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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출렁이는 증시, 결국 가치투자가 이긴다

최종학 | 82호 (2011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최 교수는 33회 원고를 시작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어떻게 결정되고 움직이는지, 그 과정에서의 회계정보를 활용한 올바른 투자 방안은 무엇인지에 관한 글을 총 4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입니다.
 
주식시장에는 크게 두 유형의 투자자가 있다. 회사의 재무 상태와 영업 성과를 분석해 투자하는 내재가치 투자자, 주가 변화의 추세를 중시해 저점 매수나 차익 실현의 타이밍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는 추세 투자자다. 한국시장에는 이례적으로 추세 투자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역설적으로 이런 현상 때문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져 추세 투자자들이 내재가치 투자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추세 전환 포착보다는 해당 기업의 내재 가치 분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682로 시작한 2010년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연초대비 22% 상승한 2051로 마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22조 원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큰 공헌을 했다. 많은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확 좋아져서 주가가 오른 게 아니라 미국의 통화 팽창 정책으로 풀린 돈이 신흥시장으로 몰려와 그 덕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시장국 주가가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상승을 주도해서인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화려한 겉모습과 다른 움직임이 많이 보인다. 2010년부터 일부 대형 우량주들의 가격은 상당히 상승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코스닥 지수는 약 1% 하락했다. 즉 소수의 대형주들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을 뿐 대다수 기업의 주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0년은 주가의 변동성 또한 상당히 높았다. 미국의 통화팽창 정책에 기초한 상승 추세는 이어졌지만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등 굵직한 북한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주가가 크게 출렁일수록 사람들은 주가가 대체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 한다. 이번 글에서는 주가가 형성되는 과정과 일반 투자자가 그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
 
홍길동전자의 주가 변화
주식시장에 두 종류의 투자자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 스타일은 회사의 재무상태와 영업성과를 연구해서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A 스타일의 투자자 중 일부가 홍길동전자 주식을 1만 3000원, 일부는 1만 5000원, 다른 일부는 1만 7000원으로 평가한다. 동일한 재무제표를 이용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홍길동전자 주식 가치를 똑같이 평가한다는 보장은 없다. 보는 관점도 다르고, 동일한 자료에 대해 분석하는 능력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A 스타일의 투자자가 성공을 거두려면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B 스타일의 투자자는 재무제표를 보고 연구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서 투자한다. 이들은 추세를 따른다. 즉 단기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 주식을 구입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보유하던 주식을 매도한다. 즉 현재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투자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은 단기 주가가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하면 이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고, 단기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고 판단하면 저가 매수의 일환으로 주식을 산다. B 스타일의 투자자가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려면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추세가 바뀔 때 이를 간파하고 얼마나 빨리 주식을 사거나 파는지가 수익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홍길동전자의 주식이 1만 1000원에서 거래가 시작됐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주식을 1만 3000원, 1만 5000원, 1만 7000원으로 평가하는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홍길동전자 주식을 구매할 것이다. 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주가는 점점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B 스타일의 투자자들 중 일부도 가격 변화 추세를 눈치채고 주식을 구매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1만 3000원에 도달하면 A 스타일의 투자자 중 홍길동전자의 주식을 1만 3000원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주식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추세 변화를 뒤늦게 알아챈 더 많은 B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구매할 것이므로 주식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된다. 주식 가격이 1만 5000원으로 상승하면, 이 주식을 1만 5000원으로 평가한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주식 구매를 멈출 것이다. A 스타일의 투자자 중 홍길동전자 주식을 1만 3000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다. 주가가 1만 7000원으로 상승하면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모두 더 이상 주식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A 스타일의 투자자들 중 홍길동전자 주식의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 공매도를 하거나 주식을 팔려 할 것이다.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더 이상의 주식 구매를 멈추고 그 중 다수가 주식을 팔려고 하면 어떨까. 이를 달리 말하면 주식 가격이 1만 7000원에 접근할수록 매수 세력은 감소하고 매도 세력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이때도 B 스타일의 투자자들은 구매를 계속해서 주식 가격이 1만 7000원을 넘을 수는 있다. 하지만 1만 7000원을 넘어서면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매수를 하지 않으므로 주식 매수 수요는 급격히 감소한다.
 
이때 A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매도한 주식을 B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셈이다. 따라서 주가 상승 추세는 둔화되고, 이를 눈치챈 재빠른 B 스타일 투자자들의 일부는 더 이상 주식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주식에 대한 수요가 더 줄어들면 매수의 수요와 공급이 역전된다. 주식 가격은 1만 9000원 정도에서 정점에 다다라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B 스타일의 투자자들도 대거 주식 매도에 동참함에 따라 주가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주가가 1만 7000원 이하로 하락하면 A 스타일 투자자들 중 1만 7000원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다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수요가 일부 증가한다. 주가가 1만 5000원 이하로 하락하면 주가를 1만 5000원으로 평가하는 A 스타일 투자자들도 매수에 나설 것이다. 이때쯤 되면 매수세가 충분히 증가해 주가 하락 속도가 둔화된다. B 스타일의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하고 A 스타일의 투자자가 매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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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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