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전문가 기고

온라인 리스크가 덮쳐온다 外

김찬석 | 6호 (2008년 4월 Issue 1)
온라인 리스크가 덮쳐온다
 
원규 에델만 코리아사장
 
참여와 개방이 키워드인 ‘웹2.0’ 시대가 되면서 기업의 온라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수억 명에 이르는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은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쏟아놓는다.
온라인상의 의견은 흥미롭고 새로운 것이 많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분명한 분석, 논평 역시 넘쳐난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 파급력과 속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인터넷에는 ‘생중계’에 가깝게 네티즌들의 게시물이 올라간다.
 
온라인 위기관리, 특히 사전준비가 중요
기업의 전략적인 온라인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의 리스크 관리는 사전준비(moni-tor), 이슈분석(analyze), 위기대응(in-fluence), 사후관리(follow up)의 4단계로 이뤄진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슈를 추적, 관리하는 사전준비 단계다. 온라인을 타고 흐르는 정보는 엄청나게 빠르며, 확산 방향 역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한 이슈에 네티즌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기업의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사전준비는 온라인 리스크 대응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리스크에 대한 사전준비는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업은 이를 위해 온라인에서의 불평에 대응하는 전담팀을 조직하는 것이 좋다.
불만이 있는 소비자가 누구이며, 이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포털 게시판과 동호회 사이트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 후에는 네티즌들의 대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이슈를 미리 규명하고, 발생 가능한 위기의 종류를 사전에 분류해 놓아야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주는 전문 대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리스크 담당자는 파악한 이슈와 관련한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개발해 필요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하고 대응해야 한다.
 
개별적 대응 삼가야
다만 대응의 창구는 반드시 단일화하고,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리스크 담당자가 아닌 직원이 개별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일반 네티즌으로 ‘위장’한 직원이 댓글을 다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자칫하면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거나, 의혹을 받는 부분이 한순간에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
 
미국의 PC 제조업체 델(Dell)은 온라인 위기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2005년 고객 서비스에 대한 블로거들의 공격을 무시하다 주가가 떨어지는 수모를 받았다. 하지만 2006년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기업 블로그를 만들어 소비자의 불만을 직접 듣고 대화하면서 노트북 폭발 사건 등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지난해에는 ‘델 2.0’이라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선포하고 이용자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명성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네티즌의 불만 표출이나 ‘안티 사이트’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불만을 해소할 수 없는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불평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정직해야 한다, 신속해야 한다, 먼저 나서야 한다.’ 이는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모든 PR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3가지 원칙이다.
이제 블로그로 대표되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 기업들이 한 가지 원칙을 추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블로그스피어와 온라인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사전대응을 준비하라’다
 
필자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버슨-마스텔러 이사와 뉴스커뮤니케이션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 글로벌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 사장으로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미디어위원회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CEO 리스크 관리는 투자다
 
김찬석 청주대광고홍보학과 교수
 
1997년 미국의 세계적인 정유회사 텍사코는 최고 경영진의 잘못된 말 한마디로 큰 위기에 빠졌다. 사내 임원 회의에서 나왔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대화 내용이 녹취돼 TV 방송으로 공개됐던 것. 사건이 터지자 텍사코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기업 이미지는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텍사코는 인종차별 소송까지 당해 무려 1억76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했으며, 결국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1년 셰브론에 합병되고 만다.
1999년 독일의 반도체 제조업체 인피니온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울리히 슈마허. 수년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만드는 등 뛰어난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전격 해임됐다. 스캔들, 권위주의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문제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CEO 개인이 기업의 이미지 좌우
이는 기업 임원이나 CEO 개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경영에서 사람보다 중요한 요소는 없다.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 기술과 자본이 풍부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사람이 견실해야 함이 전제가 된다. 특히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진에게는 이 전제조건이 더 엄격해진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상식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내 대기업 CEO가 형제끼리 가정사로 다툼을 벌이는가하면, 한 CEO는 개인적인 폭력 사건으로 기업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했다. CEO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기업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이다.
 
오늘날 인적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중심의제로 대두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CEO의 개인적 요인이 조직에 미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인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001년 미국의 조사전문회사인 얀켈로비치가 최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 이미지의 최소한 절반 이상이 CEO에 대한 대중 이미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 개인에 대한 평가나 이미지 때문에 투자나 협력을 꺼리는 사례도 있다. 이제 기업의 CEO가 자신의 인적 리스크 관리에 철저하지 않으면 CEO로서의 자질을 의심받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전문가가 CEO 성실성, 신뢰 관리
선진국에서는 기업 CEO나 정부의 장, 차관 등 고위직에 오르는 이들이 인적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고용해 개인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추세다. CEO나 고위 공직자가 됐을 때 사회적 문제 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모든 리스크 요소를 미리 찾아내 사전에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는 방식이다. 마치 청문회를 하듯 스스로 본인의 과거 법규 위반사실이나 납세, 국방 등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 미이행 여부,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한다. 또 일상생활이나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리스크가 될만한 요인을 사전에 정리한다. 인적 위험 요인은 이미지와 명성, 신뢰 등 무형적 가치와 연관돼 있고 성장배경이나 성향, 태도, 언행에 기초하는 것이 특징. 따라서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대처하는 커뮤니케이션 포인트를 미리 세워두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훈련한다. 또 CEO의 인적 리스크 관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우호적인 이미지만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니라 CEO의 성실성, 신의 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이를 저해하는 요인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마찬가지로 인적 리스크 관리도 리스크에 대한 사전 발견 - 평가 - 계획 및 대비 - 감독이라는 순환 과정을 거치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 도입된 개인 이미지 관리 중심의 인적 관리 기법이 보편화됐을 뿐 인적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 경영자들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가에 대해서만 비용을 지불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 가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가치, 즉 개인적 리스크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인적 리스크 관리는 비용이 아니라 또 다른 투자다. 나와 관련해 기업 경영에 위험을 주는 요인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중앙대 정치학 석사 및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재단에서 홍보 업무를 시작한 뒤 제일기획 PR팀과 인천국제공항공사 해외홍보팀에서 일했으며, 씨티은행 홍보 담당 이사를 지냈다. 현재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PR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 김찬석 김찬석 | - (현)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현) PR경영 연구소 운영
    - 씨티은행 홍보 담당이사
    - 인천국제공항공사 해외홍보팀
    - 제일기획 PR팀
    - 한국과학재단 홍보 업무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