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해 불합리한 성장 목표를 설정하거나, 조급한 외형 확대의 유혹에 빠져 적절한 성장 경로를 이탈하거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접근 방법으로 인해 가치 성장의 기회를 상실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성장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문제 의식과 관리 수준을 고도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기업들은 신속한 외형 확대에 대한 유혹과 대세론의 압박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녹색 사업이나 모바일 사업이 유망하다든지, 실버 혹은 여성 고객을 잡아야 산다든지, 유기농 브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식의 대세론에 기초해 다양한 층위의 포트폴리오들을 늘린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들이 어떤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와 무관하게 단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성적으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이때, 저성과 포트폴리오들은 기업의 전략적 초점을 흐리게 하고 자원과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업은 비로소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 전략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기능 단위별로 각 층위의 포트폴리오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원과 역량을 재배분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몇 가지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평가 결과가 미래의 전망이나 새로운 기회 요소를 가리는 사례, 사업-고객-제품-브랜드 포트폴리오 간의 전략적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아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좋은 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더 체계적이고 전사적인 접근 방법, 즉 구조적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가치 성장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와 시각에 기초해 기업의 성장 경로 및 사업 전개 로드맵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기초해 각 개별 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포트폴리오들을 고객 중심성에 기초해 통합적으로 재편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 첫걸음은 합리적 성장 경로에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BCG 매트릭스나 GE 매트릭스 등과 같은 몇 가지 권위 있는 평가 방법이 떠오른다. 기업은 이런 전통적 도구를 활용해 각 사업의 전망과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기초해 미래의 자원 배분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일견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접근 방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음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가 기업의 합리적 성장 경로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듀퐁이 각 사업의 현상적인 성과에만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농업과 식량 부문에 진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 지향적 사고는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둘째, 산업 환경이나 수명 주기가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전체 커피 소비량이 단 1%도 늘어나지 않을 만큼 정체됐던 1990년대 미국 커피산업 환경 하에서 스타벅스는 연평균 50%라는 놀라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특정 기업의 혁신은 산업 환경이나 사업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셋째, 현재의 사업 성과가 미래의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1980년대 초 파산 직전에 내몰렸던 할리 데이비슨은 자유를 갈망하는 머슬 바이크 라이더들을 자사의 핵심 고객으로 규정하고, 이에 전사적인 마케팅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다. 누구를 고객으로 규정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는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기업이 이 문제점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을 <그림1>과 같이 동태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핵심 사업에서의 성공이 없으면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심 사업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확장 사업을 성공시키고, 나아가 미래의 성장을 위한 대안 사업을 개발해가겠다는 합리적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