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다이아몬드 모델로 분석한 한류의 경쟁력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전략 경영 이론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전에서 기업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전략 경영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성과를 내온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코너를 통해 경영 전략 이론의 분석 틀과 그 올바른 활용법을 제시합니다. 고전 이론뿐만 아니라 최신 경영 이론도 함께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필자가 몇 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저녁 식사 후 황금 시간대에 길거리가 한산하길래 왜 그러냐고 현지인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책방이나 DVD 가게에 사람이 유난히 많은 곳은 한국 제품을 따로 파는 코너였다. 일본의 국영 방송국인 NHK를 방문해보니 한국 드라마의 포스터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었다. 이처럼 한류는 해외에서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한류는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언론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다. 2000년대 이후, 한류는 단편적인 문화상품을 넘어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류의 역량은 새로운 가치 창출과 산업 개발, 국가적으로는대한민국이란 브랜드의 국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류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류의 경쟁력을 따져보면 결코 단편적이고 일시적이지 않다. 이는 그간 한류에 관한 많은 글이 한류를 단편적으로 분석한 탓이 크다. 이번 글에서는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 및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한류의 경쟁력 요소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해 보겠다.

 

필자는 DBR 77호에 게재된산타로미오노아의 방주스토리가 관광이다에서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통한창조된 우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류도 마찬가지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한류는 국가 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관광 산업의 중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류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마이클 포터 교수의 다이아몬드 모델(DBR 44호의한국인이 검토해야 할 다이아몬드 모델참고)을 활용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한 후 한류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한류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를 다이아몬드의 4개 꼭지점의 하위분류로 나누어 생산 조건에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력을, 수요 조건에는 시장 크기와 세련도를, 관련 산업(분야)에는 특수 효과 및 투자 비용을, 경영 여건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 및 경쟁을 변수로 분석했다.(그림 1)

 

생산 조건: 배우들의 외모와 연기력

 

뉴욕타임스(NYT, 2004),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2006) 등 많은 해외 언론들은 한류의 경쟁력이 배우들의 외모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남자 배우들은 잘 생겼고 키도 크다. 필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한··일 학생 몇 명을 무작위로 선택, 그들에게 각국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배우들의 이름을 5명 적어 달라고 했다. 학생들이 뽑은 배우들의 사진, 나이, 키를 비교해 보니 해외 언론들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 배우들이 상대적으로 잘 생기고 키도 크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림 2)

 

배우들의 뛰어난 외모보다 더 중요한 건 연기력이다. 연기력은 주관적인 항목이어서 객관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날 경우 국제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 상을 수상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다. 이에 따라 한류가 부상하던 2002년부터 가장 최근인 2010년까지 세계 4대 영화제인 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주요상을 수상한 한··일의 영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한국은 11, 중국은 8, 일본은 3개를 수상해 한국 감독이나 배우들이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많은 상을 수상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이들 4대 영화제에서 골고루 주요 상을 수상했다.( 1) 따라서 한국 배우들이 외모뿐 아니라 연기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요 조건: 시장의 크기와 세련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국 시장의 크기가 작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 및 드라마 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연예·오락 산업국인 일본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다. 일본인의 1인당 영화관 방문수는 1.30회로 세계 12위다. 한국인은 1인당 3.22회로 세계 3위다. 1인당 관람하는 영화의 수가 많기 때문에 인구 수에 관계없이 한국 시장은 상당한 규모다.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영화 아바타(Avatar)의 세계 각국 수익을 살펴보자. 한국은 1 500만 달러로 세계 8위였다. 한국보다 상위에 있는 나라인 프랑스(3), 영국(5), 러시아(6)는 모두 주변 국가를 포함한 수익이다(프랑스는 알제리, 모로코, 모나코 및 튀니지를, 영국은 아일랜드와 몰타를, 러시아는 구소련 연방 국가를 포함했다). 인구와 소득 수준을 고려한 단독 국가의 개념으로 비교해보면 한국 영화 시장이 상당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 시장은 유행에 민감하고 다이내믹해서 시장의 세련도()가 높다. 그 어느 나라에서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총 인구의 5분의 1인이 넘는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가?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 일단 재미있고 좋은 영화나 드라마라는 소문이 나면, 수많은 관객이 한꺼번에 몰린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다운받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저장한 후,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시청한다. 이는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산업 및 분야: 특수 효과와 투자 비용

 

최근 영화의 현실성과 사실성이 부각되면서 특수 효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괴물 및 해운대와 같은 초대박 영화에서 보듯 특수 효과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할 때도 많다.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 CG) 기술은 미국, 캐나다와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CG 관계회사들은 영화 선진국이며 각종 특수 효과의 메카라고 불리는 미국 할리우드의 CG시장에 진출해 2009년 미국시장의 10%를 점유, 2008년 수입의 약 12배에 이르는 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한국의 CG 산업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으며 관련 기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특수 효과와 더불어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때로는 배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실사 촬영을 하기도 한다. 2010년 최고 인기 드라마로 꼽히는 KBS추노에서는 주인공인 오지호가 뱀을 잡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화면을 자세히 보면 진짜 뱀이 오지호의 손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많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블록버스터형 드라마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연예·오락 산업의 대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투자금이 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추노는 총 150억 원, 아이리스는 무려 200억 원이 투입됐다. 특수 효과 및 막대한 투자 비용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다.

 

경영 여건: 내용 및 경쟁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경영 여건 또한 뛰어나다. 일단 줄거리가 매우 다양해 많은 나라의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많은 중년 여성 시청자들이 겨울연가(Winter Sonata)에 열광했다. 멋진 배우들이 낭만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실제 연인들처럼 연기한 애절함이 이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화려한 의상, 실제 음식,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장금(Dae Jang Geum[Jewel in the Palace])이 인기를 끌었다.

 

여권(女權)이 상대적으로 많이 신장돼 있는 중국에서는 과거 한국의 가부장제를 과장 및 희화화한 대발이 아버지를 등장시킨사랑이 뭐길래와 같은 드라마가 많은 중국 남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처럼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의 가치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가족 간의 얘기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특히 인기가 있다.

 

동남아의 많은 나라에서는 특정 계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가을 동화겨울 연가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열대 및 열대 기후인 이들 나라에서는 한국의 단풍과 설경이라는 소재 자체가 너무나도 이국적이고 아름답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그 이국적인 풍경이 드라마의 줄거리와도 조화를 잘 이뤘다. 이 외에도 해외의 한국영화 및 드라마 마니아들은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맛있는 음식처럼 맛깔스럽고, 사랑스러우며, 매회 드라마가 끝날 때마다 더 보고 싶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 영화는 드라마보다 훨씬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남북한의 갈등을 그린 ‘JSA’쉬리’, 알츠하이머병을 주제로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청춘 남녀의 관계를 재미있고 재치 있게 그린엽기적인 그녀’, 반전의 묘미와 짙은 폭력성을 담은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한국 음식을 소재로 한식객등은 각기 다른 여러 국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기에 한국 영화 및 드라마 시장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해외 수출되기 전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검증을 거친다는 뜻이다. 한국 내 드라마 시장의 경쟁 정도를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리는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한국의 한달 드라마 제작 편수는 일본보다 적지만(한국 20, 일본 35), 1인당 드라마 수로 비교하면 한국이 더 많다(한국인구 4000만 명, 일본인구 12700만 명).

 

드라마의 방영 수도 마찬가지다. 한 달 기준 드라마 방영 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앞선다(한국 64, 일본 60). 1인당 방영 편수도 한국이 더 많다. 이는 국가별 드라마 방영 방식과도 관계가 많다. 일본은 일주일에 한 편씩 방영되는 드라마가 많은 반면, 한국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영하는 드라마가 많다. 1년을 기준으로 봐도 한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의 수가 일본보다 많다.

 

 

 

TV에 방영되는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의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드라마를 보는지 알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그램 시청률에서 1위부터 10위까지의 프로그램을 나열해 보면 <2>와 같다. 한국에서는 TOP 10 중 드라마가 무려 7편이다. 일본에서는 겨우 2편의 드라마만이 10위권 안에 들어있다.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시청률 1위 드라마는 시청률이 31.8%. 반면 일본의 1위 드라마는 겨우 19.8%. 한국의 시청률 10위 드라마의 17.8%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시청자에게 많은 인기를 끌지 못하는 드라마는 곧바로 종영돼 새로운 드라마로 대체된다. 경쟁력 있는 시장이 창출될 수밖에 없는 토양이다.

 

‘한류 경쟁력의 뿌리를 더 깊고 넓게

 

지금까지 한류, 특히 드라마와 영화의 경쟁력을 다이아몬드 모델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분석해봤다. 그 결과, 한류 경쟁력의 원천은 어느 한두 가지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복합적 경쟁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기존 연구나 일간지는 어느 한 부분만 논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류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매우 포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류가 결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이유다. 이제 한류는 아시아 지역을 넘어 유럽, 미국, 남미로도 확대되고 있다. 또한 한류는 외국의 현지 문화와 경제에 더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침체돼 있던 현지 드라마 산업을 자극시켰다. 일본의 NHK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올림픽 중계보다 한국 드라마 방영에 힘썼을 정도다.

 

얼마 전 파리 한복판에서는 300여 명의 프랑스 인들이 ‘SM 라이브콘서트를 연장해 달라며 파리 한 가운데서 한국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이색 시위를 벌였다. 우리가 한류 경쟁력의 뿌리를 더 깊고 넓게 만든다면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문휘창 교수(워싱턴대 경영학 박사) 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말레이시아 및 두바이 정부, 세계은행(IBRD)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등 국제기구의 자문을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