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트레이닝
편집자주 위기는 ‘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드뭅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겪은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김 대표의 e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좋은 사례를 골라 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새벽 4시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글로벌 브랜드 신발 업체 팀버랜드 (Timberland)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워츠 (Jeff Swartz). 그에게 2009년 6월 1일 아침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이날 아침을 시작으로 몇 주에 걸쳐 그는 전 세계에서 그린피스(Green Peace)를 지지하는 환경주의자들로부터 무려 6만5000통에 이르는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0년 9월호에 스워츠 사장이 직접 쓴 경험담에는 그 편지 내용의 일부가 공개됐다.
“스워츠 (Swartz) 사장님, 귀사가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는 신발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가죽이 바로 산림 파괴, 노예 노동, 아마존 열대 지역의 토착민의 이주, 기후 변화 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팀버랜드 신발을 살 때 제가 아마존 파괴나 기후 변화 등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사장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으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스워츠 사장은 당장 정보기술(IT) 부서에 지시해서 환경주의자들로부터 오는 e메일이 자동으로 한 폴더에 저장되게 했다. 앞으로 이들 모두와 커뮤니케이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내린 지시였다. 그리고 임원들과의 회의에 들어갔다. 임원들은 “팀버랜드가 브라질에서 구매하는 가죽이 7% 밖에 안 된다. 따라서 다른 곳을 찾아보고, 환경주의자들에게는 앞으로 브라질에서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서 당장 이 논란을 끝내자”고 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져왔던 스워츠 사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는 그린피스가 팀버랜드에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린피스의 리포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가축을 기르는 농부들이 목초지를 조성하기 위해 불법으로 아마존의 열대림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워츠 사장은 “팀버랜드에 가죽을 공급하는 브라질 업체들은 그 가죽이 어떤 소에서 얻는 것인지 알고 있나?”고 자문했다. 그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팀버랜드에 가죽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죽이 정확히 어떤 소에서 나오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린피스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됐다. 이번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가죽의 원산지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스워츠 사장은 이 과정에서 그린피스 및 가죽 협력업체들과 협력해나갔다. 즉, 그린피스와는 앞으로 가죽이 어느 지역에서 오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협력하고, 협력업체들은 이 시스템에 따라 가죽을 제공할 때에는 환경 파괴 지역에서 공급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서면으로 보증을 하게 했다. 2009년 7월 29일 그린피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팀버랜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이슈는 동종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2009년 7월 22일 나이키는 가죽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죽을 얻기 위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면으로 약속받기로 했다.
팀버랜드의 사례가 우리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최근 수년 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더욱이 2010년 11월 1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과 정부, 사회적 책임의 표준을 담은 ISO 26000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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