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워킹 도입 전략

스마트폰 나눠주면 스마트워킹? No! KT, 공간축의 변화로 유연함 실험하다

81호 (2011년 5월 Issue 2)

 

흔히 스마트워킹(Smart Working)1)이라고 하면 ‘최첨단 ICT 솔루션을 도입해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를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백한 오해다. 물론 현재의 스마트워킹은 ICT와 떼려야 뗄 수 없고, 모바일 오피스 역시 스마트워킹으로 변하게 될 업무 유형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한 스마트워킹은 오로지 ICT와 관련된 것도 아니며 특정 업무 유형만 고집하는 개념도 아니다. 진화된 ICT 환경을 활용해 기존 업무 형태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켜 일하는 방식과 문화 모두를 변화시키는 훨씬 포괄적 개념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스마트워킹 구현을 위해서는 리더의 강력한 의지에 기반해 △업무 형태(Work Style)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 △조직 문화(Organization Culture) △ICT 인프라(ICT Infra)의 네 가지 영역에서 유기적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림 1)
 

 

이제까지 여러 기업에서 스마트워킹 도입을 위해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주된 패인은 위 네 가지 측면을 다각도로 고려하기보다 무조건 스마트폰부터 나눠주고 오디오·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ICT 측면에서만 접근했거나, 단순히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 같은 단편적 제도 도입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워킹 도입을 통해 개인의 삶과 조직의 생산성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업무 형태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ICT 인프라의 네 가지 측면을 스마트워킹 도입 이전에 다각도로 분석, 정교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가장 우선 진행해야 할 작업은 직무별 업무 스타일에 대한 분석과 검토다. 스마트워킹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대표 사례로 꼽히는 영국 BT도 스마트워킹 도입에 앞서 업무 유형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업무 형태(Work Style)
업무 형태는 크게 시간 유연성(Flexibility) 측면에서 5가지, 공간 이동성(Mobility) 측면에서 5가지로 각각 나눠볼 수 있다. 스마트워킹 도입을 생각하는 기업은 자사 조직 구성원들의 직무 영역과 업무 특성,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최적의 업무 형태를 적용하기 위해 우선 시간과 공간 측면에서 어떻게 업무 유형을 구분하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합시킬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고정된 사무실(Fixed Office)에서 9 to 6의 전일 근무(Full- Time)를 하고 있다. 스마트워킹은 이런 천편일률적인 근무 형태를 시간 유연성이나 공간 이동성 측면의 자율성을 달리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 측면에서 보면, 시간 축을 중심으로 업무 유형에 변화를 줄 때에는 근무시간 자율선택제(Flexi-Time)부터 적용해 나가면서 차츰 기업 내 인식변화에 발맞춰 시간제 근무(Part-Time)로까지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공간 차원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변동좌석제(Shared Office),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 주거지 인접지 근무(Nearest Point Office), 재택근무(Home Office) 등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변화를 주는 게 좋다.2) 시간과 공간 측면 모두에서 동시에 변화를 꾀하며 스마트워킹을 도입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존 사무실 근무에서 시작해 심리적 저항이 적은 근무형태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림 2)
 

1)시간 중심 유형
①전일 근무제(Full-Time):현재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전통적인 근무 형태로 전 사원 모두 똑같은 시간대에 출퇴근하는 제도다. 개인의 주거지나 업무 특성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업무 형태로 보면 된다.
 
②근무시간 자율선택제(Flexi-Time):흔히 탄력근무제나 시차출퇴근제로 불리는 근무시간 자율선택제(Flexi-Time)는 주 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하루 8시간 범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는 제도다. 필요에 따라 직무별로 핵심 근무 시간을 지정, 이 시간 중에는 회의나 교육을 지양하고 최대한 업무에 집중(집중근무제·Core Time)하도록 유도하거나, 주 5일 근무의 틀은 지키되 1일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 40시간 범위 안에서 출퇴근 및 1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선택적 근로시간제·Alternative Work Schedule)하는 방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 어떤 형태를 택하든 이런 유연근무제는 육아 부담이 큰 직원이나 퇴근 후 자기계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직원들에게 유용하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고도의 자율성을 요하는 R&D 분야나 24시간 근무부서에 적합하다. 그러나 조직관리 및 성과관리가 어렵고 조직 내 협업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인사관리 측면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근무시간 자율선택제 역시 야간 근무의 확장 수단으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으므로 원래 근무시간(1일 8시간)보다 2시간 이상 확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③집약근무제(Compressed Work):법정 총 근무시간(예: 주당 40시간) 범위 내에서 출퇴근 및 근무일수까지 자율로 결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하루에 8시간 대신 10시간을 근무해 주 5일이 아닌 주 4일만 출근하는 방식이 있다. 주로 연구 용역 등 단기 프로젝트나 법률검토 및 분석 등 독립적 성격의 업무에 적합하다.
 
④근로시간 계정제(Banking-Time):근로시간을 은행 계좌처럼 만들어 본인의 초과 근로 부분을 자신의 계좌에 저축해 놓고, 저축해 놓은 시간만큼 대체 휴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법정 휴가일수 이상의 휴가를 미리 당겨 쓴 후, 초과된 휴가일수만큼 추후 초과 근무(무급)를 통해 상쇄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수요 및 경기 변화에 따라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인건비 부담(초과근로 수당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부품기업 보쉬는 경기가 좋을 때 초과 근무한 시간을 저축해뒀다가 일이 없을 때 적게 일하는 방식으로 큰 효과를 봤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는 ‘휴일 추가 구입제(Additional Holiday Purchase)’도 있다. 연간 35일까지 휴일을 구입(본인 급여에서 공제)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⑤시간제 근무(Part-Time):풀 타임 근무보다 짧은 시간(1일 3시간 이상, 주 15∼35시간)을 근무하는 시간제 근무는 과거엔 주로 비정규직 인력 고용 시에만 생각해 왔던 근무 형태다. 그러나 ICT 인프라가 잘 발달돼 있고 일과 삶의 균형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현 시점에선 정규직 인원들을 대상으로도 적극 확대해 볼 수 있다. 가족 간병이나 자녀의 출산·육아·교육 등 개인 사정으로 한시적으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직원에게 시범 적용해 볼 수 있다. 정년 5년 이내의 퇴직 대상자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퇴직 대상자들에게 과거처럼 희망퇴직 등을 권고해 노조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보다 시간제 근무를 적용함으로써 퇴직 대상자들이 남은 근무 기간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재취업을 위한 건설적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 좋다.
 
2)공간 중심 유형
①사무실 근무(Fixed Office): 스마트워킹을 도입하지 않은 현재의 근무 상태를 생각하면 된다. 즉, 전 직원이 미리 정해진 사무공간으로 출근해 자기 책상에 앉아서 근무하는 전통적인 업무 형태다.
 
②변동 좌석제(Shared Office):업무 공간을 조직원들간 공유하는 개념으로, 사무실로 출근은 하지만 자기 책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근무한다. 변동 좌석제 구현을 위해서는 회의용 테이블을 마련하거나 독서실용 개인용 책상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바퀴 달린 책상을 사용해 본인이 원하는 사무실 내 위치로 이동해 근무하거나 회사 상황이나 업무 성격에 따라 3∼4명이 하나의 책상을 시간을 분할해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근무유형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책상위에 개인 사물을 비치하지 않도록 하는 ‘클린 데스크 정책(Clean Desk Policy)’이 정착돼야 한다. 더불어 개인 용품을 보관할 개인별 사물함 비치, 자리 이동에 따른 구내전화 자동 연결 등 인프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③주거지 인접지 근무(Nearest Point Office):지정된 사무실 이외에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정장소의 사무공간으로 출근해서 근무하는 형태다. 주거지 인접지에 마련된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하는 게 대표적 형태다. 스마트워크센터는 교통체증을 겪으며 도심의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도 집 근처나 출장지 근처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사무실 접근 비용이 높은 원거리 거주 직장인들에게 효용이 높다. 기업의 경우엔 가격이 비싼 도심지를 벗어나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사무공간 구축, 운영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임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곳(접근성)에 충분한 규모의 센터를 설립, 운영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네덜란드는 이런 측면에서 전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현재 약 100여 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중인 네덜란드의 경우, 첫 스마트워크센터는 2008년 9월 암스테르담 동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알메러에 설립됐다. 알메러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암스테르담에 직장이 있어 매일 출퇴근을 위해 3시간 이상을 길에서 보내야 했다. 이렇게 허비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게 스마트워크센터다. 알메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암스테르담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및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ABN암로 등 다양한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여 민관 합작회사인 ‘더블유스마트워크재단(Double U Smart Work Foundation)’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작년 10월 말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암스테르담과 알메러, 헤이그 등 인근 도시에 만들었다. 이 재단은 일정 기준에 비즈니스 사업장을 스마트워크센터로 인증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며, 전국의 스마트워크센터 검색 및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암스테르담에선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일반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④이동 근무(Mobile Office):업무 특성상 고객사나 현장으로 직접 출근해 근무하는 형태다. 통신업체에서 근무하는 개통 전문 직원이나 고객을 직접 방문해 상담하고 판매하는 보험 관련 종사자가 대표적 예다. 이동 근무는 PDA,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지원이 뛰어난 기업이나 영업, 방문판매 업종에 적용도가 높다. 사무실에 직접 들르지 않고 고객 집으로 가가호호 방문해 근무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맡고 있는 컨설턴트들이 아예 고객사로 출퇴근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도 비슷한 업무 형태라 할 수 있다.
 
⑤재택 근무(Home Office): ICT 솔루션의 도움을 받아 사무실에 준하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 집에서 근무하는 형태다. 특히 육아와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인력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업무 형태다. 정보 보안상 민감한 이슈가 많지 않고, 예측가능하고 일상적(routine)인 업무가 주종을 이루는 직원들(예: 콜센터 직원)에게 우선 적용해 볼 수 있다. 다만 재택근무를 공간 축소를 통한 사무실 비용 절감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노조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업무 형태는 조직원 전체가 똑같은 시간대(시간 유연성이 전혀 없는 Full-Time)에 정해진 직장으로 출근(Fixed Office)하는 형태다. 하지만 기업들이 조직 구성원들의 직무와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면 훨씬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콜센터 직원은 재택근무(공간)를 풀타임(시간)으로 할 수도 있지만, 육아 부담에 따라 재택근무(공간)를 하면서 동시에 파트타임(시간)으로 일할 수도 있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KT는 현재 시간 축보다는 공간 축 차원에서만 변화를 줘 크게 전 직원의 근무 유형을 △사무실 근무 △재택근무 △이동근무 △원격근무 등 4가지로 정의하고, 이 중 이동근무와 원격근무를 시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T에서 정의하는 원격근무란 사무실 근무, 재택 근무, 주거지 인접지 근무, 이동 근무 등 위에서 말한 공간중심의 5가지 근무 형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일하는 근무 형태를 말하며 현재 6500여 명이 실행하고 있다. 개인별로 업무 효율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는 방식으로, KT 코퍼레이트센터(CC·그룹 조직 전략 총괄)나 연구소 등 지식 기반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유용한 근무 형태다. CC나 연구소 외 다른 부서 직원들 중에서도 과제 개발 및 분석, 자료 리서치, 프로젝트 수행 등 기획 및 전략 직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누구나 유연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은, 예를 들어 1주일에 2∼3일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이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거나 고객사로 직접 출퇴근해 업무를 본다. 이동근무는 사무실 근무 시간이 하루 일과 시간의 50%에 못 미치는 직원들에게 유용한 근무 형태다. 현재 KT 직원 1만3500여 명이 이동 근무를 택하고 있다. 특정 근무 장소를 정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면서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활용해 회사 바깥에서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 업무를 처리한다. 주로 개통/AS 직원이나 영업직원, 네트워크 시설관리 직원 등 고객 수요에 따라 돌아다니며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이 이동근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동근무를 하다가도 사무실에 들어갈 일이 생기면 직접 본사로 들어오거나 가까운 스마트워크센터에 들어가 업무를 볼 수 있다.
 

 

KT
가 공간 축 위주로 스마트워킹 업무 형태를 달리한 이유는 KT 내부 취업규칙 상 근무 시간에 변화를 주기보다 근무 공간 측면에서 융통성을 주는 게 조직 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조기 정착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는 공간 측면에서의 스마트워킹이 전사적으로 확산되면 시간 측면에서의 자율성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체 상담직원의 약 20%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KT 콜센터 업무 담당 계열사(KTCS, KTIS)를 대상으로 정규직에도 파트타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무 특성상 스마트워킹 도입에 따른 효과가 명확한 KTCS와 KTIS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보완한 후, KT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도입이 쉬운 조직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간 차원에서의 스마트워킹을 도입한다면 도입 효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T와 달리 노조가 없는 공무원 조직이나 기업들은 공간 축 중심이 아니라 시간 축 중심으로 우선 변화를 주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이 됐든 중요한 건 직원들의 직무와 업무 특성,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업무 형태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
일하는 방식이란 일을 일하는 단계에 따라 제대로 설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말한다. 막연한 목표, 모호한 지시, 부정확한 관리와 피드백, 체계화되지 않은 협업, 불합리한 성과관리 및 평가는 기존 사무실 중심 업무방식에서도 개선돼야 할 과제지만, 언제 어디서나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워킹에서는 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다. 대면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무엇을 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일을 했느냐를 중시하며, 성과보다 정의(情誼)가 앞서는 조직문화 아래에서는 일을 시키는 방식과 일을 수행하는 방식, 그리고 일을 진척시키는 프로세스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자칫 스마트워킹이 단기적 이벤트, 전시 행정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특히 성과중심의 조직관리와 협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성과 목표는 달성 시기와 내용을 명확하게 정하고 조직전체의 목표와 부합(align)하도록 설정하되, 이를 실제 달성할 직원과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목표 설정 후에는 주기적으로 일하는 내용을 상호 중간 점검함으로써 체계적으로 실행되도록 해야 하며, 목표 대비 성과와 과정을 반영해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평가 시엔 비대면 접촉으로 평가나 보상 차원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실시간 원격 협업은 물론 업무 프로세스 진척 측면에서 중단없이(seamless)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업무 시스템이 설계돼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지원하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복무, 평가 및 성과관리, 인센티브 등 제반 인사관련 제도와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 스마트워킹이 조직의 변혁(Transformation)과 최적화(Optimization)를 가져오는 연유는 이런 점에 있다.
 
KT의 경우 2010년 초부터 업무 지시, 계획 수립, 보고, 진행사항 관리, 산출물, 평가까지 모든 업무 수행 과정을 웹상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업무관리 시스템 ‘위드(WITH·The Way of Innovative Task Management for High Performance)’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사가 조직원들에게 구두로 대략의 지시를 내리면, 부하 직원들이 각자 알아서 일하다가 상사가 중간중간 결과물을 가져와보라고 하면 그때까지 자신이 작업한 결과물을 보고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위드 시스템 하에서는 각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세부 목표가 주어지고 자신들이 작업한 내용을 그날 그날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 단위 관리가 가능해진다. 물론 KT가 위드를 도입하기 전에도 ‘1일 기록 시스템’이라는 게 있기는 했지만, 단순히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기록하는 수준에 그쳐 진정한 지식경영시스템(KMS)이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위드 체제 하에서는 업무의 목표는 무엇이고 누구에게서 지시가 내려온 것인지, 마감은 언제이고, 누구의 책임 하에 어떤 사람과 협력해 일해야 하는지 등 목표·기한·자원·책임자·공유·평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업무를 프로젝트화했다. 이에 따라 업무의 명확성과 신속성이 높아졌으며 부서 간 협업 역시 확대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과제가 완료되는 즉시 평가가 이뤄지고 이러한 평가가 누적돼 전체 인사 평가로 연계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책임감이 높아지고 업무 평가의 투명성도 제고되고 있다.
 
조직 문화(Organization Culture)
조직문화는 스마트워킹에 대한 인식 측면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CXO 레벨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고위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킹의 첫 단추를 꿰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 경영진의 인식 못지않게 중간 관리자들의 인식 변화 역시 중요하다. 부장이나 차장 등 실무자급에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CEO가 아무리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해도 스마트워킹은 암초를 만나기 십상이다.
 
스마트워킹을 도입할 때 인사부서나 혁신부서의 참여 역시 중요하다. 스마트워킹을 도입할 때 많은 경우 IT 부서가 주도할 때가 많다. 하지만 IT 부서는 각종 솔루션 도입에만 집중해 스마트워킹 도입을 추진하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조직문화의 변화를 통한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HR부서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총체적인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해 조직 문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임원회의나 각종 현장 경영 활동을 통해 스마트워킹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에 대해 CEO 차원에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e메일, 전화회의, 모바일 결재 등 비(非)대면 보고체계를 조직의 정식 프로세스로 공인, 면대면(Face to Face) 조직문화의 변화를 유도하고 스마트워킹 실행 우수 부서 중심으로 긍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교육·홍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각 부서별로 변화와 혁신의 전도사 역할을 할 ‘변화관리자(Change Agent)’를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 사무공간의 재구성 또한 행동의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 실제 KT는 공간 효율화를 통해 소통과 협업을 촉진시킨다는 목적으로 기존의 칸막이 형태의 1인 1책상형 공간을 개방된 회의 탁자(4∼6인용)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좌석 점유율을 고려해 사무공간의 좌석 수를 최적화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KT 광화문 사옥과 서초 사옥에서는 회의 탁자 형태로 사무실 근무 공간 형태에 변화를 줌과 동시에 부서당 실제 좌석 점유율을 고려해 각 부서당 실제 좌석 수를 줄이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공동 근무 공간(스마트 오피스)을 따로 만들었다. 광화문 사옥의 경우 각 사무실을 회의형 탁자 형태로 만들면서 외근 직원들의 실제 좌석 점유율 등을 분석해 사무실 내 좌석수를 최적화했다. 이와 동시에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40석 규모의 스마트오피스 공간을 따로 만들어 갑작스럽게 사무실에 들어와 근무해야 하는 외근 직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ICT 인프라 (ICT Infra)
스마트워킹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ICT 솔루션은 그 특성에 따라 크게 △인트라넷(Intranet) △보안(Security) △실시간 협업(Real-Time Collaboration)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기업들은 자사 상황 및 역량에 따라 관련 솔루션을 순차적,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그림 3) 이는 다른 회사들이 다 도입한다고 자기 기업에 필요한지 아닌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도입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화상 회의는커녕 전화 회의에도 익숙지 않은 조직이 무리하게 돈을 들여 고품질 화상회의 솔루션(Tele-Presence)을 도입한다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스마트워킹 구현을 위해 초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룹웨어(Groupware)를 구축하고 보완하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엔 그룹웨어가 일상화돼 있지만, 중소기업들 중에는 아직 제대로 된 인트라넷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인트라넷이 조직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려면 전자우편은 물론 전자결재, 게시판, 메신저, 근태관리, 업무일지, 전자설문 등의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PC, 스마트폰, 스마트디바이스 등을 넘나들며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보완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를 테면 실시간 전화회의 서비스(Audio Conference)가 같이 구축돼 있으면 별도의 추가 장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비용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고, 지방이나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잘만 사용하면 출장 비용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스마트워킹 관련 솔루션을 도입할 때 산업별 특성에 맞춰 ICT 인프라의 초점도 달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언론에서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유행이라는 뉴스를 봤다고 해서 업의 특성상 당장 별 쓸모도 없는데 무작정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스마트워킹 구현을 위한 ICT 인프라를 구현할 때는 단계적 접근에 더해 어떤 기능에 초점을 두고 인프라 환경을 구현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즉 1)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촉진에 보다 중점을 둬 인프라를 구축할지 2)이동근무에 역점을 두는 방식으로 지원 환경을 조성할지 3)스마트워크센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할지 등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단계를 거쳐 스마트워킹을 추진하든 종국적으로는 협업 플랫폼을 구축,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의사 소통과 회의 및 협업(Total Conferencing & Collaboration)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①Communication & Collaboration 중심:
제조업, 건설업 등 서울 본사와 해외 지점, 국내 사무소와 해외 사무소 등 원격지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중요한 업종에서 중점을 둬야 할 모델이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본사를 두고 지방 곳곳에 사무실이나 생산기지를 둔 제조업체, 지방이나 해외 곳곳에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건설업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스마트워킹 관련 솔루션 도입을 통해 원격지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 업무 생산성이 훨씬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출장을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인프라 구축의 최우선 목적으로 둔다면 조직도, 주소록, 일정 및 통합메시지 등 업무 환경을 통합한 협업 솔루션인 ‘통합 커뮤니케이션(Unified Communication)’을 스마트워킹 도입 초기에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후 전자칠판 등의 기능을 통해 원격지 간 협업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스마트워크스테이션(Smart Work Station)’이나 대면 환경과 동일한 회의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는 ‘화상 회의(Video Conference)’ 솔루션을 도입, 실시간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게 좋다. (그림 4)
 
②Mobile Solution 중심:전기·가스업, 보험업, 방문판매산업 등 고객사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영업해야 하는 영업 조직이나, 대면 서비스에 주력해야 하는 산업, 여성 근로자가 많은 업종 등에 활용도가 높은 모델이다. 예를 들어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 업종은 검침원들이 고객들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이 경우 본사로 굳이 출근했다가 고객(사)들을 방문하면 그만큼 시간이 허비된다. 따라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조기에 구축해 언제 어디서고 고객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후 모바일 솔루션을 도입하는 게 좋다. 고객 정보를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동 직원의 단말기에 고객 정보를 직접 저장하기보다 인터넷상 서버에 안전하게 저장, 다양한 단말기를 통해 자유롭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구축이 선결된 후 업종 특성에 맞는 모바일 솔루션을 도입하는 게 좋다.
 
재무설계사(Financial Consultant)나 화장품 방문판매 사원, 학습지 교사처럼 하루 종일 가가호호 방문해야 하는 직종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들 업종은 전체 직원 중 여성 인력 비중이 높기 때문에 모바일 근무는 물론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가상 사설망 원격접속 솔루션(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지원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보험업은 고객 정보 유출 위험이 있으므로 보안이 강화된 가상 사설망 원격접속 솔루션(SSL VPN·Secure Socket Layer VPN),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기에서 일회용 패스워드를 발생해 한층 더 강화된 보안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MOTP(Mobile One Time Password) 등의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림 5)
 
③Smart Work Center 중심: 유통업 등
대형 할인점,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전국적으로 관리해야 할 매장이 곳곳에 산재한 도·소매 유통관련 업종은 이동거리를 최적화하는 게 중요하다. 즉, 집에서 본사로 출근했다가 여기저기 산재한 매장들을 돌아보기보다 매장이 많이 밀집돼 있는 거점 지역에 가깝게 설치돼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게 효율적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매장 관리나 고객 관리를 위해 전국 곳곳에 고정적인 지점이나 지국을 설치하기보다 유연하게 근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의 향상과 함께 공간비용 절감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전국에 유통이나 지점망이 산재한 기업의 경우 기존 지점이나 지국을 스마트워크센터로 자체 전환해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스마트워크센터를 전문으로 구축하는 기업들의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정부는 현재 2015년까지 500여 개 스마트워크센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그림 6)
 
앞서 이야기한 특정 ICT 지원환경 구축 유형이 반드시 특정 산업이나 구축 시기에 꼭 맞는 모델이라고 단정짓긴 힘들다. 같은 업종이라도 규모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조직 안에는 워낙 다양한 기능과 직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조직원들의 직무 특성과 업무 스타일을 분석하고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업종 특성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그에 맞는 최적의 지원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권기재 KT STO 추진실 스마트워킹사업담당 팀장 kkj@kt.com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권기재 팀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KT에 입사, 경영합리화추진단, 기획조정실 등을 거쳤으며 2010년 KT가 본격적인 스마트워킹 도입을 위해 코퍼레이트센터(CC) 내 조직한 스마트워킹 TFT의 팀장을 맡았다. 현재 전사 서비스 포트폴리오 재정립 추진을 위한 조직인 STO(Service Transformation & Optimization) 추진실에서 스마트워킹 사업담당 사업기획 팀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이재훈(22,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2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