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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포트폴리오

새 사업보다 더 중요한 사업간 융합

고중선 | 65호 (2010년 9월 Issue 2)




 
원래 포트폴리오(portfolio)라는 용어는 서류 가방 또는 자료 수집 철을 뜻한다. 오늘 날에는 주로 재무 분야에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개별 자산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최고의 수익을 올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의미가 다른 분야로 확장되면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상품 포트폴리오, 브랜드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용어가 파생됐다. 재무적 관점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란 ‘보유 자산의 전체적인 위험(변동성)은 최소화하면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자산 간의 조합’을 의미한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기업 역시 자사가 영위하는 전체 사업으로부터 창출되는 가치를 최대화하려 노력한다. 최근 대규모 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표준으로 자리잡은 지주회사는 더욱 그러하다. 순수 지주회사는 독자 사업을 영위하는 게 아니라,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창출하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일을 돕는 게 본연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둘 이상의 사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할 숙명을 지닌다. 포트폴리오에 입각한 경영은 개별 사업 부문의 경영진이 각자 알아서 자원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 전체를 염두에 두고 향후 수익과 성장이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 결정은 신규 사업으로의 진입 여부,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의 구성 부문에 대한 확장, 유지, 축소, 또는 기존 사업으로부터의 철수와 같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기업이 수행하는 과제가 곧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그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 사업 포트폴리오의 진단이다.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과연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를 진단하는 행위다. 둘째,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 발굴이다. 새롭게 수익 및 성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셋째, 투자 및 자원 배분 우선순위 선정이다. 기존 및 신규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투자를 강화, 유지, 감소할 부분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 틀의 오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과 어려움은 이런 의사결정의 무게감에서 비롯된다. 포트폴리오의 가치 극대화는 신규 사업을 잘 선정하는 작업, 가치 파괴가 일어나는 사업에서 과감히 철수할 수 있는 의사결정 두 가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기업 내외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저성장 저수익 사업이라는 평가에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사업 포트폴리오 진단 결과에 의해 자신이 속한 부서의 진입 및 퇴출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사람의 관심사는 해당 사업부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고 예측하느냐에 쏠린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에 자주 쓰이는 주요 방법론들을 보자. 1960년 대 말 개발된 BCG 매트릭스는 향후 성장 가능성과 상대적 시장 점유율을 축으로 내부 자원의 배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4분면을 스타(star), 캐시카우(cash cow), 물음표(?), 개(dog)로 나눈 후 성장성과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사업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단순한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GE-McKinsey 매트릭스는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BCG 매트릭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시장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향후 성장성으로 하지 않고 해당 시장의 크기, 수익성, 진입 장벽, 기술 개발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즉 ‘무조건 성장성과 점유율만 보지 말고 시장 상황과 자사의 현황을 좀 더 넓게 본 후 개별 사업을 평가하자’는 전제가 깔려있는 셈이다.
 
ADL 매트릭스는 시장 상황을 산업의 수명주기론 관점에서 도입, 성장, 성숙, 쇠퇴의 4가지로 구분한다. 자사의 위치는 시장 내 입지에 따라 지배적, 강세, 우호적, 방어적, 약세의 5단계로 구분한다. 개별 사업의 위치를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좋은 사업’ ‘성과는 좋지만 쇠퇴기에 접어든 사업’처럼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 3가지 기법은 평가 방식에서는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추구하는 기본 철학과 가정은 상당히 유사하다. 때문에 3가지 기법 모두 너무 단순한 요인에 근거해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설사 평가 항목을 다양화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에서는 재무관리 교과서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 복잡한 재무 지표를 활용한 평가 지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서도 평가 결과의 신빙성만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평가 항목의 수를 늘리고 평가 방법을 어렵게 만든다고 해서 해당 시장의 본질을 평가할 수는 없다. 매력적인 시장은 몇 가지 지표로 정의하기 어렵다. 설사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이라 해도 오랫동안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도 있고, 빠른 성장세를 지닌 산업에서도 가치 창출력이 낮은 사업이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포트폴리오의 진단 및 미래의 기업 전체적인 사업 방향성을 결정하려는 포트폴리오 관리의 ‘본질’을 성과 평가의 엄정성이라는 ‘수단’과 혼동해서 일어나는 오류다. 실제 포트폴리오 분석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기업을 보면 복잡한 지표나 분석 방법을 적용하기 보다는 각 회사가 보유한 사업에 보편 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명료한 지표와 의사결정 기준을 적용할 때가 많다. 단순명료한 지표와 의사결정 기준을 적용할 때 포트폴리오 분석 결과가 더 우수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각종 분석 틀의 결정적인 한계는 현재의 사업 구조에 대한 조감도 역할은 하지만 미래에 어떤 식으로 해당 사업을 개선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수 사업 영역에 속하는 사업이 있다 해도 최종 퇴출 의사결정이 단지 매트릭스 상의 분포 구조에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또한 신성장 사업군이 거의 없는 포트폴리오 매트릭스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매트릭스에서 신성장 엔진 발굴을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나 퇴출 사업 선정은 전혀 별개의 분석과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의 목적을 단순히 기업 전체의 가치 극대화라고 정의한다면 몇몇 분석 틀에 의거한 진단 및 분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별로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신 사업 진출이나 저수익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보다 현재 해당 기업이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 내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실행하는 게 적합하다. 예를 들어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 내에 존재하고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제거할 수 있다면 동일한 수익 구조 하에서 기업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다. 또 동일 사업군 내에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시너지 사업을 찾아 활성화한다면 포트폴리오의 변화 없이도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위험 및 시너지 기회를 종합해 구성항목 자체를 재조합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사업 영역 간의 해체-통합을 통해 사업 단위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의 재정의: 현 포트폴리오 내의 가치 극대화
이런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의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해보자.
첫째, ‘성과’가 아니라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개별 사업의 과거 실적을 분석해 성과를 평가하는 일은 사업 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 실적에 대한 잘잘못을 평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의 다양한 환경에서 사업부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관리 방안을 세우는 일이다. 사실 개별 사업의 성과는 시장의 경쟁 지표(예: 시장점유율)나 재무 지표로 명확히 드러난다. 이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개별 회사의 몫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본사나 지주회사의 입장에서는 개별 사업부가 놓치기 쉬운 거시적인 환경의 미래 전망을 살펴보고, 다양한 환경적 시나리오를 구성해 미래의 위험에 기반한 성과 예측에 더 집중해야 한다. 즉 장기적이고 거시 경제적인 환경 변화에서도 전체 포트폴리오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시뮬레이션 해보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시나리오 플래닝과 위험 시뮬레이션이다. 미래의 예측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미래를 상정한 사업계획은 단선적인 결과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복수의 미래를 상정하고 각각의 미래에 닥칠 다양한 환경 변화 요인(경제 성장률, 환율, 유가 등)을 위험 변수로 정의한다. 각기 다른 시나리오 환경에서 위험 변수별로 다른 값을 배정해 사업 계획을 분석하면 환경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큰 분야가 드러나고 바로 이 부분에 위험 관리를 집중해야 한다.
 
 
둘째, 사업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개별 사업들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기업 집단에서는 단일 사업체가 누리지 못하는 다양한 시너지 기회를 활용해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시너지의 원천은 상호 거래, 경영 자산 및 경영 활동의 공유 등에 있다. 상호 거래는 연관성이 큰 사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보유기업에서 그룹 내 거래를 통한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용 강판에서부터 부품, 완제품 및 서비스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춘 현대-기아차 그룹은 부품 원자재의 안정적인 조달 및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를 통해 비용 경쟁력과 시장에 대한 대응속도를 높였다.
 
또 다른 사례는 공통 고객기반을 활용해서 교차 판매(cross-selling)와 같은 추가 매출 창출 기회를 만들고, 각종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일부 금융회사들이다. 특히 동일 고객 접점에서 동일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금융 비즈니스는 서비스 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영업 및 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경영 활동 공유는 전문적인 기능 영역 간의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창출하는 일을 말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내 개별 기업들의 구매활동을 통합해 전략구매화 한다든지, 사업부 간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인사-총무-회계 등의 기능을 서비스 공유(Shared Service)화해 전체적인 고정비를 절감하는 게 대표적이다.
 
셋째, 포트폴리오 내 사업 단위를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때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실패 가능성도 큰 외부 기업 인수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큰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은 우리 조직에 있는 개별 사업부 간의 업무 이관, 분사, 합병 등을 단행하는 방법이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삼성 SDS와 삼성 네트웍스의 결합은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좋은 사례다. 삼성SDS는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삼성네트웍스는 정보통신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업계에서 자리매김해 왔다. 통합 삼성SDS는 기존 삼성네트웍스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통신, 전화, 메시징 등 다양한 서비스를 기존 사업과 접목해 시너지를 발휘, IT서비스와 네트워크 서비스를 결합시킬 예정이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통합 커뮤니케이션 등 IT 산업의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내재화한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의 의미가 크다.
 
SK 텔레콤도 유·무선으로 분리 운영하던 인터넷 포털 사업을 SK 커뮤니케이션즈가 통합 관리하도록 외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분사나 합병처럼 법률적인 사업 형태의 변화를 수반하지는 않았으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신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전체적인 사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구조조정의 방법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넷째, 핵심 역량은 단기간에 쉽게 보강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경영자들은 각종 분석 틀에서 ‘현재 시장점유율은 낮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표시된 지점을 볼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이 시장에 집중적인 자원을 투입하면 쉽게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겠군.’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 해도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핵심 역량은 쉽게 침식당하지 않고 모방하기도 어렵다. 단기간 내 자원 투입을 통해 점유율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면 남들도 우리 회사와 똑 같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도 된다. 이는 해당 사업이 어느 누구의 핵심 역량도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자사가 강점을 보유한 분야의 인접 지역으로 진출해 핵심 역량을 레버리지하는 게 단순히 성장 가능성만 보고 새로운 사업에 무작정 뛰어드는 일보다 현명하다.
 
다섯째, 진정한 가치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이 아니라 사업 간 경계나 융합에서 발생한다. 인터넷 전화가 출현하면서 유선전화와 인터넷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IP-TV가 출현하면서 통신과 방송의 경계도 흐릿해지고 있다. 애플은 음악 콘텐츠와 MP3플레이어를 결합시켜 아이팟이라는 대히트 상품을 만들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인터넷 포털 업체 구글은 콘텐츠와 EMS업체를 기반으로 휴대폰이라는 하드웨어 시장으로 빠르게 넘어오고 있다. 즉 이미 알려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의 경계나 중첩되는 영역에서 어떤 기회가 발생하는지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맺음말
많은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분석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화려한 포트폴리오 맵을 도출해낸다. 그러나 근본 목적에 충실하고, 훌륭한 성과를 낳은 사업 포트폴리오 맵을 찾아보긴 어렵다.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안주하고 싶어하고, 포트폴리오 분석을 귀찮은 연례 행사쯤으로 여기는 관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은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면밀하고 냉철한 분석, 탄탄한 논리에 근거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 미래 성장 산업을 꿰뚫어볼 수 있는 혜안 등이 모두 어우러져야만 한다. 무작정 현재의 사업 구조를 변경하기보다는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부터 되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중선 이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보통신, 제조업 분야의 사업 및 마케팅 전략 수립의 전문가다.
  • 고중선 고중선 | - (현)모니터그룹 이사
    - ADL(Arthur D. Little) 팀장
    - The Boston Consulting Group
    - IBM Korea
    ko.joongsun@adlitt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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