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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

넛지 발굴: 고객을 살짝 흥분시켜라

박찬원 | 55호 (2010년 4월 Issue 2)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 유례없이 각광을 받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개별 소비자가 항상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최적화된 행동을 한다고 가정하는 고전 주류 경제학에 반기를 든 학문이다. 고전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소비자는 기호가 명확하고 일관적이며, 모순이 없는 행동과 의사결정을 한다. 이들은 자신의 기호를 토대로 완전 정보하에서 자신의 효용과 만족을 최대화하는 대안을 선택한다. 또 항상 옳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예상 가능한 실수를 반복적으로 저지르지는 않는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이런 합리적인 인간상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개인이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기는커녕 엉뚱하고 모순적인 행동과 소비를 일삼는 데 주목한 셈이다. 큰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 <넛지(Nudge)> 역시 행동경제학을 근간으로 한다. <넛지>의 저자들은 인간이 예상 가능한 실수를 반복적으로 저지르고, 종종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개개인의 성향에서 찾지 않았다. 인간이 체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잘 틀리거나 빗나가는 부분을 먼저 제거하면 소비자들이 편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해결책이 바로 넛지다. 학교 구내 식당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많이 먹는 학생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바꾸기 위해 굳이 표어를 써 붙이기보다는 배식 순서나 선반의 높낮이를 조정해 자연스레 선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많은 소비자들이 종종 정보 처리에 한계를 느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하기에, 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넛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는 마케터들은 소비자가 경쟁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대신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행동을 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직접적으로 자사 제품의 장점을 홍보해봤자 소비자들은 이에 반응하지 않으며 오히려 거부감을 느낄 때도 많다. 어떤 넛지 수단을 통해 시장 조사를 해야 소비자들의 내면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을 유혹할 수 있을까. 넛지의 배경 이론인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를 통해 알아보자.
 
전망 이론
1979년 미국 프린스턴대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을 발표해 오늘날 행동경제학의 기초를 닦았다. 전망 이론은 <그림1>과 같은 가치 함수를 제시한다. 개인 소비자의 가치 함수는 평가 기준인 준거점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이익이 커지고, 왼쪽으로 갈수록 손실이 커진다. 이 이익과 손실의 민감도는 체감한다는 게 전망 이론의 핵심이다. 즉, 같은 3도의 온도 변화가 있을 때, 기온이 1도에서 4도로 오를 때가 21도에서 24도로 상승할 때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전망 이론은 또한 소비자들이 강한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100원의 이익보다 100원의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만족’보다 손실로 생긴 ‘불만족’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전망 이론은 소비자의 심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마케팅 상황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소비자들의 만족 및 불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수없이 많고 서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개별적으로 분리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단순히 음식의 질 하나만으로 어떤 식당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지 않는다. 음식의 질 외에도 가격, 종업원의 서비스, 시설 등 여러 다양한 평가 요소가 존재한다.
 
각 요소별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 또한 상이하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당 테이블이 청결하지 않으면 이를 매우 불쾌히 여기지만, 정작 청결하게 유지한다고 해서 여기에 큰 감동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 음식을 늦게 주면 불평을 하다가도, 음식이 늦어 미안하다며 주방장이 공짜 음식을 대접하면 매우 감동한다. 서비스 또는 상품 요소별로 소비자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와 그 방향성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품질 개선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어떤 요소가 소비자의 만족과 불만족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프레이밍 효과와 심적 회계
인간의 의사결정은 질문이나 문제의 제시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문제의 제시나 표현 방법이 프레임, 이 프레임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판단이나 선택이 변하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 한다. 물이 반쯤 있는 컵을 보면서 ‘물이 반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대표적 예다. 외부의 프레임이 의사결정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현상을 수동적 또는 외적 프레이밍 효과라고 부른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가격처럼 주로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외부 정보뿐 아니라, 소비자 기억 속의 내적 정보, 내부 선호 체계, 의사결정 틀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가 많다. 의사결정자가 주어진 현상을 능동적, 자발적으로 어떤 프레임에 밀어넣고 그에 따른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이를 능동적 또는 내적 프레이밍 효과라 부른다. 내적 프레이밍 효과의 대표적 이론이 심적 회계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진행한 설문을 통해 이를 알아보자.
 
질문1가격이 50달러인 콘서트를 보기 위해 현장에서 표를 사려고 하는데 50달러짜리 지폐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 50달러를 지불하고서라도 표를 살 것인가?
 
질문2콘서트 전날 50달러를 지불하고 콘서트 표를 샀다. 오늘 콘서트 장에 간 후에 그 표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다. 당일 표 역시 50달러인데 그 표를 구입할 것인가?
 
두 교수의 실험에서는 질문1과 질문2에 ‘네’라고 대답한 사람은 각각 88%, 46% 였다. 양쪽 모두 50달러의 가치를 잃어버린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나게 달랐다. 그 해답이 바로 심적 회계에 있다. 표를 사는 행위는 ‘오락비’라는 계정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질문1처럼 현금 50달러를 분실한 일은 이 ‘오락비’ 계정 수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질문2에서는 동일한 콘서트를 보는데 합계 100달러를 지불하는 격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락비로 100달러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지출을 주저한다.
 
심적 회계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은 금전적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요인이나 선택 대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비교적 좁은 프레임을 만든 다음 그 프레임에 몇 가지 대안을 끼워 넣고 결정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세일러 교수는 이를 기업의 회계 장부나 가정의 가계부에 비유하여 심적 회계라는 이름을 붙였다. 심적 회계는 사람들이 금전에 대한 행위를 평가하고 관리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심리적 조작이다.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때가 많다. 소비자들이 심적 회계에 사용하는 심적 계정은 식료품비, 유흥비, 통신비처럼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계정별로 할당된 돈은 각각의 계정별로 사용된다.
 
심적 회계는 다음 상황에 처한 마케터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내가 담당하는 제품은 소비자의 어떤 심적 계정에 속하는가, 해당 심적 계정의 예산은 얼마인가, 해당 심적 계정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경쟁 제품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 담당 상품이 속하는 심적 계좌와 그 예산을 알면 담당 상품의 최대 판매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경쟁 제품을 알면 경쟁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심적 회계를 이용한 경쟁 관계 조사 방법
심적 회계의 개념을 이용하면 마케터가 담당하는 제품의 경쟁 구조, 경쟁 제품, 예산을 파악하는 일이 쉬워진다. 심적 가계부를 작성하면 이 작업이 더 쉬워진다.(그림2) 심적 가계부를 통해 자사 제품의 경쟁 관계, 경쟁 제품 대비 강약점, 개선 사안 등을 발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공략 대상인 목표 소비자를 표본 추출하고, 심적 가계부 작성 방법을 설명하고, 약 1주일간 심적 가계부를 작성한 후, 심층 면접을 이용해 정보를 획득한다.

심적 가계부 작성법을 보자. 우선 소비자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비용 계정을 분류하도록 한다. 이후 일주일간 소비자가 구입하거나 사용했던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선택 이유, 고려 대안 등을 기록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 회사의 핵심 고객들이 어떤 계정을 운영하며, 우리 제품은 어떤 계정에 속하며, 그 경쟁품은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제품 선택 이유를 질문함으로써 자사 제품과 경쟁 제품 간의 강약점도 파악할 수 있다.
 
경쟁 관계 분석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관점에서 동일 산업 분류 또는 상품 분류를 사용한다. 고객 만족 조사도 동일 업종(예: 씨푸드 레스토랑 또는 스테이크 전문점) 내에서만 이뤄진다. 그러나 소비자는 동일한 목적에서 씨푸드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전문점을 동시에 대안으로 고려한다. 심적 가계부를 이용하면 제품 간 경쟁 관계를 소비자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고, 마케팅 근시안(Marketing Myopia)의 함정도 피할 수 있다.
 
혹자는 현대 사회를 시장 점유율이나 예산 경쟁률의 경쟁이 아닌, 시간 점유율의 경쟁 시대라고 말한다. 나이키의 매출이 닌텐도의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바쁜 현대인들은 한정된 시간 내에서 소비를 해야 하므로 항상 시간의 압박에 시달린다. 심적 가계부를 사용하면 시간 경쟁이라는 항목에서 자사 제품이 어떤 경쟁 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심적 가계부에 기록된 시간과 동일 시간 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소비 대안을 파악한다면 시간 경쟁에서의 경쟁 관계에 있는 경쟁자 파악, 자사의 강약점 파악이 가능해진다.
고객 만족도를 좌우하는  넛지 발견을 위한 시장 조사법
그렇다면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 요소 중 고객 만족도의 획기적 향상이 가능한 넛지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많이 쓰이는 방법이 바로 중요도 만족도 연관 분석(IPA·Importance-Performance Analysis)이다. IPA는 <그림3>처럼 속성별 중요도(Importance)와 성과(Per-formance) 변수를 기준으로 속성별 관리 포인트를 발견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우측 상단의 1분면은 지속 관심 영역, 좌측 상단의 2분면은 현상 유지 영역, 우측 하단의 3분면은 개선 대상 영역, 좌측 하단의 4분면은 중점 개선 영역 등으로 구분한다. 해당 분면에 해당 요소에 대한 개선 노력을 전개하는 방안이다.
 
IPA는 ‘성과와 만족은 선형 관계에 있고, 그 영향의 정도는 소비자가 인지하는 속성별 중요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기본 가정으로 한다. 즉, 특정 요소의 성과가 좋을수록 소비자 만족도가 증가한다. 또 그 영향 정도, 즉 선형 관계의 기울기는 소비자가 얼마나 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 가정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가정은 소비자들이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속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자는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다. 때문에 속성별 중요도를 소비자가 직접 평가하는 방법(explicit method)보다는 실제 구매 또는 소비 결과에 의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별 중요도를 회귀 분석 또는 구조 방정식 모형을 이용해 분석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 번째는 특정 요소의 성과와 만족도 간의 선형 관계에 관한 문제점이다. 전망 이론에 의하면 어떤 특정 요소가 이익(만족)을 가져오거나 손해(불만족)를 가져올 때, 그 영향 정도는 비선형(체증 또는 체감)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그 기준점(준거점)과 영향의 정도는 개별 소비자가 모두 다른 기울기의 곡선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월급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매우 불만족하며, 반대로 월급이 조금이라도 증가하면 만족도가 크게 증가한다. 그러나 월급이 어느 정도 증가하면 그 만족도의 증가분은 체감한다(한계 효용 체감). 왜냐하면 다른 요소 즉, 자기 존중감, 직무 자체의 특성 등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동일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사례를 보면 IPA의 문제점이 더 두드러진다. 자신이 받는 월급이 준거점(동료들의 평균 월급이라고 가정하자)보다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이 있다. 동료보다 자신의 월급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어떤 요소보다 월급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때 월급이 조금만 올라가도 이 사람의 만족도는 크게 증가한다. 반면, 동료보다 월급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월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회사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기 존중감이나 자기 계발 기회 등이 더 중요하다.
 
즉, 어떤 사람의 월급이 동료보다 적을 때에는 자기 존중감보다 월급의 중요도가 더 크며, 월급이 동료보다 많을 때는 월급 수준보다 자기 존중감이 더 중요하다. 2요인 이론(two factor theory)에 의하면 전자는 위생(hygiene) 요인, 후자는 동기(motivation) 요인이다.

제품 선택과 관련해 이를 알아보자. <그림3>은 이동통신 서비스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IPA Grid, <그림4>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한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IPA Grid, <그림5>는 만족한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IPA Grid이다. <그림3>의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IPA Grid에서는 중점 개선 요소(4사분면) 또는 개선 대상 요소(3사분면)에 해당되는 요소가 없었다. 이게 바로 일반적인 소비자 조사에서 행하는 수준의 분석이다. 이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마케터는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결론에는 커다란 함정이 숨어 있다. <그림4>와 <그림5>처럼 전체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소비자와 만족 소비자를 구분하여 IPA Grid를 그려보면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통신 요금 청구 내역의 정확성(AoBP)’이라는 요소를 보자. AoBP 요소는 불만족 소비자에서는 중점 개선 요소(4사분면), 만족 소비자에서는 현상 유지 요소(2사분면)로 나타났다. 즉 불만족한 소비자는 AoBP 요소에 의해 전체 이동통신 서비스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AoBP 요소가 서비스 전체의 만족도를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석 결과를 다시 재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해당 이동통신 서비스에 전체적으로 불만족해하는 고객은 요금 청구 내역의 정확성을 매우 중요한 품질 요인으로 여긴다. 반면, 이 회사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고객은 전체적인 품질 수준은 높게 평가하지만, 청구 요금의 정확도를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즉, AoBP의 품질 수준이 낮을 때는 그 중요도가 상승해 상당한 불만을 야기하나, 그 AoBP 품질 수준이 올라간다고 해서 전체적인 소비자 만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미 해당 회사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AoBP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보다 월급이 낮은 직장인에게는 월급이 불만을 야기시키나, 월급은 높은 직장인은 월급이 더 이상 만족을 유발하지 않는 이치와 동일하다.
통신 네크워크 품질(NP)은 정반대 성질을 가진 요소다. 즉, 이 회사의 전체적인 서비스 수준에 만족하는 소비자는 NP의 중요도를 상당히 높게 인식한다. 반면,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NP의 중요도를 중간 정도로 인식한다. 자기 존중감과 비슷한 성격을 띤 요소다.
 
이처럼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소비자의 만족을 결정하는 데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소비자가 자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넛지 요소일까? 답은 명확하다. 다른 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을 더 많이 유발하는 요인(위생 요인)을 개선하는 일은 소비자가 자사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넛지가 아니다. 그저 불만족을 유발하지 않는 정도, 즉, 제품 선택을 방해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일 뿐이다. 넛지로 활용 가능한 요소는 고객의 만족을 상대적으로 더 높게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동기 요인)이다. 즉, 자기 존중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요소를 규명하고 개발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이 진정한 넛지다.
 
그렇다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요소 중 넛지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제품 개발 시 넛지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는 조사 이론 중 유명한 것이 일본의 가노 노리아키 교수가 만든 가노 모형(KANO model)이다. <그림6>에서 보듯 소비자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3가지로 구분 가능하다.

1)기본 요소(Basic attributes)는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요구 조건으로 불만족 요인(dissatisfier)이라고도 한다. 이 요소가 특별한 소비자 만족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않으면 상당한 불만을 유발한다. 항공사의 정확성과 안전 요소는 기본 요소에 해당한다.
2)차원 성과 요소(one-dimensional performance attributes)는 성과 수준에 따라 만족과 불만족을 동시에 가져오는 요소다. 자동차의 연비는 차원 성과 요소에 해당한다.
3)흥분 요소(exciting attributes)는 이 요소를 제공하면 소비자 만족을 유발하지만, 이 요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불만족을 야기하지도 않는 요소다. 하나를 사면 똑같은 제품 한 개를 더 주는 ‘1+1’이 이에 해당한다.
 
전산 시스템 관리, 운영 및 유지 서비스를 보자. 전산 시스템의 안정성은 기본 요소이며,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제적(proactive) 서비스는 흥분 요소다. 시스템 안정성은 시스템의 버그가 한 번이라도 나면 고객의 불만 정도가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고객들은 버그가 나지 않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버그가 안 나는 사실이 고객 만족도를 급격하게 올리지는 못한다. 반면, 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상당한 고객 만족도 증가를 느낀다.
 
서비스 또는 상품의 요소를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면 요소별 개선 노력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서비스 또는 상품 개발 시 기본 요소와 1차원 성과 요소보다는 흥분 요소의 개발에 노력을 집중하고 이를 넛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상품 성공 위한 넛지 발굴 시장 조사법
가노 모형을 이용해 특정 속성의 성과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로 구분하면 상품 개발 시 선택과 집중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넛지 규명도 가능하다. 기본 속성 개발 및 원가는 가능하면 축소하고, 흥분 요소를 넛지로 활용하기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LCD TV 제품을 구입할 때를 보자. 대다수 소비자들은 음향을 기본 요소, 디자인은 흥분 요소로 판단한다. 과거 TV를 구입하기 전 소비자들에게 어떤 기능을 가장 중시하느냐는 주제의 시장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많은 소비자들이 화질과 음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디자인은 제품 구입 시 중간 정도의 중요성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구매 시점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구매 시점에서 TV 스피커의 음질을 평가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채 1%도 되지 않았다. 스피커의 음질은 소비자 선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셈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구입 시점에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LG전자는 X캔버스 보보스TV를 출시했다. 전면에 스피커를 크게 장착한 다른 평판TV와 달리 보보스TV는 스피커를 후면에 배치했다. 즉 전면에서는 스피커를 볼 수 없기에 TV의 외곽 프레임(베젤)과 화면 사이의 굴곡을 없애고 프레임이 없는 TV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LG전자는 큰 성공을 거뒀다. 즉 기본 요소인 화질과 음질이 아니라 흥분 요소인 디자인이 넛지의 역할을 한 셈이다.
 
제록스의 사례는 정반대다. 고객 만족도 향상 과제에 놓였던 제록스는 가노 모형의 흥분 요소를 고려하지 못하고, 기본 요소의 개선에만 수백 만 달러를 투입했다. 당시 제록스의 목표는 단순했다. 고장 신고가 접수되는 시점부터 고객 회사를 방문해 수리를 완료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핵심이었다. 제록스는 이를 위해 복사기 수리 요원을 늘리고,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비싼 돈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만족도는 목표에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빠른 시간 내에 복사기 수리를 완료하는 것이 만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복사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마음 깊숙한 곳 한 자리에서는 수리 시간 단축보다 수리가 정확히 언제 완료되는지, 자신이 복사를 언제 다시 할 수 있는지를 알기를 원했다. 고객이 언제 복사기 수리가 끝나는지를 알 수 있으면 제록스가 자신들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지각적 통제감(perceived control)이 생겨 만족도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제록스는 시행착오를 겪은 후 서비스 프로세스 개선 목표를 고장 수리 완료까지의 시간 단축이 아니라, ‘고장 수리 신청 접수, 원인 진단 후 복사기 담당자에게 수리 완료 목표 일정을 통보’하는 과정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비스 인원과 부품 물류 등에 집착하지 않고,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 자체를 개선한 결과 상당한 고객 만족도 개선을 이뤄냈다. 이를 가노 모형으로 설명하면 수리 완료까지의 시간은 기본 요소, 수리 완료 일정을 신속하게 통보하는 일은 흥분 요소라 하겠다.
 
이 개념은 고객 경험 관리 전략 수립에도 매우 유용하다. 친환경 유기농 식품 전문점인 초록마을의 사례를 보자. 초록마을은 가노 모형의 3가지 요소를 구분하고, 이중 흥분 요소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를 매장 비주얼 머천다이징(VMD)에 반영함으로써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초록마을의 매장은 경쟁점과 마찬가지로 35평방미터(m2)정도의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다. 친환경 전문 매장은 해외 농산물 수입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농산물 지키기라는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시장이었다.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매장이 비좁더라도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불량 식자재의 난무로 어린 자녀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먹여야겠다는 젊은 주부들이 친환경 식품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비좁은 매장에 불만을 느낀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좁은 매장 통로를 지나다니면서 소비자들끼리 서로 부딪혀 불만이 높아지는 현상(negative butt brush effect)이 발생했다. 젊은 주부들은 기존 대의명분에 의해 친환경 식품 전문점을 이용해왔던 주부에 비해 쾌적한 쇼핑 경험을 원하는 욕구가 큰 집단이다. 하지만 이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매장 규모를 즉각 넓히기도 힘들다.
 
이에 초록마을은 매장 내 선반 개량, 진열 간소화, 상품 단위별(SKU·Stock Keeping Unit) 공간 축소 및 창고 활용 등의 방법을 통해 매장을 좀 더 쾌적하고 넓은 공간으로 바꿨다. 이는 젊은 층 주부의 방문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 즉 깨끗한 매장은 기본 요소, 다양한 물품은 1차원 요소인 반면,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유혹 요인이었던 셈이다.
 
브랜드를 넛지로 활용하기 위한 시장 조사법
일반적으로 평범한 소비자들은 물건을 고를 때 특별한 정보가 없다면 가장 비싼 물건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다소 주먹구구식인 의사결정 방법을 휴리스틱(Heuristics)이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속성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데, 이를 대표성 휴리스틱이라 한다.
 
업종 내 1위 브랜드가 아닌 2위 이하의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마케터들은 항상 고민에 빠진다. 왜 우리 브랜드가 1위가 되지 못할까, 소비자의 선택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우리 브랜드의 단점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소비자의 상품 선택 시 휴리스틱 즉 넛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자사 브랜드가 긍정적 휴리스틱의 기능을 하는지,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항상 파악해야 한다. 이를 도와주는 도구로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을 이용한 방법론,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이용한 방법론 등이 있다.
 
귀인 이론에서는 제품이 기대한 대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을 때 소비자가 이 제품의 실패 원인을 찾으려 한다고 가정한다. 소비자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안정성(일시적인가, 영속적인가), 책임 소재(이 문제가 나와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해당 기업과 관련이 있는가), 통제 가능성(이 문제는 누군가의 통제 범위 내에 있는가 아닌가) 등 3가지를 파악하려 한다. 귀인에 대한 연구는 귀인이 소비자로 하여금 특별한 형태의 감정적 반응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어떤 상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있다. 이 소비자가 귀인 이론을 통해 해당 기업이 품질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기했다고 여기면 이 소비자는 해당 제품과 기업에 대해 훨씬 큰 분노를 느낀다.

필자는 6년 전 A브랜드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브랜드 전략 컨설팅을 진행했다. 점심 식사 중 옆 테이블에 앉은 직장 여성 세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한 여성이 “휴대폰이 고장 나서 통화를 할 수가 없어. A브랜드의 품질평이 안 좋던데 괜히 샀나 봐. 역시 A브랜드는 어쩔 수 없어. 고장이 너무 잘 난다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여성은 “내 휴대폰은 B브랜드인데도 고장이 났어. 이 휴대폰을 가진 다른 사람들은 고장이 안 나는데 왜 재수없게 내 휴대폰만 고장 난 거지?”라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귀인 이론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똑같이 휴대폰이 고장 났지만 한 사람은 제조회사를 탓했다(외적 귀인). 반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탓(내적 귀인)을 했다. 두 브랜드 모두 품질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B브랜드의 소유자는 자신이 재수가 없어서 즉,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자신만 우연치 않게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반면 A브랜드 소유자는 제품 품질 문제가 회사 탓이며, 이 브랜드는 본질적으로 품질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귀인 이론은 소비자의 태도 형성 과정에 대한 이론이지만, 이처럼 브랜드의 강약점을 파악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소비자들은 A브랜드의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외적 귀인 즉, 회사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매우 높다. 즉 A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부정적 휴리스틱으로, B브랜드는 긍정적 휴리스틱으로 활용된다. 자사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휴리스틱의 기능을 하는지, 한다면 과연 어떤 휴리스틱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효과를 유발하는 귀인(attribution)의 방향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유 효과를 통해서도 브랜드가 넛지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보유 효과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이나 재산, 지위, 권리, 의견 등을 보유하고 있을 때, 해당 물건의 가치를 이를 지니고 있지 않을 때보다 높게 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앞의 A브랜드와 B브랜드의 사례로 설명해보자.
 
보유 효과를 진단하려면 A브랜드 사용자의 A브랜드에 대한 태도와 A와 B브랜드 이외의 타 브랜드 사용자의 A브랜드에 대한 태도의 차이, B브랜드 사용자의 B브랜드에 태도와 타 브랜드 사용자의 B브랜드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차이가 바로 해당 브랜드가 지닌 휴리스틱으로서의 가치를 나타내준다. 예를 들어 B브랜드 소유자가 타 브랜드 소유자보다 B브랜드에 대한 태도가 0.5점이 높았다고 하자. 반면 A브랜드 소유자가 타 브랜드 소유자에 비해 A브랜드에 대한 태도가 0.1점 높았다면 B브랜드 소유자가 A브랜드 소유자보다 0.4만큼 자신이 보유한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B브랜드가 A브랜드보다 긍정적 휴리스틱의 효과를 많이 지녔다는 의미다.
 
보유 효과에 의한 브랜드 이미지 평가는 소비자가 오랫동안 사용하는 물품 즉 휴대폰, 노트북, PMP, MP3등 개인 가전, 의류와 잡화, 자동차 등 내구재 브랜드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특히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상품이라면 더욱 효과적인 조사 방법이다. 따라서, 보유 효과의 소유 브랜드에 대한 평가상 편향도 고려해야 한다. 즉, 브랜드 이미지 조사를 할 때는 해당 브랜드 보유자와 비 보유자를 구분하여 평가하는 게 꼭 필요하다.
 
시장 조사의 목적은 소비자의 비합리적 면을 찾는 데 있다
사람들은 왜 몸에 나쁜 정크푸드를 계속 먹을까? 뚱뚱하면 살을 빼야 하는데 사람들은 퇴근 후 운동을 하지 않고 TV를 보면서 간식을 먹을까? 이런 의문점이 행동경제학의 출발이자, 넛지의 시작이다. 즉, 인간은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고통보다는 눈 앞의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다. 이렇듯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들을 다루려면 시장 조사의 목적부터 달리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많은 시장 조사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제품 선택의 주요 구매 요인(Key Buying Factor), 구입 시 속성 중요도, 제품에 대한 평가 등을 외재적 평가 방법(explicit method)으로만 파악해왔다. 누구나 소비자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unmet needs)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시장 조사를 통해서는 소비자 내면의 비합리적인 요소를 파악하지 않고, 소비자가 이성적으로 대답하는 요소만 파악했다는 뜻이다.
 
LG전자의 초콜릿폰은 LG전자를 세계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다. LG전자가 초콜릿폰을 기획하던 시점에 당시 세계 2위 업체였던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시 대다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레이저폰과 유사한 초슬림폰을 출시하여 레이저폰의 아류로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레이저폰과는 전혀 다른 휴대폰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LG전자가 당시 면밀한 시장 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들은 ‘휴대폰을 구입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인은 디자인이며,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은 얇은 두께의 초슬림폰’이라고 답했다.
 
LG전자가 겉으로 드러난 소비자의 의견과 시장 조사 결과를 반영해 초콜릿폰을 초슬림 디자인으로 만들었더라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LG전자는 과감히 이를 무시하고 초슬림폰과 전혀 다른 디자인의 초콜릿폰을 출시했다.
 
사실 당시 LG전자 내부에서도 시장 조사 결과를 근거로 초슬림폰을 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LG전자는 레이저폰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고려하여 디자인 중시 집단 소비자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 집단에서도 초슬림폰을 선호하는 집단과 선호하지 않는 집단이 있었다. 초슬림폰을 선호하지 않는 고객 집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들은 디자인만큼 휴대폰의 기능도 중시했다. 즉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레이저폰의 약점인 저(低)기능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지만, 휴대전화 업체 모두 이 고객을 제대로 공략하지 않았다. 우수한 디자인과 고기능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들은 또한 트렌드를 쫓아가는 집단(대세 추종형)이 아니라, 디자인을 선도하는 트렌드 리더(개성형)의 특성이 뚜렷했다. 트렌드 리더는 남들이 갖고 있는 유행 휴대폰이 아니라, 남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휴대폰으로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구를 강하게 가졌다.
 
결국 LG전자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 고객의 흥분 요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초콜릿폰의 콘셉트는 초슬림폰(slim & light)이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의 고기능폰(Innovative design & function)으로 결정됐다. 물론 초콜릿폰의 성공 요인으로 고급스런 블랙 라벨, 초콜릿이라는 펫 네임, 감성적 광고 등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출발점은 누가 뭐래도 상품 기획 단계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자의 욕구가 아닌 내면의 넛지를 찾아냈다는 데 있다.
 
거듭 강조하듯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다. 때문에 시장 조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때는 소비자가 여러 가지 요소를 두루 고민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특정 요소, 특히 비합리적 요인과 관련이 깊은 요소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는 점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깊숙한 내면에 숨어 있는 넛지 요소를 찾아낼 수 있다.



휴리스틱의 종류, 의의, 사례

기준점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기준점과 조정은 소비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수치로 모종의 기준선을 설정한 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표시 가격이 8000원인 인삼 드링크를 볼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다른 음료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희망 소비자 가격이 1만 원인데 8000원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면 소비자는 이 제품이 싸다고 여긴다. 기준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진다. 즉 기준선이 넛지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어떤 사건이 출연하는 빈도나 확률을 판단할 때, 그 사건의 발생을 쉽게 알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사례나 엄청나게 특별한 예를 통해 판단하는 방식이다. 최근 애플 아이폰에 관한 뉴스가 몇 초마다 쏟아져나오고 있다. 때문에 통화와 문자 기능만 사용하는 소비자들까지 자신이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중국산 식품의 유해성 논란이 일면 국산 친환경 식품의 수요가 증대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바로 이 이용 가능성 휴리스틱을 이용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 Heuristic)

어떤 집합에 속하는 사상이 그 집합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낸다는 뜻에서 대표한다고 간주해 빈도와 확률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가 후광 효과(halo effect)다. 원조 음식점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북적대지만 바로 옆의 모방 음식점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릴 때가 많다. 소비자들이 대표성 휴리스틱을 이용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 설계 방법

디폴트(최소 저항 경로) 만들기 회사가 직원들에게 복지 제도를 부여하면서 이를 선택형으로 만들면 상당수 직원들이 이를 매년 갱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이때 바람직한 선택을 유도하려면 저항(또는 망각)이 가장 적은 경로를 취해야 한다. 즉, 사람들이 이를 자동 선택하도록 디폴트화해야 한다.

오류 예상 인간은 항상 실수를 저지른다.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람들이 현금 인출기를 이용한 후 종종 카드를 기계에 두고 나오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기계들은 반드시 카드를 먼저 받아들어야 현금을 뽑을 수 있다. 인간의 오류를 예상한 넛지의 대표적 예다.

피드백 노트북의 배터리 잔량이 부족할 때, 작업 중이던 파일을 저장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모든 방법을 말한다.

매핑(Mapping)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을 통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쉽고 명확하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7메가픽셀의 카메라 렌즈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7메가픽셀이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때 메가픽셀의 개념을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으로 환산하는 일, 즉 4X6 인치 크기의 고품질 사진이라는 설명을 곁들이는 일이 꼭 필요하다.

복잡한 선택을 조직화 사람들은 선택안이 복잡해지면 단순화해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DVD를 선택할 수 있도록 DVD별로 평점을 매기는 식이다.
  • 박찬원 | - (현) 로이스컨설팅 대표
    - 주 연구분야: 브랜드 전략 및 신상품 개발 컨설팅
    이방실(smile@donga.com), 박찬원(park@loy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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