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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의미있는 고객만 추려 핵심사업과 결합하라

안상훈 | 65호 (2010년 9월 Issue 2)

 

GE, 듀폰, 3M…. 100 년이 넘는 동안성장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온 기업들입니다. 한 마리 토끼만 잡는 것도 어려운데 이 힘든 일을 100년 동안 해왔다는 점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속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현재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 해도 미래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처분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경영자도 많고, 포트폴리오 평가 결과 분석에만 매달리다 미래의 신규 사업 기회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DBR이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론 및 올바른 사용법을 제시합니다. 생생한 혁신 아이디어의 발굴을 통해 성장 정체의 고민을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혜 서울산업대 교수는 지난 10년간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홍 교수는 캔버스와 붓 대신 컴퓨터를 사용해 사각형 등의 인공적 이미지를 만든 후 이를 가구, 벽화, 조각, 비디오 등의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단순한 사각형이 벽돌로, 창문으로, 계단으로, 건축 자재로, 집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해체하고 확산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주제 Portfolio Management와 맥을 같이 한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 물살이 드센 곳에서 부지런히 노를 젓지 않으면 제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하지만 성장은 말처럼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나아가 성장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지도 않는다. 미국의 초우량 기업들 가운데 국가 GDP 증가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의 비율은 40% 정도다. S&P 500 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한 기업의 비율은 29%로 줄어든다. 실질적인 플러스 성장을 이루고 자본의 기회 비용 이상으로 가치를 창출한 기업이 단지 2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29%에 포함된 기업 중 단 41%만이 다음 10년 동안에도 이 같은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도태의 압박을 이기고 가치를 창출하며 영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첫째, 성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에 기초해 야심 찬 성장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이나 무난한 성장 목표는 그 자체로 성장의 불씨를 약하게 만들고 기업 활동을 둔화시킨다. 자동차 정비에 필요한 각종 조립 제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세계 시장 점유율을 획득하고 있는 독일 뷔르트그룹은 매 5년간 2배 이상의 성장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수립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목표에 냉철한 분석과 낙관적 조직 문화가 결합된 결과, 1979년 2억 유로에 불과했던 이들의 사업 규모는 2007년 85억 유로로 성장했다. 목표가 달성된 2007년 뷔르트그룹이 설정한 2017년 성장 목표는 220억 유로에 달한다.
 
둘째, 성장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무차별적 시장 확대에 따른 전략적 포지션의 약화, 소모적 시장 점유율 쟁탈에 따른 수익 구조의 악화, 승자의 저주와 같은 M&A의 후유증 등은 맹목적인 외형 확대에 몰두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닌 가치 성장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가치 성장을 위해 개별적인 성장 대안들이 충족시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은 지속 가능성, 경쟁력, 수익성이다. 지속가능성은 환경, 재무, 운영 리스크가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지 말아야 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력은 차별적인 고객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명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수익성은 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치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대항해의 성공을 위해서는 상세한 항로 설계와 최적의 함대 구성, 빈틈없는 병참 계획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담대한 가치 성장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성장 경로를 추구할지, 각각의 성장 단계별로 어떠한 사업을 전개할지, 각 사업은 어떤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어떤 가치 제언으로 제공할지, 그에 따른 자원과 역량은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해 불합리한 성장 목표를 설정하거나, 조급한 외형 확대의 유혹에 빠져 적절한 성장 경로를 이탈하거나, 포트폴리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접근 방법으로 인해 가치 성장의 기회를 상실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오류를 피하려면 성장과 포트폴리오에 대한 문제 의식과 관리 수준을 고도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관리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기업들은 신속한 외형 확대에 대한 유혹과 대세론의 압박에 초조함을 느낀 나머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녹색 사업이나 모바일 사업이 유망하다든지, 실버 혹은 여성 고객을 잡아야 산다든지, 유기농 브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식의 대세론에 기초해 다양한 층위의 포트폴리오들을 늘린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들이 어떤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와 무관하게 단지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성적으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이때, 저성과 포트폴리오들은 기업의 전략적 초점을 흐리게 하고 자원과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업은 비로소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 전략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기능 단위별로 각 층위의 포트폴리오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원과 역량을 재배분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몇 가지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평가 결과가 미래의 전망이나 새로운 기회 요소를 가리는 사례, 사업-고객-제품-브랜드 포트폴리오 간의 전략적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아 혼란과 낭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좋은 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더 체계적이고 전사적인 접근 방법, 즉 구조적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가치 성장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목표와 시각에 기초해 기업의 성장 경로 및 사업 전개 로드맵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기초해 각 개별 사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포트폴리오들을 고객 중심성에 기초해 통합적으로 재편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 첫걸음은 합리적 성장 경로에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하면 거의 반사적으로 BCG 매트릭스나 GE 매트릭스 등과 같은 몇 가지 권위 있는 평가 방법이 떠오른다. 기업은 이런 전통적 도구를 활용해 각 사업의 전망과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이에 기초해 미래의 자원 배분 및 투자 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일견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한 접근 방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음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가 기업의 합리적 성장 경로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듀퐁이 각 사업의 현상적인 성과에만 기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면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섬유 부문을 매각하고 농업과 식량 부문에 진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부 지향적 사고는 성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둘째, 산업 환경이나 수명 주기가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전체 커피 소비량이 단 1%도 늘어나지 않을 만큼 정체됐던 1990년대 미국 커피산업 환경 하에서 스타벅스는 연평균 50%라는 놀라운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특정 기업의 혁신은 산업 환경이나 사업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셋째, 현재의 사업 성과가 미래의 사업 성과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일본 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1980년대 초 파산 직전에 내몰렸던 할리 데이비슨은 자유를 갈망하는 머슬 바이크 라이더들을 자사의 핵심 고객으로 규정하고, 이에 전사적인 마케팅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했다. 누구를 고객으로 규정하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과는 크게 엇갈릴 수 있다.
 
기업이 이 문제점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법을 <그림1>과 같이 동태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핵심 사업에서의 성공이 없으면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심 사업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확장 사업을 성공시키고, 나아가 미래의 성장을 위한 대안 사업을 개발해가겠다는 합리적 성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핵심 사업과 포트폴리오 관리
핵심 사업은 기업 성과의 주축을 담당하고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어떤 사업이 핵심 사업으로서 기능하려면 충분한 외형적 규모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경쟁자가 쉽게 모방하기 힘든 차별적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특정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도 구축해야 한다. 가장 먼저 대상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사업을 전략적으로 재정의하고 이에 집요하게 집중하는 일이 필요하다.
 
업체용 식기세척기를 판매하던 독일의 빈터할터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했다. 그저 그런 공급업자 중의 하나로서는 가치 성장의 전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후 대상 고객들을 세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호텔과 레스토랑 업종의 고객들이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목표 고객임을 파악했고 이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사업의 개념을 ‘업체용 식기세척기 사업자’에서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유리잔과 그릇을 깨끗이 씻어주는 서비스 사업자’로 재정의한 셈이다. 회사의 브랜드 또한 빈터할터 가스트로놈(숙박이나 요식 등의 서비스 산업이라는 의미)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숙박 요식업 전용 식기세척기로 한정하는 한편, 이와 연계된 세척 용수 준비 장치나 세척제, 24시간 지원 서비스 등과 같은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강했다. 이후 빈터할터의 시장 점유율은 20%로 대폭 증가했다. 힐튼 호텔이나 맥도날드 같은 최상위 고객을 확보하는 등 지배적 지위도 구축했다.
 
사업을 재정의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 및 핵심 역량에 대한 깊은 통찰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을 재정의하는 과정은 곧 고객 포트폴리오를 정비하는 일로부터 시작되며 그를 바탕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때 유념해야 할 사안은 빈터할터의 예에서 보듯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버릴까’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핵심 사업을 위한 고객 포트폴리오 평가의 목적은 적합 고객(Right Custo-mer)을 정의하는 일이다. 적합 고객이란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에 부합됨과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가치를 제공해주는 고객을 의미한다.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 <그림2>에 나타난 다양한 고객 포트폴리오 평가 방식을 활용해볼 수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외형 지향적 방식은 고객 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맹목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서 진일보한 수익 지향적 방식은 합리적인 고객 선별로 기업 성과를 한층 개선해준다. 실제 약 3000개의 고객들과 거래를 하고 있던 한 컴포넌트 제조업자는 전체 고객의 50%가 넘는 1600개 고객의 매출 비중이 단지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하위 1300개 고객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한편 상위 100개 고객들을 위한 우량 고객 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해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 결과, 이 업체는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익률을 1년 만에 무려 2.2%포인트나 높였다.
 
하지만 수익 지향적 방식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기간의 성과에 기초해 고객을 평가하다 보니 그들이 과연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에 부합되는 고객인지, 그 기여도가 미래에도 지속될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어떠한 고객이 자신의 포지셔닝이나 핵심 역량에 부합하는지, 그들의 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가 얼마인지라는 관점에 기초해 적합 고객을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위기의 할리 데이비슨은 수 차례에 걸친 고객 조사와 분석 작업을 통해 독특한 디자인의 바디, 신뢰성 높은 엔진, 독특한 엔진 배기음을 선호하는 확고한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할리 데이비슨 고유의 특성에 부합하는 요소였다. 아울러 이 고객층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불 의향을 지니고 있으며 브랜드 충성도 또한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HOG)로 불리는 이 고객층을 핵심 목표로 정의하고 이들의 취향에 맞춰 브랜드, 제품, 유통망을 집중화했다. 오늘날의 할리 데이비슨을 만든 디딤돌이었다.
 
고객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지역적 확장 가능성이다. 적합 고객의 요구에 기초해 핵심 사업을 집중화하면, 자칫 제한된 시장 규모로 성장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열쇠는 세계화다. 따라서 고객 포트폴리오를 평가할 때 지역 포트폴리오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합 고객을 정의하는 게 긴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핵심 사업의 적합 고객을 정의했다면 이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정비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들이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자원 분산으로 우량 브랜드의 경쟁력이 오히려 훼손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보유 브랜드들이 적합 고객의 인지 상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해당 브랜드의 실질적인 마케팅 성과가 어떤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과감한 브랜드 합리화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마스터 브랜드로 육성할 우량 브랜드를 중심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브랜드 아키텍처를 구성해야 한다.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는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던 작은 회사들을 꾸준히 인수, 총 15개의 브랜드를 보유했다. 이 브랜드를 각각의 회사별로 운영하다 보니 마케팅 투자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일렉트로룩스는 브랜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고객 조사를 통해 회사가 집중 공략해야 할 3개의 목표 시장을 정의하고, 브랜드 개수도 15개에서 3개로 줄였다. 아울러 일렉트로룩스라는 기업 브랜드가 이 3개 제품 브랜드를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었다. 1996년 마이너스 상태였던 일렉트로룩스의 영업 이익률은 브랜드 구조조정 5년 만에 8.1%포인트 늘었다.
 
유통망 포트폴리오도 고민해야 한다. 유통 경로는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브랜드가 약속하는 독특한 가치제언과 가격 포지션을 적합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전달하는 핵심 접점이기 때문이다. 델은 베스트바이와 같은 소매업체를 유통 경로에 추가해 원가 구조에 일대 혼란을 야기했다. 이를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한다.(DBR 33호에 실린 ‘유통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 참조)
 
제품 포트폴리오 또한 최적화해야 한다. 개별 제품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사안은 제품을 범주화하는 카테고리다. 스포츠 신발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제품군 하나에 대해서도 러닝화냐 농구화냐, 십대용이냐 직장인용이냐, 충격흡수용이냐 운동강화용이냐, 고가품이냐 저가품이냐 등등의 다양한 카테고리 설정이 가능하다. 경쟁 제품이나 대체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컨버전스 경향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는 카테고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전략적인 의사결정 사항이다. 따라서 기업은 적합 고객의 요구나 브랜드의 가치제언에 기초해 제품 카테고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새롭게 정의된 카테고리 하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별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
 
유럽 최고의 트레일러 제조업체인 슈미츠 카고불은 지난 10년간 제품 가격을 30% 인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마진율은 같은 기간 2%에서 7%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가격을 인하하면 판매량은 늘어날지 몰라도 마진율 자체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미츠 카고불은 어떻게 가치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이 회사의 CEO는 ‘포기를 통한 성장’이 그 비결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제품 품목의 90%를 줄이고 오로지 네 가지 기본 제품만 생산하기로 했다. ‘포기를 통한 성장’이 바로 우리 구호였다.” 제품 군을 네 가지로 한정하자 슈미츠 카고불의 생산성은 4배 증가했고 판매도 60% 늘었다. 제품 경쟁력이 강해지다 보니 슈미츠 카고불은 트레일러 뒤쪽에 고객사의 브랜드 대신 자사의 브랜드를 새겨 놓을 수도 있게 됐다. ‘포기’가 있은 지 10년 만에 슈미츠 카고불의 매출은 3억 5000만 유로에서 13억 유로로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또한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적합 고객의 본질적인 요구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키려면 제품 포트폴리오를 집중화하는 작업뿐 아니라 적극적인 R&D로 제품을 보완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빈터할터처럼 적합 고객을 위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개별 제품을 구성하는 가치 속성들을 잘게 분해해 과도한 낭비적 기능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원가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강화하는 리엔지니어링 또한 필요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고객,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합적으로 평가해 핵심 사업을 재정의 하게 되면 그 같은 전략적인 초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많은 사례가 증명하듯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게 비약적 성장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확장 사업과 포트폴리오 관리
하지만 모든 사업은 어느 순간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잘 정의된 핵심 사업도 그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한계 시점에 직면한 기업이 가치 성장을 지속하려면 확장 사업을 자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안에 구비해야 한다. 어떤 사업이 확장 사업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업의 자산과 역량을 활용해 인접 사업 영역에서 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굴해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체의 사업 가치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의 경쟁력 또한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일은 핵심 사업의 어떠한 자산과 역량을 레버리지해 어떠한 인접 영역에서 사업을 개발할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고객,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한 입체적인 검토를 통해 사업을 선택적으로 규정하는 일이 긴요하다. 고객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핵심 사업의 적합 고객에서 비껴서 있는 차별적 세분시장을 목표 고객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고객의 생애가치는 높으나 핵심 사업의 전략적 포지션과 일치하지 않는 세분시장, 혹은 그 반대의 세분시장이 유력한 후보다. 이들을 공략하려면 강력한 기업 브랜드나 마스터 브랜드의 보증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제품 또한 핵심 사업의 주력 제품이 아닌 스트립다운 제품이나 목표 고객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인접 상품을 주력화해야 한다.
 
건초 콤바인 분야의 세계적 기업이자 유럽 최대 수확 및 탈곡 겸용 기계 업체인 클라스는 해당 사업에서의 성장 잠재력이 점차 고갈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고 곧바로 새로운 확장 사업을 물색했다. 클라스는 트랙터 사업을 그 대안으로 판단했다. 이에 르노로부터 관련 사업을 인수해 자신의 브랜드로 트랙터 판매를 시작했다. 이 시도가 클라스에게 힘찬 가치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이 사례는 핵심 사업의 고객을 활용해 확장 사업을 개발한 좋은 사례다. 클라스의 적합 고객인 농부나 도급 사업자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양 사업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 산업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네슬레는 인스턴트 커피를 원하지 않지만 에스프레소 전문점을 찾지도 않는 세분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네슬레는 이 세분시장에 속하는 고객들은 매우 다양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으며 상당히 심미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이에 기존 커피 사업에서 축적된 탁월한 역량과 네슬레 및 네스카페 브랜드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네스프레소라는 브랜드를 새로 출시했다.
 
네슬레는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커피 브랜드들을 매우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캡슐에 담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해 편리하게 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는 세련되고 저렴한 전용 에스프레소 기계도 함께 판매했다. 네슬레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목표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등에 세련된 부티크 형 매장을 개설했다. 네스프레소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4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핵심 사업에서 축적된 핵심 역량과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 세분시장을 공략한 좋은 사례다.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주력 상품을 활용해 DVD, OST 음반, 게임, 캐릭터 상품, 소매점, 테마파크 등의 영역을 개척한 디즈니 또한 핵심 사업의 강력한 제품을 바탕으로 확장 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사례다.
 
확장 사업은 반드시 성공한 핵심 사업에 기초하되 이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개발돼야 한다. 그 자체로 명확히 차별적인 목표 고객과 가치제언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최적의 사업 모델과 원가 구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핵심 사업의 집중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렵게 해 전반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확장 사업은 핵심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한계를 보일 때 가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 성장을 보장해주는 확실한 기반이 될지는 미지수다. 확장 사업 역시 여전히 핵심 사업의 연장선 상에 있으며 따라서 이미 학습된 고객과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먼 미래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안 사업을 차근차근 개발해나갈 필요가 있다.
   
 
대안 사업과 포트폴리오 관리
대안 사업은 미래의 핵심 사업이 될 강력한 후보이자, 현재는 그 규모나 성과가 미미하지만 강력한 성장의 모멘텀을 보유한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안 사업의 핵심 성공 요인은 파괴적 혁신에 기초해 기존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부 포트폴리오를 평가해 사업을 정의하지 말고, 선별된 세분시장 영역에서 파격적 가치 제언을 개발하는 식의 접근 방법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세부 포트폴리오 평가와 연계해 생각해본다면 고객 포트폴리오와 R&D 포트폴리오를 눈 여겨 살펴 보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사업이 조망하지 못하는 비고객들에 집중해 그들이 관련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고 가치 측면이나 가격 측면에서 그들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의 워크맨이나 애플의 아이패드 같은 혁신적(New-to-world) 제품, 라이언에어의 항공서비스나 비지오의 LCD TV 같은 가격 파괴형 제품 등은 모두 이런 대안 사업 개발의 결과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쟁자들이 신경 쓰지 않는 매우 좁은 시장 영역에서 성공 체험을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주류 시장을 장악해나갔다는 점이다. 대안 사업에 대한 투자와 사업 개발이 어떻게 시작해 어떻게 발전해 가야 하는지를 시사해주는 사례다.
 
맺음말
핵심 사업, 확장 사업, 대안 사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환한다. 오랜 시간 가치 성장을 이룬 GE, 듀퐁, 3M 등은 모두 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 사업에 뛰어든 경험들을 지니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세밀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림3>은 지금까지 언급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관리 방안들을 씨줄 날줄로 엮어 정리한 구조적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론이다.
중요한 점은 기업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개별 사업을 핵심 사업, 확장 사업, 대안 사업에 단순 대입시켜 운영하려는 내부 지향적 관성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각기 상이한 미션을 지닌 3가지 사업 포트폴리오가 요구하는 전략적 요건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개별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때에 따라 조직 외부로부터 후보를 발굴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각 사업 포트폴리오별로 대상 사업을 선정하거나 정의할 때 단순히 현재까지의 성과나 현 시점에서의 사업 개념에 경도되면 곤란하다. 각 대상 사업은 현재까지의 성과를 넘어 미래의 성장 잠재력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브랜드,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통합적 재편에 기반해 사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관리는 흔히 생각하는 몇몇 매트릭스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매우 큰 그림과 현미경 수준의 정교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 어려운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한 극소수 기업들만이 지속적인 가치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서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중국 경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SDS, KPMG, 아서 앤더슨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마케팅 전문 전략 컨설팅회사인 마케팅인텔라이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사업 전략, 혁신 전략, 마케팅 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국내외 기업들의 성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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