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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못사는 시계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바로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와 함께 3대 초명품 시계로 인정받고 있는 ‘파텍 필립’이다. 프랑스의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남편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해서 화제를 모은 그 시계다. 올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계 경매에서 파텍 필립의 1944년작 <크로노 그래프 1527>은 손목시계로는 사상 최고가인 570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에 낙찰됐다. 희귀 보석으로 장식된 제품도 아닌데 손목 시계 하나가 빌딩 한 채 가격과 맞먹는다.
명품 시계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브레게는 물론이고, 파아제, 블랑팡, 롤렉스, 오메가 등 헤아릴 수 없는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파텍 필립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최대 경쟁자 브레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파텍 필립보다 114년 먼저 시계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기술력으로 경쟁할 브랜드는 파텍 필립 외에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브레게가 이렇게 인정할 정도로 파텍 필립의 기술은 뛰어나다. 이는 파텍 필립의 독특한 시계 동력 장치 때문이다. 파텍 필립은 1846년 세계 최초로 독립 분침을, 2년 후에는 자동 태엽을 개발했다. 1851년에는 세계 최초로 용두시계를 만들었다.
특히 20세기 들어서는 사업의 중심을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옮기고 더욱 정교한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그래서 윤년이나, 월의 길이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날짜를 바꾸는 영구 캘린더, 정교한 구조로 된 크로노 그래프, 지정된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별의 시간 측정과 일출, 일몰, 12궁도를 포함하고 있는 천문학적 컴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했다.
둘째, 명품 시계로는 유일하게 자체 품질 인증을 시행한다. 보통 스위스 시계는 ‘제네바 실(seal)’ 인증을 사용한다. 1886년 만들어진 제네바 실이란 시계 부품에 대한 정밀도와 내구성을 12가지의 항목으로 측정하는 공신력 있는 인증 마크다. 하지만 파텍 필립은 오히려 “우리는 이미 제네바 실이 요구하는 이상을 실행하고 있다”고 선언한 후 케이스, 아이얼, 핸즈 등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들에 자체적인 ‘파텍 필립 실’을 적용하고 있다. 자사의 기술력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끊임없는 기술 연마와 엄격한 품질 기준은 파텍 필립이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는 밑거름이다.
셋째, 시계를 예술의 결정체로 본다. 파텍 필립은 “작은 방의 기술자들의 수작업을 통해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최고의 시계를 만든다”는 기업 철학을 지니고 있다. 파텍 필립의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보통 600여 개에서 많게는 1000개가 넘는 부품으로 시계 하나를 완성하는 데 짧게는 3년, 길게는 무려 9년이 걸린다. 그러니 예술혼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심플하면서 고전적인 디자인을 고수한다. 화려한 디자인이 아니라 다이얼의 문자, 바늘의 움직임 등 시계의 본질적 미(美)로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포부 때문이다. 이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도 ‘손목 시계의 고상함을 표현할 수 있는 시계 1위’로 파텍 필립을 선정한 바 있다.
파텍 필립의 기업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는 다음과 같다. 어떤 손님이 시계 내구성에 대한 불만으로 구매한 시계를 들고 파텍 필립을 방문했다. 지배인은 시계를 그 자리에서 환불해 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계를 함부로 대하는 무례함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무에게나 시계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무례한 일을 했을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시계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만 시계를 판매한다는 파텍 필립의 철학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이렇듯 예술성과 희소성을 지닌 파텍 필립 시계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계가 되고 있다. 여러분의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 향상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파텍 필립은 자사 제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제품 가치를 향상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잘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