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디자인’ 개념에 의거해 자사(自社)의 현재 사업 영역 및 실행 방식을 정의하고, 각 비즈니스별 현재 성과 및 경쟁력 수준을 진단하는 단계다. 이 단계의 핵심은 기존 사업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특히 비즈니스 디자인의 요소 중 하나인 ‘Scope’을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사업 영역과 연계된 전체 사업 범위에 대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 올리버 와이먼에서는 이를 인접 경제 영역(Economic Neighborhood)이라 부른다.
<그림1>에 나온 제지산업의 사례를 통해 인접 경제 영역의 개념을 알아보자. 제지업체의 일반적인 사업 영역은 원재료를 매입한 후 종이, 종이보드, 목재 등의 상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1차 인접 경제 영역에는 제지 원재료 생산 및 가공 사업, 제지 상품 관련 사업이 해당한다. 가치사슬 관점에서 보면 자사가 담당하고 있는 사슬의 전후방에 가장 가까운 영역이므로 근거리 경제 영역이라 부르기도 한다.
근거리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은 다음의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어떤 원료 공급회사의 협상력이 지나치게 강해 원재료 조달 가격이 비싸고, 납기의 안정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면 해당 상품을 만드는 업체는 자체적으로 원료 공급 업체를 설립해 구매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둘째, 1차 가공상품(예: 제지 상품)보다 응용 상품(출판물, 포장재, 건축, 가구)의 시장 규모 및 부가가치가 훨씬 높을 때다. 이때 1차 가공업체는 상품 기획 및 디자인 역량을 확보해 응용상품 시장으로의 진입을 모색할 수 있다.
2차 인접 경제 영역의 가장 일반적 예는 기존 고객회사(예: 응용 상품 업체)의 고객이다. 제지업체의 고객인 인쇄업체의 고객, 즉 언론사는 광의의 개념에서 제지업체의 사업 영역에 해당한다. 이를 원거리 경제 영역이라 부른다. 언뜻 보면 제지업체와 부동산개발 산업이 무슨 관련이 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인접 경제 영역의 개념을 적용해 보면 양자의 관련성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시 인접 경제 영역에 대한 정의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사업 내 고객 가치 이동 트렌드(value migration trend) 파악, 본원적 관점의 경쟁 우위 및 열위 발생 요인 규명, 향후 사업 확장 기회 모색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런 큰 그림 하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사의 사업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기존에 간과했던 어떤 시장을 노려야 할지 등을 찾아낼 수 있다.
이후에는 적절한 평가기준을 통해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진단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사업영역 간의 차별적 속성, 즉 해당 시장에 대한 진입 시기, 경쟁 강도, 산업 수명 주기, 자사 시장 지위 등을 성과 진단 시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황금률 같은 성과평가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이나 상품 간 차별화 정도가 낮은 일상재(commodity) 산업에서는 매출액이나 시장 점유율보다 수익성 지표를 우선한다. 반면 신규 추진 사업에서는 수익성보다 매출액 및 시장 점유율 지표를 우선한다. 단기적 수익 창출보다는 파이 자체를 키워 우월한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므로 투자 효율성이 중요한 사업에서는 ROIC(투자자본 수익률)이나 EVA(경제적 부가가치)처럼 경제적 기회비용을 감안한 성과 지표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