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고려요인

수익모델 vs 비즈모델: 현명한 통찰을

59호 (2010년 6월 Issue 2)

 
 

많은 제조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 단순하게 좋은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팔던 방식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에는 비슷한 상품이 넘쳐난다. 기술력이 남보다 아주 뛰어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거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감히 다른 기업이 넘보지 못할 정도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런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을 선점하고 성공적인 신제품을 선보이더라도 곧 비슷한 제품이 뒤따라 나온다. 이어 다시 가격경쟁이 시작되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제조회사들은 서비스를 통해 제품 생산 이외의 활동에서 부가가치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어떻게 품질 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신상품을 만들 것인가’ 하는 과거의 고민에서 벗어나 ‘현재 상품을 중심으로 어떤 다른 활동을 수행해 신규 수익원을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먼저 제조업의 서비스화의 유형을 살펴보고 조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성공 요인을 검토해보자.
 
제조업의 서비스화 유형
서비스화의 첫 단계 모델은 ‘상품 모델’이다.  이는 기존 상품을 더 잘 만들려는 노력과는 구분 된다. 여기서의 상품모델은 상품에 제조 이외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다.상품 모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서비스-애드온(add-on)’ 모델과 가치사슬 변화 모델이다. 서비스-애드온 모델은 제품에 관련된 서비스를 첨부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1년 품질 보증을 한다든지 제품 판매에 설치 서비스를 더하는 사례다. 액정표시장치(LCD) TV를 판매하면서 설치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일반화한 것을 감안하면 많은 제조 기업들이 서비스화를 시행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에 더해진 서비스를 통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다. 공용화된 서비스에서도 서비스화를 적용할 수 있다. 서비스산업에서도 시장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차별화 되지 않으면(예를 들어 단순 통신서비스나 은행예금 및 대출 서비스) 서비스화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상품 모델에는 가치사슬 변화 모델도 있다. 이는 같은 상품을 생산하지만 생산 방식, 제품 디자인, 고객욕구 수용 등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변화시켜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PC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온 델 컴퓨터는 직접 판매, 효율적인 공급망 구축, 고객 니즈에 맞춘 PC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이러한 모델이 성공하려면 우선 시장에서기존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포인트가 무엇이고,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화의 두 번째 모델은 ‘사용자 모델’이다. 사용자 모델의 특징은 상품에 관한 소유권이 기업에 있고 고객은 사용을 하면서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이 모델의 장점은 고객이 초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고 사용량에 따른 과금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모바일 기능에 센서와 제품을 결합하면 더 많은 사용자 모델이 나올 수 있다. 사용자 모델은 사용량에 따른 과금 방식인 유틸리티 모델과 기간에 따라 과금하는 라이프타임 모델이 있다.
 
현재 논의되는 전력에 관한 스마트그리드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모델이 대표적인 유틸리티 모델이다. 자동차에 센서를 장착해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모델도 시장에서 실험 중이다. 라이프타임 모델의 국내 사례로는 정수기의 렌탈 모델 등이 있다. 해외에서는 인터페이스(Interface)라는 회사가 카펫을 단순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리스 모델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 기업은 모듈러 형식의 장방형 카펫 타일을 이용해 카펫의 고무바닥 부분과 표면을 분리하고 고무 부분을 재활용해 고객에게 정기적인 카펫 배치,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업고객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자원효율성도 높아져 친환경기업 이미지도 얻었다.
 

서비스화의 마지막 모델은 ‘서비스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기업이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서비스 모델에는 제품 중심적 서비스 모델과 확장 서비스 모델이 있다. 제품 중심적 모델은 기존 제품의 유지나 보수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다.
 
롤스로이스사는 항공엔진을 판매하는 기업이었으나 제품의 특수성을 감안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비행 시 기기의 작동에 관한 모니터링 서비스와 엔진 문제가 감지됐을 때 다음 공항에서 바로 기기에 대한 점검과 수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항공기 운영의 효율화를 중시하는 항공사들이 이 서비스에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 서비스모델의 다른 예인 확장서비스 모델은 제공하는 상품의 궁극적 목적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청소기를 판매하는 모델에서 청소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들도 고객의 관점에서 자동차 구입 시 필요한 금융, 세금, 운영 시 필요한 보험, 차량서비스, 유지보수, 폐차 시 필요한 차량교체 등과 같은 많은 확장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서비스화의 실패
서비스화의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기업은 서비스화를 통한 확장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린 Reinartz and Ulaga (2008)의 논문에 소개된 의료기기 전문 업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의료기기를 판매하던 이 기업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가끔씩 진행하던 설치와 사용방법에 관한 교육서비스가 기기 판매 이윤의 갑절에 이르는 것을 깨닫고, 서비스화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고 시작한 이 사업은 2년 후 10%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논문에서는 이 기업의 실패요건으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후방 오피스의 프로세스가 처음 예측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고객들은 모두 다른 요구를 했고, 각 고객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려다보니 원가가 높아졌다. 둘째, 이 기업은 서비스 판매를 위해 기존 기기판매원을 활용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기기 판매와 서비스 판매에 관한 능력이 달랐을 뿐 아니라 고객사의 기기 구매와 서비스 구매 의사결정권자가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연관성이 떨어졌다. 셋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원을 대부분 외부자원 또는 아웃소싱에 의존했다. 이는 서비스 제공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위의 예에서 보듯 기업의 서비스화는 결코 쉽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조직적 고려 요인
①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화 전략 개발
앞서 설명한 유형에서도 보았듯이 서비스화의 방법은 아주 다양하며 여러 가지 전략이 있다. 서비스화에 관한 아이디어를 찾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가장 간단한 것은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의 주위 분석을 통해 상품과 더불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방법이다. 나이키가 운동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제품의 사용 목적, 장소, 방법, 공동사용제품, 사용 시간, 사용자 등을 분석하고 음악을 듣는 아이폰과 연계해 운동을 하면서 음악을 듣고, 자신의 운동량과 시간 등을 기록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Nike+’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즉 고객의 구매 단계부터 설치, 사용, 유지·보수, 폐기의 각 단계를 분석하고 고객이 현 상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서비스화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은 사용 단계에서 서비스화의 아이디어를 위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표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세부단계에서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질문하다보면 서비스화 아이디어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서비스화의 가장 간단한 방법은 조직 내 어디선가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화의 가능성을 찾아내 기업전략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 기계 가동에 필요한 윤활유를 제공하는 기업의 한 지역 판매 부서에서 고객에게 긴급서비스와 정기적 기기 점검을 해서 부정기적이나마 서비스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면, 기업 내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시스템화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서 기업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임원급 인사가 조직 전반의 숨은 서비스 요소를 찾아내 유료로 전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②새로운 모델에 맞는 조직을 구성
서비스화를 구상하고 있는 기업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기존 제품판매 모델을 유지하며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새로운 모델은 기존 모델과 갈등을 일으키곤 한다. 앞서 사례로 제시한 카펫의 리스 모델은 기존 카펫 판매 모델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럴 때 조직은 새로운 모델을 벤처 모델로 만들어 기존 조직과 별도로 운영을 하는 게 좋다.
 
조직 구성에 관한 다른 문제는 서비스화 역량이 기존 제조-판매 역량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이때 어떻게 조직 역량을 확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 역량과 새로운 역량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기존 조직을 재교육해 활용하는 방안과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IBM이 컴퓨터 제조업에서 IT 컨설팅업으로 서비스화를 할 때 PWC라는 컨설팅 기업을 인수한 일은 외부자원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기업역량 구축과 관련해 서비스 마케팅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 판매원의 육성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 내 후방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확립해야 한다. 제품이 유통 회사를 거쳐 고객에게 공급되기 때문에 고객 접점의 ‘제공 프로세스’가 없는 제조회사가 상당수다. 하지만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고객의 요구에 따라 상품(제품+서비스)이 고객과의 접점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조직 후방의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한샘은 기존 아파트 입주 시 주방 가구 등을 빌트인(built-in)으로 공급하는 제품 모델에서 고객이 원하는 맞춤화한 가구를 디자인해 주는 서비스 모델로 변경했을 때, 기업 후방의 서비스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샘은 먼저 고객 주문 상담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전문 키친 디자이너의 고객 방문 프로세스, 주방 공간의 크기를 조사하는 법,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분석 프로세스, 가구 시공 후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는 방법 등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제공 프로세스를 표준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무조건 고객의 니즈에 맞추다 보면 이때 수익 모델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연한 서비스 모델을 제공하되 몇 가지의 공통 서비스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한샘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평가를 위한 77가지 항목을 개발하고 고객의 요구를 몇 가지로 일반화했다. 프로세스 과정을 세밀히 분석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서비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전문 디자이너의 고객사이트 방문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직접 방문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최적화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③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을 분리
마지막으로 고민해야 할 점은 비즈니스모델과 수익모델의 구조다. 흔히 서비스화를 얘기하며 기존 상품모델에 얹혀 서비스 수익을 많이 내는 모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모델을 구분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애플 앱스토어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앱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공급이라는 서비스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앱스토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즉 애플은 서비스화를 통해 기존 제조업(휴대전화의 판매 또는 MP3 플레이어인 iPod의 판매) 기반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때는 애플이 제조업인가 서비스업인가 구별 하는 것보다 기존 상품판매 모델을 서비스화로 강화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전자책(e-Book)을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이를 통한 본연의 도서 판매가 아마존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킨들의 매출 또는 앱스토어의 판매 매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핵심 비즈니스보다 미미하지만, 이 모델을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인다.
 
산업연구원 2 의 한국 서비스화 제조기업의 매출액 이익률 추세를 보면 서비스화를 추진한 기업의 서비스 매출액 증가는 제품 부분의 매출액 증가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화가 서비스 자체의 매출 증가보다는 간접적인 제품의 매출액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듯이다. 제조업 기반의 한국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모델의 분리에 관한 이해를 통해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 조직을 만들어 나갈 때 조직의 평가와 보상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단순 매출로만 성과를 평가하면 서비스 조직의 역할이 과소평가 받을 수 있다. 이는 서비스화의 성공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제조 기반의 국내 기업이 서비스화로 매출 증대의 간접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서비스 조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특성을 고려한 조직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화 전략을 조직환경에 최적화하라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화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핵심 사업과의 연계가 적은 사업으로의 진출이나 성급한 서비스 추진 등이 꼽힌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속한 실행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서비스화의 장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있는 부분에서 서비스를 확장시켜 나가는 점진적인 노력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비스화의 특징을 이해하고 자사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아낼 때 서비스화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연구년 중 삼성경제연구소의 초빙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모바일 기술을 통한 기업의 경영 전략 변화, 웹 2.0이 초래하는 사회 변화 등이 주 연구 분야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