용한다. 기업이 전략에 중독됐다는 건 마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이 습관적으로 음주를 행하듯 특정 전략에 대해 높은 의존성을 보이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전략 중독의 사례가 M&A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M&A 전략에 중독된 모토로라의 몰락
지난해 8월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계획 발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미디어들은 앞다퉈 소식을 전했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M&A가 몰고 올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을 내놓느라 분주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 이어 휴대폰 제조 역량과 통신 관련 특허까지 갖추게 될 구글이 과연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것은 바로 모토로라의 몰락이다.
모토로라는 1973년 최초로 휴대폰 개발에 성공했으며 1998년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독보적인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였다. 과거 휴대폰 산업에서 혁신을 논할 때 주인공은 애플이 아니라 모토로라였다. 스타택(STAR-TAC)과 레이저(RAZR)폰은 폴더형 제품에서 모토로라의 입지를 보여줬던 아이콘이었다. 언젠가 노키아에 역전의 드라마를 보여줄 걸로 기대받았던 전통의 강호가 바로 모토로라다. 이런 모토로라가 왜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됐을까?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의 쇠퇴가 본격화된 시점은 2000년대 중반이다. 이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모토로라가 역사상 최대의 히트작 RAZR 1으로 1위 회복이라는 달콤한 꿈을 꾼 뒤였다. 모토로라는 당시 시장의 트렌드였던 피처폰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속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당시 모토로라는 피처폰의 제조를 위해 자체 제작하는 인하우스(in-house) 단말에는 프리스케일(Freescale) 칩셋을, 대만 ODM 파트너인 Compel-C와 CMCS의 단말에는 TI(Texas Instruments) 칩셋을, 한국 ODM 파트너인 팬택의 단말에는 ADI(Analog Device Inc) 칩셋을 각각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업체와 칩셋 공급 및 협력 관계를 구축해 놓았던 모토로라는 늘어나는 관리 비용과 떨어지는 연구개발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피처폰의 플랫폼 통합을 추진했고 그 수단으로 M&A를 결정했다. 즉, 2005년에는 영국 휴대폰 업체인 Sendo R&D부서와 IP자산을, 2006년 6월에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사 TTP Com을 연이어 인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플랫폼 통합을 위해 다수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플랫폼 통합에 실패했을 뿐더러 목적했던 비용 절감효과도 전혀 거두지 못했다. 목 빠지게 기다렸던 M&A의 성과는 마음 떠난 애인처럼 돌아올 줄 몰랐다. 계속된 M&A로 많은 비용을 지출했으며 2004년 RAZR 1 이후 제대로 된 히트작을 출시하지도 못해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지도 못했다. 모토로라의 곳간은 비어갔고 적자는 쌓여갔다. 결국 2008년 10월 그동안 M&A로 증가된 휴대전화 사업부 소프트웨어 인력 3000명에 대한 감원을 발표하며 4분기 실적개선을 도모했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불과 4개월 뒤인 2009년 1월 4000명 수준의 추가 감원이 이뤄졌다. 계속된 감원으로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의 인력 규모는 종전의 절반 규모로 축소됐고 감원으로 상처 입은 혁신역량은 모토로라를 업계 ‘빅3’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모토로라의 날개가 꺾인 이유를 M&A 실패 한 가지로 단순화시킬 순 없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된 M&A 전략을 추진했고 투입된 비용과 노력 대비 M&A의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 모토로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적 선택 중 M&A를 과도하게 선호했고 이는 전략, 특히 M&A라는 전략적 선택에 중독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전략 중독의 원인, 조직적 루틴과 확증 편향
M&A와 같은 특정 전략에 중독되는 현상은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조직적 루틴(organizational routine)’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의해서 형성·강화된다. 이 두 가지 원인은 순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먼저 전략의 선택에 있어서 특정 전략에의 선호를 결정하는 조직적 루틴이 작용하고, 이후 선택된 전략이 옳은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다주는 확증 편향이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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