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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 디자인 방법론

리사이클링까지 설계… 가치체험 업그레이드

김용세 | 59호 (2010년 6월 Issue 2)
 
 

이제 제품-서비스 융합 시대다. 애플은 아이팟 제품과 아이튠스 서비스의 융합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고, 롤스로이스는 비행기 엔진뿐 아니라 정비 서비스를 제품에 연계해 엔진의 ‘사용’을 제공했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제공되는 인공물인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서는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소니와 서비스기업으로 알려진 아마존닷컴이 함께 경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소비자와 사용자의 근원적인 요구 사항을 찾아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총체적인 솔루션을 모색해왔다. 기업 경쟁력의 중심도 물리적인 사물인 제품에서부터 인간 본연의 가치에 깊이 연관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산업 구조는 아직 제품이 강조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처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PSS·Product-Service System) 디자인이다. 정부도 2008년 12월 PSSD를 지식서비스분야의 산업원천기술개발 과제로 지정한 바 있다. PSSD의 목표는 1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재조명하고 2)미래지향적인 소비자 관점의 가치를 규명하는 일이다. 또한 3)이를 성취하게 하는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선별하고 부족한 경쟁력은 외부로부터 아웃소싱을 통해 보완해 4)제품요소와 서비스요소가 체계적으로 연계된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나아가 5)구체적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을 기획, 디자인, 설계하는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 디자인(PSS Design) 방법론과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PSS와 PSS 디자인의 구체적인 개념, 이를 기업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의류수거 PSS 모델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다.
 
PSS Design은 융합 개념
PSS와 디자인 개념의 핵심은 모두 융합(Con-vergence)이다. PSS 디자인은 새로운 PSS의 기획, 개념 디자인, 구현 설계 등을 포함하는 융합 개념이다. 이는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디자인보다 광의의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디자인을 스타일링 중심의 좁은 의미의 디자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디자인 전문기업인 IDEO는 광의의 개념으로 디자인을 인식하고 있다. IDEO에는 디자이너 외에도 마케팅전문가, 엔지니어, 건축가, 인류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IDEO의 핵심 인력은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과의 한 그룹인 ‘디자인 디비전(Design Division)’에서 교육받고 강의하는 인력들이다. 이들은 최근 경영, 산업공학, 휴먼 컴퓨터인터랙션(Human Computer Interaction) 등의 전문가와 함께 이른바 ‘D-School’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스탠퍼드 디자인 연구소(Stanford Institute of Design)’라는 융합디자인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PSS 디자인은 기획, 디자인, 설계를 연계한 개념, 즉 ‘디자인을 넘어선 디자인’으로 이해해야 한다.
 
제품-서비스 통합시스템(PSS)의 개념과 배경도 살펴보자.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는 방법에는 기존 제품에 서비스 요소가 추가되는 ‘제품의 서비스화(product servitization)’와 기존 서비스에 자동화 등의 물리적인 제품요소가 추가되는 ‘서비스의 제품화(service productization)’ 등의 접근방법이 있다.
 
제품 서비스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프랑스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서비스의 제품화 사례로는 은행업무 서비스를 자동화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들 수 있다. PSS 디자인의 관점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사례도 있다. 바로 휴렛패커드(HP)가 2007년 소개한 컬러매칭서비스(Color Matching Service) 사례다.1)다음은 HP와 같은 성공을 원하는 국내 제조기업 및 관련 서비스 전문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PSS 디자인의 방법론을 소개한다.
 
PSS Design
의 6단계 프로세스
성균관대 Creative Design Institute (CDI) (http://cdi.skku.edu) 연구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PSS Design 산학협력 컨소시엄(http://pssd.or.kr)이 개발하고 있는 PSS 디자인은 크게 (1)이해관계자(Stakeholder) 요구조건 및 목표 가치 도출 (2)관련자 행위 디자인 (3)PSS 기능 모델링 (4)기능-행위 연계 및 PSS 개념안 생성 (5)PSS 개념안 구체화 (6)PSS 개념안 프로토타이핑의 단계로 이루어진다(그림1 참조). 각 단계에서는 많은 양의 정보가 생성되며, 이들의 연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도구의 역할도 중요하다.
 
1)요구조건 및 목표가치 도출
산업사회의 기술은 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단계에 많은 투자를 했고, 이 부분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용된 제품의 지속적인 재사용과 재활용 단계를 위한 기술 개발, 비즈니스 및 일자리 창출이 절실해질 것이다. PSS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네덜란드의 경제부처와 환경부처의 공동 프로젝트는 이러한 환경적 가치에 대해 강조하면서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와 생태학적 가치(Ecological Value)를 아우르는 이른바 ‘E2 Value’ 콘셉트를 제시했다.
 
의류의 예를 들어보자. 의류의 라이프사이클스텝(Life Cycle Step)은 ‘이용 전 단계(Pre-Use Life-Cycle Stage·새로운 의류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및 판매 단계)’ ‘이용 단계(Use Stage·착용, 세탁, 수선 등이 반복되는 단계)’ ‘이용 후 단계(Post-Use Stage·사용 후 폐기 및 재활용)’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의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단계에서의 이해관계자를 규명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과정이 PSS Design의 첫 번째 과정인 요구조건 도출과정이다.
 
현재 의류의 디자인과 생산을 주로 하는 제조업체가 제품-서비스 융합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판매 사이클 단계에서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의 가치 혁신이 의류의 사용 및 폐기 단계의 재조명에서 얻어질 수도 있다. 큰 아들이 입던 멋진 점퍼를 둘째 아들이 물려 입다가, 조카에게 선물을 했다. 이 조카가 그 점퍼를 동네에 있는 수거함에 기부해 누군지도 모르는 다른 어린 친구가 입을 수도 있다.
 
동네 어딘가 구석진 곳에 있는 의류 수거함을 이용하는 의류 기부 행위와 이렇게 수거된 의류의 처리 과정에서 진행되는 관련자들의 행위를 생각해보자. 비가 오는 저녁에 기부할 의류를 들고 동네 뒤쪽 후미진 곳에 있는 수거함을 찾아가는 소비자가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수거함에 있던 의류를 수거해 쓸만한 옷을 골라내는 행위를 생각해보자. 의류의 상태가 깨끗하고, 훼손되지 않은 상태여야 새로운 사용자에게 전달돼 새로운 이용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누군가가 수행해야 한다. 시스템의 각 관련자들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를 분석하고, 이를 보다 발전적인 가치로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 PSS 디자인의 다음과정인 목표가치 도출과정이다.
 
CDI 연구진이 이 과정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립한 개념이 바로 ‘E3 Value’다. 인간 중심의 가치에 대한 강조와 최근 IT제품 등에서 화두가 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슈가 새로운 가치 창출과 제품-서비스 융합 비즈니스의 핵심 공략대상이 돼야 한다. 이에 따라 E2 Value 콘셉트에 경험가치(Experience Value)를 추가한 ‘E3 Value 콘셉트’를 정립했다. 최근 많은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인에서 강조되고 있는 표현이 감성디자인이다. CDI 연구진은 감성이라는 용어로 표현되어온 가치 요소를 해당 관련자의 특성, 그들의 행위, 행위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 요소들을 통해 경험가치로 규명하고자 한다. E3 Value 기본체계는 <그림2>와 같다.
 

경험가치는 크게 외재적 가치(Ex-trinsic Value)와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로 구성된다. 외재적 가치는 기능적인 부분과 대외적 사회성과 관련된 가치다. 내재적 가치는 자기 주도적인 관점과 반응적 관점의 정서적 부분, 대내적 사회성, 지속적인 추구를 이끄는 부분 등으로 구성된다. 경험가치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의류수거에 관련 된 몇 가지 예를 통해 경험 가치를 설명하고자 한다.
 
쓰레기통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거함에 접근해 느끼는 반응적 정서(Reactive Emotion)는 보다 많은 사람이 의류 수거함을 찾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아이가 예쁘게 입다가 작아진 옷을 우리 아이만큼이나 귀여운 어떤 아이가 입게 될 모습을 상상하며 유아복을 기부하는 젊은 엄마는 뿌듯한 능동적 정서(Active Emotion)를 경험하게 된다. 옷을 많이 기부한 주부에게 자신의 기부 성적을 기록해 알려준다면 이는 외재적 사회적 가치(Extrinsic Social Value)를 제공하는 일이 된다. 결국 현재의 수거함에서 제공되지 못하는 가치를 찾아내고, 이들 가치를 긍정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목표가치 도출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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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엔지니어링 디자인 국제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Engineering Design)에서 HP의 컴퓨터사이언티스트인 니나 바티가 기조연설에서 소개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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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세

    김용세

    - (현)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 (현)Creative Design Institute 연구소장
    - (전)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조교수
    - (전)위스콘신대 밀워키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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